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공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세먼지를 뚫고 하늘을 날아야 하는 항공기 객실의 공기는 어떨까? 장시간을 비행해도 기내 공기는 깨끗이 유지될 수 있을까? 또 객실에 필요한 공기는 충분하게 공급될까?
미세먼지, 박테리아, 바이러스 걱정 없는 청정 공기
대한항공의 모든 항공기는 최신 기술의 공기 순환 시스템을 장착해 미세한 이물질까지도 완벽히 여과하고 멸균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항공기 외부 공기가 기내로 유입되기 전, 외부 공기는 엔진 압축기를 통과하면서 고온 고압으로 압축된다. 엔진을 통과한 공기는 섭씨 200도 정도로 가열돼 멸균 상태가 된다. 객실에 공급되는 공기량의 약 50퍼센트는 객실에서 배출된 공기를 여과시켜 재사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나쁜 공기가 재공급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염려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헤파(HEPA : 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필터라는 여과 장치가 직경 0.003밀리미터가 넘는 이물질을 99.9퍼센트 이상 완벽하게 여과해 내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 가정의 먼지, 담배 연기, 박테리아, 거의 모든 바이러스를 걸러낼 수 있는 수준이고, 이러한 여과 기준은 병원의 수술실 정도에 해당된다. 따라서 항공기의 재순환된 공기는 외부 공기보다 더욱 깨끗하다고 할 수 있다.
신선한 공기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에어 커튼 방식으로 움직인다. 승객들은 항상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만 접하게 된다. 보잉 787-9의 경우, 3개의 필터가 설치되어 있는데 화물칸 벽 내부 혹은 기내 천장, 바닥 하부에 위치하여 승객들에 눈에 띄지는 않는다.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를 제거하는 헤파필터 1개와 헤파필터의 기능에 추가적으로 악취, 오염된 기체 물질 등을 차단하는 기능까지 갖춘 기체필터(Air Purification Filter) 2개를 배치해 2중 필터로 기내 공기를 공급한다. 기체필터는 매 비행 3000시간마다, 헤파필터는 8000시간 마다 교체된다. 가격은 기체필터는 약 2600달러, 헤파필터는 약 900달러 수준 이다.
필요한 양보다 8배 더 많이 공급되는 공기
국제선 비행기가 날아가는 1만1000여 미터 높이의 공중은 대기 온도 영하 56.5도, 기압은 지상의 25퍼센트에 불과한 3.8PSI(Pounds per Square Inch), 습도는 0.001퍼센트 정도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조건이다. 하지만, 기내에 있는 승객들은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엔진을 통해 외부에서 들어온 공기를 객실에 공급해 내부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며,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쾌적한 기내 공기 유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순환시켜 주는 에어컨 시스템 덕분이다.
엔진을 통해 들어온 고온의 공기는 차가운 외부 공기를 이용한 에어컨 팩을 거쳐 냉각된 후 내부로 보내지면서 일정한 기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여압장치는 객실 기압을 일정하게 유지해 고공을 비행하는 승객들도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게 한다. 고도가 높아지면 대기 압력이 감소하고 혈액의 산소 용해량도 줄어들면서 신체에 산소 부족 현상이 오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풍선에 공기를 주입하듯이 객실에 압력을 가함으로써 기내 기압을 지상에서 느끼는 수준으로 만든다.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이 일상적인 산소를 섭취하는데 필요한 공기량은 0.24CFM(Cubic Feet per Minute), 즉 분당 6.8리터 정도다. 그러나 실제 항공기에서는 이보다 많은 양인 승객 1인당 20CFM 정도를 공급한다. 객실에 공급되는 공기는 시간당 20~30회, 즉 매 2~3분마다 기내 공기를 완전히 교환할 수 있고, 재순환되는 공기를 제외하고라도 시간당 10~15회 완전히 교환할 수 있는 정도의 충분한 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