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대를 불문하고 건강하게 나이 들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매체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키워드, ‘저속 노화(Slow Aging)’.
노화를 늦추는 생활 습관을 뜻하는 저속 노화의 핵심은 “무엇을 먹느냐”, 바로 식단입니다. 저속 노화 식단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식재료 중 하나가 올리브 오일이죠.
2013년 분자영양학 저널(Journal of Molecular Nutrition & Food Research)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공복에 올리브 오일을 매일 섭취하면 단일불포화지방산이 보다 효율적으로 흡수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올리브 오일은 강력한 항산화제인 폴리페놀과 비타민 E를 함유하고 있어 노화 과정을 늦추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노화를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만성 염증인데, 올리브 오일의 올레오칸탈(oleocanthal)이 염증을 억제해주는 항염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채소, 견과류, 생선 등으로 구성된 지중해 식단에 올리브 오일을 함께 섭취하면 심장병, 뇌졸중, 인지 저하 위험도 감소한다고 합니다. 단, 올리브 오일은 1테이블스푼(약 15㎖)에 120㎉이기 때문에 칼로리가 꽤 높습니다. 그래서 과도한 섭취는 조심해야 합니다.
올리브 오일의 기원과 역사
올리브 오일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식용유입니다. 성경에도 올리브 오일(히브리어로 ‘쉐멘’, 그리스어로 ‘엘라이온’)에 대한 언급이 많습니다. 구약성경과 신약성경 전반에 걸쳐 풍요와 축복의 상징이자 일상 생활과 종교 의식에 사용되는 중요한 재료로 등장합니다.

기원전 약 6,000년 현재의 이스라엘·레바논·시리아에 해당하는 동지중해 지역에서 올리브 나무 재배가 처음 시작되었고, 기원전 3,000년 무렵 크레타 섬에서 체계적인 생산이 이루어졌습니다. 로마 제국은 올리브 오일 생산을 산업화시켰고, 스페인(바에티카), 북아프리카(튀니지), 이탈리아에서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올리브 나무를 신성하게 여겨 올림픽 우승자에게 올리브 화관을 수여했고, 로마인들은 이를 ‘액체 황금’이라 부르며 조리, 의약, 조명, 목욕, 종교 의식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했습니다. 이후 16세기 스페인 선교사들에 의해 올리브 나무는 캘리포니아로 전해졌고, 오늘날 미국의 올리브 산업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리브 오일, 다 같은 게 아니다
지중해 연안은 세계 올리브 오일 생산의 중심지로, 스페인은 전체 생산량의 약 45%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국입니다. 특히 안달루시아 지방은 끝없이 펼쳐진 올리브 과수원 덕분에 ‘올리브의 바다’라 불릴 정도죠. 이탈리아는 프리미엄 품질로 꼽히는 생산지이고, 토스카나·움브리아·리구리아 등의 프리미엄 엑스트라 버진 오일이 유명합니다. 푸글리아 지방의 2,000년 넘는 올리브 나무는 여전히 열매를 맺는다고 하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올리브 나무는 크레타 섬에 있는 3,000~5,000년 된 나무로 추청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프로투갈, 튀니지, 모로코, 튀르키예 등의 지역에서도 올리브 오일 생산이 활발한 편이며, 최근에는 호주·칠레·아르헨티나·남아공·미국(캘리포니아) 등에서도 꽤 괜찮은 품질의 올리브 오일이 생산된다고 합니다.

올리브 오일이라고 다 같지 않다는 점도 알고 계실 겁니다. 올리브 오일 병 라벨에서 “엑스트라 버진”이나 “퓨어”라는 단어를 보신 적이 있으실 거에요. 이 용어들이 올리브 오일의 품질 등급을 의미합니다.
국제올리브위원회(IOC, International Olive Council)와 EU는 품질과 용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추출 방법, 품질, 생산 방식, 산도, 풍미 등을 기준으로 올리브 오일을 등급화해 아래와 같이 분류하고 있습니다.
ㅇ 엑스트라 버진 (Extra Virgin Olive Oil): 최고 품질. 기계적 방법으로만 추출, 산도 0.8% 이하. 풍미 뛰어남
ㅇ 버진 (Virgin Olive Oil): 엑스트라 버진과 마찬가지로 기계적 방법으로 추출되지만, 산도 2% 이하로 엑스트라 버진보다는 품질이 다소 떨어짐
ㅇ 퓨어 또는 일반 (Pure/ Regular Olive Oil): 정제유와 버진유 혼합. 열과 화학 처리를 거쳐 풍미는 줄고 가격은 낮음
ㅇ 라이트 (Light Olive Oil): ‘라이트’는 칼로리가 낮다는 의미가 아니라 맛과 색이 연함을 의미함. 풍미가 가볍다는 의미
ㅇ 포마스 (Pomace Olive Oil): 남은 찌꺼기에서 화학적으로 추출한 최저 등급 오일. 식용으로는 가장 낮은 품질이지만 상대적으로 저렴
세계인이 사랑하는 오일, 올리브 오일
국가별 식문화에 따라 올리브 오일을 활용하는 방식도 달라집니다. 즉, 올리브 오일 활용법을 보면 각 나라별 식문화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잘 드러나죠.
그리스는 1인당 올리브 오일 소비량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연평균 24ℓ를 소비한다고 하니, 이탈리아(13ℓ)와 스페인(10ℓ)보다 훨씬 많은 양입니다. 그리스에서는 거의 모든 요리에 올리브 오일을 사용합니다. 대표 요리는 그리스 샐러드로, 오이·토마토·피망·양파·페타 치즈 위에 엑스트라 버진 오일을 듬뿍 뿌려 먹습니다. 전통 빵 피타(Pita) 반죽에도 오일이 들어가며, 오일과 레몬즙을 섞은 드레싱 라돌레모노(Ladolemono)에도 자주 사용됩니다.

