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탑승을 기다리며 활주로 밖을 바라볼 때면 바쁘게 작업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날개에 기름을 넣는 모습, 화물칸을 높이 올린 조업 차량, 그리고 판 위에 커다랗게 쌓인 짐 또는 은색 빛깔의 큰 박스를 항공기에 넣거나 빼는 모습은 세계 어느 공항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셰’한 장면이다.
하지만, 이 ‘커다란 판’과 ‘은색 상자’가 항공 화물 운송에 있어 핵심 도구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화물을 다량으로 그리고 신속하게 항공기에 적재할 수 있도록 고안된 물건인 ULD와 함께 항공기의 화물 운송 장치를 360도 VR 사진으로 알아보자.
◆ 항공기 화물 탑재는 ULD로
수송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선박용 컨테이너가 물류 수송에서 혁명적인 발명품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 해상운송의 컨테이너는 항공기로 넘어오면서 ULD가 된다. ‘단위 탑재 용기’라는 뜻의 Unit Load Device의 약자다. ULD 커다란 밑 판으로 되어 있는 팔레트와 은색 상자 처럼 생긴 컨테이너 2종류로 나뉜다.
항공기에서 통일된 규격의 ULD를 쓰는 이유는 빠르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화물을 수송하기 위해서다. 컨테이너는 화물을 보호하고, 항공기 가동률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는 항공사의 핵심 경쟁력이다.
◆ 금속으로 된 평판, 팔레트
팔레트는 납작하고 평평한 알루미늄 합금판이다. 이 판 위에 화물을 쌓은 후 그물 등을 사용해 단단히 고정시킨다. 바닥면적 크기에 따라 따라 88 팔레트(PLT), 96 PLT, 하프 PLT, 16피트 및 20피트 PLT 등으로 나뉜다.
주로 쓰이는 96PLT의 경우 96인치X125인치(243cmX317cm) 크기로 최대 6804kg을 적재할 수 있다. 하프 PLT는 60.4인치X125인치(153cmX317㎝) 크기에 화물 최대 적재량은 3175 kg이다. 16피트 팔레트(96인치X196인치, 243cmX497cm)와 20피트 팔레트(96인치X238.5인치, 243cmX605cm)는 대형화물을 수송할 때 주로 사용된다. 팔레트는 화물을 쌓는 높이에 따라 항공기의 메인덱(Maindeck;화물기에만 해당) 또는 로어덱(Lowerdeck)에 탑재된다. 단, 하프 PLT는 로어덱에만 탑재 가능하며, 16피트 및 20피트 PLT는 메인덱에만 탑재 가능하다.
◆ 은색의 상자, 컨테이너
컨테이너는 은색 빛깔의 커다란 상자다. 주로 알루미늄이나 유리섬유(Glass Fiber)로 만들어진다. 컨테이너는 외부 충격 또는 압력에 약하거나 도난 위험성이 큰 화물을 보호하는 데 제격이다.
단면이 반원처럼 된 항공기 화물실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컨테이너는 한쪽 모서리가 꺾여 6면체의 형태로 제작되기도 한다. 승객들이 공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쪽 모서리가 깎인 7면체 모양의 컨테이너는 LD3 타입으로 61.5인치X60.4인치X64인치 (156cmX153cmX162㎝)으로 최대 탑재 화물은 1588kg다. 몇 개의 예를 더 들어보자면, LD3를 두 개 합친 것이 8면체 컨테이너가 LD6. 125인치X60.4인치X64인치(317cmX153cmX162㎝)로 3175kg의 화물을 넣을 수 있다. 이보다 큰 LD9은 직육면체로 125인치X88인치X64인치(317cmX223cmX162㎝)으로 6033kg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 AKE12345KE는 무슨 뜻?
