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스베이거스(Las Vegas)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면 라스베이거스 여행의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일곱 번째로 큰 네바다주, 그 주에서 가장 큰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세계 최고의 호텔과 공연들이 집중되어 있어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수도’라 불립니다. 호텔과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집중된 대로 약 6.8㎞ 길이의 구간은 ‘라스베이거스 스트립(The Las Vegas Strip)’이라는 명칭이 있을 정도입니다.
‘라스베이거스 여행’하면 화려한 쇼와 5성급 호텔들, 그리고 눈부신 네온사인이 먼저 떠오르지만, 이 도시의 진정한 매력은 주변에 펼쳐진 대자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는 광활한 사막과 절경을 자랑하는 자연 명소들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도시의 화려함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레드록 캐니언 국립보호구역, 불의 계곡, 후버 댐 등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역사적인 장소들이 많습니다.

라스베이거스 부근의 자연 명소들을 탐험하고 저녁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식사와 공연을 즐기는 여행 일정을 소개합니다. 라스베이거스의 새로운 매력에 빠져보시길 바랍니다!
06:00 A.M. 지구의 비밀을 품은 레드록 캐니언 국립보존지구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도시 풍경과는 정반대 모습인 레드록 캐니언 국립보존지구(Red Rock Canyon National Conservation Area, 이하 레드록 캐니언). 수백만 년 동안 자연이 빚어낸 웅장한 지형과 그 속에 숨겨진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에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붉은 사암 절벽과 장엄한 자연 경관이 어우러진 이곳은 매년 수백만 명의 여행객들이 찾는 명소입니다. 마치 모하비 사막 위 지어진 원형극장처럼 우뚝 솟아오른 붉은 사암 절벽과 협곡들의 장관이 펼쳐지죠.
‘실버 스테이트(Silver State)’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네바다주 대부분은 사막과 산악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화려한 라스베이거스에서 서쪽으로 약 30분(약 24㎞)만 달리면 레드록 캐니언에 도착합니다. 6억 년 전, 선사시대 바다의 퇴적물들이 지각 변동과 침식을 거치며 오늘날 화성을 연상시키는 사암 지형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지역은 수천 년 전 미국 원주민 파이유트(Paiute) 족의 거주지였습니다. 그래서 곳곳에 그들이 남긴 암각화와 고대 유적을 볼 수 있는데, 윌로우 스프링(Willow Spring)에는 원주민들이 새긴 기하학적 문양이 남아 있습니다.
레드록 캐니언에서는 지구의 역사와 자연의 경이로움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고대 원주민들의 흔적을 따라 걷다 보면, 수억 년의 시간이 깃든 붉은 사암층과 맞닿게 되고, 인간이 자연 속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다시 깨닫곤 합니다. 레드록 캐니언에는 쉬운 트레일 코스부터 꽤 힘든 코스까지 바위 등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하이킹 코스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암 지대와 라스베이거스 전경을 볼 수 있는 캘리코 탱크 트레일(Calico Tanks Trail) 코스, 여름철에도 시원한 협곡 내부와 작은 폭포를 볼 수 있는 아이스박스 캐니언(Ice Box Canyon) 트레일 코스가 유명합니다.

이른 새벽 일출에서는 붉은색 바위가 금빛으로 물드는 환상적인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하이킹 없이도 레드록 캐니언의 웅장한 풍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레드록 전망대(Red Rock Overlook)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레드록 캐니언의 아름다운 일출을 꼭 사진에 담아보세요!
08:30 A.M. 불타는 붉은 대지의 신비, 밸리 오브 파이어 주립공원
다음 목적지는 밸리 오브 파이어 주립공원(Valley of Fire State Park, 이하 밸리 오브 파이어)입니다. 네바다에서 가장 오래된 주립공원으로, 거대한 붉은 사암 지형의 불타는 듯한 모습 때문에 ‘불의 계곡’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화성이나 외계 행성을 연상시키는 풍광 덕분인지 토탈 리콜이나 스타트랙, 콘에어, 트랜스포머와 같은 영화들이 이곳에서 촬영되었습니다.

1억 5천만 년 전 쥐라기(Jurassic period) 시기에는 바다와 강, 모래언덕으로 이루어진 지역이었으나, 지각 변동과 강한 바람, 침식 작용에 의해 거대한 사암층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이곳이 붉은 색을 띠는 이유는 사암층에 포함된 철 성분이 산화되었기 때문. 오랜 세월을 거쳐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 작품처럼 일부 바위들은 특이한 모양으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합니다. 수천 년의 시간이 새겨진 붉은 대지는 원주민들이 남긴 암각화와 바람이 깎아 만든 신비로운 바위들로 거대한 자연 박물관 같습니다.

