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가칼럼

[예술 그리고 도시] 웰링턴
2019.09.03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전 세계 미술 & 패션 아티스트들의 격전지, 웰링턴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은 4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크지 않은 도시지만 매년 가을이면 전 세계 미술과 패션 아티스트들의 영감과 열정으로 불꽃처럼 타오른다.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은 4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크지 않은 도시지만 매년 가을이면 전 세계 미술과 패션 아티스트들의 영감과 열정으로 불꽃처럼 타오른다.

예술 작품과 패션의 환상의 컬래버레이션, WOW!

30여 년 전, 뉴질랜드의 소도시 넬슨(Nelson)에 작은 갤러리 하나가 문을 열었다. 조각가 수지 몽크리프(Suzie Moncrieff)가 연 곳으로, 그녀는 수도 웰링턴(Wellington)에서 첫 전시를 열었다가 비싼 대관료에 부담을 느껴 작은 도시로 터를 옮긴 참이었다.

이제 막 문을 연 갤러리를 어떻게 알리면 좋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그녀는 한 가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 그것은 바로 “예술 작품을 벽에서 내리는 것’. 몽크리프는 작품을 벽에 거는 대신 사람에게 ‘입혔다’. 몽크리프의 아이디어에 끌린 예술인들이 작품을 옷처럼 입히는 기술을 십분 발휘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서 전시는 점점 더 화려하게 발전했다.훗날 전 세계 미술 & 패션 아티스트들의 격전지가 된 ‘월드 오브 웨어러블아트 어워즈(World of WearableArt Awards, WOW)’는 1987년 이렇게 시작됐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시 작품 수가 늘고 멋진 공연까지 등장하는 등 규모가 점차 커지자 주최 측은 2003년 행사 장소를 넬슨에서 수도 웰링턴으로 옮겼다. 그리하여 매년 9월에서 10월이면 전 세계의 창조적인 예술가들이 웰링턴으로 모인다.

2018년에 열린 WOW의 아오테아로아 섹션과 아방가르드 섹션 공연 모습
2018년에 열린 WOW의 아오테아로아 섹션과 아방가르드 섹션 공연 모습

WOW는 예술 작품 전시와 패션쇼를 섞어놓은 듯한 예술 공모전으로 발전했다. 특이한 소재로 만든 옷, 아니 작품의 범위는 패션, 미술, 조각, 건축 등 분야를 넘나든다. 어떤 모델은 미니어처 성을 입고, 또 다른 모델은 한지를 입는다. 전신에 물감을 뒤집어쓰고 금속으로 만든 옷을 입은 모델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금속 공예품이 된다.
예술을 입은 모델, 혹은 댄서들은 음악과 함께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무대에 선다. 그들의 움직임은 런웨이, 캣워크의 패션쇼 같기도 하고 현대 무용 같기도, 어찌 보면 오페라 같기도 하다.

2018 WOW의 주요 수상작들
2018 WOW의 주요 수상작들

주최 측은 매년 쇼를 구성할 섹션을 공지하며 디자이너들은 이를 자기만의 영감으로 해석해 작품을 내놓는다. 올해 열리는 쇼의 섹션은 여섯 가지다. 뉴질랜드 전통을 드러내는 ‘아오테아로아(Aotearoa, 뉴질랜드를 뜻하는 마오리어)’, ‘아방가르드’, ‘오픈(Open)’, ‘신화’, ‘변환’, ‘흰색’.
예술가들이 사전에 제출한 작품은 세 차례의 비공개 심사를 거친다. 그리고 행사 첫날에 열리는 ‘오프닝 나이트’에서 올해의 우승자가 발표되고, 이후 WOW가 주목한 예술가들의 작품이 행사 마지막 날까지 연일 무대에 오른다. 관람객 수도 어마어마하다. 올해 쇼는 6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 WOW의 주요 수상작들
2018 WOW의 주요 수상작들

쇼와 쇼 사이 시티 투어를 떠난다면

WOW 관람객들은 여러 날, 여러 쇼의 티켓을 끊어놓고 잠시 고민할지 모른다. ‘쇼와 쇼 사이 남는 시간엔 뭘 하지?’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웰링턴은 까다로운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는 갖가지 볼거리를 내놓는다.

웰링턴을 대표하는 명물인 빨간 케이블카를 타면 식물원 등 관광 명소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웰링턴을 대표하는 명물인 빨간 케이블카를 타면 식물원 등 관광 명소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웰링턴을 대표하는 명물인 빨간 케이블카를 타면 식물원 등 관광 명소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짧고 굵게 즐길 만한 것으로는 웰링턴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빨간 케이블카가 있다. 이름과 달리 작은 기차를 닮은 이 아담한 탈것은 여행자를 지상에서 높은 언덕까지 데려다준다. 정상에서는 시내와 바다가 어우러진 경치를 감상하고 웰링턴의 주요 관광지인 식물원과 케이블카 박물관, 카터 천문대 등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뉴질랜드의 수도에 위치한 박물관답게 뉴질랜드에 관한 가장 많은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테 파파 통가레와의 전시품과 웨타 케이브에 전시된 <반지의 제왕>의 골룸 조형물
뉴질랜드의 수도에 위치한 박물관답게 뉴질랜드에 관한 가장 많은 자료를 소장하고 있는 테 파파 통가레와의 전시품과 웨타 케이브에 전시된 <반지의 제왕>의 골룸 조형물

문화 관광지로 잘 알려진 웰링턴답게 이 도시에는 굵직굵직한 박물관과 전시관이 다수 포진해 있다. 국보급 전시물을 자랑하는 뉴질랜드 국립 박물관 테 파파 통가레와(Te Papa Tongarewa), 웰링턴 시의 문화사를 한눈에 조감할 수 있는 웰링턴 시티 해양 박물관,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 3부작의 특수 효과를 담당해 유명해진 웨타 워크숍의 전시관 웨타 케이브(Weta Cave)까지, 박물관도 가지각색이다. 그 외에도 이색적인 소규모 박물관이 여럿이라 무대 밖의 거리에서도 예술에 흠뻑 취하게 된다.

그러다가 출출해지면 도심 한복판에 있는 해나스 레인웨이(Hannahs Laneway)에서 현지의 맛을 즐겨도 좋겠다. 유명한 베이커리와 크래프트 양조장, 웰링턴 초콜릿 팩토리와 다양한 레스토랑이 있는 이곳은 미식가들의 천국. 게다가 웰링턴은 CNN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커피 도시 8곳 중 하나다. 커피 선택의 폭이 넓은 데다 원두의 맛과 향도 훌륭하다. 이곳에선 맛없는 커피를 찾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tip
올해의 WOW는 9월 26일부터 10월 13일까지 웰링턴의 TSB 뱅크 아레나에서 열린다. 날짜별 쇼 내용과 티켓 관련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ㅇ 홈페이지: www.worldofwearableart.com

글_ 강미아
여행만큼 여행 책을 좋아하는 글쟁이. 여행을 다녀온 모든 곳이 좋았지만 실은 언제든, 어디로 가든 이륙하는 비행기 안이 제일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 ~ 오클랜드 주 5회 직항 운항

※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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