컨테이너 옆에는 10자리의 알파벳과 숫자가 있다. 이를 알면 컨테이너 종류와 쓰임새를 눈치챌 수 있다. 앞 세자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코드로 컨테이너의 종류를 의미한다. AKE는 의류를 포함한 일반 화물용, ALF는 일반 화물, RKN은 온도 조절 장치가 달린 컨테이너, HMA는 살아 있는 말 운반에 사용되는 전용 컨테이너 등으로 나눠진다.
좀 더 자세히 구분해보자면, 알파벳 첫째자리는 ULD 타입, 둘째자리는 바닥의 면적(Base Dimension), 세번째는 ULD 모서리의 깎임 및 호환성등을 의미한다. 다음에 오는 5자리 숫자는 컨테이너 일련 번호이며, 맨 뒤의 두자리는 컨테이터 보유 항공사 코드다. 대한항공 KE, 에어프랑스 AF, 델타항공 DL 와 같이 항공사들은 알파벳 또는 알파벳과 숫자 조합의 두 자리 코드를 갖고 있다.
◆ ULD는 와이드바디 항공기만 가능
모든 항공기에 ULD를 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화물칸 바닥에 ULD를 옮기고 이를 고정할 수 있는 레일과 고정 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와이드 바디(Wide Body; 광폭동체) 항공기만 가능하다. ‘와이드 바디’ 항공기란 여객기 기준 복도가 2개 이상 있는 폭이 넓은 항공기를 말한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보잉737과 A220은 기종은 소형기로 내로우 바디(Narrow Body;협동체). 이 기종에서는 ‘벌크’라고 불리 항공기 뒤쪽 아래의 공간에 ULD없이 화물만 적재해 운반하게된다.
360도 VR 이미지를 통해 항공기 화물칸의 모습을 살펴보자. 메인덱은 화물기에만 있고, 로어덱은 화물기 및 여객기 화물칸에 있다.
** 360도 VR 이미지는 모바일로 확인 시 더 생동감 있게 감상하실 수 있으며, PC는 마우스로 움직여주세요.
B747-8F 화물기의 메인덱 내부 모습. 여객기와는 달리 공간이 비어 있다. 바닥에는 ULD를 원하는 위치에 놓고, 이를 단단히 고정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 ULD 운송의 삼형제, 지상 조업장비
ULD를 항공기에 탑재하거나 하기할 때 지상 조업장비들의 동원된다. ULD를 지상에서 이동시키는 달리(Dolly;바퀴 달린 판)와 터그 카(Tug Car), ULD를 항공기까지 올리거나 내리는 로어덱 로더(Lowerdeck Loader) 또는 메인덱 로더(Maindeck Loader) 조업장비는 ULD 운송의 삼형제라고도 할 수 있다.
B747-8F 화물기에 로어덱 로더(Lowerdeck Loader)를 세우고 ULD탑재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 동북아 물류의 허브, 대한항공 인천화물터미널
대한항공은 인천공항이 동북아 물류 허브로 자리잡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항공사다. 대한항공은 지난 2018년 인천공항에서 처리된 화물 271만톤의 약 48%인 130만톤의 수송을 담당했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동쪽에 위치한 화물터미널은 대한항공 화물의 메카다. 대한항공 제1화물 터미널은 연면적 6만5600㎡ 규모로 연간 143만톤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으며, 제2화물 터미널은 37500㎡ 규모로 연간 26만톤의 화물 처리가 가능하다. 1,2 터미널에는 최첨단 설비가 마련되어 있어 수입·수출·환적 화물 및 ULD 처리가 이뤄진다.
대한항공 인천화물터미널에서 처리한 항공화물은 화물기 또는 여객기 화물간에 실려 전 세계로 수송된다. 대한항공은 2019년 8월 현재 여객기 여객기 146대, 화물기 23대 등 총 169대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 대한항공 인천터미널에서 처리된 화물의 59%는 화물기로 41%는 여객기로 운송됐다.
참고사이트 : 대한항공 화물 홈페이지 ULD 소개 코너 https://cargo.koreanair.com/ko/UnitLoadDev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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