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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HOURS in CITY] 오클랜드_ AUCKLAND
2025.12.05 링크주소 복사 버튼 이미지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톡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X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드인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인쇄하기 버튼 이미지
24 hours in city 변화의 오클랜드! 바람이 불다

‘돛의 도시(City of Sails)’라 불리는 오클랜드. 지구 반대편 오클랜드는 지금 한여름입니다. 하늘은 높고, 바다는 유리처럼 반짝이며, 거리마다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로 넘쳐나는 가장 오클랜드다운 시기죠.

1월에는 뉴질랜드 최대 규모의 요트 대회인 오클랜드 애니버서리 데이 레가타(Auckland Anniversary Day Regatta)와 거리 예술가들의 향연, 오클랜드 국제 버스커즈 페스티벌(Auckland International Buskers Festival)이 열려 도시 전체가 축제 열기로 가득합니다.

오클랜드 도심 곳곳의 오래된 건물들과 비어있던 공간들이 새 옷을 입고 활기차게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2026년 2월에는 10여 년에 걸쳐 완성된 뉴질랜드 국제컨벤션센터(NZICC, New Zealand International Convention Centre)가 드디어 공개됩니다. 스카이 타워(Sky Tower)와 어깨를 나란히 할 이 건물은 투명한 유리 파사드와 개방적인 디자인으로 도시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입니다.

워터프런트에서 아침을 시작해 도심 축제를 즐기고, 밤하늘 아래 항구로 이어지는 한여름 오클랜드의 하루가 지금 시작됩니다.

해외로 나가면 이상하게 더 달리고 싶어집니다. 공기가 맑고 바다가 가까운 오클랜드에서는 러닝의 유혹을 도저히 뿌리치기 어렵죠. 이른 아침 요트가 정박해있는 부두를 따라 북쪽으로 뻗은 해안길은 러너들이 가장 사랑하는 오클랜드 워터프런트 코스입니다.

퀸스워프(Queen’s Wharf)에서 비아덕트 하버(Viaduct Harbour)를 거쳐 커피 향 가득한 윈야드 쿼터(Wynyard Quarter)까지, 평탄한 해안길로 왕복 약 5㎞. 30~40분이면 충분해 초보자도 부담없이 도전해볼 수 있습니다.

오클랜드

오클랜드 워터프런트는 세 개의 구역으로 나뉩니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퀸스워프는 19세기 말 매립으로 만들어진 인공 부두입니다. 과거에는 해외 항로의 출발점이었으나 지금은 유려한 흰 곡선의 전시관 ‘더 클라우드(The Cloud)’와 ‘쉐드 10(Shed 10)’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조금 더 서쪽으로 가면 비아덕트 하버가 나타납니다. 2,000년 아메리카스 컵을 계기로 부두와 창고가 재개발되면서 오클랜드는 ‘돛의 도시’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워터프런트 끝자락에는 윈야드 쿼터가 있습니다. 한때 석유 저장소가 줄지어 있던 산업지대였지만, 이제 컨테이너를 개조한 상점, 재활용 자재로 만든 벤치, 그리고 야외 영화제가 열리는 사일로 파크(Silo Park)로 변신했습니다.

오클랜드의 하루는 이렇게 달리며 상쾌하게 시작해봅니다.

아침 러닝 후 샤워를 마친 뒤, 브리토마트(Britomart)로 향합니다. 붉은 벽돌 창고와 철골 구조물 위로 유리와 강철의 신식 건물들이 어우러진 곳이지만, 원래는 화물선과 기차가 드나들던 항만 창고 지대였습니다. 19세기 후반, 바다를 매립해 조성된 부두였으나 2,000년대에 대대적인 재개발을 거쳐 기차·페리·버스가 교차하는 교통 허브이자 레스토랑, 카페, 디자인숍이 모여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오르톨라나

브리토마트의 수많은 카페 중에서도 여행자와 현지 사람들 모두에게 사랑받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2012년에 문을 연 오르톨라나(Ortolana)입니다. ‘채소 재배자, 농부’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이름처럼 공간 안에는 식물과 나무가 곳곳에 있고, 유리창을 통해 햇살이 스며듭니다. 마치 정원 속 온실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죠. 오르톨라나의 매력은 단순함에 있습니다. 메뉴는 화려하지 않지만, 농장에서 직송한 재료로 정직하게 요리합니다. 아침에는 제철 과일과 요거트, 허브 샐러드, 오믈렛, 그리고 뉴질랜드식 플랫 화이트 한 잔이 가장 인기 있습니다. 커피는 현지 로스터리 쓰리 빈스(Three Beans)의 원두를 사용해 깊고 부드러운 풍미를 냅니다.