밸리 오브 파이어에는 원주민 아나사지(Anasazi) 족이 2,000년 전 거주했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아틀라틀 바위(Atlatl Rock)와 마우스 탱크(Mouse’s Tank)에는 동물, 사람, 기하학적 문양 등 여러 모양을 바위에 새긴 암각화가 남아있습니다. 마우스 탱크는 협곡 속에 위치한 작은 웅덩이를 말합니다. 강수량이 적은 사막에서 오아시스처럼 소중한 물 저장소 역할을 하죠.

이 밖에 붉은 파도 바위 파이어 웨이브(Fire Wave)와 코끼리가 긴 코를 바닥에 대고 서 있는 듯한 바위 엘리펀트 락(Elephant Rock)도 밸리 오브 파이어에서 꼭 봐야합니다. 협곡, 사암 절벽, 굴곡진 바위 등 밸리 오브 파이어의 다양한 지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화이트 돔스(White Domes)는 짧은 하이킹 코스가 있어 빠르게 돌아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여름(6~9월)에는 40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3~4월과 11월이 방문하기 가장 좋습니다.
11:00 A.M. 팬케이크 브런치
이른 새벽부터 움직였으니 이제 굶주린 배를 채워야겠죠? 베이비스택스 카페(BabyStacks Café)는 2010년 10월 처음 문을 열었는데, 지금은 레드록과 스프링 밸리 등 여러 지점이 생길 정도로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사랑받는 브런치 카페입니다. 오픈 시간은 지점마다 다를 수 있지만 오전 8시 오픈해 오후 2시 문을 닫기 때문에 조금 서둘러 도착하면 좋습니다.

베이비스택스 카페는 팬케이크가 유명합니다. 부드러운 식감의 레드 벨벳 팬케이크와 필리핀의 보라색 고구마를 활용한 독특한 팬케이크입니다.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특징인 우베 팬케이크, 화이트 초콜릿과 마카다미아의 조화로 풍부한 맛을 자랑하는 화이트 초콜릿 마카다미아 팬케이크가 대표 메뉴입니다. 팬케이크 외에도 오믈렛, 프렌치 토스트 등 다양한 브런치 메뉴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14:00 P.M. 사막 한가운데 세운 기적의 후버 댐
미국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 경계에 자리한 후버 댐(Hoover Dam)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토목 사업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건설된 이 댐은 미국 서부의 경제와 도시 발전을 이끈 중요한 건축물입니다.
1920년대 후반, 미국 서부 지역은 급격한 인구 증가와 농업 확장을 겪고 있는 가운데 콜로라도 강의 잦은 홍수와 가뭄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었습니다. 미국 정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전력과 용수를 공급할 대형 댐 건설을 계획하게 됩니다.
1931년 3월 11일 공사가 시작되었는데, 당시 대공황으로 많은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어 원래 예정보다 2년 앞당겨진 1936년 3월 1일 공식적으로 완공되었습니다. 약 21,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투입되어야 하는 공사였기에 이들이 거주할 수 있는 볼더 시티(Boulder City)가 만들어졌고, 댐의 이름도 초기에는 볼더 댐(Boulder Dam)으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허버트 후버(Herbert Hoover)의 이름을 따서 후버 댐으로 바뀌었죠. 참고로 후버 댐 건설에 사용된 콘크리트만 50층짜리 빌딩 100채를 지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하니 엄청난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겠죠?

후버 댐과 콜로라도 강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마이크 오칼라한 팻 틸만 기념교(Mike O’Callaghan-Pat Tillman Memorial Bridge)는 2010년 완공된 270m의 다리입니다. SNS에 보이는 후버 댐 인증 사진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찍은 사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기 포토 스팟이기도 합니다. 이 다리는 애리조나주로 연결되는 경계선에 있습니다. 그래서 다리만 건너면 애리조나주로 넘어가는 셈이죠.

후버 댐 내부 투어도 있습니다. 댐 내부의 비밀 터널을 통해 역사적인 공간을 직접 경험할 수 있고, 거대한 수력발전 터빈을 가까이에서 보며 후버 댐이 어떻게 전력을 생산하는지도 배울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시간 여유가 된다면 후버 댐 아래 콜로라도 강을 따라 거니슨 블랙 캐니언(Black Canyon of the Gunnison) 절벽을 감상하고 돌아오는 카약 투어도 추천합니다.
인간의 도전 정신과 기술력이 만들어낸 기적의 구조물 후버 댐 위에서 콜로라도 강을 내려다보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감동의 여운을 뒤로 하고, 세븐 매직 마운틴으로 이동할 시간입니다.
16:30 P.M. 사막에 피어난 네온빛 돌탑의 마법, 세븐 매직 마운틴스
“외계인들이 사막에 돌을 세워둔 것 같다.” 라스베이거스로 돌아가는 여정의 피날레는 사막의 끝없는 풍경과 현대 예술이 만나는 특별한 공간, 세븐 매직 마운틴스(Seven Magic Mountains)입니다. 스위스 출신 아티스트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가 2016년 설치한 공공 예술 작품으로 사막 한가운데 7개의 거대한 형형색색 돌탑들이 우뚝 서 있는 곳입니다.

