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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HOURS in CITY] 고베_ KOBE
2025.04.22 링크주소 복사 버튼 이미지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톡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드인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인쇄하기 버튼 이미지
kobe 일본고베여행 메리켄파크 난킨마치 포트타워 아리마온천 travel 24시 08:00 AM-08PM 숨은 보물같은 스팟 짧고 굵게 완벽정리

1868년 메이지 유신의 문이 열리면서 외국인들이 배를 타고 들어와 정착한 항구 도시, 고베. 일본 사람들 머릿 속에 고베는 “오샤레(おしゃれ)”, 세련됨의 대명사로 유럽풍 거리, 재즈 바 같은 이미지가 콕 박혀있습니다. 뉴욕으로 치면 맨해튼의 화려함에 브루클린의 감성을 더한 첼시나 소호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오사카의 시끌벅적함이나 교토의 고풍스러움과는 또 다른, 고베만의 바이브가 확실히 있는 셈입니다.

고베는 일본 간사이 지역에 자리잡은 매혹적인 항구 도시입니다. 1868년 메이지 유신 시대에 외부로 개항된 몇 안되는 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이 시기에 많은 서양 상인과 외국인들이 이곳에 정착하며 문화적 융합이 이루어졌고, 그 흔적은 오늘날 기타노 지역에 남아 있는 이국적인 건축물들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또한 마블링과 육질이 뛰어난 고베규로 유명하며, 수천 년간 사랑받아 온 아리마 온천은 일본 전통의 깊은 매력을 더해줍니다.

무엇보다 오사카에서 전철로 20~30분, 교토에서 50분~1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접근성 덕분에 간사이 여행의 보석 같은 목적지로 손꼽힙니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감상에 젖고 싶을 때면 고베로 간다고 합니다.

고베는 효고현 내에서도 부유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살기 좋은 도시로도 유명하죠. 일본 드라마나 영화 주인공들이 살고 있는 멋진 배경으로 자주 나와서인지 “고베 사는 사람들은 좀 다르다”는 인식이 있을 정도입니다. 또한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프리미엄 소고기로 여겨지는 고베규를 비롯해 난킨마치(차이나타운) 맛집과 유명 디저트 가게들도 많아서 맛집 투어 단골 도시이기도 합니다.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의 짧은 여행으로도 고베의 매력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일정을 소개합니다. 다음 간사이 여행에는 고베를 리스트에 꼭 추가해보세요!

08:00 A.M. 고베의 심장, 메리켄 파크와 포트 타워

고베 여행의 시작은 항구 도시 고베의 상징, 메리켄 파크(Meriken Park)입니다. 오사카에서 전철로 20~30분이면 도착하는 산노미야 역에서 도보로 15분 거리에 있습니다. 메리켄 파크는 고베의 바다와 하늘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장소죠.

이곳은 1987년 고베항 개항 120주년을 기념하고자 설립된 공원입니다. 고베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고베 포트 타워’, ‘고베 해양 박물관’, ‘호텔 오쿠라 고베’ 등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들이 공원 내부에 늘어서 있습니다.

메리켄 파크 부근 고베 포트 타워

고베 포트 타워(Kobe Port Tower)는 눈에 띄는 디자인 덕분에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명소입니다. 약 108m의 높이와 붉은 색으로 칠해진 외관은 고베 항구의 활기찬 분위기와 잘 어울리며, 밤에는 조명으로 시각적 효과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타워 꼭대기에 올라가면 고베 시내와 바다, 날씨가 좋으면 오사카만까지 360도 파노라마 뷰를 감상할 수 있답니다.

1963년에 완공된 고베 포트 타워는 외관의 붉은 색과 하이퍼볼로이드(hyperboloid)라 불리는 구조가 유명합니다. 이 구조는 위로 갈수록 점점 가늘어지다가 중간에서 다시 살짝 넓어지는 곡선 형태입니다. 흡사 모래시계를 연상시키는데, 단순히 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구조적 안정성을 강화해주는 구조라고 합니다. 타워의 외부는 격자 모양의 강철 프레임으로 구성되어 있어 강한 바람과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10:00 A.M. 이국적인 기타노이진칸 거리

메리켄 파크에서 택시나 버스로 10~15분 정도 가다보면 낯선 풍경이 펼쳐집니다. 서양식 저택들이 골목마다 늘어서 있는 기타노(Kitano) 거리입니다. 기타노의 이진칸이 잘 알려져 있죠.

