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뉴스룸은 글로벌 항공업계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하기 위해 대한항공의 항공 전문가들을 심층 인터뷰한다. 글로벌 네트워크로 도약하는 대한항공의 행보와 향후 변화상을 공개하고, 사람·물자·문화를 전 세계에 연결하는 항공업의 이면에는 어떠한 노하우가 숨어 있는지 소개한다.
이번 인터뷰는 항공기를 조종하는 운항승무원들의 핵심 훈련소, 대한항공 운항훈련센터를 조명한다. 운항훈련센터는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에 위치한다. 대한항공의 모든 운항승무원은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이곳에서 체계적인 교육과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실제 비행과 같은 환경을 구현하는 조종사 모의비행장치(Full Flight Simulator·이하 ‘시뮬레이터’) 훈련이 핵심이다. 모든 승객의 안전을 위해 완벽에 완벽을 기하는 고강도의 훈련 과정을 수행한다. 뉴스룸은 운항승무원 훈련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대한항공 운항훈련원 훈련교관팀 소속 염윤철 기장을 만나 운항훈련센터의 이모저모를 들어봤다.

Q. 대한항공 운항훈련센터의 주요 역할을 소개해달라.
대한항공은 제주 정석비행훈련원과 김포 본사, 그리고 이곳 운북 운항훈련센터까지 총 세 곳의 유기적인 훈련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중 운북 운항훈련센터는 실제 비행 환경을 완벽히 구현하는 최첨단 시뮬레이터 12대를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시설이다. (2016년 개관 당시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였음) 대한항공 운항훈련센터의 가장 큰 강점은 압도적인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훈련의 연속성에 있다. 대규모 시뮬레이터를 자체 보유해 조종사들이 최상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곧 대한항공이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 운항 역량을 견지하는 원동력이 된다.
시뮬레이터는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된다. 3,000명이 넘는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전환 과정 훈련과 연간 정기 훈련을 차질 없이 소화하기 위해 스케줄을 매우 정밀하게 운영한다. 통상 하루 4시간 단위(Session·세션)로 5세션씩 꽉 채워 운영되며, 정기 점검과 업데이트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이 조종사들의 열정으로 불이 꺼지지 않는 곳이다.
Q. 시뮬레이터 훈련의 목적이 무엇인가? 운항승무원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나?
시뮬레이터는 조종사에게 가장 엄격하면서도 안전한 가상 체험장이다. 실제 비행기에서는 결코 훈련할 수 없는 각종 엔진 이상이나 화재, 심각한 악기상 같은 비상 상황을 실제와 거의 동일한 환경에서 안전하게 반복 훈련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조종사들은 반복 훈련을 통해 숙달된 대응 능력을 갖추게 된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실제 긴급 상황에서는 몸이 기억할 정도로 숙달된 대응 능력을 갖춰야만 본능적으로 승객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전 세계 항공 기구 및 업계에서는 조종사가 예상치 못한 위기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즉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증대시키는 훈련을 확장하는 추세다.
대한항공은 글로벌 선도 항공사 대열에 맞춰 데이터에 기반한 역량 중심 훈련(EBT·Evidence-Based Training)을 선제적으로 도입했고, 현재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실제 운항 데이터 및 각종 훈련 데이터를 촘촘히 분석하고 급변하는 운항 환경을 모니터해 실제 운항 시 발생할 수 있는 부분들을 시의적절하게 훈련 시나리오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

Q. 시뮬레이터 훈련은 어떤 식으로 구성이 되나? 통과하지 못할 경우 어떤 후속 조치를 하나?
조종사들은 때때로 기종을 전환하게 되는데, 이 때마다 각 기종의 운항 자격을 갖추기 위해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중 시뮬레이터 훈련은 실제 비행 환경과 유사한 훈련으로 매우 중요하다. 해당 기종의 정상·비정상 상황에서의 비행 조작 및 절차를 수행함에 있어 단계마다 정해진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이렇게 자격을 갖춘 대한항공의 모든 조종사들은 최소 6개월에 한 번씩 이틀에 걸친 정기 훈련을 받는다. 1일차에는 운항 중 여러 비정상 상황들을 부여하고 이를 대처하는 조종사들의 역량을 평가하는 SBE(Scenario Based Evaluation)가 이뤄진다. 2일차에는 전날과 다른 여러 비정상 상황들에 대처하는 실제 운항 방식의 SBT(Scenario Based Training) 훈련과, 1일차에 보여줬던 조종사들의 대응 역량을 보강하는 훈련을 한다. 또한 반복 숙달이 필요한 필수 기동을 연습하는 MT(Maneuver Training)도 이틀에 나눠 실시한다. 만약 평가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게 되면 해당 조종사는 즉시 비행 임무에서 제외된다. 이후 훈련·심사 심의위원회를 열어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보강 훈련을 거쳐 재심사에 합격할 때까지 철저한 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Q.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어떤 것에 중점을 두나? 실제 발생하거나 우려되는 이슈가 훈련에 반영되는 경우도 있나?
그렇다. 조종사들의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최적의 시나리오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훈련 프로그램이 항상 최신성을 유지해야 한다. 분쟁 지역으로 인한 항로 변경이나 GPS 교란 상황이 잦아진다면 이를 시나리오에 즉각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최근 이슈가 된 보조배터리 화재 대응 절차나 특이 기상 조건처럼 실제 운항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시의적절히 훈련에 반영해 조종사들이 실전 대응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 세계 사고 사례, 각종 데이터, 훈련 및 심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어떤 상황을 훈련 시나리오에 담아야 실제 운항 환경과 잘 연계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고 토론한다. 대한항공의 모든 조종사들의 안전 운항에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Q. 훈련이 안전 운항에 도움됐던 실제 사례가 궁금하다.
대한항공은 실제 운항 데이터인 FOQA(비행기록분석)와 ASR(항공안전보고서) 등을 포함한 여러 운항·훈련·심사 자료를 면밀히 분석해 조종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기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현장의 생생한 데이터를 반영한 덕분에 훈련을 마친 조종사들의 평가와 만족도 또한 매년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기종별 특이 사항에 맞춘 ‘맞춤형 사전 시뮬레이터 훈련’을 들 수 있겠다. 새로운 공항에 취항하거나 오랜만에 운항하는 공항 중 접근 절차가 까다롭고 안전이 우려되는 곳이 있다면, 실제 운항 전 해당 환경을 시뮬레이터로 완벽히 구현해 훈련한다. 이 훈련이 실제 운항에도 많이 도움됐다는 피드백들이 나왔다.