론디노네는 라스베이거스와 로스앤젤레스 사이의 사막 지대 위에 이 작품을 설치함으로 ‘자연의 고요함’과 ‘인공적인 도시 문화’가 교차하는 만남을 표현하고, 현대 미술을 통해 도시에서 벗어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사막의 광활한 배경과 대비되는 강렬한 네온 컬러의 돌들은 현대인의 도시적 감각과 자연 환경 사이의 긴장을 상징하는데, 밤이 되면 인공 조명이 없는 사막에서 별빛과 형광빛 돌탑이 어우러져 더욱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원래는 작품 설치 후 2년간 전시될 예정이었으나, 큰 인기 때문에 2027년 5월까지로 전시 기간이 연장되었습니다.

여러 뮤직비디오와 광고 촬영지로 사용되었으며, 특히 헐리우드의 유명한 스타들이 방문 후 SNS를 통해 인증하면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4시간 방문이 가능하지만 한낮에는 태양이 강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일몰) 시간대가 좋습니다. 그 중 일몰 때 붉은 노을과 네온 컬러의 돌탑이 어우러지며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냅니다.
넓은 하늘과 광활한 대지 사이에서 이 마법같은 돌탑 감상이 끝났다면 다시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불빛을 찾아 떠나야겠죠?
18:00 P.M. 꿈과 환상의 세계 ‘O’쇼
다시 화려한 라스베이거스로 돌아왔습니다.

저녁 식사 장소인 벨라지오 호텔(Bellagio Hotel)의 피카소(Picasso)는 미슐랭 2스타를 받은 프렌치 레스토랑입니다. 세계적인 셰프 줄리안 세라노(Julian Serrano)가 이끄는 곳이죠. 레스토랑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파블로 피카소의 진품들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피카소 레스토랑은 벨라지오 호텔 지하1층에 위치해 있는데, 피카소의 작품으로 꾸며진 내부 인테리어 때문에 마치 갤러리에서 식사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대표 요리로는 푸아그라, 알래스칸 킹 크랩, 메추리 요리 등이 있습니다. 벨라지오 분수 쇼를 감상하며 식사할 수 있는 야외 테라스 좌석은 인기가 많아 최소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한다니 참고하세요!


저녁 식사가 끝나면 라스베이거스 대표적 쇼 중 하나인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의 ‘O’쇼로 긴 하루를 마루리할 시간입니다. 벨라지오 호텔 내 전용 극장에서 공연되는 ‘O’쇼는 ‘물’을 테마로 합니다. 물 속에서 펼쳐지는 아크로바틱 퍼포먼스와 시각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선사하죠. 프랑스어로 ‘물’을 뜻하는 ‘O'(Eau)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1998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라스베이거스 최고의 쇼 중 하나입니다.
공연이 열리는 ‘O’ 전용 극장은 이 공연만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공간으로, 약 23톤의 물이 담긴 거대한 수중 무대를 갖추고 있습니다. 25년이 넘는 기간동안(2025년 기준) 공연 중인 라스베이거스 대표 장기 공연 쇼이며, 아직도 연간 150만 명 이상의 관객들이 이 공연을 찾아온다고 합니다.

‘O’쇼는 물과 인류의 관계, 꿈과 현실이 공존하는 신비로운 세계를 그리는데 스토리 보다는 시각적·감각적 요소가 강하고, 수중 발레, 공중 곡예, 불쇼, 아트 퍼포먼스 등이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무대 바닥이 물 속으로 변하거나 다시 육상 무대로 바뀌는 마법 같은 연출 속에서 수십 명의 다이버와 수중 발레리나들이 펼치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수십 미터 높이에서 펼쳐지는 곡예사들의 공중 곡예 그리고 부로가 물의 대비를 극대화하는 불 쇼(Fire Act) 등이 공연 내내 끊임없이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이렇게 라스베이거스의 두 얼굴을 경험해보았습니다. 화려한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의 불빛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대자연 속에서 일출을 보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걷는 것은 라스베이거스 여행에서 새로운 감동으로 남을 겁니다. 반대의 매력이 가득한 라스베이거스로 떠날 준비되셨나요?
※ 대한항공 뉴스룸의 콘텐츠 활용 시, 출처 [대한항공 뉴스룸] 표기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