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지식

[항공상식Q&A] 비행기 넌 몇톤이니? 안전운항을 위한 항공사의 무게 관리 
2023.08.31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 항공권을 구매하고 사전좌석배정을 통해 이코노미 앞쪽 좌석으로 배정되어 있었는데, 탑승수속을 받을때 직원분께 이코노미 뒷쪽 좌석에 앉아달라는 정중한 요청을 받은적이 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항공기 무게중심을 잡느라 승객 좌석 위치조정을 하고있다고 하더라구요. 거대한 항공기 운항을 위해 승객의 좌석까지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을지 상상도 못했는데 새롭게 알게되었습니다.

# 기내에서 환자 발생으로 긴급하게 인천공항으로 회항한다는 안내방송이 있었는데 한참동안 착륙하지 않고 비행을 계속하더라구요. 나중에 그것이 비행하면서 탑재된 기름을 버리는 과정이었다고 알게되었습니다. 왜 굳이 아까운 기름을 버리고 착륙해야했던 것일까요?

이륙하는 항공기를 보신적 있으실겁니다. 이륙할 때는 기수(항공기의 머리부분)가 먼저 하늘로 향합니다. 착륙하는 항공기도 마찬가지인데, 기수가 위로 들린 상태에서 뒷바퀴부터 활주로에 닿고 나서 앞바퀴가 닿죠.

보잉737 항공기가 김포공항 활주로에서 힘차게 이륙하는 모습
보잉737 항공기가 김포공항 활주로에서 힘차게 이륙하는 모습

그런데 항공기 앞부분이 무거우면 어떻게 될까요? 과연 제대로 이륙하거나 착륙할 수 있을까요? 항공사가 무게와 그 무게중심을 관리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이번 항공상식에서는 무게가 안전운항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무게를 관리하기 위해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 항공기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무게중심을 잡는 절차 ‘밸런스 컨트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항공기가 안전하게 운항하기 위해서는 승객과 짐을 적절한 위치에 분산해 무게중심(CG·Center of Gravity)을 잘 잡아야합니다. 이런 절차를 항공용어로 밸런스 컨트롤(Balance Control)’ 이라고 하는데, 우리말로 풀면 항공기의 균형 잡기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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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기 보잉747-8F 내 화물이 실리기 전 기내 모습

밸런스 컨트롤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승객, 화물, 항공유의 무게를 정확히 파악하고  무게중심을 찾는게 필수예요. 그 뒤 적절한 위치에 배치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거죠. 

항공기 무게중심은 항공기 제작사가 기종별로 설정해둔 기준에 맞춰 설정합니다. 하지만 이를 맞추는 것은 항공사 전문가들의 몫입니다. 만약 승객이나 화물이 모두 실렸는데 무게중심이 잘 잡히지 않았다면 운항허가를 받을 수 없어요. 

■ ‘탑재 관리사’가 철저한 계획에 맞춰 승객과 화물을 실어

항공사의 무게중심 전문가는 바로 ‘탑재관리사’입니다. 비행기에 탑재되는 모든 것의 무게를 파악해 적절한 탑재 배치 계획을 세우고, 그 결과까지 확인하는 분들이죠. 

승객과 화물을 싣는 계획은 ‘탑재지시서(Loading Instruction)’라는 양식에 작성됩니다. 모든 항공사에서 통용되는 공통양식이에요. 해당 비행편의 ▲기종 ▲목적지 ▲승객 수 ▲화물 종류 ▲ 탑재 중량 ▲탑재 위치 등의 정보가 직관적이고, 종합적으로 나와있어요. 예를 들어 “3번 컨테이너는 32번 오른쪽 탑재칸에 탑재”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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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재 작업자들이 작업중인 모습

최종적으로 탑재가 완료되면 그 결과를 시스템에 입력하며 이를 통해 무게중심이 제대로 확보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죠. 무게중심이 제대로 확보되었다면 이제 운항허가를 신청합니다. 이륙 준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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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탑재 장비 ULD 로더(Loader)가 화물을 탑재하는 모습

■ 운항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엄격하게 무게 관리

앞서 설명한 무게중심은 승객이나 화물을 ‘어떻게” 싣느냐에 대한 것입니다. 이제 ‘얼마나’에 대해 알아볼까요? 

중력을 이겨내고 비행하는 항공기는 뜨기 위한 무게 제한이 있습니다. 모든 승객과 짐을 싣고 이륙 준비가 끝났다고 하더라도 항공기의 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면 운항허가를 받을 수 없어요. 이를 항공용어로는 최대이륙중량(MTOW·Maximum Take-off Weight) 이라고 합니다. 안전한 비행을 위한 여러  안전장치 중 하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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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화물터미널에서 화물 담당자들이 화물의 포장상태, 부피, 중량 등을 확인하는 모습

이와는 반대로 안전하게 착륙하기 위한 무게 최대치도 있습니다. 항공용어로는  최대착륙중량(MLDW·Maximum Landing Weight)라고 하는데, 이를 초과하면 안전한 착륙에 문제가 생길수 있어요. 갓 이륙한 항공기가 갑작스런 문제로 회항을 해야 할 때 바로 착륙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상공에서 연료를 대기 중에 배출(Fuel Dumping)해 무게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무게 제한치들은 항공기의 성능을 고려해 결정되기 때문에 기종마다 다릅니다. 또 ▲활주로의 상태(길이, 강도, 경사, 표면의 재질)  ▲바람의 속도와 방향  ▲온도  ▲고도  ▲공항 주변의 지형·지물 등 다양한 요소를 감안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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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탑재 장비 ULD 로더(Loader)가 화물을 탑재하는 모습

최근에 승객들의 표준 중량을 측정한다는 기사를 보신 적 있으실겁니다. 국토교통부의 ‘항공기 중량 및 평형 관리 기준’에 따라 항공사는 최소 5년 주기 또는 필요 시 승객 표준체중을 측정해 평균값을 내야 합니다. 

그 목적은 분명합니다. 정확한 운항 중량을 예측하고, 이를 통해 항공기의 무게중심을 위한 기본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죠. 즉, ‘안전운항’을 위해서입니다. 일각에서 연료효율이나 비용절감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모든 것이 안전운항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허술하게 해서는 안되겠죠. 보이지는 않지만 항공사의 이런 노력들로 여러분의 여행이 더욱더 즐겁고 안전해지길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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