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가칼럼

“따나까도 바르고 대나무 공도 사고” 미얀마 냥우 시장
2019.04.23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밍글라바!” 어디에선가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한 미소를 띤 미얀마 아가씨였다. 아무도 모르는 나라에서 누군가 건네 온 인사는 언제나 반갑다. 여기는 미얀마 마니시투 시장이다. 냥우 시장으로 더 많이 불리는 이 시장은 바간에 자리하고 있다. 미얀마 어디에 가든 불교를 느낄 수 있지만, 그중 최고는 바간이다.

불탑의 도시, 바간에서 만나는 미얀마 전통 시장

바간은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 보로부두르와 함께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로 꼽히는 미얀마 대표 여행지다. 바간에는 수천 개의 파고다와 유적지가 곳곳에 흩어져 있다. 미얀마 국민의 약 89%는 불교 신자로, 미얀마 사람들은 파고다를 세우는 것을 최고의 공덕으로 여긴다. 파고다가 많은 바간이 ‘불탑의 도시’로 불리는 이유다.

미얀마 중심 도시 양곤에서 국내선을 타고 바간에 도착해 공항 근처에 있는 냥우 시장으로 향했다. 오래된 도시가 지닌 고즈넉함 대신 생생한 에너지가 여행자를 반겼다. 시장에는 미얀마 사람들이 먹고 입고 사는 것들과 여행자를 위한 기념품이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 금빛을 좋아하는 미얀마답게 입구도 반짝반짝 빛나는 금색이었다.

미얀마 중심 도시 양곤에서 국내선을 타고 바간에 도착해 공항 근처에 있는 냥우 시장으로 향했다. 오래된 도시가 지닌 고즈넉함 대신 생생한 에너지가 여행자를 반겼다. 시장에는 미얀마 사람들이 먹고 입고 사는 것들과 여행자를 위한 기념품이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 금빛을 좋아하는 미얀마답게 입구도 반짝반짝 빛나는 금색이었다.

미얀마 냥우 시장 입구
미얀마 냥우 시장 입구

먼저 먹거리. 시장 입구를 통과하니 싱싱한 채소부터 과일, 생선까지 먹거리가 줄줄이 나타났다. 냥우 시장에 나온 식재료는 근처 에야와디강의 은혜를 입은 것이고 싱싱한 생선들도 에야와디강 출신이다. 에야와디강은 길이가 약 2,170km의 미얀마 국토 중앙을 관통하는 강으로, 강 유역에는 평원이 펼쳐져 있다. 시장에 가득 쌓인 쌀도 에야와디강을 따라 형성된 비옥한 땅에서 길러졌다. 초록빛으로 반짝이는 각종 채소도 좋은 땅의 선물이다.

미얀마 대표 특산품, 따나까

시장을 둘러보다 귀에 꽃을 꽂은 여인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 특별한 날이에요?”라고 물었더니 “매일이 특별한 날이죠”라는 선문답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꽃을 꽂은 이유는 단지 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을 어슬렁거리다 보니, 머리에 꽃을 단 이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미얀마 사람들은 꽃을 무척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니 현지인의 복식을 살펴볼 수 있는 상점이 나타났다. 미얀마 사람들은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론지’라고 부르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입는다. 여인들은 가게 앞에서 알록달록한 천을 펼쳐놓고 론지를 고르느라 심사숙고하고 있었다. 멋쟁이들을 위한 양장점도 있었다. “밍글라바!” 인사하니 재봉틀을 돌리던 아가씨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피어 올랐다.

론지를 고르느라 심사숙고 중인 미얀마 여인들
론지를 고르느라 심사숙고 중인 미얀마 여인들

냥우 시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품목 중 하나는 팔뚝만 한 길이의 나무토막이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호기심이 났다. 옆에는 돌로 만든 접시가 놓여 있었다. 알고 보니 미얀마의 대표 특산품 ‘따나까’였다. 미얀마 사람들이 얼굴에 바르는 노란색 가루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용하는 천연 화장품이다. 미얀마의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또 피부를 부드럽게 해주고 살균 작용이 있어 피부 트러블에도 효과가 있다고. 무려 2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이다.

