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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재발견] 감초 같은 식초_ VINEGAR
2025.03.25 링크주소 복사 버튼 이미지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톡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드인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인쇄하기 버튼 이미지
일상의 재발견 다양한 식초 이미지

어디에나 잘 어울리고, 꼭 필요한 것을 가리켜 ‘감초 같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바로 식초가 ‘요리의 감초’역할을 합니다. 식초는 요리에 풍부함과 깊이를 더해 새로운 차원의 맛으로 변화시키며, 때로는 맛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그렇기에 식초를 그저 식재료로 간주하기엔 존재감이 꽤 큽니다.

식초는 나라에 따라 각기 다른 재료와 어우러져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고기 요리에 쓰일 때는 풍미를 돋보이게 하고, 샐러드에 뿌려질 때는 신선한 채소의 맛을 한층 끌어올립니다. 일본의 쌀 식초는 초밥을 완성시키는 핵심이고, 이탈리아에서는 발사믹 식초를 디저트와 샐러드에 넣어 맛의 완성도를 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양념장을 만들거나 냉면 등의 음식에 식초를 넣습니다.

식초의 쓰임새는 요리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는 초산의 특성 때문에 천연 탈취제와 보존제 역할도 훌륭하게 수행해냅니다. 최근에는 일명 애사비(사과초모식초)가 다이어트에 효과가 좋다는 사실이 알려져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음식의 조연 역할을 멋지게 해내고 있는 식초. 다양한 문화와 시대를 거쳐 인간 생활에 영향을 끼쳐온 식초의 세계로 지금부터 들어가보겠습니다.

포도주가 식초가 되다?

식초는 약 7,000년 전 고대부터 보존제, 조미료, 의약품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최초로 식초를 만들어 사용한 기록은 기원전 3,000년 경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대추야자, 무화과, 맥주로 식초를 만들어 요리와 약용 목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이집트인들도 약 3,000년 전에 이미 식초를 사용한 흔적이 있고,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B.C. 400년 경에 식초를 의학적 목적, 특히 천연 항생제 및 청소약으로 사용했다고 기록한 흔적이 있습니다.
또한 그리스인들은 식초를 물에 희석하여 에너지 음료로 사용했고, 로마 제국 시대 로마인들은 음식을 조리하고 보존하는데 활용하고, 식초와 물을 섞은 ‘포스카’라는 음료를 만들어 군인들의 체력과 수분을 보충하는데도 사용했습니다.

식초는 사용하는 원료와 각 나라의 식문화에 따라 다양하다

중세 후기부터 본격적으로 유럽에서는 식초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프랑스 오를레앙시는 식초의 발효 및 숙성 과정을 오를레앙 공정으로 표준화해 식초의 품질을 높이는데 기여했습니다. 발사믹 식초는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개발되어 나폴레옹 전쟁 이후 프랑스 군대들을 통해 전 세계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한편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이 주(周)나라 시대에 식초를 만들기 시작했고, 당시 대부분의 식초는 현재 산시(山西)성의 타이위안(太原)에서 주로 제조되었다고 합니다.

‘식초(vinegar)’라는 단어는 고대 프랑스어 ‘vyn egre(신맛 포도주)’에서 유래했습니다. 여기서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라틴어 ‘vinum(포도주)’과 ‘ācre(ācer의 중성, 신맛)’에서 파생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식초의 주성분 ‘초산(acetic)’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acētum(식초, 더 정확히는 vinum acetum: 신맛이 된 포도주)’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포도주와 깊은 인연이 있는 것은 분명하겠죠?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포도주 저장소에 몇 달 간 방치되었던 와인이 발효되면서 신맛이 난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식초였다고 합니다.

와인이 발효되면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식초

식초는 초산과 물의 조합으로 두 단계 발효 과정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먼저 효모가 과일, 전곡, 감자 또는 쌀과 같은 식물성 음식에서 나온 액체의 설탕이나 전분을 먹습니다. 이 액체는 알코올로 발효되죠. 그 다음 알코올은 산소와 초산균’Acetobacter’에 노출되어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 다시 발효과정을 거친 후 식초가 됩니다. 일부 식초, 예를 들어 발사믹 식초는 최대 25년 동안 발효시킬 수 있답니다.
식초의 제조 과정 속에는 미생물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알코올을 산으로 전환시키는 초산균이 식초의 핵심으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향과 맛의 변화가 요리에 사용될 때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일부 국가는 식초의 허용 산도 비율에 대한 규정이 있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제조용으로 판매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초산을 4.1%에서 12.3% 사이로 제한합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은 식초가 최소 4%의 초산을 함유하도록 요구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식초에는 초산이 8%까지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식초 축제도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 4인의 얼굴 조각상이 새겨진 러시모어 산(Mount Rushmore)으로 유명한 미국 중북부의 40번째 주 사우스 다코타(South Dakota). 이곳의 작은 마을 로즐린(Roslyn)에는 세계 유일의 국제 식초 박물관(International Vinegar Museum)이 있습니다. 1999년 설립된 이 박물관에서는 피칸, 데킬라, 라임, 메이플, 블루베리 등 수백 가지의 재료로 만든 전 세계의 식초들은 물론 식초의 역사, 발효과정, 특징과 용도 등을 배우고 ‘식초 박사 학위증’도 받을 수 있습니다.

