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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재발견] Smooth like BUTTER_ 버터
2025.03.04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일상의 재발견 버터

‘건강의 적’으로 여겨졌던 버터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버터의 르네상스가 도래한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버터의 영양항적 가치가 새롭게 재조명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버터의 주요 성분인 포화지방이 건강에 해로운 ‘나쁜 지방’이 아니며, 오히려 적절한 양의 포화지방 섭취는 호르몬 균형과 지용성 비타민 흡수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죠. 또한 양질의 초지에서 자란 소들의 우유로 만든 천연 버터에는 비타민 A, D, E, K2와 같은 필수 영양소가 풍부하며, 오메가-3 지방산도 포함되어 있어 염증을 줄이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 섭취를 늘리는 케토 다이어트(Keto Diet)와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의 대중화입니다. 버터에 함유된 양질의 지방이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과식을 막고, 안정적인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착한 지방’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 중이죠. 블랙 커피에 무염 버터를 넣어 만드는 방탄 커피(Bulletproof Coffee)도 여기서 파생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블랙 커피에 무염 버터를 넣어 만드는 방탄 커피
블랙 커피에 무염 버터를 넣어 만드는 방탄 커피

방탄 커피는 미국의 억만장자 기업가 데이브 아스프리(Dave Asprey)가 티베트 여행 중 맛본 전통 야크 버터 차에서 영감을 받아 레시피를 개발했다고 하죠. 국내에서는 수유차라고도 불리는 야크 버터 차(티베트어로는 스챠)는 버터와 소금, 야크의 우유를 넣고 같이 갈아서 만드는 티베트 전통 차입니다. 티베트 사람들은 한 해에 야크 버터 차를 500잔에서 1,000잔 이상 마실 만큼 즐긴다고 하네요.

고지방 다이어트 식단으로 인기가 높은 사과와 땅콩 버터 조합
고지방 다이어트 식단으로 인기가 높은 사과와 땅콩 버터 조합

최근 아침 식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사과와 땅콩 버터 조합의 식단도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의 하나입니다.

버터가 왜 다시 사랑받고 있는지 납득할 수 있는 요모조모를 맛있게 파헤쳐보겠습니다. 버터에 얽힌 각국의 문화와 역사를 비롯해 베이커리, 각종 요리 등 다양하게 활용되는 버터의 드넓은 세계를 재미있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버터의 기원과 역사
바이킹들이 사랑한 버터

언제부터 버터를 먹기 시작했을까요? 버터의 기원은 인류가 목축을 시작한 기원전 8,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목민들이 소와 양에서 짠 우유를 가죽 주머니에 담아 이동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버터가 만들어졌고, 이들을 통해 세계 각지로 전파되었다고 전해집니다.

18 버터

9~10세기경 북유럽 바이킹들에게 버터는 금과 같은 가치를 지닌 귀중품이나 교역품으로 여겨졌습니다. 심지어 당시 세금을 버터로 납부하기도 했다고 하네요. 아마도 ‘추운 기후 덕분에 버터가 오래 보관될 수 있어서 중요한 식재료로 자리잡지 않았을까’라고 역사학자들은 추측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16세기부터 고급 버터 생산지로 명성이 높았습니다. 최고급 버터로 유명한 노르망디 지역 버터는 당시에도 최고로 손꼽혔다고 합니다. 영국에서는 산업혁명 시대인 1879년, 분리기의 발명으로 크림을 우유에서 보다 쉽게 분리하여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며 버터를 빵에 발라먹는 식문화가 대중화되었습니다.

한편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 벽화나 기원전 2,000년경 이집트 벽화에도 버터 제조 과정이 묘사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고, 고대 인도 기록물 속에서도 버터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는 버터가 신에게 바치는 신성한 제물이었고 때로는 피부 보호제로 사용되었으며, 인도에서는 기원전 1,500년경부터 힌두교에서 기(Ghee)라는 정제 버터를 신성한 음식으로 여기고 종교 의식에 사용했다고 합니다. 클래리파이드 버터의 일종인 기 버터는 지금도 인도 요리에서 빠지지 않고 사용되고 있습니다.

