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Bye 가우디, 바르셀로나의 숨은 보물 찾기 (2)
2019.12.26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걸을수록 근사한 동네, 보른 지구

나만 알고 싶은 거리, 보른 지구

바르셀로나와 관련된 글을 쓸 때 가장 즐겨 쓴 표현이 ‘나만 알고 싶던 바르셀로나’라는 문장이다. 이 짧은 문장 안에 바르셀로나를 대하는 나의 마음이 완전히 담겨 있었다.

카탈루냐의 고대 유적을 보존한 보른 문화기념관(El Born Centre De Cultura I Memòria)과 보른 거리
카탈루냐의 고대 유적을 보존한 보른 문화기념관(El Born Centre De Cultura I Memòria)과 보른 거리

바르셀로나를 처음 여행했던 시절에는 얄팍하게 아는 정보를 소중한 뭐라도 내어주듯 여행자들에게 나눠주는 재미에 빠졌다. 첫 여행 때 바르셀로나에서 25일을 머물렀는데, 그 때 묵었던 한인 숙소에서 마치 25개월쯤은 바르셀로나에서 머문 것처럼 밤마다 수다를 쏟아내곤 했다.

보른 지구의 골목길. 이곳의 길은 좁을수록, 깊을수록 매력적이다.
보른 지구의 골목길. 이곳의 길은 좁을수록, 깊을수록 매력적이다.

이런저런 시간이 지나고 다시 바르셀로나로 돌아와 여행이 아닌 체류를 하게 되면서부터 구시가지 곳곳에 진짜 단골 가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익숙한 곳이 늘어가면서 왠지 내가 아는 곳들을 다른 사람도 알게 될까 조심스러워졌다. 나만 알고 싶은 곳이 생긴 것이다.

구시가지에서 조금 떨어진 동네에서 몇 년을 살며 구시가지를 오가다 보니 나도 시내에 한번 살아보고 싶어졌다. 매일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 새로 나온 집을 검색했다. 검색 조건은 단 하나였다. ‘보른 지구에 있을 것.’

근사하고 맛있는 동네

산책하기 좋은 보른 지구의 골목길 그리고 딱히 필요한 것이 없어도 그냥 들어가 보게 되는 작은 상점들
산책하기 좋은 보른 지구의 골목길 그리고 딱히 필요한 것이 없어도 그냥 들어가 보게 되는 작은 상점들

꼭 보른 지구여야만 했던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파는 카페, 우주의 맛 햄버거와 은하수의 맛 감자튀김을 파는 수제 버거집, 모든 근심을 내려놓게 만드는 분위기의 카페들과 밤 산책에 딱 어울리는 피스타치오 맛 젤라토를 파는 가게, 늘 갖고 싶었지만 한 번도 사지 못한 가방을 만드는 공방과 세일 때마다 들어가서 아무거라도 사곤 했던 옷가게,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에서 마시는 코르타도(Cortado) 한 잔, 지나다 눈만 마주쳐도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알바생이 있고 생수가 다른 곳보다 10센트 싼 구멍가게…
정말 수도 없이 많은데 딱 한 문장으로 정리해야 한다면 ‘근사하고 맛있는’ 동네이기 때문이었다.

‘허핑턴포스트’ 미국판에서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이웃을 만날 수 있는 10곳 중 하나로 꼽은 지역인데 유럽에서는 단 두 지역만 포함되었으니 근사함이 가득한 지역이라는 건 분명하다.
다만 큰 길을 벗어나 골목 안으로 들어가야 진짜 이웃을 만날 수 있다. 깊을수록 멋지고, 좁을수록 매력적이다. 보른 지구에서만큼은 지도 앱을 꺼두고 발길 닿는 대로 걸어도 좋다. 어디에서나 멋진 공간을 만날 수 있는 보른 지구는 그래서 어디로 걸어도 길을 잃는 것이 아니다.

카페 라 세카의 인기 메뉴인 크로아상
카페 라 세카의 인기 메뉴인 크로아상

보른 지구 뒷골목의 작은 공연장 곁에 자리한 ‘라 세카(La Seca)’는 호프만 제과점에서 운영하는 카페다. 호프만은 크루아상으로 유명한데 그 크루아상 사이에 생모차렐라 치즈와 구운 토마토, 바질 페스토를 넣고 따뜻하게 데워주는 샌드위치를 판다. 이곳은 여행 마지막 날 가서는 안 된다. 또 먹고 싶어질 게 분명하니까.

핌팜 버거가 자리한 좁은 골목길
핌팜 버거가 자리한 좁은 골목길
핌팜 버거와 그 못지않은 인기 메뉴인 감자튀김
핌팜 버거와 그 못지않은 인기 메뉴인 감자튀김

라 세카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핌팜 버거(PimPam Burger)’가 있다. 그리고 보른 지구에 있어야만 했던 나의 첫 번째 구시가지 집은 핌팜 버거 바로 맞은 편 아파트였다. 집도 맘에 들었지만 발코니 아래에서 깜박이는 햄버거 가게 간판도 맘에 들었다. 이곳은 버거만큼이나 감자튀김이 맛있는데 반드시 마요네즈에 찍어 먹어야 한다.

일종의 직업 훈련소를 겸한 카페, 메스클라디스의 직원들. 한없이 친절하고 밝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반긴다.
일종의 직업 훈련소를 겸한 카페, 메스클라디스의 직원들. 한없이 친절하고 밝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반긴다.

‘메스클라디스(Mescladís)’는 보른 지구 구석의 스페인식 아파트들 사이에 ‘갑자기’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이다. 그야말로 갑자기란 표현이 딱 어울리는 위치인데 그래서 일부러 만들어내기 어려운 특유의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있다. 비영리재단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제3국 출신의 직원들이 일하는데 일종의 직업훈련소를 겸한 곳이다. 서툴고, 맛이 썩 좋은 건 아니지만 한없이 친절하다. 그들의 환한 웃음과 분위기만으로 충분한 공간이다.

재활용 재료로 가방을 만드는 핀자트와 골목에 자리한 디자이너 공방
재활용 재료로 가방을 만드는 핀자트와 골목에 자리한 디자이너 공방

‘핀자트(Pinzat)’는 재활용 가방을 만드는 팀이다. 전 세계 작가들이 보내온 그림, 혹은 공방을 찾아와 그린 그림에 폐자동차에서 나온 안전벨트 부품을 주재료로 사용한다. 모든 제품이 세상에 단 하나뿐이다(망설이는 동안 다른 주인을 찾아가면 다시는 그 제품을 만날 수 없으니 강한 인내 혹은 결단력이 필요하다!). 핀자트를 찾아가는 길에 지나는 골목골목에는 다른 디자이너 공방도 많이 있어 오가는 동안에 더 맘에 드는 것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글_ 정주환
바르셀로나 가이드. 여행을 하는 것보다 여행을 부추기는 걸 더 좋아한다.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 ~ 바르셀로나 _ 주 4회 직항 운항

※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

Bye 가우디, 바르셀로나의 숨은 보물 찾기 1편 보기 –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