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항공업계 관련 뉴스를 보면 슬롯(Slot)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어떤 용어인가요? 항공 여행을 하는 승객들에게 중요한 것인가요?
…정부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관련 업종·분야별 긴급 지원방안 Ⅱ’를 통해 항공사의 운수권과 슬롯 회수를 1년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도 작년과 항공업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6개월 내지 1년 동안 추가로 회수를 유예할 계획이다. 상황을 봐서 유예 기간을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2021년 2월 21일, 항공사 운수권 회수 유예 연장된다…”6개월 또는 1년 연장 계획”)
슬롯(Slot)이란 항공기가 공항에서 이·착륙을 하거나 이동하기 위해 배분된 시간을 의미하며, 해당 시간대 운항을 허가받은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조금 이해하기 어려우실 것 같습니다.
슬롯을 조금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항공사가 어떻게 항공기 운항시간을 조정하고 운항 스케줄을 정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들께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려고 할 때 차량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시간대에 버스나 항공편의 스케줄부터 확인하시죠? 항공사에게는 이 스케줄이 바로 경쟁력입니다. 좋은 스케줄이 있어야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항공사들은 보다 더 좋은 스케줄을 수립하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항공사가 스케줄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어떤 종류의 항공기를 몇 대나 보유하고 있는지, 그 항공기들의 최대 운항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한 노선에 얼마만큼의 운항을 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효율적인 스케줄은 가장 큰 고려 사안이죠. 효율성이 좋은 스케줄이란 안전 운항이라는 기본 가정 하에 항공기가 공항에 머물러 있는 시간을 최소화한다는 의미입니다. 시간대의 특성이 다른 두 개의 노선을 연계해 운항시간도 분산하고 항공기의 활용률도 높이고 있죠. 예를 들어 출장이나 상용 고객이 많은 도쿄 노선은 오전에, 신혼부부나 가족여행객이 많은 동남아 및 대양주 노선은 저녁에 스케줄을 편성하는거죠.
여기에 실제 항공기가 이·착륙하게 되는 공항 시설, 운영 시간대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공항마다 시간당 이·착륙 운항횟수가 제한되어 있고, 일부 공항에서는 소음을 막고자 야간 운항을 막기도 합니다. 김포·김해공항은 야간 운항이 제한됩니다. 인천공항에는 별도의 야간 운항 제한은 없으나 시내와의 연결 교통편 등 승객들의 불편을 고려해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심야 시간대의 스케줄 편성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국가 간의 시차도 스케줄 편성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발 유럽행 항공편의 경우 저녁에 출발하면 현지 시각으로 심야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유럽행 항공편의 경우 한국시간 기준으로 낮시간 대에 출발하는거죠.
슬롯을 설명하기까지 먼 길을 돌아왔네요. 다시 슬롯에 대해 설명해볼까요?
항공사가 위에서 언급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내부적으로 스케줄을 정하고 나면, 원하는 출·도착 시간에 해당 공항에서 이용이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항공기가 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바로 슬롯입니다. 조금은 이해에 도움이 되셨는지요?
인천공항처럼 아무리 큰 규모의 공항이라고 해도 동시에 수십 대의 항공기가 뜨고 내릴 수는 없죠. 항공기 주기장과 터미널 시설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공항에서의 안전과 시설을 고려해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항공기의 운항을 제한하는거죠.
공항당국은 공항의 시간당 운항제한 횟수 내에서 항공사들에게 슬롯을 나눠주게 됩니다. 인천공항은 현재 시간당 70회, 김포공항은 41회, 그리고 제주공항 35회로 이·착륙 횟수가 제한돼 있습니다. (2021년 6월 기준)
항공기 운항이 몰리는 시간대에 출발시간이 같은 항공편도 있을겁니다. ‘슬롯이 제한되어 있다고 했는데, 출발시간이 같다고?’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관제탑이 다른 활주로를 이용하게 하거나, 이륙 준비가 되는 순서대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출발시키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인천공항의 경우 항공기 이·착륙은 항공기 간 5마일(약 1분 30초~2분)의 간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항공사가 신규 노선을 취항하기 위해서는 슬롯확보가 필수입니다. 슬롯이 확보된 이후에 우리나라와 상대국 정부의 운항 허가를 신청할 수 있고, 해당 노선이 지나는 국가들의 영공통과를 비롯한 각종 허가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승객들이 더 좋은 시간대의 항공편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어떤 시간대의 슬롯을 보유하게 되느냐도 항공사에겐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항공사의 슬롯 반납에 대한 논의가 이슈가 되었습니다. 법에 따라 일정기간 슬롯을 운영하지 못하면 반납을 해야 하는 규정 때문이죠. 다행히 항공사의 자의가 아닌, 입·출국 제한에 따른 운항 중단이었다는 점이 받아들여져 슬롯 회수가 유예된 바 있습니다. 참 다행이죠.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이에 따라 트래블 버블(방역 우수 국가 간 여행 허용 협약)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항공은 머지 않아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19에 대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좋은 시간대의 슬롯을 잘 유지해 고객 여러분들이 보다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