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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재발견] 왕과 셀럽이 사랑한 토마토_ TOMATO
2025.09.18 링크주소 복사 버튼 이미지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톡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드인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인쇄하기 버튼 이미지
일상의 재발견 토마토 TOMATO

한 입 베어 물면 새콤달콤한 즙이 입안 가득 퍼지는 토마토. 샐러드, 스파게티, 피자 소스, 주스, 수프, 잼까지- 세계 어느 나라 식탁에도 빠지지 않습니다.

토마토는 역사 속 지도자들의 식탁에서도 특별했습니다. 루이 14세는 프랑스 궁정 요리에 이른바 ‘신대륙 채소’들을 사용하도록 명했는데, 그 중에는 토마토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주로 장식용이었지만, 루이 14세의 궁정에서 재배되며 유럽 상류층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탈리아 나폴리 왕가는 18세기 후반 토마토를 본격적으로 요리에 활용해 오늘날 피자와 파스타 소스 문화의 초석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 역시 토마토 애호가로 유명했습니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는 토마토가 독극물이라는 인식이 남아 있었습니다. 토마토가 독성이 강한 벨라돈나, 맨드레이크와 같은 가지과(Solanaceae) 식물에 속한다는 점 때문이었죠. 게다가 산성이 강한 토마토를 납이 함유된 식기에 담아 먹으면서 실제 중독 사고가 보고되기도 해 오해가 깊어졌습니다. 그러나 제퍼슨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몬티첼로 저택 정원에서 토마토를 직접 재배하며 손님들에게 대접하곤 했습니다.

토마토 사랑은 셀럽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배우 오드리 헵번은 로마 교외 자택 정원에서 직접 토마토를 길러 유기농 파스타를 만들었고, 가수 엘튼 존은 투어 식단에 토마토 수프와 샐러드를 고집한다고 합니다. 아티스트이자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의 부인 요코 오노는 “토마토와 오이, 밥만 있으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다”고 말할 만큼 토마토를 아꼈습니다.

하지만 정작 토마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토마토와 관련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준비했습니다. 토마토의 새로운 매력을 함께 발견해볼까요?

토마토

식물학적으로 토마토는 과일입니다. 씨앗이 과육 안에 들어 있는 구조 때문이죠. 하지만 요리에서는 채소로 분류됩니다. 감칠맛과 산미가 강해 단맛 위주의 과일과는 다른 방식으로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흥미롭게도 1893년 미국 대법원에서는 관세 문제로 토마토의 정체성을 두고 실제 법정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채소에는 관세가 부과됐지만 과일에는 없었기 때문이죠. 결국 “요리에서 주로 채소로 쓰인다”는 이유로, 관세상 채소로 최종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토마토가 과일인지 채소인지는 여전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토마토는 모두 빨갛다?

토마토는 햇빛을 머금은 듯한 선명한 붉은 빛 덕분에 ‘붉은 태양’이라 불립니다. 고향은 남아메리카 안데스 지역, 오늘날의 페루와 에콰도르입니다. 기원전 500년 경부터 이곳 원주민들은 야생 토마토를 식용으로 이용했고, 이후 멕시코의 아즈텍 문명에서 본격적으로 재배가 시작되었습니다.

‘시토마틀(xitomatl)’이라 불리던 토마토는 16세기 중엽,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유럽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관상용으로만 재배되었어요. 화려한 붉은 색 때문에 독성이 있을 것이라 의심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당시 귀족들이 사용하던 납이 포함된 주석 식기와 토마토의 산성이 화학 반응을 일으켜 납 중독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토마토는 독이 있다’는 오해가 무려 200년 가까이 지속되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지중해 지역의 서민들이 토마토를 요리에 활용하기 시작했고, 점차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오늘날 이탈리아 요리를 상징하는 파스타, 피자, 카프레제 등은 이제 토마토 없이 상상할 수 없게 되었죠.

여러가지 색깔의 토마토

토마토는 비교적 온화한 기후를 좋아하며,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햇빛이 필수입니다. 그래서 스페인 안달루시아, 이탈리아 남부, 캘리포니아, 남미 안데스, 터키, 인도, 중국, 일본 등 세계 곳곳의 따뜻한 지역에서 잘 자랍니다. 현재 세계 최대 토마토 생산국은 중국입니다. 전 세계 토마토 생산량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죠. 그 다음으로는 터키, 미국, 이집트, 인도 순입니다. 우리나라도 비닐하우스 재배 기술의 발달로 사계절 토마토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토마토의 세계는 예상 외로 거대합니다. 품종만 해도 세계적으로 수천 가지가 존재합니다. 라이코펜이 풍부해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자랑하는 빨간 토마토, 달콤하고 산미가 적어 샐러드용으로 인기가 많은 노란 토마토, 그리고 보라색, 검은색 등 색깔도 다양합니다. 크기는 손톱만 한 마이크로 토마토부터 손바닥만 한 비프스테이크 토마토까지, 맛도 달콤한 것부터 감칠맛이 강한 것까지 다양합니다.

