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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를 처음 만나는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_ 델리(1)
2019.08.09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인도 여행의 시작과 끝, 델리

대한민국 면적의 32배, 13억의 인구, 공식 언어 22개. 인더스 문명에서 시작된 반만년의 역사와 거대한 인구, 세계의 문화가 뒤섞인 인도는 세상에서 가장 믿기 힘든 여행지다.

델리의 하루가 저무는 풍경
델리의 하루가 저무는 풍경. 인디아 게이트와 대통령궁을 잇는 라지 파트는 ‘왕의 길’이라는 뜻으로 뉴델리의 중심 거리다. 멀리 대통령궁이 보인다.

수백 년 된 이슬람 제국의 흔적과 영국 식민지 시대에 조성된 푸른 잔디 공원이 공존하며, 현대적인 사무 공간과 화려한 상업지구가 빠르게 들어서고 있는 수도 델리(Delhi)는 여러 개의 얼굴을 지닌 매력적인 도시다.
인도 여행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도시인 만큼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로 북적이는 델리로 떠나보자.

무굴 제국의 영광이 여전히 빛나는 올드델리

귀를 울리는 경적, 물밀 듯이 밀려오는 인파, 끊임없이 여행자를 불러대는 호객꾼들이 섞인 거리에서 자신도 모르게 가방끈을 움켜쥔다.

일 년 내내 조용할 날이 없는 배낭여행자의 천국, 파하르간즈
일 년 내내 조용할 날이 없는 배낭여행자의 천국, 파하르간즈. 줄여서 ‘파간’이라 부르기도 한다.

인도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는 뉴델리 역 부근 파하르간즈(Paharganj)는 저렴한 숙소와 상점, 레스토랑, 여행사가 밀집된 배낭여행자들의 메카다. 인도 특유의 혼란스러움과 여행자들을 노리는 사기꾼이 가득해 호된 신고식을 치른 여행자들의 눈물이 마를 날 없는 곳이지만, 오늘도 많은 여행자가 파하르간즈를 찾는 이유는 여행의 설렘과 묘한 긴장감이 있기 때문이다.

타지마할을 세운 무굴 제국의 왕, 샤 자한의 마지막 건축물인 레드 포트.
타지마할을 세운 무굴 제국의 왕, 샤 자한의 마지막 건축물인 레드 포트.

델리는 유적지를 중심으로 한 올드델리와 주요 정부 관청이 몰려 있는 뉴델리로 나뉜다. 올드델리는 17세기 이슬람 왕조인 무굴 제국의 왕, 샤 자한(Shah Jahan)이 건설한 도시다. 그는 도시 중심에 붉은 사암으로 레드 포트(Red Fort, 붉은 성 또는 붉은 요새라고도 함)와 자마 마스지드(Jama Masjid)를 건설하고 성벽으로 도시를 에워쌌다.
레드 포트는 완공 후 샤 자한이 폐위당하면서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웅장한 건물들과 한겨울에도 늘 푸른 정원은 오늘날에도 무굴 제국의 위엄을 보여주며, 매년 독립 기념일(8월 15일)에는 총리의 대국민 연설이 열리는 인도의 심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찬드니 초크를 마주보고 있는 라호르 게이트로 들어가면 보이는 여러 개의 궁전과 모스크
찬드니 초크를 마주보고 있는 라호르 게이트로 들어가면 여러 개의 궁전과 모스크가 있는데, 디와니카스와 왕의 공식 접견실인 디와니암도 그 중 하나다.

레드 포트 건너편에 세워진 자마 마스지드는 2만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인도 최대 모스크로 하얀 대리석으로 만든 기도실, 높이 솟은 첨탑과 3개의 돔은 종교를 떠나 누구나 감탄할 만큼 아름답다.
레드 포트에서 시작되는 찬드니 초크(Chandni Chowk)는 델리에서 가장 ‘인도스러운’ 곳이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을 따라 온갖 색상의 여성 전통 의상인 ‘사리’부터 보석, 향신료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만물 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자마 마스지드의 남쪽 첨탑에 오르면 찬드니 초크의 골목길부터 올드델리, 멀리 뉴델리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인도에서 가장 큰 모스크인 자마 마스지드에서 바라본 델리 전경
인도에서 가장 큰 모스크인 자마 마스지드에서 바라본 델리 전경. 자마 마스지드는 입장 시 머리와 어깨, 다리를 가리고 신발을 벗어야 하며, 소지품 검사도 꼼꼼한 편이니 짐을 간소화해 방문해야 한다.

