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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재발견] 땅 속의 사과, 감자_ POPATO
2025.11.28 링크주소 복사 버튼 이미지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톡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X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드인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인쇄하기 버튼 이미지
일상의 재발견 세계 4대 작물 감자

감자는 인류의 식량난을 버티게 해준 대표적인 구황작물입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감자를 ‘땅 속의 사과’라고 부르고, 독일 일부 지역에서는 ‘땅에서 나는 배’, 러시아 사람들은 ‘제2의 빵’이라고 부릅니다.

감자가 중요한 식량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벼나 밀에 비해 재배 기간이 짧고, 같은 면적에서도 다른 곡물보다 2~4배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국제감자센터가 공동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감자가 화성과 흡사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는 사실이 입증됐을만큼 척박한 환경에도 강합니다. 영화 <마션>에서 주인공이 화성에서 감자를 길러 생존하는 장면 역시 상상이 아니라 실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설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영양학적으로도 감자는 매우 우수합니다. 주된 성분은 전분이지만 비타민 C, 비타민 B2와 B6, 아미노산, 단백질, 미네랄, 식이섬유, 칼륨 등이 풍부하죠. 더불어 클로로겐산, 루테인 등 항산화 성분도 포함하고 있어 건강식으로서 가치가 높습니다. 완전단백질은 아니지만 라이신이 풍부해 곡물과 함께 섭취하면 영양학적으로 완전한 식단이 됩니다. 감자와 우유만으로 인간이 필요로 하는 모든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죠.

이러한 장점 때문에 감자는 최근 ‘우주 식량’, ‘미래 식량’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유엔은 2008년을 ‘국제 감자의 해’로 지정했고, 2023년에는 공식적으로 5월 30일을 ‘국제 감자의 날’로 지정하며, 인류의 미래를 지탱할 중요한 작물로 감자를 꼽고 있습니다.

기원은 남미 안데스 산맥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잉카인들은 8천 년 전부터 감자를 재배하기 시작했으며, 200여 종이 넘는 품종이 있었을 정도로 주된 식량으로 삼았습니다. 이후 16세기 스페인 정복자들이 감자를 유럽으로 옮겨오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감자꽃

그러나 유럽에 전파된 초기에는 관상용 식물정도로 무시당했습니다. 성경에 언급되지 않은 식물이라는 이유로 종교적 편견을 받았고, 감자를 먹으면 나병에 걸린다는 근거없는 소문까지 퍼지며 구박덩어리 취급을 받은 것입니다. 상황이 바뀐 것은 18세기에 들어서면서였습니다.

프랑스 약사 앙투안 파르망티에가 7년 전쟁 중 포로로 잡혀 독일 감옥에 갇히게 되었는데, 감옥에서 감자만 먹고도 건강하게 살아남았습니다. 감자의 진가를 깨달은 그는 프랑스로 돌아와 대중에게 감자의 인식을 바꾸려 많은 전략을 펼치고, 감자 보급에 앞장섰습니다. 또한 그는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외부 행사나 공식 석상에 참석할 때 감자꽃을 장식으로 달고 나가게 하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시키기도 했습니다.

감자

아일랜드에서는 작은 땅에서도 많은 수확이 가능한 감자 덕분에 기근 속에서도 18세기 후반 300만 명에서 19세기 초 800만 명까지 인구를 늘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국립 감자의 날(National Potato Day)’을 지정할 만큼 감자를 귀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감자는 품종에 따라 맛과 식감이 다양합니다. 전분이 많은 품종은 삶으면 잘 부서져 으깬 감자나 프렌치 프라이에 적합하고, 수분이 많고 단단한 품종은 형태가 잘 유지되어 샐러드나 스튜에 활용됩니다. 그 중간쯤에 속하는 품종은 굽거나 볶는 등 다양한 요리에 두루 쓰입니다.

감자를 둘러싼 가장 흥미로운 논쟁은 프렌치 프라이의 원조가 어디냐입니다. 벨기에인들은 17세기 뫼즈 강이 얼어 물고기를 잡을 수 없게 되자 감자를 기름에 튀겨 먹기 시작한 프리츠(fritès)가 프렌치 프라이의 시초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프랑스인들은 18세기 파리의 퐁네프 다리에서 행상들이 팔던 튀긴 감자가 원조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감자튀김

단순한 자존심 싸움이라 할 수 없는 것은, 벨기에가 2008년 유네스코에 ‘벨기에 프리츠’를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했고, 수도 브뤼셀에는 세계 유일의 프렌치 프라이 박물관까지 만들었습니다. ‘프렌치’ 프라이라는 이름 때문에 프랑스가 원조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정작 프랑스에서는 프리츠(frites)라 부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이름이 왜 ‘French Fries’가 되었는지를 두고도 의견이 갈립니다. 어떤 이는 영어에서 ‘to French’라는 동사가 ‘길게 채 썰다’라는 뜻이라 단순히 조리법을 가리킨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와 벨기에에 주둔하던 미군이 귀국하면서 ‘French Fries’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주장합니다. 이미 “French Fries”라는 이름이 일반 명사처럼 굳어졌지만, 벨기에 사람들은 여전히 주장합니다. “진짜 원조는 우리다. 프렌치 프라이가 아니라 벨지언 프라이다.”