Q. 어떤 분들이 운항훈련센터 교관으로 선발되나? 교관이 되기 위한 자격 요건은 무엇인가?
대한항공 운항훈련원 소속으로 조종사 양성을 담당하는 교관들은 기본적으로 탁월한 비행 기량을 갖춘 것은 물론 올바른 성품과 책임감이 검증된 베테랑 기장들로 구성된다. 선발 자격 요건부터 매우 까다롭다. 최근 4년 동안 각종 훈련이나 심사에서 단 한 번의 결격 사유도 없어야 하고, 어떠한 징계 기록도 존재해서는 안 된다. 특히 실무 비행을 가르치는 비행교관(LIP)의 경우에는 해당 기종을 기장으로 비행한 시간이 최소 500시간 이상이어야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심층 인터뷰와 엄격한 지식 검증, 교관의 시각에서 비행을 통제하는 우측석 적응 훈련 및 심사까지 모두 완벽하게 통과해야 비로소 정식 교관으로 임명될 수 있다.
대한항공 운항훈련센터는 교육의 전문성을 글로벌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세계적인 위탁 교육 기관인 에어버스 코리아(Airbus Korea)와 보잉 코리아(Boeing Korea), 씨에이이 코리아(CAE Korea) 등 세 곳에 시뮬레이터 교육 및 심사 업무를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이 분들은 과거 글로벌 유수 항공사에서 기장과 교관으로 수십 년간 풍부한 경험을 쌓은 베테랑들이다. 정교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내부 교관의 전문성과 외부 전문가의 풍부한 경험이 어우러져 대한항공만의 빈틈없는 훈련 체계가 완성된다.
Q. 교육 훈련시 아시아나항공과는 운영 기종과 사내 규정, 업무 절차 등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통합에 대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이미 시행 중인 부분은 무엇인가.
항공기를 운항하는 원리는 같지만, 세부적인 언어와 절차는 항공사마다 차이가 있다. 이를 통합하는 것은 서로 다른 방언을 쓰던 사람들이 만나 하나의 표준어로 완벽하게 소통해 나가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겠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양사 운항 절차 중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식을 채택해 ‘표준화된 통합 운영 절차(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s)’를 정립했다. 조종실 내에서 주고받는 구호(Standard Callout) 하나 하나까지 통일했다. 어느 항공사 출신 조종사가 만나더라도 대한항공이라는 이름 아래 한 팀으로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양사 운항 매뉴얼과 훈련·심사 절차 통합은 이미 완료됐으며, 실제 현장에서의 안정적인 안착을 위해 정밀한 점검 과정을 거치고 있다. 양사의 장점을 흡수해 더욱 견고해진 ‘통합 대한항공’의 안전 기준은 승객 여러분께 변함없는 신뢰를 드릴 것이다.

Q. 운항승무원 훈련 분야에 AI 기술이 도입되거나 접목될 가능성이 있을까.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현재 대한항공이 집중하고 있는 EBT(데이터에 기반한 역량 중심 훈련)의 핵심은 ‘데이터’다. 앞으로는 AI가 조종사의 시뮬레이터 조작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해당 조종사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지, 어떤 판단에서 취약점을 보이는지 정밀하게 진단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VR(가상현실)이나 AR(증강현실) 기술을 AI와 결합해 시뮬레이터 밖에서도 조종실 환경을 구현하는 ‘개인별 맞춤형 훈련 솔루션’ 도입도 검토 중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조종사의 직관과 책임감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조종사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강력한 조력자는 될 수 있을 것이다.
Q. 미래의 대한항공 운항승무원 후배들에게 드리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직한 실력’과 ‘안전에 대한 겸손함’이다. 하늘에서는 사소한 방심이 큰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입사 전에는 비행 지식과 영어 실력을 쌓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입사 후에는 수백 명의 생명을 책임진다는 무게감을 견딜 수 있는 단단한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운항훈련센터의 불이 24시간 꺼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특별해서가 아니다. 승객의 안전을 위해 ‘완벽’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조종사라는 직업은 화려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끝없는 공부와 자기 절제가 숨어 있다. 이 숭고한 여정에 자부심을 갖고 도전해 달라. 운항훈련센터에서 여러분의 뜨거운 열정을 마주할 날을 기다리고 있겠다.

대한항공 운항훈련센터에서는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운항승무원들의 치열한 훈련이 이뤄진다. 다양한 돌발 상황을 현실과 똑같은 환경으로 구현함으로써 실제 비행에서 맞닥뜨릴 경우의 수를 몸에 익히고 또 새긴다.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모든 승객들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지금도 대한항공 운항훈련센터의 불은 꺼지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