주말이면 어린 자녀와 함께 온 가족, 노트북을 펼친 젊은 디자이너, 그리고 잠시 머무는 여행자들이 같은 공간에서 조용히 아침을 나눕니다. 식물과 사람, 그리고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 브런치를 먹다 보면 여행의 본질은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어떤 순간을 머무느냐’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브리토마트 교통센터

식사 후 걸어서 오클랜드의 주요 교통 허브인 브리토마트 교통센터(Britomart Transport Centre)로 향합니다. 이 건물은 1912년 에드워드 왕조 시대에 중앙우체국으로 세워지며 한 세기 넘게 오클랜드의 관문이자 랜드마크였습니다. 당시 국가의 품격을 보여주는 건축물로 짓기 위해 오마루 석과 코로만델 화강암을 사용하도록 했고, 제국 바로크 양식으로 위용을 더했습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오랜 리노베이션을 거쳐 다시 태어났습니다. 돔형 스테인드글라스 천장과 광택있는 대리석 마감 등 원래의 헤리티지 요소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옛 관공서를 떠오르게 하기도 합니다. 철로는 도심 깊이 이어지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열차의 미세한 진동이 전해집니다. 역 앞에서는 버스, 근처 선착장에서는 페리도 이용할 수 있 통합된 교통센터입니다.

밖으로 나오면 바로 앞에 ‘테 코미티탕가 광장(Te Komititanga Square)’이 펼쳐집니다. 오클랜드의 여유로운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광장입니다. 직장인들은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어가고, 다른 쪽에서는 거리 음악가가 기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오리어로 ‘만남의 장소(Place of Coming Together)’를 의미하죠. 광장의 바닥 문양은 마오리 예술가 리사 레이호아니(Lisa Reihana)의 작품으로, 파도와 항해,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의 교차를 상징합니다.

광장을 벗어나 점심을 위해 다시 바다 쪽으로 걷습니다. 퀸스워프 방향으로 향하는 길에는 이미 오클랜드 애니버서리 데이 레가타 깃발이 휘날리고, 요트의 돛이 햇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비아덕트 하버 근처로 가면 현지에서도 평이 좋은 바다 전망의 레스토랑이 많습니다. 테라스에 앉으면 요트의 돛대와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한 눈에 들어와 바다와 음식을 같이 즐길 수 있습니다.

세인트 앨리스

세인트 앨리스(Saint Alice)는 바다를 위한 식당이라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레스토랑입니다. 항구 끝자락의 목재 데크 위에 자리 잡고 있으며, 갓 잡은 해산물을 바로 조리해 내는 오픈 키친으로 유명합니다. 테이블에는 막 껍질을 깐 굴과 조개가 담긴 플래터가 놓이고, 메뉴는 뉴질랜드식 해산물, 즉 카이모아나(Kaimoana) 중심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카이모아나는 마오리어로 바다의 음식을 뜻합니다. 뉴질랜드 사람들이 바다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담고 있죠. 숯불에 구운 조개 투아투아(Tua Tua)에는 집김치와 사워도우 크럼블, 칠리 오일을 얹어 아시아적 감각을 더한 요리로 선보입니다.

소울바앤비스트로

좀 더 클래식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바로 옆 소울 바 앤드 비스트로(Soul Bar & Bistro)도 좋습니다. 20년 넘게 비아덕트 하버의 터줏대감으로 워터프런트 다이닝의 전형을 보여주는 레스토랑입니다. 시그니처 메뉴는 신선한 생굴과 스모크드 트레발리 토스트, 그리고 계절마다 바뀌는 시즌 요리들입니다. 특히 1월에 선보이는 호크스베이 양갈비와 옥수수·리코타 토르텔리가 인기 메뉴입니다.

식사를 마친 시간에는 이미 부두 쪽이 사람들로 붐빕니다. 오클랜드 애니버서리 데이 레가타(Auckland Anniversary Day Regatta)는 오클랜드의 탄생과 역사를 기념하는, 말하자면 오클랜드의 생일을 기념해 열리는 요트 대회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항만 요트 대회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1840년 뉴질랜드 초대 총독 윌리엄 홉슨(William Hobson)이 오클랜드 인근 베이 오브 아일랜드(Bay of Islands)에 도착한 날, 그를 환영하기 위해 주민들이 바다 위에서 작은 보트 경주를 연 것이 시초였습니다. 그리고 세기를 넘어 1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매년 1월 마지막 월요일에 열리고 있습니다. 대회를 지켜보면 오클랜드가 ‘돛의 도시(City of Sails)’라 불리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다에서 요트가 경주를 벌이고 있다.

