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의 역사는 한 편의 영화 같습니다. 1845년 포틀랜드 땅을 소유한 프랜시스 페티그로브(Francis Pettygrove)와 에이사 러브조이(Asa Lovejoy)는 도시 이름을 두고 의견이 갈렸습니다. 페티그로브는 자신의 고향인 메인주 ‘포틀랜드’로, 러브조이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으로 짓기를 원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동전을 던지기로 하죠. 3판 2선 승제의 긴장 속에서 페티그로브가 이기고, ‘포틀랜드’라는 이름이 탄생했습니다. 만약 동전이 반대로 떨어졌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포틀랜드는 보스턴이었을 것입니다.
도심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윌라맷 강(Willamette River)과 북쪽 국경처럼 흐르는 컬럼비아 강(Columbia River)이 만나는 지점에 포틀랜드가 있습니다. 포틀랜드는 맑은 날이면 어디서든 하얀 눈이 덮인 산봉우리를 볼 수 있고, 포틀랜드의 상징이자 오리건 최고봉인 마운트 후드(Mt. Hood/ 3,429m)는 한여름에도 스키를 탈 수 있는 만년설이 덮여 있습니다. 포틀랜드 서쪽의 포레스트 파크(Forest Park)는 미국 최대 규모의 도심 숲으로, 울창한 원시림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포틀랜드는 쇼핑하기 좋은 도시입니다. 오리건주는 미국에서 소비세(Sales Tax)가 없는 몇 안되는 주 중 하나입니다. 미국의 다른 주에서는 물건을 살 때 표시 가격 외에 약 8~10%의 세금이 추가로 붙지만, 포틀랜드에서는 태그에 적힌 가격 그대로 결제하면 됩니다. 그래서 차로 3시간 거리의 시애틀 사람들은 포틀랜드 맛집을 찾거나 쇼핑을 하러 당일치기 일정으로 많이 방문합니다.
하지만 포틀랜드가 쇼핑하기 좋은 가장 큰 이유는 취향 가득한 희소성 있는 아이템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흔하지 않은 로컬 브랜드들이 가득하고, 손으로 직접 만든 제품들도 많습니다. 펄디스트릭트(Pearl District)와 동쪽 번사이드(East Burnside) 지역에는 독립 디자이너 부티크, 빈티지 의류점, 수제 공예품 가게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찾을 수 없는 개성있는 제품들을 발견할 수 있죠.
포틀랜드를 여행한다면 꼭 사와야 하는 쇼핑 아이템을 소개합니다.

① 로스터리 커피 원두
포틀랜드는 ‘커피의 성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수백 개의 독립 카페들이 저마다의 로스팅 철학과 독창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미국 스페셜 커피 산업을 이끄는 제3의 커피 물결의 발상지로서, 독립 로스터리들이 공정 무역을 통해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는 구하기 힘든 최상급 원두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스(Stumptown Coffee Roasters)와 포틀랜드 로스팅 컴퍼니(Portland Roasting Company) 같은 대표적인 로스터리의 시그니처 블렌드와 싱글 오리진 원두는 독특한 풍미뿐만 아니라 포틀랜드 특유의 감각적인 패키지 디자인 덕분에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높습니다.
② 파웰스 북스 굿즈
1971년부터 이어져 온 파웰스 북스(Powell’s Books)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 독립 서점 중 가장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포틀랜드의 랜드마크입니다. 파웰스 북스의 굿즈 섹션은 책만큼이나 방대합니다. 파웰스 북스의 굿즈는 실용적이고 감각적인 디자인 덕분에 현지인들에게도 사랑받는 아이템이 많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은 단연 에코백과 머그잔입니다. 에코백은 튼튼한 캔버스 소재부터 가볍게 들기 좋은 장바구니 스타일까지 크기와 디자인이 다양합니다. 서점의 상징적인 ‘P’ 로고나 “Fiercely Independent(치열한 독립정신)”라는 슬로건이 적힌 디자인이 가장 인기 있습니다.
