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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의 숨 쉴 틈이 되다 _ 호찌민 (1)
2019.04.24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바쁘고 때론 고된 일상을 힘차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에너지는 각자 다양하겠지만 빼놓을 수 없는 건 짧은 여행이다. 만약 당신이 지금 재충전을 위한 주말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호찌민은 최고의 선택지 중 하나다.

아오자이에 논라를 쓴 사람들이 거니는 전통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호찌민에는 베트남의 오늘이 지닌 매력이 살아 숨 쉰다. 여기에 근교 메콩 델타에서 작은 나룻배에 몸을 싣고 메콩강의 정취까지 느껴본다면 화룡점정. 대한항공 창립과 함께 취항을 시작해 50년을 함께해온 호찌민에는 완벽한 주말, 2박 3일이 기다리고 있다.

DAY 01
여행의 시작은 동커이 거리

한국에서 약 5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호찌민 떤선녓 국제공항에 도착해 숙소까지 무사히 이동했다면 짐을 풀고 가벼운 마음으로 동커이 거리로 나서자. 첫날 일정의 시작은 19세기 말에 지은 노트르담 대성당과 중앙 우체국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에 고딕 양식이 더해진 대성당은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공수한 벽돌로 지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대성당 건너편에 자리한 중앙 우체국은 프랑스 식민지 시대 당시 총독부 부속 관저로 사용됐던 곳이다.

중앙 우체국의 내부. 호찌민 초상화를 중심으로 한 아치 형태의 구조는 프랑스 건축 양식을 따른다.
중앙 우체국. 호찌민 초상화를 중심으로 한 아치 형태의 구조는 프랑스 건축 양식을 따른 것이다. ⓒShutterstock_Richard Yoshida

파스텔 톤의 고풍스러운 우체국 내부를 지탱하는 아치형의 높은 천장은 건축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우편 업무를 하는 것은 물론 베트남을 기념할 수 있는 우표도 구입할 수 있는데, 인근 서점 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엽서를 구입한 뒤 우체국에 들러 친구나 가족에게 직접 쓴 엽서를 보내는 여행자가 여전히 많다.

대성당과 중앙 우체국을 둘러보았다면 호찌민 시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인민위원회(시청) 청사로 발길을 돌려보자. 건물은 역시 과거 프랑스에 의해 지어졌으며 현재는 시의 정치를 담당하는 기관의 청사로 사용되고 있다. 레몬색 벽면 위에 새긴 조각상과 기둥, 좌우 대칭으로 만든 회랑 등이 백미로 섬세하고 중후한 멋을 풍긴다.

식민지 시절 사이공 시청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현 인민위원회(시청) 청사.
식민지 시절 사이공 시청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현 인민위원회(시청) 청사. ⓒShutterstock_Tropical studio

허름한 아파트의 변신과 쌀국수, 베트남 커피

호찌민 동상을 따라 이어지는 응우옌후에 보행자 거리를 걷다 보면 호찌민 명물 아파트를 만날 수 있다. 1구 안에는 총 3곳의 독특한 아파트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42 응우옌후에 아파트’가 가장 유명하다. 지은 지 오래되어 허름하기 짝이 없는 낡은 아파트가 현재 호찌민 최고의 핫 플레이스로 등극한 데는 젊은 예술가와 사업가들의 힘이 컸다.

