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IP

[잘 타는 법] 베니스 수상교통
2019.09.20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물의 도시에서 유유자적, 우아하게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수상 대중교통 타기

대운하에 놓인 최초의 석조 다리, 리알토 다리
대운하에 놓인 최초의 석조 다리. 베니스의 상징이라 할 만큼 유명한 리알토 다리 주변에는 물의 도시의 낭만을 즐기러 온 관광객을 태운 곤돌라가 쉼 없이 가로지른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탈리아의 항구 도시 베니스(Venice, Venezia)는 19세기까지 독립적인 공화국 형태를 유지한 채 무역 도시로 이름을 날렸다. 100여 개의 인공 섬이 모여 만들어진 도시답게 대중교통 역시 독특한 형태로 발달했다.

100여 개의 섬으로 미뤄진 베니스

베니스는 6세기경 훈족의 습격을 피해 도망친 토착민들이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습지에 통나무를 박아 딱딱하게 다져서 만든 땅 위에 지은 도시다. 물 위에 집을 짓고 살았기 때문에 도로 대신 운하가 길이 되고 자동차 대신 배가 다니게 됐다.

보통 베니스라고 하면 본섬인 리알토섬을 말하지만, 육지와 연결된 메스트레 지역뿐 아니라 유리 공예로 유명한 무라노섬, 알록달록한 집들이 인상적인 부라노섬, 유명 휴양지이자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섬까지 포함한다.

유리 공예로 유명한 무라노섬
유리 공예로 유명한 무라노섬
알록달록한 집이 시그너처인 부라노섬, 그리고 베니스 국제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섬
알록달록한 집이 시그너처인 부라노섬, 그리고 베니스 국제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섬

섬 지역에는 차량 출입이 제한되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걸어서 이동하거나 대중교통인 바포레토(Vaporetto), 트라게토(Traghetto), 곤돌라(Gondola) 등을 이용해야 한다.

베니스의 명물 곤돌라 타고 구석구석

곤돌라는 11세기부터 운행되어온 베니스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이다. 좁은 운하를 지나기 위해 선체는 슬림하게, 바닥은 평평하게 제작한다. 현재는 교통수단이라기보다 관광용으로 200척 남짓의 곤돌라가 운항 중이다.
한때는 1만 척이 훌쩍 넘었고 상당수가 불법으로 운영됐다. 1562년 합법적으로 운영되는 곤돌라를 검은색으로 칠할 것을 명했고, 불건전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칸막이를 없앴는데 그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1세기부터 운행되어온 베니스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이자 관광 상품인 곤돌라
11세기부터 운행되어온 베니스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이자 관광 상품인 곤돌라. 배 1척당 요금을 내야 하므로 가능하면 정원을 채워 타는 것이 저렴하다.

곤돌라 뱃사공인 곤돌리에는 베니스 최고의 인기 직업 중 하나다. 가이드를 겸하기 때문에 관련 학교를 수료하고 4개 국어 이상의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곤돌라는 다양한 업체에서 운영한다. 관광안내소를 통해 예약하거나 베니스 여행이 시작되는 산타루치아 역, 산 마르코 광장 등에 위치한 공식 곤돌라 승선장에서 탑승하는 게 좋다.
최대 6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운항 시간은 30분 내외다. 이용료는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대체로 주간엔 80유로, 야간엔 100유로 정도다. 배 1척당 책정된 요금이므로 정원을 다 채울수록 경제적이다.

트라게토 타고 대운하 건너기

베니스 본섬 대운하를 건너는 이동 수단인 트라게토
베니스 본섬 대운하를 건너는 이동 수단인 트라게토. 곤돌라처럼 생겼지만 비용이 저렴해 곤돌라 1척을 다 빌리는 비용이 부담스럽거나 기분만 내고 싶을 때 제격이다.