이탈리아는 올리브 오일을 활용해 풍미가 깊은 요리들을 만듭니다. 빵에 올리브 오일을 뿌리고 토마토, 마늘, 바질을 올린 브루스케타(Bruschetta), 올리브 오일로 반죽해서 고소한 토스카나 전통 빵 스키아차타(Schiacciata), 그리고 올리브 오일로 숙성한 토스카나의 피노키오나 살라미(Finocchiona Salami)가 대표적입니다.

세계 최대 올리브 오일 생산국 스페인에서는 토마토, 오이, 피망, 마늘 등의 채소를 갈아 올리브 오일을 더한 차가운 수프 가스파초(Gazpacho), 감자와 계란으로 만든 스페인식 오믈렛 토르티야 에스파뇰라(Tortilla Española), 구운 빵에 토마토와 올리브 오일을 뿌린 판 콘 토마테(Pan con tomate) 등을 만들어 먹습니다.
한편 올리브 오일 수확을 기념하는 축제들도 많습니다.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심장부, 코르도바(Córdoba) 지방에 자리한 그림 같은 바에나(Baena)는 ‘스페인의 올리브 수도’로 불릴 만큼 올리브 오일의 메카입니다. 스페인 올리브 오일 생산의 75%를 차지하는 안달루시아의 자부심이죠. 이 지역의 오일은 로마 제국 시절부터 4백만 갤런 이상 수출할 정도로 높은 품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매년 11월 바에나에서는 올리브 수확을 기념하는 올리브 앤 올리브 오일 축제(Olive and Olive Oil Festival)가 3일간 열립니다. 축제에서는 올리브 오일 시음회, 플라멩코 공연, 요리 경연대회, 전통 타파스 투어(Ruta de la Tapa)가 펼쳐집니다. 축제의 백미라할 수 있는 타파스 투어에서는 지역 레스토랑들이 올리브 오일을 활용한 미니 메뉴를 선보이며, 모든 장소를 방문한 방문객에게는 올리브 오일과 식사권이 상으로 주어집니다.
그리스에서는 범그리스적 축제, 판헬레닉 올리브 오일 및 올리브 축제(Panhellenic Olive Oil and Olive Festival)가 열립니다. 그리스 전역을 의미하는’Panhellenic’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리스 전국의 모든 올리브 오일과 올리브 관련 산업을 아우르는 행사입니다. 2006년 아테네에서 첫 시작된 이래 그리스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개최되어 왔는데, 10회차를 맞이한 올해는 칼라마타에서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열렸습니다.

칼라마타는 펠로폰네소스 반도 메시니아 지역의 아름다운 해안 도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칼라마타 올리브의 발상지입니다. 칼라마타 올리브는 짙은 보라색과 고소한 식감으로 ‘테이블 올리브의 여왕’이라 불릴 만큼 세계적인 올리브죠.
올해 축제에서는 올리브와 관련된 컨퍼런스와 포럼 등 다양한 학술 행사도 함께 진행되었는데, 특히 버진 올리브 오일을 활용한 유명 셰프들의 특별 요리를 맛볼 수 있었던 미식 포럼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한 최신 올리브 오일 생산 기계와 수확 도구 등 올리브 재배에 필요한 장비들을 선보이는 전시회도 함께 열려, 그리스뿐 아니라 전 세계 올리브 오일 전문가들과 관계자들이 참가하는 비즈니스 네트워킹도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이 밖에 이탈리아 올리브 오일 생산의 약 10%를 차지하는 토스카나 지역에서도 올리브 오일 축제(Festa dell’Olivo)가 열립니다. 매년 10월 말에서 11월 초, 올리브 수확 시즌에 맞춰 시에나, 루카, 산 조반니 등 마을마다 독특한 이름과 스타일로 진행됩니다.
페스타 델 올리보는 토스카나의 올리브 문화를 대표하는 축제를 뜻합니다. 방문객들은 올리브 농장에서 직접 올리브를 따보거나, 갓 짜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을 시음할 수 있으며,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트랙터 퍼레이드와 토스카나 셰프들의 올리브 오일 요리 시연도 볼 수 있습니다. 라이브 음악과 포크댄스는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올려줍니다.

한편 토스카나 지역 피렌체 근처의 빈치와 키안티에서는 신선한 올리브 오일 ‘올리오 누오보’를 기념하는 페스타 델 올리오 누오보(Festa dell’Olio Nouovo)가 열립니다. 갓 짜낸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의 생생한 풍미를 축하하는 축제입니다. 방문객들은 갓 압착한 올리오 누오보를 시음하거나, 일부 오일 공장에서 진행되는 올리브 오일 비누와 크림을 직접 만들어보는 워크숍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올리오 누오보’는 수확 직후 24~48시간 내 압착한 신선한 오일을 뜻하는데, 강렬한 초록빛과 매콤한 맛이 특징입니다.
올리브 오일, 일상을 풍요롭게

수천 년 동안 우리의 삶에 깊이 자리하며, 건강과 문화를 연결하는 가교이자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 올리브 오일. 매일 아침 작은 한 스푼의 올리브 오일로 저속 노화 열풍에 동참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