저녁 응우옌후에 아파트가 형형색색의 빛을 내고 있다. 상점과 카페 등으로 단장한 이 곳은 호찌민 시의 핫 플레이스다.
상점과 카페 등으로 단장한 응우옌후에 아파트는 호찌민 시의 핫 플레이스다. ⓒShutterstock_Elena Ermakova

통통 튀는 아이디어와 감각으로 무장한 이들이 낡은 아파트 내에 감각적인 상점과 카페, 레스토랑, 펍 등을 열어 호찌민 사람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아파트를 구경하다 보면 마치 보물찾기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든다. 베트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쌀국수와 커피가 아닐까. 최근에야 하노이 스타일의 북부식 쌀국수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삶은 숙주와 깔끔한 국물이 일품인 호찌민 스타일의 남부식 쌀국수가 인기였다. 한국에서 흔히 먹는 베트남 쌀국수도 호찌민 스타일의 남부식 쌀국수에 가깝다. 호찌민에는 쌀국수 성지로 통하는 곳이 수없이 많은데, ‘퍼 호아 파스퇴르’ ‘퍼 2000’ ‘퍼 24-동커이점’ ‘퍼 꾸인’ 등은 현지인들도 인정하는 맛집이다. 어디라도 좋으니 찾아가 본토의 맛을 느껴보자.

남부식 쌀국수에는 삶은 숙주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남부식 쌀국수에는 삶은 숙주가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식사 후에 찾아드는 나른함 그리고 3월의 호찌민의 무더위는 시원한 커피를 부르기 마련이다. 이럴 땐 진하고 달콤한 베트남 커피만 한 것이 없다. 베트남의 대표 커피 ‘카페쓰어다’는 로부스타 원두와 달콤한 연유로 만드는데, 특유의 진하고 달콤한 맛 때문에 중독성이 강한 커피다. 더위에 지쳤을 때 마시면 이보다 짜릿할 수 없다. 거리 어디에서나 간이 의자가 놓인 작은 카페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니 베트남 사람들처럼 작은 의자에 앉아 진한 카페쓰어다를 한 잔 즐겨보는 재미도 놓치지 말자.

핀에 내려 마시는 베트남 커피 ‘카페쓰어다’는 진하고 달아 중독성이 강하다.
핀에 내려 마시는 베트남 커피 ‘카페쓰어다’는 진하고 달아 중독성이 강하다.

알찬 볼거리로 가득한 호찌민 시내 관광

베트남 커피로 더위를 식히고 잠깐의 여유를 만끽했다면 이번엔 박물관을 둘러볼 차례. 꼭 가봐야 할 곳은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건물인 통일궁인데 현재는 박물관으로 일반인들에게 개방되고 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전쟁 당시 사용됐던 지하 통제실, 통신실, 작전 사령실 등이 있고 대통령 관저로 사용되던 당시의 공간들도 잘 보존돼 있어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마지막 코스는 현지인은 물론 여행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벤탄 재래시장으로 100년 넘는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곳이다. 벤탄 시장이 더 특별한 이유는 시장 주변으로 각종 먹거리와 구경거리가 즐비한 야시장이 열린다는 점이다. 야시장은 저녁 6시부터 시작되니 함께 구경하면 더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호찌민 최대 재래시장, 벤탄 시장 입구.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호찌민 최대 재래시장, 벤탄 시장 입구. ⓒShutterstock_Tropical studio

야시장 구경 후 저녁을 즐기고 싶다면 벤탄 시장 뒤쪽 투코아후언 거리로 가보자. 이 거리에는 늦은 시간까지 베트남 인기 요리와 술을 즐길 수 있는 벤탄 스트리트 푸드 마켓이 있다. 야외 좌석으로 원하는 요리를 가져다 먹을 수 있으며 주말 저녁이면 흥겨운 라이브 밴드의 공연도 열린다. 왁자지껄한 축제 분위기 속에서 호찌민의 첫날을 마무리하자. 

호찌민의 여행자 거리.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호찌민의 여행자 거리.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Shutterstock_vivanvu

글·사진 김낙현
여행 잡지의 에디터로 일했으며 뉴질랜드와 발리에서 오랜 기간 살기도 했다. 저서로 <저스트 고> 시리즈(베트남, 쿠알라룸푸르, 랑카위, 코타키나발루, 라오스)와 <발리&롬복 여행백서> 등이 있다.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호찌민 일 3회 매일 운항
※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 (https://www.koreanair.com)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