머그잔도 클래식한 로고 디자인부터 지역 아티스트와 협업한 한정판 일러스트까지 다양한 버전을 만날 수 있습니다. 포ㅌ랜드의 비 오는 날씨에 어울리는 후드 티셔츠나 니트 비니, 혹은 서점의 아이덴티티가 담긴 마그넷이나 뱃지, 스티커, 독서등(Book light), 퍼즐도 센스 있는 선물이 될 것입니다.
③ 로컬 크래프트 주류
포틀랜드는 맥주의 도시일 뿐만 아니라, 미국 내 크래프트 증류주(Spirits) 운동의 중심지이자 고품질 사케 생산지이기도 합니다. 80개 이상의 맥주 양조장뿐만 아니라, 개성 넘치는 증류소와 사케 양조장이 공존합니다. 맥주 애호가라면 로그(Rogue)나 브레이크사이드(Breakside)에서 갓 만든 신선한 IPA와 스타우트를 맛보는 것이 필수입니다.
맥주만큼이나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크래프트 위스키와 사케입니다. 포틀랜드는 미국 북서부의 풍부한 보리와 깨끗한 물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증류 문화를 꽃피웠습니다. 특히 웨스트워드 위스키(Westward Whiskey)는 묵직하고 깊은 풍미로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필수 쇼핑 리스트로 꼽힙니다. 놀랍게도 포틀랜드는 미국 내 사케 문화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오리건의 맑은 물은 사케 양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사케원(SakeOne) 등을 중심으로 빚어내는 신선한 나마자케(생사케)와 프리미엄 청주의 깔끔한 맛을 만들어냅니다.
④ 포틀랜드 요리책
포틀랜드는 <워싱턴 포스트>가 “미국 최고의 음식 도시(America’s Best Food City)”라고 극찬했을만큼, 현재 미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미식 트렌드를 이끄는 곳입니다. 허세는 빼고 맛의 본질에 집중하는 포틀랜드 특유의 식문화는 요리책을 통해 소개되며 미국 전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국 내 다른 대도시보다 가성비와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맛의 수준은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라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길거리 푸드 카트와 고급 레스토랑의 경계가 허물어져 있고, 셰프들의 창의적인 시도가 환영받는 분위기입니다. 미식계의 오스카라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상(James Beard Awards)을 수상한 스타 셰프들의 저서는 소장 가치가 충분합니다. 채소 요리의 바이블로 통하는 조슈아 맥패든(Joshua McFadden)의 <식스 시즌스(Six Seasons)>나, 그레고리 고데(Gregory Gourdet) 등 포틀랜드 출신 셰프들의 요리책들은 이런 배경 덕분에 미국 전역 베스트셀러에 자주 오릅니다. 킨포크 감성이 묻어나는 아름다운 북 디자인은 덤입니다.
⑤ 아웃도어 제품
포틀랜드는 나이키 본사와 아디다스 북미 본사, 그리고 컬럼비아(Columbia) 브랜드가 탄생한 명실상부한 세계 아웃도어 및 스포츠 산업의 중심지입니다. 소비세 0% 덕분에 최신 기능성 하이킹 부츠, 러닝화, 고어텍스 재킷 등 고가의 장비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무엇보다 ‘포틀랜드 온리(Portland Only)’ 아이템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1932년부터 수제 부츠의 전통을 이어온 대너(Danner)의 Made in USA 라인업이나 힙스터 캠핑 브랜드 폴러(Poler)의 입을 수 있는 침낭 냅색(Napsack), 또한 도시 곳곳의 빈티지 숍에서는 80~90년대 생산된 올드 스쿨 아웃도어 의류나 희귀한 아카이브 제품을 발굴할 수 있어 고프코어(Gorpcore) 룩을 즐기는 패션 피플들에게 보물창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