미국의 추수감사절 식탁에는 커다란 칠면조와 으깬 감자 요리, 매시드 포테이토가 빠지지 않습니다. 매시드 포테이토에는 정성이 많이 들어갑니다. 감자를 푹 삶아 부드럽게 으깨고, 버터와 우유, 크림을 넣어 크리미하게 만드는데, 여기에 칠면조 구이에서 흘러나온 육즙으로 만든 그레이비 소스를 얹으면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우는 매시드 포테이토가 완성됩니다. 그래서 단순한 곁들이 음식이 아니라 칠면조와 함께 추수감사절 식탁을 완성하는 대표 요리입니다.

매시드 포테이토

크리스마스에도 감자는 빠지지 않습니다.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만찬은 대체로 고기를 중심으로 차려지는데, 여기도 감자는 필수 메뉴입니다. 영국에서도 구운 칠면조가 거위 옆에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포슬포슬하게 익힌 로스트 포테이토가 반드시 놓입니다. 영국인들은 “로스트 포테이토 없이는 크리스마스도 없다”라고 말할 정도죠.

감자 그라탕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가톨릭 전통에 따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육류 대신 소시지와 감자 샐러드를 먹습니다. 가족들이 모여 따뜻하게 음식을 나누는 시간으로, 구하기 쉽고 간단히 조리할 수 있는 소박한 감자가 오히려 크리스마스의 본질에 가깝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북유럽, 특히 스웨덴에서는 ‘얀손의 유혹(Jansson’s Temptation)’이라는 이름의 감자 앤초비 캐서롤을 먹으며, 프랑스에서는 치즈를 듬뿍 얹은 우아한 크림 요리, 감자 그라탕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요리법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감자가 크리스마스와 추수감사절 식탁에 올라온 이유가 있습니다.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감자는 언제나 우리를 배부르게 하고, 따뜻하게 하고, 또 함께 웃게 해주는 음식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동부 노스 캐롤라이나의 엘리자베스 시티에서는 매년 5월이면 노스 캐롤라이나 포테이토 축제(North Carolina Potato Festival)가 열립니다. 시작은 1940년대였으나, 한때 중단되었다가 2001년에 재개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노스 캐롤라이나 북동부에서 가장 큰 축제가 되었죠.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무료 감자튀김입니다. 지역에서 갓 수확한 감자로 만든 뜨거운 프렌치 프라이는 축제를 찾은 누구에게나 무료로 제공되며, 재료가 소진될 때까지 이어져 늘 긴 줄을 만들곤 합니다. 또 다른 명물은 전국 감자 껍질 벗기기 대회입니다. 누가 가장 빠르고 매끈하게 껍질을 벗길 수 있는지를 겨루며 유쾌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이끌어냅니다.

7 노스캐롤라이나 포테이토축제

이 밖에도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고, 거리 곳곳에서는 클래식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는 차량 전시회가 열립니다. 어린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꼬마 감자 아가씨(Little Miss Tater Tot)’ 선발대회는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무대로 인기를 모읍니다. 2026년 축제 기간은 5월 15일부터 17일까지로 예정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미국 메인주 북쪽 포트 페어필드(Fort Fairfield)에서는 여름이면 메인 감자꽃 축제(Maine Potato Blossom Festival)가 열립니다. 메인주를 상징하는 작물인 감자가 꽃을 피우는 시기인 7월에 북부 농업의 전통을 기념하는 대표적인 여름 행사입니다. 매년 7월 중순 약 9일간 이어지며, 1947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열려왔습니다.

2 감자꽃 축제

이 지역은 메인주 감자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으로, 축제는 단순히 농업만을 기념하는 자리가 아니라 참전 용사들의 노고를 기리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습니다. 행사 기간 동안 펼쳐지는 프로그램은 75가지가 넘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감자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입니다. 으깬 감자 구덩이에서 펼쳐지는 이색 레슬링 대회는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주며, 전통 방식으로 감자를 캐는 경연이나 토종 감자 요리 대회와 시식 코너도 인기가 많습니다. 퍼레이드와 공식 행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퍼레이드는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로 꼽힐 만큼 화려하며, 지역 청년들이 참가하는 ‘메인 포테이토 블로섬 퀸’ 선발대회는 축제의 상징적인 이벤트입니다. 밤이 되면 애루스툭 강 위에 펼쳐지는 불꽃놀이가 축제의 열기를 절정으로 이끌어냅니다. 스포츠와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도 다양합니다. 5마일 로드 레이스와 가족 놀이의 날에는 감자 자루 달리기, 팽창식 놀이기구, 각종 게임 등이 마련되어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야외 무대에서는 지역 뮤지션들의 라이브 공연이 열려 한여름 밤을 풍성하게 채워줍니다. 또한 지역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벼룩시장과 공예품 판매 부스, 다양한 음식 노점과 시원한 비어 가든도 축제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감자가 작물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상징한다는 사실을, 이 축제만큼 잘 보여주는 자리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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