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가칼럼

새로운 역사와 삶이 시작된 여행지 TOP3
2019.04.24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고향은 단순히 나고 자란 지역만을 뜻하지 않는다. 공간과 삶의 시간, 그리고 마음이 하나로 뭉친 의미이자, 오늘의 존재를 만든 씨앗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고향에 가면 지금의 그가 있게 한 힘과 저력을 엿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삶을 만날 수 있다.

SAINT PETERSBURG
_ ‘전설’들에게 음악의 길을 열어준, 러시아 음악의 고향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클래식의 거장인 림스키코르사코프와 차이콥스키의 공통점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다는 것, 그리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음악 인생의 길을 열었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것인가’, 러시아를 대표하는 음악가 차이콥스키도 20대 초반에는 진로에 대해 고민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차이콥스키는 어려서부터 피아노와 성악을 배우고 음악 분야에서 재능을 보였지만 당시 사회에서 음악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크나큰 모험이었다.

가문의 기대를 등에 업고 법률 학교에 진학한 그는 졸업 후 법무성에 취직해 공무원으로 생활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을 꺼트릴 수 없었던 차이콥스키는 마침 1861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문을 연 음악 교실에 들어가 음악을 배웠다.
이 음악 교실은 1862년 음악원으로 승격했는데 이곳이 오늘의 ‘림스키코르사코프 상트페테르부르크 콘서바토리’(이하 ‘콘서바토리’)로 우리나라에서는 ‘국립 상트페테르부르크 림스키코르사코프 음악원’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곳은 차이콥스키를 비롯해 프로코피예프,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 등 걸출한 러시아 음악가를 배출한, 명실 공히 러시아 최고의 음악 교육 기관이다.
이곳에서 수학하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더욱 키운 차이콥스키는 1863년, 아예 법무성을 나와 ‘콘서바토리’의 정식 학생으로 등록하고 본격적인 음악인의 길을 걷는다. 차이콥스키는 ‘콘서바토리’의 원장이자 설립자인 안톤 루빈시테인에게서 작곡 지도를 받고 플루트와 오르간 수업도 들으면서 자신의 음악 세계를 넓혀나갔다.

차이콥스키

안톤 루빈시테인이 ‘콘서바토리’를 세우기는 했지만 오늘의 이름에서 드러나듯, 이곳이 지금의 영광을 얻은 데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공이 크다. 림스키코르사코프 또한 음악가 이전에 다른 직업이 있었으니 바로 해군 장교였다.
군에 몸담으며 아마추어 음악가로서 서부 유럽의 클래식 음악이 아닌, ‘러시아의 음악’을 만들고자 고심하던 그는 작곡가 발라키레프의 권유에 따라 1865년에 첫 번째 교향곡 ‘교향곡 제1번’을 완성했다. 이 곡이 성공을 거두면서 전문 음악가로 인생의 방향을 틀었고 27세가 된 1871년에는 ‘콘서바토리’의 교수로 함께해달라는 초대를 받는다.
영광스러운 자리이니만큼 수락하긴 했지만, 강단에 선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새로운 고민에 빠진다. 정식으로 음악 교육을 받은 적이 없던 탓에 자신의 음악적인 기초가 너무나 약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려면 명성보다 탄탄한 기본 실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콘서바토리’의 가장 유명한 졸업생으로 꼽히는 차이콥스키에게 도움을 청해, 다시 차근차근 음악 공부를 시작한다.
음악가로서 명성과 지위를 고루 갖추었으나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다시 공부를 자청한 림스키코르사코프. 그는 바로 이러한 노력과 열정으로 ‘콘서바토리’를 러시아, 아니 세계에서 손꼽히는 음악 학교로 만들어냈다.

FUKUOKA
_ 학문의 신과 석가모니가 머무는 신들의 고향

일본 후쿠오카의 다자이후텐만구

무시무시한 제목과는 달리 소년 소녀의 애틋한 로맨스가 돋보인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후쿠오카를 배경으로 두 주인공의 아름다운 한때를 그려낸다. 고등학생인 주인공들이 큰맘 먹고 떠난 장거리 여행지가 후쿠오카였던 것. 극 중에서 후쿠오카의 여러 명소를 들러본 두 사람은 다자이후텐만구에 들러 짧은 기도를 올린다.

다자이후텐만구는 스가와라노 미치자네의 묘소 위에 세운 신사다. 미치자네는 ‘학문·지성·액막이의 신’으로 생전의 그는 880년대 일본을 통치한 다이고 왕의 우대신이었다. 높은 자리에서 왕을 모셨지만 다른 관리들의 모략으로 다자이후로 좌천된 미치자네는 실의에 빠져 지내다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다. 그런데 그가 사망한 뒤 얼마 안 있어 그를 모함했던 도키히라가 젊은 나이에 죽고, 태자와 왕까지 연이어 죽음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미치자네의 혼이 왕을 죽였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비극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두려워하는 한편, 미치자네에게 신과 견주어도 될 만큼 특별한 힘이 생겼다고 믿은 사람들이 그를 ‘텐진사마’로 추대하고 생전에 그가 시와 학문에 재능이 있었음을 되새겨 학문을 관장하는 신으로 모시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다자이후텐만구에는 매년 학생과 수험생들을 비롯한 800만 명의 참배자가 방문한다. 학문의 신이라는 미치자네의 명성이 주요 이유이긴 하지만, 경내에는 미치자네가 좌천돼 이 땅에 왔을 때 가져왔다는 매화나무를 비롯해 6,000그루 정도의 매화나무가 있어 꽃놀이 명소로도 인기다. 본전은 일본의 중요 문화재로 지정됐다.

