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이 우리에게 주는 것
일출은 물리적인 현상입니다. 지구는 자전하고, 아침이 오고,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죠.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일출을 보러 가는 걸까요? 어떤 사람은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 또 다른 사람은 지나간 시간에 작별을 고하고자, 아니면 그저 이유 없이 일출을 보고 싶어서… 저마다 다른 이유로 일출을 보러 가는 것이겠죠. 일출은 완벽하지 않은 우리에게 매일 새로운 기회를 주는 자연의 자애(慈愛)일지 모르겠습니다.
높은 산 정상에서도, 바다의 끝에서도, 도시의 언덕에서도.
“내일의 태양은 다시 떠오를 테니까요.”
일출은 끝이 아니라 시작을 의미합니다. 어두운 새벽이 사라지고, 빛이 모든 것을 채울 때의 충족감은 우리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기운을 주는 것 같습니다. 태양이 떠오르는 순간, 세상이 다시 만들어지는 듯한 착각. 착각은 생각보다 강렬합니다. 그 순간이 새해라면 더 특별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새해가 밝아오는 순간은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느끼는 희망과 설렘만으로 특별합니다. 2025년 새해를 특별하게 맞이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합니다. 화산의 정상에서, 드넓은 바다 위에서, 혹은 도시를 내려다보는 언덕에서 새로운 시작을 향한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한 시간을 경험해보세요!
‘태양의 집’에서 만나는 신성한 새벽
하와이 마우이_ 할레아칼라 국립 공원
하와이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며, ‘계곡의 섬(Valley Isle)’이라는 애칭을 가진 마우이(Maui). 얼굴을 스치는 쌀쌀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3,000m 높이의 할레아칼라 국립 공원(Haleakala National Park) 정상을 오르는 길은 꽤 어둡고 고요하지만 일단 도착하면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하게 느껴집니다.
거대한 분화구가 눈 앞에 펼쳐지고, 구름이 발 아래로 내려앉으며 분위기가 바뀝니다. 그리고 서서히 하늘 저편에서 황금빛이 분화구를 넘어 모습을 드러낼 때. 그야말로 신의 선물이 아닐까 싶을 만큼 경외감이 저절로 드는 장관이 시작됩니다.
하와이어로 ‘태양의 집’이라는 뜻을 가진 할레아칼라 국립 공원은 하와이 원주민들에게는 신성한 장소로 여겨집니다. 1916년에 국립 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약 400년 전 마지막 분화를 한 휴화산으로 마우이 섬 면적의 75%가 이 국립 공원에 속해 있습니다. 공원 내에는 희귀한 실버소드 식물과 하와이 네네 거위 등 독특한 생태계가 존재하고 있는 세계적인 명소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태양
뉴질랜드 기즈번_ 이스트 케이프
세상에서 가장 먼저 태양이 떠오르는 곳, 바로 기즈번(Gisborne)의 이스트 케이프(East Cape) 입니다. 이 곳에 햇빛이 비추기 시작할 때 지구의 첫 하루가 시작되는 셈이죠.
뉴질랜드 북섬 동부에 위치한 기즈번은 마오리 문화의 중심지입니다. 1769년 제임스 쿡 선장이 뉴질랜드에 처음 상륙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합니다.
이스트 케이프는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지역입니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드라이브 코스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스트 케이프 루프 로드(East Cape Loop Road)는 기즈번에서 시작해 이스트 케이프와 토레레(Torere), 오포티키(Opotiki)를 지나가는 루트인데, 태평양 해안의 절경과 함께 한적한 농촌 마을, 울창한 숲을 감상할 수 있는 환상적인 코스입니다.
이 곳의 랜드마크는 이스트 케이프 등대입니다. 뉴질랜드에서도 가장 동쪽에 위치해있으며, 800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지만 정상에서 보이는 태평양의 탁 트인 바다 풍경과 아름다운 일출을 맞이하면 힘들게 올라온 시간이 잊혀집니다. 이 등대는 이스트 아일랜드(East Island)에 설치되어 있었으나, 접근이 어렵고 안전 문제가 있어 1922년에 현재 위치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뉴질랜드 옆 나라 호주에도 일출 명소가 있습니다. 뉴사우스웨일스주 북부 해안에 자리잡은 해안 마을 바이런 베이(Byron Bay)에 ‘호주의 가장 동쪽 끝’이라는 케이프 바이런 등대(Cape Byron Lighthouse)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호주에서 새해 첫 태양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곳이랍니다.
