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자선 달리기 행사 ‘위런(We Run)’ 현장 가보니
– 양사 객실승무원 25년차 부부·22년지기 친구 등 특별한 사연 가진 참가자들 함께해
“오늘의 달리기는 단순히 결승선을 향한 질주가 아닌, 옆에 있는 동료의 숨소리를 느끼고 보폭을 맞추며
진정한 ‘원팀(One Team)’으로 나아가는 소중한 여정입니다.”

지난 14일 오전 인천 중구 BMW 드라이빙 센터는 ‘위런(We Run)’에 참여하기 위해 모여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들과 본부 임직원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위런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양사 통합의 의미를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자 마련된 자선 달리기 행사다. 양사는 임직원들이 달린 총 주행거리만큼 기부금을 조성해 난치병 아동의 소원 성취를 지원한다.

이날 모인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양사가 서로에게 느끼던 어색함 대신, 봄날의 따스한 설렘이 번져 있었다. 행사는 양사 임직원들의 화합과 결속을 다지는 ‘화합의 장’으로 마련됐다. 순위를 측정하지 않고 완주 자체에 의미를 두는 비경쟁 방식으로 치러져 의미를 더했다. 종목은 10km와 5km 두 코스로 나눠 초보 러너부터 숙련자까지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 양사 임직원 900여 명 한마음으로 트랙 달려… ‘완주’ 이상의 의미
행사 시작 전부터 분위기는 뜨거웠다. 이날 행사장에는 대규모 기념 부스가 마련돼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시작 시간이 다가오자, 공식 티셔츠를 맞춰 입은 900여 명의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며 하나의 거대한 물결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장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라는 소속을 넘어,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같은 옷을 입은 이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마치 한 팀처럼 조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참가자들은 양사 통합의 가치를 되새기는 다양한 부대 행사도 활발히 참여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양사 직원들이 서로를 향한 화합과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는 ‘메시지 월(Message Wall)’ 이벤트와 포토존, F&B(식음료)존, 릴렉스존 등을 통해 마음껏 행사를 즐겼다.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Boeing)이 후원하는 행사답게 보잉 포토존에도 행사의 소중한 순간을 기록하고자 하는 참가자들의 긴 줄이 이어져 현장의 열기를 실감케 했다.

본격적인 달리기에 앞서 워밍업을 위한 사전 행사가 진행됐다.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의 축사를 시작으로 송보영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티노 바실레(Tino Basile) 보잉 동북아시아 담당 영업 이사의 격려사가 이어졌다. 이날 임원들은 정장이 아닌 편안한 운동복 차림으로 현장에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참가자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스트레칭에 동참하고 부대 행사에도 적극 참여하며, 격식보다는 현장의 분위기에 스며드는 모습을 보였다.

우기홍 부회장은 이날 축사에서 “오늘과 같은 모습을 보니 통합 역시 무리 없이 이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통합 이후에도 양사의 객실 서비스의 전통과 강점은 잘 유지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행사도 안전하고 즐겁게 즐겨주시고 추후 공항에서 저와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해달라”고 덧붙이며 현장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들었다.

곧이어 참가자들은 대한항공 점보스 치어리더의 구령에 맞춰 몸풀기 스트레칭을 하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특히 이날 꾸준한 자선활동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가수 션이 특별 참가자로 무대에 올라 열정적인 공연을 펼쳤다. 이후 행사 취지에 공감하며 직접 러닝 코스도 완주해 참가자들과 반갑게 호흡했다.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됐다. BMW 드라이빙 센터 서킷 트랙 내 출발 지점으로 이동한 참가자들은 출발 신호와 함께 각자 선택한 코스에 따라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양사 구분 없이 하나로 어우러진 참가자들은 서로 보폭을 맞추며 트랙을 채워나갔다.

