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의 한 해외 지점에 최근 불만의 이메일이 접수됐다.
대한항공 항공기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하늘을 지나며 화학 물질을 내뿜었다는 것. 메일 발신자는 실시간으로 항공기들의 이동 궤적을 보여주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의 이동 경로와 자신의 촬영 사진을 증거라며 메일에 첨부했다. 또한 자신은 화학 물질의 희생자이며, 이에 대한 성분 정보를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항공기가 만든 구름. 과연 화학 성분이 담긴 공해 물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메일 발신자의 주장은 과학적인 지식 부족에서 비롯된 오해에 불과하다.
항공기가 만들어내는 비행운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 비행운은 항공기가 만드는 구름
비행운(Contrail)은 항공기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생기는 구름을 말한다.
비행운이 주로 발생하는 곳은 항공기 엔진이다. 엔진에서 나오는 뜨거운 배기 가스(약 600℃ 내외)가 높은 항공의 차가운 공기(약 영하 40~50℃)와 만나면 물이 만들어진다. 이 물이 찬 공기에서 즉시 얼어버리면서 항공기 뒤쪽으로 긴 궤적의 비행운이 남게 된다.
비행운이 생성되기 위해서는 항공기가 운항하는 고도와 주변 온도가 맞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비행운은 고도 8,000m 이상, 주변의 대기 온도가 영하 40℃ 이하일 때 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착륙하는 항공기에서는 엔진이 만드는 비행운이 관찰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엔진 뿐 아니라 항공기 날개에서 비행운이 발생하기도 한다. 항공기는 양력(뜨는 힘)을 만들어내기 위해 날개를 위·아래 공기의 속도를 달리하도록 설계한다. 앞쪽에서 갈라졌던 두 공기가 날개의 끝부분에서 다시 만나면서 부분적으로 기압과 기온이 내려간다. 이로 인해 수증기가 얼게 되면서 비행운이 생성되는 것. 날개에서 만들어지는 비행운은 일반적으로 이륙 후 또는 착륙 전 낮은 고도에서, 주변 습도가 비교적 높을 때 발생한다.
◇ 비행운, 매연이 아니다!
비행운은 형성되는 고도의 온도와 습도에 따라 몇 분 동안 보이거나 또는 몇 시간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장시간에 걸쳐 넓게 퍼지는 비행운은 높은 하늘에서 생성되는 구름인 새털구름(권운)과 비슷하기도 하다.
항공기가 만드는 비행운은 연료를 연소시킬 때 나오는 가스가 아닌 주변의 찬 공기와 결합된 얼음 알갱이, 즉 구름이다. 자동차들이 내뿜는 매연과 같은 성분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항공기 엔진과 날개에서 만들어지는 구름은 연료를 연소시킨 후 나오는 가스와는 성분이 다르다. ‘비행운은 해로운 화학 물질’이라는 일각의 목소리는 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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