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가칼럼

골목의 품격_ ② 텔아비브
2019.08.27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하얗고 노란 골목길에 깜찍한 반전이 숨은 도시

“이스라엘에 다녀왔다”고 하면 대부분 성지순례를 떠올린다. “그 정도로 신심이 깊었는지 몰랐다”는 말은 덤이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책 <성경>의 주 무대이기에 어쩔 수 없는 숙명일까.
이유야 어찌 됐든 마음껏 쉬고, 마음껏 즐기고픈 여행자들의 바람과 이스라엘은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도시 텔아이브(Tel Aviv)를 만나기 전까지는.

'화이트 시티 모더니즘 운동'으로 인한 도시 계획은 텔아비브에 화이트 시티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화이트 시티 모더니즘 운동’으로 인한 도시 계획은 텔아비브에 화이트 시티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도시 중심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텔아비브는 일찌감치 이스라엘의 다른 도시들과 노선을 달리했다. 종교의 율법 못지않게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고, 신실한 랍비와 전 세계에서 찾아온 힙스터들이 공존했으며, 대중교통이 멈추는 안식일에도 흥겨운 파티와 나이트 라이프가 가능했다.
어쩌면 이 도시는 더 오래전부터 오픈마인드였는지도 모른다. 베드로가 환상을 통해 신의 계시를 받은 장소라는 야파(Jaffa) 항구에는 왕이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딸을 제물로 바쳤다는 그리스 신화가 덧대어져 있고, 프랑스인들이 지어 놓고 간 성 베드로 교회(St. Peter’s Church)가 랜드마크의 지위를 떡하니 차지했다.

유기적인 결합보다 다양한 개성의 공존을 선택한 텔아비브의 독특한 노선은 도시의 색으로도 드러난다. 도심은 모던한 흰색이고 기원전 2000년 무렵 유대인의 취락지였던 야파는 성경의 한 장면에서 꺼낸 듯한 노란 벽돌 건물이 군락을 이룬다.

기원전부터 존재해 성경에도 등장하는 오래된 지역인 야파
기원전부터 존재해 성경에도 등장하는 오래된 지역인 야파. 텔아비브 중심가와 다른 노란 건물이 특징이다.

도심이 흰색인 이유는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화이트 시티 모더니즘 운동’이라 일컫는 도시 계획 덕분이다. 동명으로 도시의 중심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 지역 건물들은 주로 3~4층 높이에 외부는 크림색이나 흰색으로 채색됐다.
지역 특성을 고려해 무더운 날씨에 적합하게 상대적으로 길고 좁은 형태의 창문을 냈고, 필로티(건물을 지면보다 높이 받치는 기둥)를 설치해 바닷바람이 통할 수 있도록 했다.

개성 가득하고 트렌디한 장소가 모여 있는 로스차일드 거리.
성지 순례만으로 텔아비브를 설명하는 건 전 세계의 힙스터들이 사랑하는 도시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개성 가득하고 트렌디한 장소가 모여 있는 로스차일드 거리.

화이트 시티는 멀리서 보면 온통 흰색이지만, 건물과 건물 사이에 난 길을 걷노라면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과 삶이 깃들어 있다.
특히 로스차일드(Rothschild) 거리는 인스타그램 유저들의 필수 코스다. 유네스코 지정 유적지와 멋진 가로수 사이,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뽐내는 노천카페 중 한 곳을 골라 앉으면 절로 관광이 된다. 트렌디한 맛집이 몰려 있다는 점도 이 거리의 훌륭한 장점이다.

야파는 유대인과 이집트인, 페르시아인들이 두루 거쳐 간 지역으로 17세기 말에 이르러 항구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지중해에서 이스라엘로 들어오는 길목에 자리해 이스라엘 건국 직후에는 세계에 흩어져 있던 동포를 맞이하는 임시 수도 역할을 하다가 1950년 텔아비브에 합병됐다. 언덕도 있고 언뜻 보면 정갈한 도시 계획과는 거리가 좀 있어 보이지만, 그래서 더욱 걷는 맛이 있다.

(왼쪽부터) 갤러리 입구의 깜찍한 장식, 빼꼼히 자리한 작은 상점 그리고 세월이 느껴지는 오래된 문
노란 벽돌 건물 사이 좁다란 골목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온 듯 한 느낌을 주는 야파. (왼쪽부터) 갤러리 입구의 깜찍한 장식, 빼꼼히 자리한 작은 상점 그리고 세월이 느껴지는 오래된 문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노란 벽돌 건물 옆, 좁다란 길을 무작정 걷는다. 올라갔다 내려갔다, 넓어졌다 좁아졌다 하는 골목은 지루할 틈이 없고 좀 더 깊숙하게 들어가면 과거로 여행 온 듯한 신비로운 기분마저 든다. 그러다 조용히 숨어 있는 아트 갤러리나 아기자기한 상점을 발견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야파 언덕에 위치한 성 베드로 교회.
야파 언덕에 위치한 성 베드로 교회. 순례자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했던 교회는 지금 시민들을 위한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구글 맵이 길 안내를 주저할 만큼 다소 복잡한 골목에서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들더라도 조바심 칠 필요가 없다. 위로 올라가거나 바다가 보이는 족으로 내려가거나 둘 중 하나니까.
위로 올라가면 탁 트인 광장과 성 베드로 교회가 있다. 언덕 위에 자리한 데다 첨탑이 높은 이 교회는 바다에서 더욱 잘 보여 성지를 찾아온 유럽 순례자들에게 길잡이 역할을 했다고 한다. 여기서 멀리 시선을 던지면 고대 항구의 모습과 저 멀리 텔아비브의 마천루가 한눈에 들어온다. 역시, 하나의 모습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야심 찬 도시답다.

[취항지 생생 영상] 이스라엘 텔아비브, 영상으로 보기 <클릭!>

글_ 강미아
여행만큼 여행 책을 좋아하는 글쟁이. 여행을 다녀온 모든 곳이 좋았찌만 실은 언제든, 어디로 가든 이륙하는 비행기 안이 제일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 ~ 텔아비브 주 3회 운항

※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