로잘린에서 열리는 국제 식초 축제에서 손을 흔드는 참가자

그리고 매년 6월 중순이 되면 국제 식초 축제(International Vinegar Festival)를 개최해서 ‘식초 여왕’ 선발대회를 비롯해 식초 시음 행사, 식초를 활용한 요리 시연, 식초 강연 등 재미있는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도원에서 열리는 이색 식초 축제도 있습니다. 뉴욕의 라그레인지빌(LaGrangeville)의 부활 수도원(Resurrection Monastery)에서는 매년 7월이 되면 수도원 식초 축제(Monastery Vinegar Festival)가 열립니다.
축제가 열리는 2일 동안 수도원에서 직접 만든 수제 식초의 시음, 식초 제조 시연, 그리고 식초를 활용한 요리 워크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방문객들은 수도원의 오랜 식초 제조 전통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습니다.

12 식초 축제 기간 판매되고 있는 부활 수도원 식초
부활 수도원에서 만든 식초

1977년 부활의 성모 수도원을 설립한 빅토르 앙투안 다빌라-라투레트(Victor-Antoine d’Avila-Latourrette) 신부는 고대 수도원 문서를 연구하던 중 우연히 중세 시대의 식초 제조법을 발견하였고, 이 레시피에서 영감을 받아 식초 제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수도원이기 때문에 오직 수도원 방문객들에게만 판매되는데, 이 축제 기간에 참여하면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음식은 균형이 중요해. 모두 조화롭게”

오늘날 식초는 세계 곳곳에서 여러가지 방식으로 제조됩니다. 각각의 제조 과정에 따라 식초의 향과 맛이 다르기 때문에, 각 나라의 요리법도 다르게 발전했습니다.

특유의 진한 맛과 향을 가진 이탈리아 발사믹 식초는 선별된 포도를 압착하여 얻은 주스를 농축시키고, 그 후 여러 해 동안 목재통에서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쳐 만듭니다. 프랑스의 와인 식초는 이름 그대로 레드나 화이트 와인을 초산 발효시켜 만드는데, 특히 샴페인 식초로도 유명합니다. 견과류와 말린 과일 향이 특징인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샤리 식초도 샤리 와인을 기반으로 만드는 식초입니다.

일본 쌀 식초는 쌀을 발효시켜 알코올을 만든 다음, 그 알코올을 다시 발효시켜 식초로 만듭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특징으로 주로 초밥이나 샐러드 드레싱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국 사과 식초는 사과를 으깨어 그 즙을 발효시켜 알코올을 만들고, 이를 다시 발효시켜 식초를 만듭니다. 이외에도 중국이 검은초, 필리핀의 코코넛 식초 등 세계 각국에서는 그들의 기후, 농작물, 식문화에 맞는 식초들을 제조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식초를 넣어 피클링하면 유통기한이 늘어난다

식초의 산도나 신맛은 음식에 균형을 더하고 맛은 풍부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샐러드 드레싱, 마리네이드, 소스, 마요네즈, 케첩 등에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식초는 음식의 질감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리네이드에 추가되면 고기와 생선의 단백질 화학 구조를 분해해주고, 우유에 추가되면 식초의 산이 우유의 고체 치즈와 액체 유청을 분리시켜 코티지 치즈를 만드는데 유용합니다. 식초, 물, 소금, 설탕으로 만든 절임액에 재료를 담그는 방부 방식은 식재료를 장기 보관할 수 있게 해줍니다.

식초와 건강

식초가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의 모든 주장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연구로 인해 식초가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고, 다이어트와 소화 촉진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식초를 일상 식단에 포함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식초에는 미량의 비타민, 미네랄, 아미노산, 폴리페놀 등이 포함되어 있고 칼로리도 낮습니다. 보통 한 스푼에 2~15 칼로리죠. 대부분의 식초는 나트륨과 설탕이 없기 때문에 제한된 식단에 맛을 내는 이상적인 재료입니다. 그러나 모든 식초가 칼로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식초는 포도 주스와 와인 식초의 혼합물로, 때로 설탕이 추가되기도 합니다.

다이어트와 해독 효과로 인기 식단 음료가 된 애사비

최근에는 애사비로 통하는 애플 사이다 비니거(Apple Cider Vinegar, ACV)가 다이어트 식품으로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많은 유명인들과 건강 전문가들에 의해 애사비가 다이어트와 해독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애사비를 섭취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한 연구에서는 식사 전 애사비를 섭취하면 포만감을 증가시켜 식욕이 감소하여 1일 칼로리 섭취를 줄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고, 식사 후에 섭취해도 혈당과 인슐린 수치의 상승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일본에서 진행된 또 다른 연구에서는 매일 애사비를 마시면 체중과 체지방, 복부 지방이 감소한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물론 주의해야 할 사항들도 있습니다. 식초는 산성이 강해서 치아를 손상시킬 수 있고, 과도한 섭취는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물이나 다른 음료에 희석해서 섭취하고, 하루에 1~2 스푼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음식 재료 이상의 의미

식초는 요리의 세계에서 문화와 역사를 잇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더 건강하고, 맛있으며, 지속 가능한 식문화를 만드는 데 있어 그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식초는 우리 식생활의 질을 높이고, 다양한 문화적 맥락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 세계적으로 식초의 활용도와 연구가 계속되면서 식초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영향을 주는 식초, 올바르게 섭취해서 건강을 지켜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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