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가칼럼

제대로 된 ‘진짜’를 즐길 수 있는 여행지 TOP 3
2019.04.23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AOMORI – 명산을 벗 삼은 온천의 정수

아오모리현은 온천지 수와 용출량으로 일본에서 전국 4위에 랭크돼 있다. 최고의 온천 여행지라고 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순위가 아닌지 의아할 수도 있으나, 아오모리현 온천의 진가는 수치에는 담지 못하는 아름다운 자연에 있다.

아오모리 온천장 앞에 펼쳐진 드넓은 바다
아오모리 ⓒ아오모리 관광청

이곳 온천을 특별하게 만드는 대자연의 중심에는 아오모리 시와 도와다 시에 걸쳐 있는 하코다산이 있다. 하코다산은 일본의 100대 명산 중 하나로 곳곳에 화산 활동으로 생긴 늪과 습지가 있으며 태초의 모습 그대로 보존된 원시림과 고산식물이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어느 계절에 방문해도 절경이지만 방문객이 가장 많은 때는 가을. 울긋불긋한 단풍이 산 전체를 뒤덮어 케이블카인 하코다 로프웨이를 타고 오르면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단풍 숲을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가을에 비해 발길이 조금 덜한 편이긴 해도 눈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다.

이곳의 강설량, 아니 ‘폭설량’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거슬거슬한 인공 눈이 마뜩잖은 스키어들이 폭신폭신한 파우더 스노(부드럽고 습기가 적은 눈)를 찾아 하코다산에 오른다. 스키나 스노보드, 스노슈즈를 신고 걷는 스노 하이킹을 즐긴 다음 따끈한 온천에 몸을 담그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하코다산을 두른 온천 마을의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아오모리의 눈 덮힌 집
아오모리 ⓒShutterstock_PixHound

온천수의 성분은 물론, 온천 여관의 콘셉트도 제 각각이라 골라 묵는 재미가 있다. 하코다산 주변의 유명 온천 중 ‘조가쿠라’는 너도밤나무 원시림에 둘러싸인 온천 호텔이다. 겨울에는 설산 속에서 노천 온천을 즐기고, 여름에는 밤하늘의 별빛을 보며 신선놀음을 할 수 있다. 등산객을 위한 당일치기 입욕 메뉴와 여성 전용 릴랙스 룸 등 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것이 특징. 조가쿠라가 현대적인 시설을 자랑한다면 ‘스카유’는 300년 넘는 역사를 뽐낸다. 하코다산 주변 온천 중에서 제일 역사가 깊은 곳으로 1954년 일본의 국민보양온천지 제1호로 지정됐다.

이곳은 깊은 역사도 역사지만 노송나무로 짠 대형 욕탕이 명물이다. 약 248㎡ 크기의 너른 욕탕은 특히 추운 겨울날 증기가 자욱해 옛 설화에서나 본 것 같은 온천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남녀 혼탕이지만 여성 고객을 배려해 여성 전용 입욕 시간을 따로 마련했다. 하코다산 남쪽에는 쿠시가미네 연봉에서 시작된 아오니 계류가 흐른다. 원시림 사이로 이 계류가 굽이치는 풍경 속에는 ‘아오니 온천’이 오도카니 자리 잡고 있다.

산골짜기 숲에 둘러싸여 속세를 벗어난 듯한 이곳은 ‘램프의 여관’이란 별명으로 더욱 유명하다. 해가 진 뒤 어두운 숲 속을 밝히는 빛은 소박한 램프 뿐, 객실에는 TV나 냉장고는 물론 콘센트도 없다. 잠시나마 속세와 인연을 끊고 자발적 고립을 선택한 객들이 머무는 곳으로 SNS를 달고 사는 현대인에게는 다소 난도가 높은 곳이다.

전자 기기와 인터넷 세상을 벗어나려니 다소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대신 물소리와 새소리를 벗 삼아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긴장했던 몸이 풀리는 것은 물론, 머릿속을 가득 채운 상념이 수면에 내려앉는 눈송이처럼 삽시간에 녹아 내릴 것이다.

NADI – 관광에 휴양까지, 남태평양 여행의 정수

남태평양에 있는 여러 섬 무리의 센터를 차지한 피지는 ‘남태평양의 허브’라는 별명을 지닌 나라답게 여러 섬나라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이다. 3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피지는 두 개의 큰 섬, 비티레부와 바누아레부를 빼면 대부분의 섬 크기가 고만고만해 섬 하나에 리조트 하나가 들어선 형태다. 덕분에 조용한 휴양을 원하거나 밀월여행이 필요한 이들이 즐겨 찾는다. 이 때문에 조용한 휴양의 나라로 알려졌지만 젊은 배낭여행족이 모여들어 활기차게 붐비는 나라이기도 하다.

