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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재발견] 교과서에 없는 ‘얼음’ 이야기
2024.09.19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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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은 지구에서 가장 흔한 물의 형태지만 우리는 얼음의 일부분만 알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얼음’은 물(H₂O)이 고체 상태로 변하는 현상을 뜻하며, 온도와 압력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그 구조는 물 분자 간의 수소 결합과 배열 방식에 의해 결정되는데 보통 육각형이 가장 일반적인 얼음 구조입니다. 우리가 아는 눈, 빙하, 얼음 조각 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그러나 얼음에는 교과서 내용 외에도 신비로운 면들이 많습니다. 고압 상태에서 생성되는 얼음은 어떤 모양일지, 어떻게 극지방의 빙하 속 얼음은 수천 년 심지어는 수백만 년 전의 공기, 생물, 화석 등을 보존할 수 있는지, 왜 그린란드의 얼음이 녹는 속도가 전 세계 해수면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얼음 속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답을 우리는 여전히 알지 못합니다. 아마도 얼음은 지구에서 가장 ‘쿨’한 것 중 하나이자 인류 최대의 미스터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얼음은 똑같지 않다

“집에서 만든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카페에서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맛은 왜 다를까?”, “왜 칵테일이나 위스키 바의 얼음은 천천히 녹을까?” 한 번쯤은 궁금하신 적 있으시죠? 우리가 홈카페, 홈바를 즐기려고 집에서 시도해봐도 ‘그 맛’이 안 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얼음의 크기와 모양 그리고 강도 때문입니다.

6 아이스아메리카노

일반적인 가정용 냉장고의 냉동실 온도는 영하 18도 정도로 낮아서 얼음을 얼리면 물이 급속도로 얼어붙습니다. 급속으로 만들어지는 얼음은 분자 구조가 불안정하고 어는 과정에서 기포와 틈이 발생하기에 강도가 약하고 빠르게 녹습니다. 카페나 바 등에서 제공하는 얼음은 영하 10도 정도의 온도에서 48시간 이상 오래 얼립니다. 다소 높은 온도에서 천천히 얼린 얼음은 분자 구조가 안정적이고 촘촘해서 오랫동안 녹지 않죠. 그래서 커피나 칵테일, 위스키 등은 단단하고 잘 녹지 않는 얼음을 사용해야 더 오래, 더 맛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얼음 모양도 녹는 속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얼음은 액체나 공기에 닿는 표면적이 넓을수록 빨리 녹기 때문에 표면적인 넓은 각진 얼음보다 모서리 없이 둥근 얼음이 더 천천히 녹습니다.

12 쉐이브드 아이스와 크랙트 아이스

셰이브드 아이스(Shaved Ice; 눈 얼음)는 곱게 갈아서 나오는 얼음으로 팥빙수나 프라페 스타일의 칵테일을 조주할 때 사용합니다. 칵테일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육면체 모양의 큐브드 아이스(Cubed Ice; 각 얼음)는 우리가 집에서 사용하는 사각형 틀과 모양이 같습니다. 칵테일 바에서는 제빙기를 사용합니다. 크랙트 아이스(Cracked Ice; 깬 얼음)는 큰 얼음 덩어리를 아이스픽으로 깨서 사용하는데 주로 쉐이크에 넣습니다.

크랙트 아이스보다 조금 더 큰 주먹 사이즈 크기의 럼프 오브 아이스(Lump of Ice; 덩어리 얼음)는 위스키 온더락에 사용해 록 아이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둥근 모양으로 깎아 내면 쉽게 녹지 않기 때문에 모서리는 가능한 없는 것이 좋습니다.

냉장고 없던 옛날 옛적에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말이 문화 트렌드가 될 만큼 일상에서 소비되는 얼음의 양은 어마어마하고, 그만큼 얼음을 찾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얼음이 우리 일상 속에 친숙하게 파고 들게 된 것은 냉동 시설 덕분입니다. 심지어 이제는 얼음이 냉동실에서 어는 시간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컵만 있으면 정수기나 냉장고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죠.

얼음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입니다. 어쩌면 얼음을 가지려는 인간의 욕망이 냉장고를 발명해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정에 냉장고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도 불과 100년 전입니다. 지금은 흔하지만 옛날 옛적엔 매우 귀한 재료였기에 얼음은 그 자체로 권력을 뜻하기도 했습니다.

