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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언제나 우리 곁에, 필리핀 클락(2)
2019.11.25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나만 알고 싶은, 반짝이는 작은 바다들

다녀온 사람들은 누구나 필리핀 바다의 새로운 천국이라 일컫는 아나왕인 코브.
다녀온 사람들은 누구나 필리핀 바다의 새로운 천국이라 일컫는 아나왕인 코브. 초승달 모양으로 깊게 파인 아나왕인 코브는 파도가 잔잔하고 자연이 잘 보존돼 있어 방문자들이 끊이질 않는다.

언제나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 있다. 필리핀에는 그 어떤 때, 어느 곳에도 아름다운 바다가 있다는 것. 클락에서도 다시 이 믿음이 증명됐다. 멋진 요트에서도, 전통 나무배 방카에서도 바다는 한결같이 영롱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수비크 요트 투어

클락은 루손섬에서 약간 서쪽에 치우쳐 있다. 그래서 서쪽 해안 지역과의 접근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즉, 같은 루손섬에 있는 마닐라가 마닐라만의 바다를 자랑한다면, 클락은 수비크만과 남중국해까지의 접근성을 자랑할 수 있는 셈이다. 수비크(Subic)는 보통 마닐라 여행과 연관 짓지만, 실제로는 클락과 더 가깝다. 클락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30분, 마닐라에서보다 1시간을 더 아낄 수 있다.

여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으면서도 아름답고 깨끗한 바다에서 요트와 다이빙 투어를 즐기기 좋아 근래 들어 입소문을 타며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수비크. 보통 마닐라와 연계해 여행하지만 사실은 클락에서 훨씬 더 가깝다.
여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으면서도 아름답고 깨끗한 바다에서 요트와 다이빙 투어를 즐기기 좋아 근래 들어 입소문을 타며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수비크. 보통 마닐라와 연계해 여행하지만 사실은 클락에서 훨씬 더 가깝다.

수비크는 스페인 식민지 시절부터 물류 거점으로 주목받았던 곳이다. 만의 깊이가 깊어 큰 선박이 통행하기에 용이했던 덕이다. 미국은 아예 이 지역을 해군 거점으로 삼았다가 피나투보산 폭발 이후 철수했다. 씁쓸하지만 관광객이 수비크에 모이게 된 것도 그 사이에 깔끔하고 체계적인 도시 환경을 갖추게 됐기 때문이다.
수비크만에 정박한 크고 작은 요트들을 바라보면 미국이나 스페인의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나룻배보다는 확실히 요트가 어울리는 풍경이다.

요트 투어나 다이빙 투어는 수비크에서 필수다. 햇빛이 쨍하게 부서지는 하얀 요트를 타고 수비크만을 가로지른다. 수비크의 산뜻하고 세련된 기운이 요트 위에 번져 있다. 호화로운 분위기에 취하기엔 수비크만 한 곳이 없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바다, 아나왕인 코브

수비크에서 좀 더 서쪽인 샌 안토니오에는 아름다운 작은 만, 코브들이 줄지어 숨어 있다. 낙사사 코브는 아나왕인 코브와 함께 그중에서도 조금 규모가 있는 곳이다.
수비크에서 좀 더 서쪽인 샌 안토니오에는 아름다운 작은 만, 코브들이 줄지어 숨어 있다. 낙사사 코브는 아나왕인 코브와 함께 그중에서도 조금 규모가 있는 곳이다.

혼자만 알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수비크보다 더 서쪽인 샌 안토니오(San Antonio)를 꼽겠다. 루손섬 서쪽 해안 일부에 걸쳐 있는 샌 안토니오에는 해안선을 따라 ‘작은 만’을 칭하는 코브(Cove)가 줄지어 있다.
아나왕인 코브(Anawangin Cove), 낙사사 코브(Nagsasa Cove), 실랑귄 코브(Silanguin Cove)가 그중 큰 편에 속하고, 그 사이사이를 작은 만이 채우고 있다.

샌 안토니오가 관광지로 알려진 데에는 피나투보산의 화산 폭발이 있다. 해안가로 쌓인 화산재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 아직은 젊은 여행지라 인프라가 완벽하지는 않다.