베니스 본섬은 넓지 않다. 직선거리로 산타루치아 역에서 리알토 다리까지는 1㎞, 다시 산 마르코 광장까지는 400m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1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간과하면 안 된다.
길을 건너려면 운하를 건너야 하기 때문에 실제 이동 거리는 만만찮다. 베니스를 관통하는 대운하를 연결하는 다리는 4개뿐이므로 어쩔 수 없이 멀리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곤 한다. 트라게토는 이러한 번거로움을 보완하는 교통수단이다.

곤돌라처럼 생겼는데, 최대 15명이 승선할 수 있고, 요금은 1인당 2유로이며, 대운하를 건너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 1분 30초 정도다. 보통 5개의 정류장이 상설로 운영되는데, 계절과 날씨에 따라 운항 여부가 달라진다. 정류장마다 운항 시간이 다르고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 곳도 많다. 곤돌라 가격이 부담된다면 트라게토로 분위기만 내보는 것도 좋다.

수상 버스 바포레토로 이웃 섬 가기

곤돌라가 좁은 골목을 돌아보는 관광 상품이라면 바포레토는 육지와 본섬, 인근 섬을 잇는 교통수단이다. 운영 중인 노선은 20개가 넘는다. 버스처럼 정해진 구간을 오가는데, 이용 방법은 우리나라 버스처럼 티켓을 태그하면 된다.

베니스의 본섬과 인근 섬, 육지르르 잇는 교통수단인 바포레토
베니스의 본섬과 인근 섬, 육지를 잇는 교통수단인 바포레토. 우리의 버스처럼 티켓을 태그하는 방식으로 이용한다.

티켓은 베니스 공식 대중교통 앱인 ‘AVM Venezia Official App’에서 구입하는 것이 가장 편하지만 주요 수상 버스 정류장의 티켓 부스나 자동 판매기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 요금은 1회권(75분) 7.5유로, 1일권(24시간) 20유로, 2일권(48시간) 30유로, 3일권(72시간) 40유로다.
티켓의 유효 시간은 구매 시점과 관계없이 최초 탑승 전 티켓 개찰기에 승차 태그를 한 순간부터 시간 단위로 카운트된다. 같은 노선이라도 운행 방향에 따라 승선장이 다르므로 타기 전에 반드시 노선도를 확인해야 한다.

앱을 통한 바포레토 티켓 구매 방법

‘AVM Venezia Official App’을 통해 모바일 티켓을 구매하면 실물 티켓과 달리 분실 우려가 없어 편리하다. 구입한 티켓은 ‘Activale’ 버튼을 눌러 활성화하고, 남은 유효 시간을 체크할 수 있다.
검표원에게 모바일 티켓을 실행해 바코드를 보여주거나 리더기에 태그하면 된다. 같은 앱에서 바포레토는 물론 메스트레 지역의 버스와 트램 티켓, 마르코폴로 공항을 오가는 공항버스 티켓까지 구매할 수 있다.

24시간·48시간·72시간 티켓을 구입하면 베니스 본섬을 오가는 바포레토와 메스트레 지역의 버스, 트램까지 이용할 수 있다.

tip. 바포레토 이용 시 주의 사항

수상 버스라고 해도 예외는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소매치기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특히 백팩은 앞으로 메거나 손에 들고 있는 것이 좋다.

승선장에 플랫폼이 여러 개라 헛갈린다면 직원에게 목적지를 말해 한 번 더 확인할 것. 계절이나 날씨에 따라 운항이 중단되거나 일시적으로 노선을 변경해 운항하기도 하니 목적지에 도착하면 이후의 시간표를 확인해 돌아갈 시간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막차 시간이 지나도 야간 수상 버스를 운항하는 곳이 있지만 배차 간격이 촘촘하지 않고 어두워지면 안전에도 좋지 못하니 반드시 막차 시간 전에 돌아오는 게 좋다.

글_ 이미선
다양한 형태의 글을 쓰는 용역 라이터. 여행 전문 매거진 기자를 거치면서 최근에는 주로 여행에 대한 글을 쓴다. 과거에는 여행하면서 감정을 메모로 남기는 것을 좋아했는데, 여행이 직업이 된 이후에는 여행지의 소리를 녹음하는 걸 더 좋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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