곳곳에서는 밝은 표정으로 서로를 격려하거나 가볍게 손을 흔드는 모습이 이어졌고, 현장은 활기와 웃음으로 가득했다. 봄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이들의 표정에서는 설렘과 즐거움이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도착 지점에 다가올수록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모습이었지만, 지치기보다는 ‘완주’의 성취감과 뿌듯함으로 가득했다.


■ 25년차 부부·22년지기 친구 참가… “통합의 첫걸음 함께한 동료로 거듭나”
위런에는 특별한 사연을 안고 참가한 양사 임직원들도 있었다. 바로 결혼 25년차 부부인 한국보 대한항공 객실승무원과 양원영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이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이 개항한 2001년에 처음 만나 그 해 결혼했다.

이들은 두 회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던 시절, 부부가 같은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쉽게 드러내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한 승무원은 “당시에는 혹여 오해를 살 수 있단 생각에 서로의 직장에 대한 언급을 조심했다”며 “이제는 같은 터미널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남편을 통해서만 접하던 동료들을 공항에서 직접 만나게 되니 신기하면서도 반갑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번 행사에 참여한 소감을 ‘양사 통합의 첫걸음’이라고 표현했다. 한 승무원은 “오늘 함께 뛴 임직원들은 소속은 달라도 같은 고민을 안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온 사람들”이라며 “오늘 한자리에 모여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색함보다는 자연스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전했다.

양 승무원은 향후 통합을 계기로 진정한 한 가족이 될 것 같다며 웃음 지었다. 그는 “그동안 아이 셋을 키우며 가족이 함께하는 통합 행사엔 꾸준히 참여해 왔지만, 위런처럼 부부가 같이 땀 흘리며 의미 있는 활동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제야 비로소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하나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서로를 ‘인생 메이트’라 부르는 22년지기 친구, 안지영 대한항공 객실승무원과 박민아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의 사연도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중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에서 학급 임원으로 활동하며 우정을 쌓았다. 각자 다른 고교 진학하며 잠시 멀어졌다가 우연히 같은 대학에 입학하면서 함께 객실승무원의 꿈을 키웠다. 이후 서로 다른 회사에 입사해 10여 년간 각자의 자리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안 승무원은 “힘들 때 먼저 찾아와 위로해주고, 기쁠 때 누구보다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친구”라며 “오랜 시간 각자의 자리에서 일해왔지만, 통합을 통해 한 회사에서 함께 일하게 된다는 점이 매우 뜻깊고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번 행사가 통합의 의미를 설명해주는 시간이 됐다고 전했다. 직접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박 승무원은 “최근 공항 내 통합 비행준비실이 새롭게 운영되고 휴게 공간도 함께 사용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교류가 늘고 있다”며 “이런 기회가 쌓여 서로의 강점을 이해하고 보완하며 더욱 협력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간다면, 조직 전체의 긍정적인 시너지로 이어질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비행 스케줄 등으로 현장 참여가 어려운 이들을 위한 ‘버추얼(Virtual)’ 참가를 병행해 더 많은 임직원이 동참할 수 있도록 했다. 버추얼 참가자들은 전 세계 각지에서 원하는 코스를 선택해 자유롭게 달린 뒤, 기록 측정 러닝 애플리케이션에서 인증하며 나눔의 의미를 더했다.

이날 위런을 통해 누적된 총 주행거리는 8,495km이며, 이에 따라 총 3,000만 원의 기부금이 마련됐다. 1km당 약 3,500원이 적립된 셈이다. 버추얼을 포함한 참가자 1,500여 명은 이날 흘린 땀방울이 단순한 운동이 아닌 ‘기부’라는 사회적 가치로 연결됐음을 실감했다. 양사는 기부금 전액을 난치병 아동의 소원 성취를 지원하는 메이크어위시 코리아에 전달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이날 트랙 위에서 양사가 자연스레 어우러진 모습처럼 앞으로도 소통의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해 양사 간의 화합을 도모하고, 나눔 문화 확산에도 적극 앞장설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