샌 안토니오가 관광지로 알려지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이곳 또한 피나투보산의 은혜를 받았다. 화산 폭발 후 화산재가 해안가의 모래, 바위 등에 집중적으로 쌓이면서 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오기 시작한 것이다. 화산이 폭발한 것이 1991년이니, 아직 젊은 여행지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인프라가 완전하다고 할 수 없지만 자연 그대로의 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게 가장 매력적이다. 외국인보다 필리핀 로컬 여행자들이 캠핑을 즐기러 오는 곳이라고 한다.

아나왕인 코브에 가기 위해선 푼다큇 비치에서 전통 나무배인 방카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게 좋다. 아직 도로가 없기 때문에 육로로 가려면 꼬박 4~5시간의 트레킹을 감수해야 한다.
아나왕인 코브에 가기 위해선 푼다큇 비치에서 전통 나무배인 방카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게 좋다. 아직 도로가 없기 때문에 육로로 가려면 꼬박 4~5시간의 트레킹을 감수해야 한다.

가장 대중적인 투어 코스는 아나왕인 코브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아나왕인 코브만 다녀오거나 가까운 무인도 두 곳을 더해 함께 여행하는 코스다. 세 개의 코브 중 아나왕인 코브가 도시의 샌 안토니오와 가장 가까운 곳이기 때문.

아나왕인 코브에 가기 위해선 샌 안토니오 푼다큇 비치(Pundaquit Beach)에서 방카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간다. 왼편으론 깎아지른 절벽에 파도가 쉼 없이 부딪친다. 배조차 댈 수 없는 작은 섬들도 지나간다.
아나왕인 코브에 들어서면 바다의 소란함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초승달 모양으로 깊이 파인 코브 안에선 바다가 힘을 잃기 때문이다. 모래사장에 서니 호숫가인 양 파도가 잔잔했다. 그린 듯 선명한 포물선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화산재가 가득 덮인 회갈색 모래를 사이에 두고 푼다큇산에서 흘러온 물이 고인 민물 호수와 바다를 즐기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한 아나왕인 코브. 전기도 없고, 휴대폰도 되지 않는 곳이어서 필리핀 젊은이들의 진짜 '힐링 캠프' 장소이기도 하다.
화산재가 가득 덮인 회갈색 모래를 사이에 두고 푼다큇산에서 흘러온 물이 고인 민물 호수와 바다를 즐기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한 아나왕인 코브. 전기도 없고, 휴대폰도 되지 않는 곳이어서 필리핀 젊은이들의 진짜 ‘힐링 캠프’ 장소이기도 하다.

아나왕인 코브는 한쪽으로는 바다, 다른 한쪽으로는 푼다큇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도로가 없어 육로로 이곳에 오려면 4~5시간 트레킹을 해야만 한다고. 아직 전기가 놓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휴대폰도 먹통이다. 어쩌면 이곳은 어떤 기술에도 기댈 수 없는 원시성이 살아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계와 뚝 떨어진 기분을 더 묘하게 만드는 것으로, 해안 안쪽의 풍경도 한몫한다. 그것은 바로 푼다큇산에서 흘러와 바다와 겨우 몇 발짝 떨어진 자리에 고인 민물 호수. 바다와 호수를 양쪽에 끼고, 화산재가 가득 덮인 회갈색 모래를 밟고 있는 기분이란!
호수 너머는 캠프사이트다. 아예 ‘비바크(Biwak)’를 하려고 찾아오는 여행자도 많다고. 전기도 없고, 휴대폰도 통하지 않으니 캠핑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있으랴.

파도가 잔잔하고 물빛이 투명해 그냥 내려다보기만 해도 물속이 환히 보이는 아나왕인 코브는 호핑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파도가 잔잔하고 물빛이 투명해 그냥 내려다보기만 해도 물속이 환히 보이는 아나왕인 코브는 호핑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데이 투어로 도착한 사람들은 서두른다. 수영도 해야 하고 호핑도 해야 하니까. 아나왕인 코브는 파도가 잔잔하고 물빛이 투명해 완벽한 호핑 사이트다. 코브 한편에 세워둔 방카에서 그냥 바다를 내려다보기만 해도 물속이 환하게 보일 정도.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기 때문에 바닷속 환경도 잘 보존돼 있다. 바다 위로 등을 동동 띄우고 바위틈에서 영롱하게 반짝이는 산호를 들여다봤다. 그사이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그쳤고 물 속으로 햇살이 너울졌다.

글_ 차민경
여행 기자로 7년 차. 아름다움은 도처에 있고, 그것을 담아내는 일을 한다.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 ~ 클락 _ 매일 직항 운항

※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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