시장에서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노란 따나까를 바르고 있었다. 미얀마 사람들은 따나까 나무를 돌에 갈아 가루로 만든 다음 물에 개어 얼굴에 바른다. 여행자를 위해 만든 비누와 화장품 그릇에 담긴 따나까도 있어 친구들을 위해 몇 개 사서 가방에 넣었다.

미얀마 사람들은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따나까를 얼굴에 바른다.
미얀마 사람들은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따나까를 얼굴에 바른다.

질 좋고 저렴한 라카웨어와 대나무 공예품

미얀마 사람들은 순박하고 친절하다. 그러나 순하고 착해 보이던 미얀마 사람들도 시장에서 물건을 팔 때는 공격적이다. 이렇게 생활력이 강한 사람들이었나 놀랄 정도다. 손에 따나까를 쥐여주며 “선물이에요. 안 사도 돼요”라고 말하더라도 여인의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여인이 돈을 받기 위해 나타나는 일이 다반사다. 어떤 이는 론지가 잘 어울린다며 마구 달려든다. 냥우 시장은 다른 재래시장에 비해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 호객 행위를 피하긴 어렵다. 구입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미리 의사를 분명히 표시하는 게 좋다.

냥우 시장에서는 미얀마 사람들의 생생한 에너지가 녹아 있는 일상을 느낄 수 있다.
냥우 시장에서는 미얀마 사람들의 생생한 에너지가 녹아 있는 일상을 느낄 수 있다. ⓒShutterstock_happystock

입구에서 안쪽으로 들어가면 관광객을 대상으로 기념품 파는 집이 모여 있다. 불교의 나라답게 각양각색의 불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그시 누워 있는 불상부터 오색찬란한 불상까지 다양하다. 건너편에는 대나무로 만든 공예품이 쌓여 있다. 미얀마는 대나무 공예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예쁘장한 사각형의 라탄 가방이 마음에 들어 한참을 가방 앞에서 서성였다.

부담 없는 기념품으로는 앙증맞은 대나무 공도 좋다. 미얀마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즐기는 공놀이, ‘칭롱’에 사용하는 공이다. 칭롱은 미얀마 5짯(미얀마 화폐 단위) 지폐에도 그려져 있는 미얀마 대표 놀이다. 열쇠고리로 제작된 작은 공은 가볍고 특색 있어 누구라도 환영한다.

그릇에 관심이 있다면 미얀마 칠기인 라카웨어를 살펴보자. 공이 많이 들어간 공예품이다. 대나무를 엮어 본체를 만들고 천을 덧대 초벌 작업을 한 후 말리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무늬를 넣을 경우에는 더 복잡하다. 라카웨어 제작 과정을 보고 나면 저절로 손이 간다. 앙증맞은 컵부터 화려한 가구까지 다양하다. 예상치 못한 쇼핑으로 지갑이 가벼워질 수 있으니 조심할 것. 시장을 방문하는 시간은 이를수록 좋다. 이른 아침이 살아 있는 에너지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어쩔 수 없이 오후에 가야 한다면 5시 이전에 들르자. 조명이 따로 없어 어두워지기 전에 대부분 문을 닫기 때문이다.

미얀마 칠기인 라카웨어. 컵부터 가구까지 다양한 제품이 즐비하다.
미얀마 칠기인 라카웨어. 컵부터 가구까지 다양한 제품이 즐비하다.

[여행 정보]
✽ 대한항공에서 인천~양곤 간 직항편을 운항한다. 약 6시간 소요.
✽ 공식 언어는 미얀마어이며 화폐 단위는 짯(Kyat)이다.
✽ 미얀마에서 혀로 내는 ‘똑’ 소리는 화가 났다는 뜻이니 조심하는 게 좋다.

글·사진 채지형
모든 답은 길 위에 있다고 믿는 여행가. <오늘부터 여행작가> <안녕, 여행> <제주 맛집> <인생을 바꾸는 여행의 힘> <까칠한 그녀의 stylish 세계 여행> <지구별 워커홀릭> 등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