인도의 무한한 잠재력을 느낄 수 있는 뉴델리

올드델리의 남쪽, 넓고 정돈된 도로부터가 올드델리와 사뭇 다른 분위기의 뉴델리는 영국 식민지 시대에 건설된 지역이다. 뉴델리의 중심 라지 파트(Raj Path)는 전쟁에서 희생된 군인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인디아 게이트에서 대통령궁까지 이어지는 대로로 국회의사당, 행정부, 재정부, 국방부 같은 정치 기관과 국립박물관, 현대 미술관 등이 몰려 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인도 군인들을 위한 위령탑, 인디아 게이트와 라지 파트 중심부에 펼쳐진 넓은 잔디밭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인도 군인들을 위한 위령탑, 인디아 게이트(왼쪽). 라지 파트 중심부에 펼쳐진 넓은 잔디밭은 피크닉 장소로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높다(오른쪽).

동서로 뻗은 라지 파트 중심부에 펼쳐진 넓은 잔디밭은 피크닉 장소로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간식을 파는 노점이 문을 열고 인도 차 ‘차이’나 기념품을 파는 상인들이 장사를 시작하는 해 질 무렵이면 활기찬 기운이 절정에 이른다.

델리의 가로수길이라 할 수 있는 하우즈 카스 빌리지의 낮과 밤
델리의 가로수길이라 할 수 있는 하우즈 카스 빌리지의 낮과 밤. 변화하고 있는 델리, 인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최근 뉴델리는 고급 빌라가 모인 디펜스 콜로니(Defence Colony)와 델리의 가로수길 하우즈 카스 빌리지(Hauz Khas Village), 초현대적인 위성도시 구루그람(Gurugram, 구르가온이라고도 함)까지 확장되고 있다.
개성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 세계적인 호텔 체인과 현대적인 쇼핑몰이 밀집된 공간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세련된 인도인들의 모습에서 인도가 지닌 무한한 잠재력을 볼 수 있다.

수천 가지 맛의 커리를 비롯한 다양한 음식

숨 가쁘게 일정을 마치고 식당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인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방대한 나라 크기만큼 지역별로 다양한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인도 여행의 매력.

마살라 조합과 주재료에 따라 수천 가지의 맛이 나는 커리
마살라 조합과 주재료에 따라 수천 가지의 맛이 나는 커리

대표적인 인도 음식은 역시 ‘커리(카레)’다. 인도 커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노란색 카레와는 또 다른 음식으로 밥이나 인도식 빵(난, 차파티 등)에 곁들여 먹는다. 커리 맛의 핵심은 향신료 집합인 ‘마살라(Masala)’로 마살라의 배합에 따라 수백, 수천 종의 다양한 커리가 탄생한다.

가마 형태의 탄두리에 구워내는 탄두리 치킨
가마 형태의 탄두리에 구워내는 탄두리 치킨

아직 인도 음식이 익숙지 않다면 토마토와 요거트(요구르트)를 베이스로 한 버터 치킨이나 치킨 티카 마살라 그리고 시금치와 코티지치즈를 넣은 팔락 파니르부터 차근차근 도전해보자.
그 밖에 요거트 소스에 재운 닭을 가마(탄두리)에서 구워낸 탄두리 치킨, 커리를 넣고 볶은 밥 비리야니, 커다란 접시에 밥과 반찬을 곁들여 주는 탈리(북인도)나 밀즈(남인도)도 대표적인 인도의 맛이다.

2~3가지 커리와 다양한 반찬, 밥과 로티가 함께 나오는 인도시 백반인 탈리
2~3가지 커리와 다양한 반찬, 밥과 로티가 함께 나오는 인도식 백반인 탈리. 탈리는 북인도에서 주로 먹는다.

저렴하고 다양한 길거리 음식도 놓칠 수 없다. 양념한 감자와 콩, 다진 고기 등으로 속을 채워 바삭하게 튀긴 인도식 만두 사모사, 빵에 채소 커리와 버터로 맛을 낸 파브 바지, 튀긴 면에 채소와 향신료를 섞어 먹는 벨푸리 등이 인도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으로 파하르간즈나 찬드니 초크는 물론 기차 안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다.

인도인들은 전통적으로 왼손은 불결하고 오른손은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깨끗한 오른손이 숟가락과 포크보다 더 청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인도 요리 대부분이 손으로 먹기에 적합한 형태라 어디서든 손으로 식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인도 사람들처럼 오른손으로 식사하고 인도식 요거트 음료식 ‘라시(Lassi)’로 입가심을 하고 나면 ‘인도 현지 적응 완료’다.

2편에서 계속…

델리를 처음 만나는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_ 델리(2)편 보기 <클릭!>

글·사진 오빛나
여행하고 글 쓰는 여자 사람. <트립풀 암스테르담> <인조이 인도> <잠시멈춤, 세계여행>의 저자.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 ~ 델리 주 5회(화·목·금·토·일) 운항 (9월 1일부터 매일 운항)

※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