결승 구간이 시작되는 오후 1시, 바다 위로 강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돛들이 일제히 부풀어 오르고, 햇빛을 머금은 하얀 곡선이 수면 뒤를 미끄러지듯 달립니다. 19세기식 클래식 우드 요트에서 최신형 포일링 요트까지. 세대와 세대를 잇는 수백 척의 배들이 바람을 가르며 장관을 펼치죠. 그리고 오후 4시 무렵 바람이 서쪽으로 방향을 돌릴 즈음, 올해의 우승자가 결정됩니다.

푸른 바다와 하얀 돛의 향연이 끝나면 이제 또 다른 여름 축제, 거리 예술가들이 무대를 여는 오클랜드 국제 버스커즈 페스티벌로 향할 시간입니다.

오클랜드 국제 버스커즈 페스티벌은 1월 마지막 주말에 열립니다. 2001년에 시작되어 어느덧 20년을 훌쩍 넘긴 지금, 전 세계 거리 예술가 100여 명이 모여 오클랜드를 거대한 공연 무대로 바꾸는 대표적인 여름 축제가 되었습니다.

길거리 공연을 사람들이 보며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고 있다.
길거리 공연을 사람들이 보며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고 있다.

무대는 따로 없습니다. 비아덕트 하브, 퀸스워프, 브리토마트 거리, 그리고 커머셜 베이(Commercial Bay)의 곳곳에서 공연이 펼쳐져 도시 전체가 하나의 공연장이 됩니다. 거리에서는 불을 돌리는 저글러와 공중에서 천을 타고 오르는 아크로바트를 볼 수 있고, 즉흥 드럼 연주자와 재즈 트리오, 클래식 기타리스트, 힙합 댄서들도 무대를 펼칩니다. 뉴질랜드의 전설적인 거리 아티스트 더 버블맨(The Bubbleman), 불 쇼로 이름 난 캐나다의 피터 마빈(Peter Marvin), 아크로바틱 듀오 디 엘라스틱스(The Elastics) 등 유명 공연자들도 축제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정오부터 시작된 공연은 어둠이 천천히 내려앉는 6시가 가까워지면 절정에 달하며, 마지막 무대가 퀸스워프 광장에서 열립니다. 현지 사람들과 섞여 충분히 공연을 즐겼다면, 저녁을 위해 거리 예술과 젊은 에너지가 기다리는 K’Road로 향할 시간입니다.

택시를 타고 서쪽으로 10분. 목적지는 카랑가하페 로드(Karangahape Road, 일명 K’Road)입니다. 오클랜드 Z세대들이 즐겨 찾는 곳이죠. 전에는 화려한 쇼핑 거리였고, 재즈클럽과 나이트바로 붐비던 구역이었지만 이제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그래피티가 벽을 덮고, 거리에선 커피 향 대신 향신료 냄새와 전자음이 흘러나옵니다. 오클랜드의 Z세대는 정해진 유행을 따르기보다 자신들만의 속도로 취향을 만들고 공유합니다. 그래서 K’Road는 지금 오클랜드 Z세대를 가장 솔직하게 표현하는 거리입니다.

피치

저녁은 피치나 코코스 칸티나 중 어디를 선택해도 후회가 없습니다. 피치(Pici)는 오클랜드에서 가장 핫한 미니멀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하얀 타일 벽과 오픈 키친이 특징입니다. 대표 메뉴인 이탈리아 가정식 파스타 카초 에 페페(Cacio e Pepe)는 버터, 파마산, 후추 세 가지 재료만으로 요리합니다. 심플 그 자체인데 이상할 만큼 깊은 여운이 남습니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낸 순수한 맛이라고나 할까요?

코코스 칸티나

좀 더 캐주얼하고 현지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바로 옆의 코코스 칸티나(Cocos Cantina)가 좋습니다. 2009년 문을 연 이 이탈리안 비스트로는 K’Road의 아이콘 같은 레스토랑입니다.

벽돌 외관과 따뜻한 조명, 야외 테라스 테이블이 특징이며, 마르게리타 피자, 스모크드 트레발리 토스트, 치킨 리버 파르페 같은 요리가 인기 메뉴입니다. 무엇보다 이곳은 음식과 더불어 분위기를 즐기는 곳입니다. K’Road를 오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와인잔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창 밖으로 불어오는 여름 바람이 묘하게 뒤섞여 한 잔의 와인과 담백한 파스타로 오클랜드의 여름 밤을 마무리하기 딱 좋습니다.

오클랜드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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