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슈 북쪽 끝자락의 아오모리는 가장 먼저 눈이 내리고, 사계절의 흐름을 가장 오래 간직합니다. 오래된 역과 항구, 손때 묻은 시장 골목, 그리고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자연은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고 머무는 것만으로도 삶의 속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봄이면 벚꽃이 히로사키 성을 장식하고, 여름에는 일본 3대 축제 중 하나인 네부타 마츠리 축제로 거대한 등불이 하늘을 수놓고, 겨울에는 하얀 설경 속에서 온천과 사케 한 잔이 마음을 녹입니다.
아오모리는 일본에서 가장 많은 사과가 자라는 땅입니다. 하루하루의 기온차가 만들어낸 깊은 단맛, 태풍에도 꺾이지 않고 자라난 빛깔 고운 사과는 아오모리의 자부심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검은 보석 흑마늘.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아오모리 흑마늘은 청정한 자연 속에서 오랜 시간 숙성되어 단맛과 감칠맛이 어우러진 건강 식품입니다. 일본 전국 생산량 1위라는 수식어보다 더 강력한 것은 한 알 한 알에 담긴 정성과 기다림의 시간입니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쓰가루 칠기. 300년의 역사를 가진 이 화려한 공예는 수십 번의 붓질과 오랜 시간의 건조 과정을 거쳐야 완성됩니다. 칠기 표면에 반복되는 무늬는 마치 시간이 켜켜이 쌓인 듯 깊은 울림을 줍니다.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장인의 인내와 섬세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예술품이랍니다.
아오모리 여행의 끝에 여운을 간직하고 싶다면, 아오모리만의 이야기를 담은 물건 하나쯤은 꼭 챙겨보세요. 바람이 익히고, 시간이 빚은 도시 ‘진짜 아오모리’가 들여다보이는 쇼핑 아이템들을 소개합니다!

1. 쓰가루 사케
아오모리현 북서부, 히로사키시와 고쇼가와라시 등 쓰가루 지역을 중심으로 양조되는 니혼슈(청주)입니다. 이 지역은 에도 시대부터 사케 양조가 발달해 왔으며, 추운 기후까지 더해져 발효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쓰가루 사케는 핫코다산의 맑은 물과 지역 쌀인 하나후부키, 하나오모이를 원료로 사용해 깔끔하고 상쾌한 맛이 특징입니다. 특히 은은한 사과 향이나 과일 향이 느껴져 부드럽고 마시기 쉬워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2. 사과 핸드크림 & 립밤
아오모리의 사과를 직접 가져올 수는 없지만, 그 향기와 감촉을 담은 핸드크림과 립밤으로 여운을 남길 수 있습니다. 아오모리 사과 추출물이 함유된 이 뷰티 아이템들은 아오모리 사과 향을 간직함과 동시에 뛰어난 보습력을 자랑합니다. 귀여운 사과 모양 용기나 후지 사과 일러스트가 새겨진 디자인 패키징 덕분에 선물용으로도 인기 만점이죠. 아오모리는 일본 사과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최고 품질의 사과 산지로 유명합니다.
3. 아오모리 사과 와인
아오모리의 서늘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은 사과뿐 아니라 와인용 포도 재배에도 최적입니다. 그래서 아오모리 소규모 와이너리에서 생산한 사과 와인도 지역 특산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달콤하면서도 드라이한 편이며, 후지 사과 특유의 아삭한 산미와 은은한 향도 인상적입니다. 알코올 도수도 5~12% 정도라 부담없이 즐기기 좋습니다. 아오모리 자연 풍경(벚꽃, 네부타)에서 영감을 받은 라벨 디자인과 사과 모양의 와인 병은 소장가치가 높아 선물용으로도 좋은 선택입니다.
4. 다자이 오사무 굿즈
섬세한 감정의 결을 글에 담아낸 다자이 오사무. 그의 문학 세계를 좋아한다면 고쇼가와라에 위치한 생가 ‘샤요칸’에 들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메이지 시대의 고풍스러운 저택은 일본 중요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으며, 지금은 기념관으로 운영 중인데 이곳에서 다자이 오사무 굿즈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지만 그의 초판본을 모티브로 한 노트나 키링, 엽서 같은 굿즈는 그의 책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는 아이템입니다.
5. 흑마늘 소스
의외로 아오모리는 일본 마늘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마늘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장시간 숙성시켜 만든 흑마늘은 자극 없이 달콤하고 깊은 맛으로 사랑받고 있죠. 일본에서 ‘혹서의 약초’라 불릴 만큼 여름철 건강식품으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흑마늘을 활용한 진액이나 간장과 같은 소스 제품들은 진공 포장 또는 작은 병에 담겨져 있어 여행자들도 손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6. 쓰가루 칠기
300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온 쓰가루 칠기는 에도 시대 히로사키 번주가 장인을 초청하면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지금도 아오모리 편백나무를 베이스로 48~50단계의 정교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는데, 여러 색상의 옻을 차곡차곡 올리고 정성스럽게 연마하는 ‘研ぎ出し変わり塗り(Togidashi kawari-nuri)’ 기법이 쓰가루 칠기만의 독특한 미감을 완성합니다.
물과 습기에 강해 일상에서도 쓰기 좋고, 아름다운 문양은 오래도록 질리지 않죠. 1873년 비엔나 만국박람회에 전시되며 세계적인 극찬을 받은 쓰가루 칠기를 직접 손끝으로 느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