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들에게 조종 훈련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비행기 조종사는 안전한 항공기 운항을 위해 완벽에 가까운 조종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이 때문에 민항기 조종사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동안 이·착륙 횟수를 충족해야 합니다. 항공사마다 정기적인 평가를 진행하는데, 기준에 미달될 경우 조종사 자격을 잃게 될 수도 있죠.

그런데 COVID-19로 인해 2년여간 항공 수요와 공급이 크게 줄며, 항공기 운항 횟수도 함께 줄어들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조종사들이 자격 유지를 위해 비행을 해야 하는데, 그 기회가 크게 줄어든거죠. 그렇다고 항공기 안전 운항에 필수적인 요소인데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 때 필요한 훈련장비가 바로 ‘시뮬레이터(Simulator)’입니다.

‘시뮬레이터’는 실제 항공기의 조종실과 완전하게 동일한 환경과 기능을 제공하는 장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종사는 시뮬레이터를 통해 실제 비행과 거의 동일하게 비행 훈련이 가능합니다. 또 훈련을 담당하는 교관이 교관석에서 여러가지 가상상황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비행 중에 발생 가능한 돌발 변수에 대한 대응능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시뮬레이터에 들어가면 그곳이 실제 비행기 조종석인지 훈련용 시뮬레이터인지 조종사들조차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할 정도입니다.

항공기 시뮬레이터는 크게 ▲조종실 ▲컴퓨터 시스템 ▲영상장치 ▲유압장치 등 4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조종사이 기기를 조작하면 그 신호가 시스템을 통해 주 컴퓨터에 전달되며, 주 컴퓨터에서 계산된 신호는 조종실 내의 각종 계기 및 모니터 장비로 전달됩니다. 이러한 조작과 그에 대한 반응은 실제 비행기와 동일하게 실시간으로 이루어집니다. 또 음향 시스템을 통해 장비 조작음 뿐만 아니라 각 상황에 맞는 엔진, 천둥, 경고 등의 소리가 조종사에게 제공됩니다.

영상장치는 조종실 내부 창문과 동일하게 전면 및 좌우 측면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화면을 통해 조종사는 실제 비행기 조종석과 마찬가지로 활주로, 공항 주변 건물, 각 공항의 특색 있는 지형을 살필 수 있으며, 구름·안개·번개 같은 임의의 기상 조건도 나타납니다. 조종사가 조종간을 밀거나 당기는 등 계기 조작에 따라 유압장치를 통해 실제 비행기의 상하, 좌우, 앞뒤로의 움직임을 시뮬레이터 내에서도 똑같이 느낄 수 있습니다.

시뮬레이터는 통상적인 조종법뿐만 아니라 실제 항공기로 훈련하기 어려운 악천후, 엔진 고장 등 비상 상황에 대한 대처 훈련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훈련장비입니다. 안전하면서도 어려운 훈련을 반복해서 할 수 있어 경제성까지 갖췄으니, 항공사 입장에서 꼭 필요한 훈련장비겠죠? 

시뮬레이터는 항공기 기종별로 제작, 운영하는데 세계적으로 캐나다의 CAE사와 영국의 탈레스(Thales)사가 유명합니다. 최신 시뮬레이터 가격은 기종마다 상이하지만 대형기종의 경우 대당 약 1천 500만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고가의 장비입니다. 

대한항공은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운항훈련원과 제주 정석비행장에 대한항공이 운영 중인 모든 기종의 시뮬레이터 13대를 설치해 조종사 훈련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조종사들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시뮬레이터 도입·운영도 이와 같은 노력의 일환입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대한항공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안전운항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 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