버터라고 다 똑같지는 않아요!

제조법과 재료에 따라 다양한 버터들

프랑스 버터, 뉴질랜드 버터, 덴마크 버터 등 마트의 진열장에서는 선택장애가 올 만큼 수많은 버터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무염 버터, 가염 버터가 기본이지만 생산 방식과 지역 그리고 요리에 따라 발효 버터, 허브나 마늘을 첨가한 컴파운드 버터, 휘핑 버터, 유기농 버터 등 종류가 정말 많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버터와 마가린을 혼동하기도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하지만 둘은 이란성 쌍둥이처럼 다릅니다. 버터는 단순합니다. 신선한 우유나 크림을 저온에서 휘저어 만든 천연 식품으로 고소하고 깊은 맛을 냅니다. 반면 마가린은 식물성 기름을 고체로 만들기 위해 가수분해 공정을 거쳐 만드는 인공 식품입니다. 버터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상온보관이 용이하지만 트랜스지방과 인공 첨가물이 많아, 자연스럽고 건강한 식단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죠. 무엇보다 요리의 풍미를 살리는 데 있어 버터의 향과 고소함, 깊은 맛은 마가린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떤 버터들이 있는지 살펴볼까요? 무염 버터는 소금이 첨가되지 않아 재료의 본연의 맛을 살려주기 때문에 베이킹, 디저트 등에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반면 가염 버터는 소금이 첨가된 버터로, 보존 기간이 길고 풍미가 강한 것이 특징이기에 빵에 발라 먹거나 소스를 만들 때 주로 사용됩니다.
발효 버터는 유럽에서 인기 있는 버터인데, 일반 버터보다 더 깊고 풍부한 맛을 내며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유산균이 더해져 감칠맛과 부드러운 산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발효 버터로는 프랑스 에쉬레 버터(Échiré Butter)가 있습니다. 일반 버터보다 약 5배는 더 비싸지만 죽기 전에 꼭 한 번 먹어봐야 한다는 에쉬레 버터는 프랑스 샤렌트의 바닷가 근처에서 자란 소들의 우유로만 생산되며, 크리스탈 같은 소금 결정이 특징입니다.

15 자연에서 풀을 먹고 자란 소의 우유로 만든 그라스페드 버터 2
자연에서 풀을 먹고 자란 소의 우유로 만든 그래스페드 버터

이 밖에 일반적인 곡물 사료를 먹고 자란 소와 달리, 풀만 먹고 자란 소의 우유로 만드는 그래스페드 버터(Grass-Fed Butter)와 물과 유청을 제거하고 순수한 지방만 남겨 프라이팬 요리나 볶음 요리에 사용되는 클래리파이드 버터(Clarified Butter), 부드럽고 가벼운 질감 때문에 테이블 버터로 주로 사용되는 휘핑 버터 등이 있습니다.

고지방 다이어트로 인기가 높은 땅콩 버터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땅콩 버터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땅콩 버터는 고소하고 달콤한 중독성 때문인지 아침 식사, 에너지바, 쿠키, 심지어 스무디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땅콩 버터는 환자들을 위한 영양식으로 개발되었습니다. 1890년대 미국 의사 존 하비 켈로그(John Harvey Kellogg)가 치아 문제가 있는 환자들을 위해 땅콩을 갈아 스프레드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땅콩 버터의 시초였습니다. 이 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인들의 식량으로 보급되며 인기를 얻었고, 점차 미국 가정에서 필수적인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버터로 해장하는 그리스 사람들

프랑스의 1인당 연간 버터 소비량은 무려 8㎏입니다. 세계 평균의 4배가 넘을 정도로 프랑스인들의 버터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죠. 수많은 요리와 크루아상, 페이스트리와 같은 베이커리, 소스 등 거의 모든 음식에 사용하기 때문에 버터는 프랑스 요리를 풍성하게 만드는 근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 다음으로 버터 소비량이 높은 나라들로는 덴마크와 스웨덴, 아일랜드, 미국 등이 있습니다. 과거 버터를 금처럼 소중히 여겼던 바이킹의 후예답게 덴마크와 스웨덴에는 전통적으로 버터를 사용한 빵과 디저트가 많습니다.