고베항이 개항되면서 외국인들이 정착하고 지은 서양식 주택들을 이진칸이라 부릅니다. 이진칸은 일본어로 “외국인의 집”을 뜻하는데, 기타노이진칸 거리에는 영국관, 프랑스관 등 다양한 19세기 말 스타일의 서양식 건축물들이 모여 있어 일본 속 작은 유럽으로 불릴 만큼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한때 300채가 넘던 이진칸은 전쟁과 노후화로 많이 사라졌지만, 남아 있는 건물들은 1980년에 일본의 중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로 지정되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현재는 약 30채 정도의 이진칸이 남아 있고, 그중 20여 채가 일반에 공개되어 박물관, 카페, 갤러리 등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기타노이진칸 중 붉은 벽돌 건물의 풍향계의 집
기타노이진칸 중 붉은 벽돌 건물의 풍향계의 집

대표적인 이진칸으로는 독일인 무역상이 살던 저택으로 외벽이 물고기 비늘처럼 보이는 슬레이트로 덮여 있어 ‘비늘의 집’이라 이름지어진 ‘우로코노이에’, 독일인 건축가 게오르크 데 랄란데가 설계한 붉은 벽돌 건물의 ‘풍향계의 집’, 튜더 양식의 영국풍 저택 ‘야마테 8번관’, 미국 총영사의 저택이었던 연한 녹색 외벽과 바로크풍의 ‘연두색의 집’ 등이 있습니다.

특히 스타벅스 고베 기타노이진칸점은 1907년에 지어진 서양식 주택을 개조한 매장으로, 일본에서 유일하게 이진칸에서 운영되는 곳입니다. 일부 이진칸은 입장료를 내고 내부를 관람할 수 있으며, 공통 입장권을 구매하면 여러 곳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12:00 P.M. 일본 3대 차이나타운, 난킨마치

이제 점심을 먹기 위해 난킨마치(Nankinmachi)로 향합니다. JR 모토마치역에서는 도보 5분, 산노미야역에서 약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습니다. 난킨마치는 요코하마(츄카가이), 나가사키 신치와 함께 일본 3대 차이나타운으로 꼽힙니다.

일본 3대 차이나타운 고베 난킨마치

고베항이 개항하면서 중국에서 이주한 화교들이 이 지역에 정착하며 형성되었으며, 약 150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붉은 등과 화려한 간판, 중국 전통 건축 양식이 어우러진 거리는 마치 중국에 온 듯한 느낌입니다. 물론 중국 본토의 모습과 비교하면 규모가 아담하지만, 일본 특유의 깔끔함과 오모테나시(환대) 정신이 더해져 또다른 차이나타운의 매력을 발산합니다.
난킨마치 광장을 중심으로 중화요리점, 길거리 음식 가판대, 잡화점 등이 즐비해 있습니다. 길거리 음식으로는 샤오롱바오, 만두, 북경오리, 꼬치구이 등이 인기 있으며, 가격도 저렴해 간단히 즐기기에 좋습니다.

점심은 아무래도 고베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고베규를 맛봐야 하겠죠? 고베규를 먹기 위해 고베에 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난킨마치에서 길거리 음식을 간단히 즐긴 후, 고베규 맛집으로 갑니다.
난킨마치 고베규 맛집으로는 고베 철판구이(테판야키) 스타일로 유명한 모토마치역 부근 고베 비프 야마토(Kobe Beef Yamato), 고베규의 풍부한 마블링과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와코쿠(Wakkoqu), 난킨마치에서 도보로 약 10분 거리의 고베 철판 스테이크 이와사키(Kobe Teppan Steak Iwasaki) 등이 있습니다.

14:00 P.M. 쇼핑, 미식, 레저를 한 번에. 하버랜드

점심을 마친 후 느긋하게 도보로 20분 정도 걸어 하버랜드로 이동합니다. 참고로 JR 고베역에서 바로 연결되는 지하상가(Duo Kobe)를 통하면 비 오는 날에도 편리하게 이동이 가능합니다. 바다를 따라 걷다 보면 쇼핑몰과 운하가 눈에 들어오는데, 이곳이 고베의 현대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복합 쇼핑단지 하버랜드(Harborland)입니다. 1992년에 과거 JR 미나토가와 화물역 부지를 재개발하여 만들어진 곳으로 현재는 고베의 주요 관광 명소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대형 쇼핑몰들과 레스토랑이 즐비한 고베 하버랜드

하버랜드에는 대형 쇼핑몰 우미에(Umie)가 있습니다. 우미에는 모자이크(Mosaic), 사우스몰(South Mall), 노스몰(North Mall)로 나뉩니다.

모자이크는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레스토랑과 상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고베 포트 타워와 고베 해양 박물관의 멋진 전망을 즐기며 식사할 수 있습니다. 고베 시내와 롯코산, 항구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모자이크 대관람차도 인기가 많습니다. 이 밖에 19세기 말 지어진 붉은 벽돌 창고가 레스토랑, 카페, 이벤트 공간으로 재탄생한 렌가 소코(Renga Soko)나 저녁이면 전통 가스등과 전등으로 조명이 켜져 고베의 옛 항구 도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가스라이트 거리(Gaslight Street)도 하버랜드의 명소들입니다.