난디의 푸른 바다와 하늘과 떠 있는 배
난디 ⓒShutterstock_Jihun Sim

남태평양의 여러 섬을 탐험하기 위해 호주와 뉴질랜드, 미국, 유럽 등지에서 찾아온 배낭여행객만 한 해에 10만 명이 넘는다. 특히 국제공항이 있는 비티레부섬의 난디는 배낭여행족의 거점. 그저 피지를 드나들기 위해 잠시 거치는 곳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난디의 다양한 매력에 푹 빠져 아예 이곳에서 롱 스테이를 결정하는 여행자도 적지 않다. 여행자를 위한 편의 시설과 볼거리를 살뜰히 갖춘 것은 물론이거니와 여러 섬에서 즐기는 각종 투어 프로그램이 이곳에서 시작되며 도심에서 약간만 벗어나면 굳이 배 타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조용한 휴양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난디 공항에서 차로 약 20분이면 닿는 데나라우는 피지의 흔치 않은 인공 섬으로, 화려하게 단장한 5성급 국제 체인 호텔이 몰려 있다. 데나라우 항구에는 복합 쇼핑몰과 편의 시설이 가득하고 세계 각국 여행객의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는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어 편안한 쇼핑과 식사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또한 섬 리조트로 가기 위한 각종 크루즈가 출발하는 곳이기도 해, 피지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꼭 들르는 곳이다.

난디에서는 피지의 전통과 옛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곳이 난디 마켓. 마치 1970년대 우리나라 전통 시장과 비슷한 분위기로 과거와 오늘의 피지 문화가 절묘하게 공존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면적은 그다지 넓지 않지만 슬렁슬렁 걸으며 노점을 구경하다가 피지 맥주 등 특산물도 사고 로컬 식당에서 배도 채우노라면 꽤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가 오후 4시쯤이면 아쉽게도 폐장 분위기다. 느긋한 남태평양 섬사람들답게 일요일에는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는다.

난디 인근의 모미에서 시작되는 산호 해안은 피지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퍼시픽 하버까지 100km 넘게 뻗어 있다. 해안을 따라 아름다운 산호초가 이어지고 고급 리조트와 호텔이 수십 개나 들어섰다. 난디에서 퀸즈 로드를 따라 남으로 80km 정도 떨어진 곳에는 피지 최초의 국립공원 싱가토카 모래 언덕이 있다. 움푹 파인 지형에서 파파야나 가지 같은 농작물이 자라 ‘샐러드 볼’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강을 타고 온 은빛 모래가 쌓이고 또 쌓여 650ha의 거대한 모래 언덕을 이뤘는데, 여기서 3,500년 전 고대 피지의 유적지가 발견되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MADRID – 축구계의 별 무리, 레알 마드리드 투어

스페인 마드리드에는 은하수가 있다. 스페인어로 은하수, 은하계라는 의미의 ‘갈락티코’는 최고의 명문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정책이다. 말 그대로 별 무리 같은 최고의 선수들로만 운영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2000년대 초반에 지단과 호나우두, 피구와 베컴 등 당시 최고의 선수들을 막대한 이적료를 들여 영입했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가레스 베일 영입 등으로 갈락티코 정책은 꾸준히 이어졌다.

물론 2018년 호날두가 다른 팀으로 이적해 레알 마드리드는 팬들의 큰 원성을 샀지만, 여전히 이 팀에는 별이 가득하다. 반짝반짝한 별 무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 및 라리가 최다 우승, UEFA 랭킹 역대 최다 1위를 자랑하며 ‘유럽의 왕’으로 자리 잡았다.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에 충성스러운 팬을 거느린 명문 구단의 홈. 그래서 마드리드는 축구 팬들의 성지로 불리기도 한다.

레알 마드리드의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은 축구 팬들을 위해 별도의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티켓 비용은 약 25유로.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예매할 수도 있다. 경기장 입장 전, 선수 사진이 들어간 실물 티켓을 받는 순간부터 팬의 마음은 두근두근 뛴다. 소지품 검사를 하고 경기장에 들어서면 자유 투어 또는 가이드 투어라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인다.

마드리드 경기장 외관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경기장 ⓒShutterstock_Enrique Palacio Sansegundo

레알 마드리드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마니아라면 시간에 쫓기지 않고 꼼꼼하게 둘러볼 수 있는 자유 투어를 추천한다. 느긋하게 경기장 전체를 둘러보고 박물관에 입장하자마자 명경기의 결정적인 장면으로 꾸민 화면이 이어진다. 한쪽에 진열된 우승 트로피만 해도 셀 수 없이 많은데, 화면에서만 보았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 앞에 서면 다들 사진 찍느라 바쁘다.

마드리드 경기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선수들
마드리드 ⓒShutterstock_VICTOR TORRES

트로피와 역대 로고, 선수들의 사진과 유니폼 등을 관람한 뒤 이제는 실제 선수들의 공간을 엿볼 시간이다. 잔디 위를 거닐며 이곳에서 뛰고 굴렀던 선수들의 모습을 떠올리거나, 라커룸에 들러 좋아하는 선수의 라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어본다. 경기장 투어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긴 하지만 그보다 좋은 건 역시 경기 관람이다.

티켓은 온라인으로 예매할 수 있는데 빅 매치는 예매 경쟁이 치열해 티켓 오픈 시간을 잘 확인하는 것도 필수. 만약 티켓 예매에 실패했다면 차선책으로 경기장 근처의 큰 펍에 가보는 것도 좋다. 낯선 사람들과 말 한마디 통하지 않아도 같은 팀을 응원한다는 공통점으로 엮여 함께 응원하고 웃고 맘껏 환호하는 시간은 색다른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