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알고 있던 오스트리아 비엔나는 잠시 잊어도 좋습니다. 여름의 비엔나는 오페라와 미술, 클래식 음악의 도시라는 익숙한 이미지를 벗고 한층 역동적인 얼굴을 드러냅니다. 6월 26일부터 28일까지 열리는 포뮬러 원(F1) 오스트리아 그랑프리가 여름의 시작을 알리고, 7월 3일부터 5일까지 이어지는 유럽 최대 규모의 무료 야외 음악 축제 도나우인젤페스트가 비엔나의 여름을 뜨겁게 달굽니다.
비엔나를 여러번 찾았던 사람조차 “내가 알던 그 비엔나가 맞나?”하고 새삼 놀라게 됩니다. 여름의 비엔나는 처음 찾는 이에게도, 다시 찾는 이에게도 낯설 만큼 새롭습니다.
장미가 가득한 벨베데레 궁전 정원과 여름 제철 과일이 가득한 시장, 그리고 무제움스쿼티어와 슈퍼센스까지. 미처 몰랐던 조금 색다른 비엔나로 하루 여행을 떠나봅니다.
08:00 A.M. ㅣ 나슈마르크트에서 맞이하는 비엔나의 아침
나슈마르크트(Naschmarkt)에서 활기차게 빈의 하루를 시작합니다. 16세기까지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전통 시장으로, 과일과 채소, 치즈, 향신료, 빵, 해산물은 물론 세계 각국의 식재료까지 없는 것이 없습니다. 특히 6~7월이면 체리와 살구, 베리류와 같은 여름 과일이 시장을 화사하게 물들이고, 120개가 넘는 상점과 음식점들이 길게 이어져 걷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아침 식사는 이른 시간부터 문을 여는 마켓(Market)을 추천합니다. 나슈마르크 한가운데 자리한 식당으로,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메뉴를 선보여 아침을 즐기기에 좋습니다. 주말이라면 나슈마르크트 델리(Naschmarkt Deli)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비엔나식부터 터키식, 비건, 연어 브렉퍼스트까지 스타일이 다양해 취향에 따라 고르는 재미가 있고, 지중해·오리엔탈풍 메뉴는 시장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잘 어울립니다.
식사 후에는 느긋하게 시장을 둘러봅니다. 형형색색의 향신료와 오리엔탈 식재료를 가득 쌓아올린 상점들, 숙성 치즈와 식초, 와인, 커피, 초콜릿을 파는 델리 숍들이 이어져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지역 농산물을 만날 수 있는 파머스 마켓도 열려 현지 사람들의 일상과 취향을 더욱 생생하게 엿볼 수 있습니다.
10:00 A.M. ㅣ 무제움스쿼티어
아침 식사를 마치고 무제움스쿼티어(MuseumsQuartier, MQ)로 발길을 옮깁니다. 18세기 초 합스부르크 제국의 궁정 마구간으로 조성된 이곳은 1725년 긴 바로크 파사드가 완성된 뒤, 대규모 재생을 거쳐 2001년 오늘의 문화지구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현재는 미술관, 전시장, 공연장, 카페, 서점, 광장이 어우러진 세계 최대급 문화·예술 복합지구 중 하나입니다. 비엔나가 과거의 유산을 오늘의 문화로 재해석하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에곤 실레와 구스타프 클림트 작품으로 유명한 레오폴트 미술관(Leopold Museum), 그리고 현대미술을 만날 수 있는 무목(mumok)도 이곳에 자리합니다.

