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가칼럼

[영혼의 식탁] 보르시
2019.10.25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한국의 대표 서민 음식은 김치찌개, 그렇다면 러시아는?
보르시

우리가 흔히 미식의 나라를 꼽을 때 일본이나 태국을 꼽으면 대부분 공감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조금 특별한 경우다. 러시아를 여행한 사람들에게 러시아 음식에 대한 질문을 하면 그 반응이 극과 극이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서민 음식인 보르시. 일상적인 음식이지만 행복을 부르는 요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결혼식이나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에는 반드시 식탁에 오른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서민 음식인 보르시. 일상적인 음식이지만 행복을 부르는 요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결혼식이나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에는 반드시 식탁에 오른다.

“전 세계를 통틀어 동서양의 음식 문화를 고루 간직하고 있는 최고의 미식 국가”라고 평가하는가 하면, “러시아 여행은 다이어트 여행이다.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기가 하늘에서 별 따기다”라는 상반된 평가를 하기도 한다. 이 양극의 평가를 들으면 모두 공감하며 웃게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조심스럽게 전자에 한 표를 던진다.

러시아 음식의 매력은 무궁무진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 번 먹어보고 실패한 음식에 재도전하고 싶은 욕구 역시 러시아 음식이 지닌 특별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서민 음식인 만큼 추운 러시아에서도 구하기 쉬운 감자와 양파, 당근 등이 주재료인 보르시의 붉은 빛은 또 하나의 주재료인 비트 때문이다.
서민 음식인 만큼 추운 러시아에서도 구하기 쉬운 감자와 양파, 당근 등이 주재료인 보르시의 붉은 빛은 또 하나의 주재료인 비트 때문이다.

진짜 러시아 음식을 원한다면?

우리가 떠올리는 러시아 음식은 고칼로리의 무거운 음식이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는 혹독한 추위와 척박한 자연환경으로 인해 채소가 부족하다 보니 채소의 종류와 양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또한 추위를 이기기 위해 육류와 뿌리채소 등으로 칼로리를 높인 음식이 대부분이다.

고기가 빠지면 아쉬울 정도로 러시아 음식은 육류와 해산물 요리가 주를 이루며, 감자와 빵 등의 탄수화물 음식이 많다. 그래서 러시아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샤슬릭’이 널리 알려졌지만, 이번에 소개하고 싶은 음식은 ‘보르시(Borscht)’다.

빨간 비트 수프 보르시 위의 하얀 크림은 러시아식 사워크림인 스메타나다. 이 스메타나의 시큼한 맛과 수프 맛의 조화가 묘해 외국인들이 쉽게 보르시를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빨간 비트 수프 보르시 위의 하얀 크림은 러시아식 사워크림인 스메타나다. 이 스메타나의 시큼한 맛과 수프 맛의 조화가 묘해 외국인들이 쉽게 보르시를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보르시야말로 호불호가 갈리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다. 러시아는 궁중 음식과 서민 음식의 차이가 큰데, 사실 보르시는 그런 구분 없이 모든 러시아 식탁에 빠지지 않는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혹 우리나라의 김치찌개와 비교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보르시는 비트로 만든 수프다.

김치찌개를 한국의 대표 메뉴로 소개하듯 보르시 역시 러시아의 ‘국민 수프’로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음식이다. 고기 국물에 감자와 양파, 비트를 넣고 푹 끓여낸 수프를 여름에는 차갑게, 겨울에는 뜨겁게 해서 먹는다.
이 요리의 포인트, 수프 위에 한 스쿱 올라간 새하얀 것은 러시아식 사워크림인 스메타나인데, 이 조화가 보르시를 별미인 동시에 한국인이 어려워하는 음식으로 만드는 이유다. 새빨간 국물에 얹힌 스메타나를 잘 섞으면 핑크빛으로 변한다. 그럼 비로소 한 숟가락 떠서 음미를 시작하면 된다.

보르시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든든한 한 끼를 만들어주는 바트루슈카와 피로그.
보르시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든든한 한 끼를 만들어주는 바트루슈카와 피로그.

보통 보르시는 식사의 맨 처음, 애피타이저로 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용물이 풍성하고 걸쭉한 보르시를 러시아식 치즈빵인 바트루슈카나 고기와 해소, 치즈 등이 가득 든 파이인 피로그를 곁들이면 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할 만큼 든든하다.

계절에 따라 여름엔 차갑게 즐기기도 하고, 빵 속을 파내고 그릇 대신 담아 함께 먹기도 하는 보르시.
계절에 따라 여름엔 차갑게 즐기기도 하고, 빵 속을 파내고 그릇 대신 담아 함께 먹기도 하는 보르시.

러시아 음식, 절대 한 번 먹어보고 평가하지 말 것!

우리나라 김치찌개가 집집마다 식당마다 조금씩 맛과 레시피가 다르듯, 보르시 역시 레스토랑마다 가정마다 맛과 재료가 조금씩 다르다. 온갖 음식을 맛봤지만 필자도 처음에는 한 숟가락 먹어보고 바로 숟가락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묘한 매력에 무조건 주문하게 되는 메뉴가 됐다.

최근 여행 예능 프로그램인 <더 짠내투어> 러시아 편에서 보르시를 맛본 광희는 “지금까지 먹어본 러시아 음식이 다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맛있다”는 평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첫 만남부터 무한 긍정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스메타나의 새콤함과 수프의 조화가 어색해 숟가락을 바로 내려놓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한 번만 먹어보고 다시는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어리석은 판단이라는 사실을 꼭 말해주고 싶다.

글_ 김수영
10여 년간 여성지 기자로 일하다 요리 전문 매거진에서 미래를 찾았다. 현재는 프리랜스 푸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각종 요리 관련 브랜드 기획과 레시피북 제작 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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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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