일본 후쿠오카의 사사구리마치에 있는 난조인

후쿠오카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카스야군으로 가면 18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불교 성지 사사구리마치가 있다. 이곳에 모인 88곳의 사원이나 불교 시설을 전부 순례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설이 있어 현지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최근에는 숲의 맑은 공기를 맡으며 일본의 전통 문화를 접할 수 있어 타지의 관광객도 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세계 최대의 청동 불상을 만날 수 있는 난조인. 길이가 무려 41m에 이르는 거대한 석가 열반상이 비스듬히 누워 있다. 열반상이란 석가모니가 죽음을 앞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가까이서 압도감을 느껴보는 것도 좋지만 죽어가면서도 여유와 자비를 잃지 않았던 석가모니의 모습을 제대로 만나 보려면 멀찍이서 전신을 보는 것이 더욱 좋다.
열반상의 손에는 오색 끈이 달려 있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었을 때 본 빛이 다섯 가지 빛깔이었던 데서 유래한 것으로, 이 끈을 잡고 소원을 빌면 이뤄지며 석가모니의 지혜와 힘을 얻어갈 수 있다고 한다. 설령 이곳에서 그 끈을 잡고 빈 소원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대자연 속에서 숲 내음을 맡으며 힐링하노라면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더 내디딜 힘을 얻는다.

BRISBANE
_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호주 동물들의 새로운 고향

호주 대륙에 새로운 이주민들이 터 잡기 시작하면서 아웃백의 원주민뿐 아니라 동물들도 자리를 내어주어야만 했다. 더욱이 호주는 다른 대륙으로부터 오랜 세월 고립돼 있었기 때문에 호주의 동물들은 세계의 다른 동물들과 달리 좀 더 독특한 모습으로 진화했다. 호주 땅에서 자리를 잃은 동물들은 종의 생존 위기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 이에 호주 당국은 사람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오래도록 고민해왔다. 브리즈번의 다양한 동물원과 반려동물 정책은 이러한 고민의 흔적이다.

호주 브리즈번의 '론 파인 코알라 보호구역'

세계 최대의 코알라 보호구역인 론 파인 코알라 보호구역에는 130마리가 넘는 코알라와 에뮤, 왈라비, 캥거루 등 100여 종의 호주 야생 동물이 인간의 보살핌을 받으며 뛰논다. 창살 안쪽이 아닌, 너른 땅에서 유유자적 거닐거나 통통 뛰어다니는 동물들은 사람이 다가와도 좀처럼 겁을 내지 않는다. 카메라를 든 관광객이 살금살금 다가오거나 말거나 그저 시큰둥하지만 그 낯선 이의 손에 먹이가 들려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만약 이곳의 동물들과 함께 찍은 멋진 사진을 남길 요량이라면 동물들이 좋아하는 먹거리쯤은 관리인에게 물어보고 준비해 다가가는 게 좋다.
이곳의 마스코트인 코알라는 직접 안고 사진을 찍어볼 수도 있는데, 코알라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해 코알라의 근로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기 때문에 그들의 안위를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론 파인 코알라 보호구역에 있는 코알라

브리즈번에서 골드코스트 쪽으로 차로 약 1시간쯤 내려가면 닿는 커럼빈 야생 동물 공원은 호주에서만 사는 특이한 동물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곳.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진홍색 잉꼬와 무지갯빛 앵무새 등이 산다. 여기 사는 모든 동물은 직접 만져보고 먹이를 줄 수 있으나 먹이를 줄 때는 규정이 있으니 미리 알아두어야 한다.
이 공원은 규모가 270,000㎡에 이를 만큼 매우 넓기 때문에 보고 싶은 구역이나 하고 싶은 체험을 미리 정해 공원 내 미니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더불어 원주민 ‘에보리진’의 전통 춤을 배우는 시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자유롭게 뛰노는 동물들의 모습은 브리즈번 시내 곳곳에서도 발견된다. 브리즈번 전역에서 130여 곳의 반려견 놀이터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 반려견 놀이터에는 대부분 높은 울타리를 쳐 그 안에서 반려견들은 목줄 없이 마음껏 뛰고 다른 강아지 친구들과 장난을 친다. 어떤 놀이터에는 민첩하고 똑똑한 반려견을 위한 운동기구도 설치돼 있어 ‘우리 집 강아지의 취향’을 고려해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