여름의 무제움스쿼티어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오전의 햇살이 바로크 파사드를 타고 광장 안으로 스며들고, 전시를 보러 온 사람들과 산책하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뒤섞입니다. 특별한 일정 없이 커피 한 잔만 들고 그 흐름 속에 섞여보는 것만으로도 무제움스쿼티어를 충분히 느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2:30 P.M. ㅣ 슈퍼센스
2014년 플로리안 캅스가 문을 연 슈퍼센스(Supersense)는 비엔나 2구 프라터스튜라세의 19세기 말 베네치아풍 팔라초 건물 안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이곳은 카페나 숍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아날로그 감각을 오늘의 방식으로 되살려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는 공간이죠. 레코드 메뉴팩토리와 프린트숍, 리스닝 바, 스테이지, 레스토랑까지 한데 모여 있어, 빈의 장인정신과 창작자의 취향을 가장 잘 압축해서 보여주는 장소로 유명합니다.

눈 여겨볼 것은 레코드 메뉴팩토리(Record Manufactory)와 프린트숍, 그리고 음악을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는 리스닝 바입니다. 레코드 메뉴팩토리는 음반을 실제로 제작하는 작업 공간으로, 슈퍼센스에서는 레코드를 공장식으로 찍어내는 대신 전용 장비로 한 장씩 직접 커팅하는 아날로그 방식을 선보입니다.
점심 식사도 여기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슈퍼센스 건물 내부에 자리한 쿠치나 이타메시(CUCINA ITAMESHI)는 비엔나에서도 일본 스타일의 다이닝을 잘 구현하기로 유명한 모치(Mochi) 팀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입니다. 이탈리아와 일본 조리법을 접목한 ‘이타메시’ 콘셉트로, 익숙한 메뉴에 새로운 조합과 감각이 더해진 요리를 선보입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점심 영업을 하며, 쇼군 시저 샐러드와 우동 카치오 에 페페, 미소 블랙코드 같은 메뉴가 대표적입니다.
15:00 P.M. ㅣ 벨베데레 궁전의 여름
오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비엔나 역사 지구를 대표하는 벨베데레 궁전(Belvedere Palace)으로 향합니다. 여름의 벨베데레는 빈 사람들이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계절을 누리는 미술관이자 정원입니다. 18세기 초 사보이의 오이겐 공을 위해 건축가 요한 루카스 폰 힐데브란트가 설계했으며, 상궁과 하궁, 그리고 그 사이를 잇는 정원이 완벽한 축을 이루며 오스트리아 바로크 미학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6~7월에는 세 개의 테라스로 이어지는 정원이 대칭 화단과 계단, 조각상, 정교하게 다듬어진 생울타리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집니다. 상궁 앞 수반에 비친 궁전의 모습과 테라스를 따라 이어지는 정원의 축선도 인상적입니다. 상궁에서는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The Kiss>를 비롯한 ‘빈 1900’ 컬렉션을 만날 수 있습니다.
18:00 P.M. ㅣ 도나우인젤페스트
도나우인젤페스트(Donauinselfest)는 비엔나의 여름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84년 시작된 이 축제는 도나우 강의 인공섬 도나우인젤(Donauinsel)에서 열리는 대형 무료 야외 음악 축제입니다.
도나우인젤은 본래 홍수 방지를 위해 조성된 섬이지만, 지금은 수영과 산책, 자전거, 피크닉을 즐길 수 있는 비엔나 시민들의 대표적인 여가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열리는 도나우인젤페스트는 시민들이 여름을 가장 자유롭고 활기차게 누리는 방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유럽 최대 규모의 무료 오픈에어 페스티벌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1983년 해리 코피에츠가 도나우인젤을 시민들의 여가 공간으로 알리기 위해 연 봄 축제가 큰 호응을 얻으면서 이듬해 정식 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축제는 약 4.5㎞에 걸쳐 여러 무대와 테마 구역으로 펼쳐지고, 음악과 카바레, 가족 프로그램까지 이어지며 강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축제장처럼 움직입니다.

지금까지 팔코, 켈리 패밀리, 에이미 맥도널드, 션 폴, 마이클 볼튼 같은 이름들이 이 무대에 섰고, 올해는 7월 3일부터 5일까지 열릴 예정입니다. 해 질 무렵부터 현장에 머물며 강변 전체가 서서히 달아오르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이 축제의 진짜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