남부 유럽의 강이 맞이하는 첫 태양
포르투갈 포르투_ 도우로 강
포르투(Porto)는 포르투갈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될 만큼 그림 같은 풍경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중세 시대부터 이어져 온 좁은 골목길과 다채로운 건물들로 유명하며, 동 루이스 1세 다리(Dom Luís I Bridge)는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입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연결하는 포르투의 도우로 강(Douro River)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세 번째로 긴 강입니다. 포르투와 포트 와인 양조장이 있는 계곡을 관통하죠. 도우로 강은 일출의 황금빛이 도시의 지붕과 건물에 내려앉는 장관을 같이 그려냅니다. 새해 첫날 새벽, 도우로 강가에 서서 일출을 감상하면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포르투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도시와 바다를 비추는 태양의 찬란함
스페인 바르셀로나_ 몬주익 언덕
태양이 떠오르는 도시 바르셀로나의 몬주익 언덕(Montjuïc)에 새벽이 밝아오기 시작하면 도시와 바다가 동시에 태양빛으로 물듭니다. 몬주익은 바르셀로나 남서쪽에 위치한 213m 높이의 언덕으로 카탈란어로 ‘유대인의 산’을 의미합니다. 몬주익에서 일출을 보기 좋은 스팟은 바르셀로나 시내와 바다가 모두 내려다 보이는 몬주익 성(Montjuïc Castle) 주변과 선인장 컬렉션으로 유명한 모센 코스타 이 로베라 정원(Jardins de Mossèn Costa i Llobera) 모두 좋습니다.
몬주익 성은 바르셀로나 항구와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탁월한 위치 덕분에 17세기부터 오랫동안 군사 요충지로 활용되었는데, 현재는 군사박물관이자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주 무대였던 몬주익에는 당시 사용된 올림픽 경기장과 시설들이 여전히 남아있는데 특히 지중해를 배경으로 한 올림픽 수영장의 전망이 환상적입니다. 또한 근처의 팔라우 산트 조르디(Palau Sant Jordi) 경기장은 현재도 주요 문화행사와 콘서트장으로 활발히 이용되고 있답니다.
이 밖에도 로마네스크부터 현대미술까지 카탈루냐의 예술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카탈루냐 국립 미술관(MNAC, Museu Nacional d’Art de Catalunya)을 비롯해 바르셀로나가 낳은 위대한 예술가 미로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는 호안 미로 미술관(Fundació Joan Miró)도 여기에 있습니다.
평화로운 새벽,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
태국_ 카오락
카오락(Khao Lak)은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만 들리는 고요한 바다를 벗삼아 조용하고 평화롭게 새해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분위기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새해를 원하신다면 이 곳도 좋은 선택입니다. 태국 남부 팡아(Phang Nga) 주에 위치한 아름다운 해변 휴양지 카오락은 방콕에서 약 800㎞ 떨어져있으며 푸켓의 북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카오락의 해변은 약 30㎞에 걸쳐 이어지는 긴 백사장과 에메랄드빛의 안다만해가 만나는 곳입니다. 낭통(Nang Thong), 방 니앙(Bang Niang), 화이트 샌드 비치(White Sand Beach) 등 여러 해변이 이어져 있어 각각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답니다. 해변을 따라 늘어선 코코넛 나무들과 바다로 이어지는 열대우림도 카오락만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카오락은 세 개의 국립 공원(카오락 국립공원, 카오속 국립공원, 시밀란 군도 국립공원)과 인접해 있어 다양한 생태 관광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입니다. 그래서 푸켓이나 파타야의 화려한 밤과 달리 카오락의 밤과 새벽은 조용하고 평화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