건강과 맛, 모두 잡은 식탁 위 슈퍼푸드

토마토는 맛과 영양, 두 가지 매력을 모두 갖춘 작은 슈퍼푸드입니다. 가장 주목할 성분은 토마토의 붉은 빛을 만들어내는 라이코펜(Lycopene)입니다.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라이코펜은 심혈관 질환과 전립선암 예방에 도움을 주며, 특히 익혀 먹을 때 체내 흡수율이 2~3배 높아집니다. 그 때문에 생토마토보다 파스타 소스나 수프로 섭취하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토마토

토마토는 비타민C가 풍부해 면역력을 높이고 콜라겐 합성을 촉진하여 피부 건강과 상처 회복에 도움을 줍니다. 이 외에도 칼륨, 베타카로틴, 엽산, 식이섬유 등 몸에 이로운 성분이 가득합니다. 무심코 버리는 토마토 껍질과 씨앗에도 클로로겐산과 퀘르세틴 같은 강력한 피토케미컬이 들어있어,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 손상을 줄이고 염증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껍질째 먹는 편이 좋습니다.

맛있는 토마토를 고르려면 꼭지가 신선하고 전체적으로 단단하며 색이 고르게 든 것을 선택하면 됩니다. 향이 진할수록 맛도 뛰어납니다. 완전히 익은 토마토는 실온에서 2~3일, 냉장고에서 약 1주일 정도 보관할 수 있지만, 냉장 보관 시 맛과 향이 떨어질 수 있으니 가능하면 실온에 두는 것을 권장합니다. 단, 토마토는 산도가 강하므로 위장이 약한 분은 과다 섭취를 피하고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세계의 토마토 요리

토마토는 채소처럼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기 때문에, 토마토가 들어간 음식은 세계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토마토를 주재료로 한 특별하고 개성 있는 요리들을 소개합니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미국 남부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Fried Green Tomatoes)는 덜 익은 초록 토마토를 두껍게 썰어 소금으로 수분과 쓴 맛을 살짝 빼낸 뒤, 옥수수 가루나 옥수수 빵가루를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 요리입니다. 바삭한 겉면과 촉촉한 속, 그리고 은은한 산미가 어우러져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원래는 남부 농가에서 남은 초록 토마토를 활용하기 위해 만든 가정식이었으나, 1992년 영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의 흥행을 계기로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오늘날에는 미국 남부 레스토랑 메뉴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바비큐나 샌드위치의 곁들임으로도 인기가 많습니다.

가스파초

가스파초(Gazpacho)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유래한 차가운 토마토 수프로, 뜨거운 여름에 특히 잘 어울립니다. 잘 익은 토마토에 올리브 오일, 오이, 피망, 마늘, 식초 등을 넣고 곱게 갈아 차갑게 보관한 뒤, 빵 조각이나 허브를 곁들여 시원하게 즐깁니다. 본래 농부들이 더운 날씨에 빠르게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먹던 간단한 음식이었지만, 지금은 가정은 물론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도 사랑받는 스페인 대표 여름 요리가 되었습니다.

토마토 미소 수프는 일본 전통 된장국에 방울토마토를 통째로 넣어 끓이는 색다른 퓨전 요리입니다.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건강식으로 인기가 많으며, 된장의 구수하고 깊은 맛에 토마토의 산뜻한 산미와 은근한 단맛이 더해져 깔끔한 뒷맛을 냅니다. 여름철에 시원하게 식혀 먹으면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홈메이드 피클 토마토

러시아와 동유럽에서는 신선한 토마토를 마늘, 딜, 식초, 설탕, 소금 등과 함께 병에 담아 냉장 숙성해 절임 요리로 먹습니다. 숙성 기간이 길수록 풍미가 깊어지며, 새콤짭조름한 맛이 고기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러시아에서는 여름철에 대량으로 만들어 겨울 내내 먹는 저장식품 중 하나로, 빵이나 감자 요리와 곁들여 반찬처럼 즐깁니다.

별별 토마토 레시피

끝이 아닙니다. 토마토로 만든 기발한 음식과 음료들이 있습니다.

클라마토

1996년 뉴욕의 더피-모트(Duffy-Mott)사는 맨해튼 클램 차우더에서 영감으르 받아 토마토 주스에 조개 육수와 향신료를 더한 클라마토(Clamato)를 개발했습니다. 이름 그대로 ‘클램(Clam)+토마토(Tomato)’를 합친 음료는 북미 전역에서 첼라다(Chelada)와 시저(Caesar) 칵테일의 베이스로 자리 잡으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미첼라다

멕시코를 대표하는 토마토 음료 미첼라다(Michelada)의 탄생 비화도 흥미롭습니다. 1960년대 산루이스 포토시의 단골 손님 미첼 에스페르(Michel Esper)가 늘 “mi chela helada(내 차가운 맥주)”라고 주문하던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라임·소금·토마토 주스를 더해 만들어진 음료가 지금은 전 세계 브런치 메뉴에서 빠지지 않는 클래식이 되었죠.

토마토로 만든 와인도 있습니다. 캐나다 퀘벡의 한 와이너리는 1938년부터 가문 대대로 내려온 비밀 레시피로 2011년 오메르토(Omerto)라는 토마토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셰리, 사케, 소비뇽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향미로 와인 애호가들의 컬렉션에 오르며 입지를 넓히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지중해와 인도에서는 레몬껍질과 생강을 곁들여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토마토 잼(Tomato Jam)을 즐깁니다. 파이나 샌드위치 속에 발라 먹으면 처음엔 낯설지만, 한 번 맛본 사람들은 ‘은근히 중독된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냉장고 속 토마토를 꺼내 나만의 요리를 만들어보세요. 혹시 아나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새로운 토마토 레시피가 탄생할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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