이제 아쉽지만 더 구경하고 싶은 마음은 뒤로 하고 고베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리마 온천을 향해 발걸음을 옮길 시간입니다.

16:00 P.M. 1,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리마 온천

하버랜드에서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약 40~50분 달리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중 하나인 아리마 온천(Arima Onsen) 마을에 도착합니다. 롯코산의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아리마 온천 마을은 화려한 네온사인과 고층 빌딩을 벗어나 시간을 거스른 고요함과 전통의 숨결을 간직한 공간입니다. 무려 1,300년 넘게 이어져 온 일본서기에 기록될 만큼 깊은 역사를 자랑합니다.

고베 아리마 온천 리조트 타운

아리마 온천에는 두 가지 온천수가 있습니다. 철분과 소금이 농축되어 황갈색을 띄는 ‘금탕(금천, 킨노유)’은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피부 깊숙이 따스함이 스며드는 느낌을 주고, 무색투명한 ‘은탕(은천, 긴노유)’은 탄산 성분으로 피로를 풀기 좋습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은천은 이산화탄소가 함유된 온천이라 메이지시대 초까지는 독이 있다고 여겨져 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온천은 물론 탄산 전병이나 아리마사이다와 같은 지역 특산물에도 이용되고 있습니다.

공중 온천탕을 이용하거나 좁은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목재 료칸(전통여관)에서 프라이빗한 온천을 선택해서 즐길 수 있습니다.

1300년 역사의 아리마 온센 금탕의 원천, 고쇼센겐(고쇼원천)
1,300년 역사의 아리마 온천마을 금탕의 원천, 고쇼센겐(고쇼원천)

아리마 온천 마을 자체는 소박합니다.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탄산 센베이(과자)를 굽는 노점상과 온천 만주(찐빵)를 파는 가게에서 풍겨오는 달콤한 향기가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자연과 역사가 조화를 이룬 아리마 온천 마을은 쉼과 소소한 행복을 위해 들러보시길 추천합니다.

18:00 P.M. 일본 3대 야경, 롯코산 전망대

아리마 온천 마을에서 버스나 택시로 약 20~30분 이동하면 롯코산 전망대에 도착합니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올라가면 고베 시내와 오사카만까지 이어지는 환상적인 야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일본 3대 야경 중 하나로 꼽히는 장관입니다.

고베에서 가장 높은 이 산의 정상 부근에 자리 잡은 롯코 가든 테라스(Rokko Garden Terrace)는 해발 931m의 전망 명소입니다. 낮에는 고베항의 파란 물결과 아카시 해협 대교의 실루엣이 끝없이 다가오고, 밤이 되면 “1,000만 불의 야경”이라 불리는 빛의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집니다. 전망 데크에 서면 오사카 만을 넘어 멀리 와카야마까지 보이는 날도 있습니다. 봄이면 벚꽃이 산을 감싸고, 가을에는 단풍이 붉게 타오르며, 겨울에는 눈 덮인 풍경과 조명이 낭만을 더하는 공간입니다. 여름에도 도심의 더위를 피해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롯코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고베 야경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고베의 불빛이 반짝이기 시작합니다. 항구를 따라 늘어선 하버랜드와 메리켄 파크의 조명, 그 너머 오사카의 스카이라인이 그려내는 하나의 거대한 빛의 캔버스. 그리고 그 장관을 내려다보며 고베의 진짜 주인공이 되는 롯코산 전망대. 이곳이 왜 일본 3대 야경으로 꼽히는지 이해되는 순간입니다. 도시 위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언제나 새롭습니다.

20:00 P.M. 산노미야

고베 여행의 마지막은 고베의 맥박이 뛰는 산노미야(Sannomiya)입니다. 고베항이 문을 열며 외국 문물이 스며든 이래, 산노미야는 상업과 교통의 허브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지역은 고층 쇼핑몰과 전통 신사가 공존하며, 고베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산노미야역을 중심으로 번화가와 골목길이 펼쳐지는데, 선택지가 무궁무진합니다. 역 남쪽의 센터가이는 아케이드 지붕 아래 패션 부티크와 기념품 가게로 북적이고, 민트 고베(Mint Kobe)는 영화관과 레스토랑이 모여있죠. 밤이 되면 재즈 클럽과 루프탑 바에서 칵테일을 들고 고베의 불빛을 내려다보는 이들도 많습니다.

고베 번화가 산노미야 시내

이 곳의 매력은 화려함 속에 있는 일상입니다. 세련된 쇼핑몰 옆 현지 이자카야에서 간단한 꼬치구이와 맥주로 하루를 씻어내거나, 라멘 가게에서 따뜻한 국물로 고베의 하루를 완벽하게 마무리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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