8 알프스 산맥

인류 최초의 얼음 창고는 르네상스 유럽인들의 아이스 하우스를 비롯해 무더운 인도와 중동에서도 발견됩니다. 기원전 400년경 페르시아인들은 ‘야크찰(yakhchāl 페르시아어: 얼음 구덩이; yakh는 ‘얼음’, chāl은 ‘구덩이’를 뜻함)’이라 불리는 얼음집을 만들어 식품이나 음료 등을 보관했고 오스만 제국에서는 귀족이나 술탄 정도 되는 사람들만 얼음을 먹었으며, 17세기 이탈리아 부유층은 아이스크림의 시초인 셔벗을 즐겼습니다. 마케도니아 알렉산더 대왕은 알프스에 쌓인 눈에 우유나 꿀을 섞어 마셨고, 로마제국 네로 황제는 만년설에 포도주를 차갑게 해서 마셨다는 이야기도 전해지죠. 중세 유럽에서는 알프스 산맥의 얼음을 채취해서 창고에 보관한 후 연중 사용했고, 남미에서도 안데스 산맥에서 채취한 얼음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신라시대부터 얼음을 채취하여 저장했습니다. 삼국유사에 다르면 신라 제3대 유리 이사금 왕 시절 얼음 창고를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삼국사기에서는 지증왕 11년(505)때 얼음 창고를 만든 기록이 확인됩니다. 얼음은 주로 왕실에서만 사용되는 귀한 사치품으로 조선시대에는 쓰고 남은 얼음을 정2품 이상 관리에게만 하사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얼음 창고라 할 수 있는 석빙고에 얼음을 보관했는데 오늘날까지 가장 잘 보존된 석빙고는 경주에 있는 월성 유적지에 남아있습니다.

얼음으로 뒤덮인 겨울왕국

사람들은 얼음에 대한 환상과 상상력을 펼쳐왔습니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Hans Christian Andersen)의 동화 ‘눈의 여왕(The Snow Queen)’ 속 얼음 궁전,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Frozen)’ 속 아렌델 왕국, ‘아이스 에이지(Ice Age)’의 빙하기에는 사람들의 얼음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죠.

1 그린란드

과연 실제 겨울왕국이 존재할까요? 겨울왕국에 가장 근접한 나라는 아마도 북아메리카 북동부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있는 세계 최대의 섬 그린란드(Greenland)가 아닐까 합니다. 한반도 면적의 10배 크기지만 녹색의 땅이라는 이름과는 달리 전체 국토의 85% 이상이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습니다. 여름에도 기온이 영하권이 머무는, 그야말로 동토 지역인 셈이죠.

현재 덴마크 국토에 속해 있는 그린란드에는 약 5만 명 정도의 인구가 살고 있는데, 이들은 에스키모라 불리는 이누이트족(Inuit)입니다. 최근 그린란드는 오로라와 빙하 등을 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공항이 확장되고, 고급 호텔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 로마, 프랑스 파리 등 인기 유럽 여행지들이 여름이면 극심한 폭염에 시달리면서 그린란드가 새로운 대안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하네요.

10 아이슬란드 2

한편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아이슬란드(Iceland)는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 얼음으로 뒤덮인 땅입니다. 900년 전후 바이킹이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이기도 하죠. 한반도 면적의 절반 정도 크기인 아이슬란드는 국토의 약 80%가 빙하, 호수, 용암지대입니다.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 끊임없이 꿈틀대고 있기 때문에 화산 폭발이 자주 일어나고, 그로 인해 높은 산과 빙하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불이 만들어낸 얼음의 땅이라 할 수 있죠.

아이슬란드는 빙하와 화산이 공존하는 얼음과 불의 땅일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와 매력으로 가득한 여행지입니다. 바이킹의 역사가 깊이 배어 있는 아이슬란드는 곳곳에 오딘(Odin), 토르(Thor) 같은 북유럽 신화의 신들이나 트롤(Trolls)에 대한 신화적인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여행자들이 이 신비로운 이야기를 바탕으로, 눈 덮인 산과 광활한 평원을 탐험하며 트롤이 숨어 있을 법한 동굴과 바위를 찾아다니기도 한답니다.

수도 레이캬비크(Reykjavík)에서 약 40㎞ 떨어져 있는 유명한 블루라군(Blue Lagoon)은 빙하로 둘러싸여 따뜻한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곳입니다. 이 곳의 온천수는 이름처럼 푸른색을 띠고 있는데, 치료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전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입니다.

7 아이슬란드

매년 겨울이면 아이슬란드의 오로라를 관측하러 온 사람들로 붐빕니다. 아이슬란드는 북극권과 가까워서 오로라를 관측하기에 최고의 장소입니다. 특히 날씨가 좋은 밤에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녹색과 보라색 빛의 향연을 실컷 감상할 수 있죠.

아이슬란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 코스 중 하나는 바로 골든 서클(Golden Circle) 입니다. 이곳에서는 싱벨리어 국립공원(Þingvellir National Park), 게이시르(Geysir) 열천 그리고 굴포스 폭포(Gullfoss)를 포함한 아이슬란드의 자연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북아메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싱벨리어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대자연의 경이 그 자체입니다. 빙하 하이킹도 빼놓을 수 없는 경험입니다. 바트나요쿨(Vatnajökull)은 유럽 최대 빙하로 그 규모와 아름다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깊은 푸른 빛을 띠는 겨울 빙하동굴의 얼음 속에서 반사되는 빛은 환상적입니다.

9 얼음 큐브

얼음은 단순한 물의 고체 상태가 아닙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 깊은 영향을 주었고, 그 안에는 우리가 아직 풀지 못한 자연의 비밀이 담겨 있습니다. 과거에는 얼음이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일상 속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친숙한 얼음이지만 그 속에는 복잡한 과학적 원리와 매력이 숨겨져 있습니다. 얼음이 녹아버리기 전에 신비로운 매력을 더 깊이 탐구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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