 아일랜드 코크의 버터 박물관
아일랜드 코크의 버터 박물관

아일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코크(Cork)에는 177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운영된 코크 버터 거래소(Cork Butter Exchange)의 역사를 보존하고 있는 버터 박물관(The Butter Museum)이 있습니다. 코크는 19세기 세계 최대의 버터 수출 도시로 불렸을 정도로 아일랜드 버터 무역의 중심지였는데, 이 박물관은 그 유산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버터박물관에서 설명하고 있는 사람
버터박물관에 전시된 버터

당시 코크의 버터는 유럽 전역뿐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까지 수출되었습니다. 박물관에서는 과거 아일랜드 농부들이 수제 버터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며, 버터를 저장하고 보존하는 전통 기술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과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아일랜드의 유명 버터 브랜드 케리골드(Kerrygold)의 성공 스토리도 다루고 있고, 수백 년 된 보그 버터(bog butter)도 전시하고 있어 아일랜드를 방문할 때 들러보기를 추천합니다.
보그 버터는 습지(bog)에 묻어 보존된 고대 버터인데, 수백 년 동안 자연적으로 보존된 상태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아일랜드의 고대 보존 기술과 음식 문화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유물입니다.

그리스 사람들이 숙취 해소를 위해 즐겨 먹는 아브골레모노 수프
그리스 사람들이 숙취 해소를 위해 즐겨 먹는 아브골레모노 수프

그리스에는 해장을 위해 즐겨 먹는 아브골레모노 수프(Avegolemono Soup)가 있습니다. 버터를 활용한 음식으로 지방과 탄수화물이 풍부해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이 수프의 핵심은 버터와 레몬의 조합입니다. 지방이 풍부한 버터가 위를 보호하고, 레몬의 산미가 입맛을 돋우며 간 기능 회복을 도와줍니다. 두 가지의 조합이 숙취로 인해 느끼는 속 쓰림을 완화하고, 몸이 더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오도록 돕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그리스의 젊은 사람들은 해장으로 버터를 바른 토스트와 달걀 프라이를 즐겨 먹는데, 그래스페드 버터를 사용하면 고소한 맛이 더해지고 숙취 회복 효과도 볼 수 있답니다.

미국은 땅콩 버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입니다. 아무래도 땅콩 버터가 처음 만들어졌기 때문일까요? 피넛 버터 컵 같은 디저트는 물론이고, 스무디나 쿠키 등 다양한 요리에 땅콩 버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아이오와주 박람회
매년 여름 아이오와 주 박람회에서 전시되는 버터 카우 조각품

한편 미국 최대 규모 박람회 중 하나인 아이오와 주 박람회(Iowa State Fair)에서는 1911년부터 110년 이상 이어지는 전통으로 거대한 버터 카우(Butter Cow) 조각품을 전시해오고 있습니다. 매년 여름 전시되는 버터 카우 조각은 약 600파운드(270㎏) 무게의 아이오와산 버터를 사용해 만들어져 관광객들에게 큰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아이오와는 미국 중서부의 대표적인 농업 주입니다. 옥수수, 대두, 소, 돼지뿐만 아니라 낙농업도 발달했는데, 많은 농장에서 젖소를 키우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버터 생산량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버터는 지금도 진화 중

버터는 인류의 유목, 낙농 시대와 맞물려 자연스럽게 고대와 중세, 근대를 거쳐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식재료로 자리 잡아왔습니다. 그리고 유기농 버터에서 허브 버터 등 새로운 형태의 버터가 계속해서 등장하며 지금도 진화 중입니다. 물론 버터의 따뜻하고 포근한 맛의 매력과 식탁에서 가장 오래된 동반자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겠지만요.

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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