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가장 클래식한 미국을 만나다_ 보스턴 (1)
2019.04.25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항구 도시인 보스턴은 유럽의 어느 작은 도시에 온 것 같은 아기자기한 매력을 보여주는 곳이다. ⓒShutterstock_GagliardiImages
항구 도시인 보스턴은 유럽의 어느 작은 도시에 온 것 같은 아기자기한 매력을 보여주는 곳이다 ⓒShutterstock_GagliardiImages

미국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면 열의 아홉은 뉴욕이나 LA를 다녀왔냐고 물어본다. 하지만 미국다운 미국을 경험해보고 싶은 이들에게 보스턴은 정답에 가까운 도시다. 미국 건국 200여 년 역사와 젊은 지성이 멋진 교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은 미국 특유의 광활함보다는 유럽의 어느 도시에 온 것 같은 디테일하고 아기자기한 매력을 보여주는 도시다. 미국을 여행하다 보면 자동차 없이 대중교통 또는 도보로 여행하기가 힘들다는 점이 꽤 불편하게 느껴지곤 하는데 보스턴은 살랑살랑 걸어 다니며 여행할 수 있는 미국의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다. 내가 여행할 당시만 해도 인천-보스턴 직항이 없어서 뉴욕까지 항공편을 이용한 후 뉴욕의 펜 스테이션에서 보스턴의 사우스 역까지 암트랙을 타고 갔다.

‘자유의 길’을 걷다

숙소에 짐을 맡겨둔 후 두 번 고민할 필요 없이 가장 먼저 보스턴 코먼으로 향했다. 뉴욕의 센트럴 파크처럼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공원인 보스턴 코먼은 미국 식민 시대와 독립전쟁 역사의 축소판인 프리덤 트레일이 시작되는 곳이다. 바닥에 그려진 붉은색 벽돌 길을 따라 걸으면 미국 독립의 역사에 대해 생생하게 배울 수 있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시민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벌였던 독립혁명의 발상지 퍼네일 홀
미국 독립전쟁 당시 시민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벌였던 독립혁명의 발상지 퍼네일 홀

‘자유의 길’이라는 뜻의 프리덤 트레일에는 4km에 이르는 거리에 16개의 유적지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 독립전쟁의 불씨가 되었던 보스턴 차 사건, 보스턴 차 사건을 계획했던 올드 사우스 집회소, 영국군의 발포로 5명의 미국인이 사망한 보스턴 학살 유적지, 시민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벌였던 독립혁명의 발상지 퍼네일 홀 같은 영국에 대한 저항 사건의 현장과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역사적인 장소를 유적지로 지정하고 동선에 따라 쉽게 둘러볼 수 있도록 표지판을 만들었다. 나무로 만들었던 표지판은 이후 철제 표지판으로 바뀌었다.

프리덤 트레일 워킹 투어에서는 전통 복장을 한 가이드가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프리덤 트레일 워킹 투어에서는 전통 복장을 한 가이드가 자세한 설명을 해준다.

동선을 따라 벽돌 길이 나 있다고 하지만 길을 잘못 들어 헤매는 게 염려된다면 프리덤 트레일 워킹 투어에 참가하는 게 답이다. 전통 복장을 한 노련한 가이드가 인도하며 한 곳 한 곳 유적지를 짚어 나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돌아다니면 미처 모를 수 있거나 무심코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유적지를 살뜰하게 돌아볼 수 있다.

수학 공식처럼 정해진 투어가 마뜩잖고 핵심 유적지만 쏙쏙 골라 보고 싶은 생각에 나는 보스턴 코먼에 자리한 비지터 센터에서 프리덤 트레일 지도를 챙긴 후 도보 여행을 떠났다.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나만의 호흡으로 프리덤 트레일을 산책하듯이 누비자 보스턴의 고졸한 거리 풍경이 더욱더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보스턴의 매력 지수를 한껏 높여주는 명소와 맥주 투어

프리덤 트레일을 두 시간 남짓 걸었을까. 불현듯 시장기가 돌아 프리덤 트레일 유적지 중 하나인 퍼네일 홀의 지척에 있는 퀸시 마켓으로 향했다.

퍼네일 홀 마켓 플레이스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곳인 퀸시 마켓
퍼네일 홀 마켓 플레이스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곳인 퀸시 마켓

1826년에 지어진 퀸시 마켓은 노스 마켓, 사우스 마켓, 퀸시 마켓으로 이루어진 퍼네일 홀 마켓 플레이스에서 가장 활기 넘치는 시장이다. 다양한 음식으로 구애를 하는 푸드 코트를 비롯해 야외 테이블을 갖춘 레스토랑들이 늘어서 있는데 특히 햇살 좋은 날이면 야외 테이블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왁실덕실하다. 예쁜 차양이 있는 레스토랑의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한입에 베어 먹기 힘들 정도로 랍스터 살이 듬뿍 들어 있는 랍스터 롤에 보스턴 명물인 클램 차우더를 곁들이니 더없는 행복감이 밀려왔다.

퀸시 마켓에서 빼놓을 수 없는 랍스터 요리
퀸시 마켓에서 빼놓을 수 없는 랍스터 요리

10여 개의 블록으로 이어진 거리 양쪽에 브랜드 숍, 카페, 레스토랑, 갤러리가 자리한 뉴버리 스트리트는 우리나라로 치면 가로수길이라고 할 수 있는 거리다. 과거 주거용이던 주택들을 상점으로 개조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빅토리아 시크릿, 랄프 로렌, 자라, H&M 같은 브랜드 숍에서 쇼핑의 쾌감을 만끽한 후 작지만 운치 넘치는 야외 테라스가 있는 카페에서 무위의 일락을 즐겨본다.

주거용이던 주택들을 상점으로 개조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뉴버리 스트리트
주거용이던 주택들을 상점으로 개조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뉴버리 스트리트

평소 맥주를 사랑하는지라 미국 도시를 여행할 때 각 지역이나 그 도시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지역 맥주 양조장 투어에 참가해 맥주를 홀짝이곤 한다. 보스턴에는 미국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새뮤얼 애덤스의 이름을 딴 새뮤얼 애덤스 맥주가 있다. 보스턴의 작은 양조장으로 시작해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간 보스턴 대표 맥주로 보스토니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 맥주는 보스턴의 레스토랑이나 바,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새뮤얼 애덤스 양조장 투어에 참가하면 맥주 재료가 되는 여러 가지 홉을 직접 보며 발효 과정에 따라 다른 풍미를 즐길 수 있는 4~5종의 맥주를 마시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맥주를 찾아내는 재미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옆자리의 낯선 이들과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것도 즐겁기만 하다.

2편에 계속 …

글 윤영주
전 세계 150여 개 도시에 발 도장을 찍은 여행 작가. 저서로는 <저스트고 미국 동부> <디스 이스 뉴욕> <금토일 해외여행>이 있다. 때로는 칼럼니스트로서, 때로는 강연자로서 일상에서도 늘 ‘여행’과 함께하고 있다.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보스턴 4월 12일 신규 취항. 주 5회(화·수·금·토·일) 운항
※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 http://www.koreanair.com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