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지식

[항공상식Q&A] 현직 정비사가 알려주는 기종 구분 꿀팁!
2023.08.21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공항 출발장 유리벽에 매미처럼 딱! 붙어서 항공기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한 손으로는 부모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비행기를 가리키며 묻습니다.

👶 “엄마, 아빠. 저 비행기는 뭐야?”
👫 (당황) “저 비행기는 하늘색 대한항공 비행기야!”
👶“아니야. 저 비행기는 보잉737-8이고 엔진 타입은 LEAP 2B에 최대 항속 거리는…”
👫 (띠용)


공항에서 이륙을 기다리는 비행기를 볼 때마다 어떤 기종인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이제 가족과 친구들에게 당당히 말해주세요! 

“비행기는 내가 다 알아~”

알아두면 (언젠가) 도움되는 항공기 기종 구분 꿀팁! 대한항공 현직 정비사가 알려드립니다.

■여객기와 화물기를 한 눈에 구분할 수 있다?

항공기는 크게 사람을 태우는 여객기와 물건을 싣는 화물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첫 번째 문제! 여객기와 화물기를 한 눈에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고 맞춰볼까요?

하늘을 날아오르는 대한항공 여객기 사진
하늘을 날아오르는 대한항공 화물기 사진

정답은 “객실 창문이 있으면 여객기, 창문이 없으면 화물기”입니다. 말 그대로 ‘한 눈에’ 구분되죠?

창문이 없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화물은 밖을 못 봐도 답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항공기 기체의 내구성을 높일 수 있고 창문 파손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조종석 창문 모양으로 보잉과 에어버스를 구분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항공기 제작사를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조종석 창문 모양에 주목하시면 됩니다. 대한항공은 대부분 보잉사 아니면 에어버스사 항공기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두 회사의 창문 모양만 구분할 줄 알면 됩니다. (이름에 알파벳 ‘A’가 붙은 기종은 에어버스사 항공기입니다.)

항공기 앞 부분에 있는 조종석 창문을 ‘윈드 쉴드(Wind Shield)’라고 부릅니다. 자동차 앞 유리에 해당합니다. 그 옆에 있는 창문을 보통 ‘사이드 윈도우(Side Window)’라고 부르는데요, 제작사별로 사이드 윈도우 모양이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잉777 사이드 윈도우
보잉777 사이드 윈도우
A380 사이드 윈도우
A380 사이드 윈도우

 

차이점이 느껴지시나요? 좀 더 확대해 볼까요.

보잉과 에어버스 항공기 앞유리 확대 사진

보잉사가 제작한 항공기 창문은 사각형으로 명확하게 각진 반면, 에어버스 계열은 오각형 이상의 둥그스름한 창문을 달고 있네요.

■항공기 날개로 세부 기종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제 심화 과정입니다. 같은 보잉 737 항공기라도 버전에 따라 뒤에 붙은 숫자가 달라지죠. 보잉737-800, 보잉737-900, 보잉737-8 처럼요.

‘윙렛(Winglet)’ 또는 ‘샤크렛(Sharklet)’이라고 부르는 비행기 날개 끝을 잘 관찰하시면 기종별로 파생되는 이름까지 알아낼 수 있어요. 먼저 사진부터 보실까요?

위로 꺾여 올라간 윙렛 사진

위로 꺾여 올라간 윙렛이 장착된 기종은 보잉737-800입니다.

윙렛 없이 반듯한 날개 사진

날개 끝이 윙렛 없이 반듯하게 생겼다면 보잉737-900입니다. 다만 최근 국제선 운항에 많이 투입되는 보잉737-900ER의 경우 위로 길쭉한 윙렛이 장착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스플릿 윙렛 사진

위아래로 갈라진 ‘스플릿 윙렛(Split Winglet)’을 장착하고 있으면 보잉737-8입니다. 

윙렛은 항공기 날개 끝에 생기는 소용돌이를 줄이기 위해 고안한 장치예요. 항공기가 비행할 때 생기는 날개 끝 소용돌이를 줄여 항공기의 연료 효율을 높이고 안전한 비행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최초 고안자인 미국 NASA의 R.위트컴은 하늘을 나는 새가 더 많은 양력을 얻기 위해 날개 끝을 위로 구부리는 데서 영감을 얻었다고 해요.

날아오르는 독수리 사진
날아오르는 독수리 날개 끝이 약간 구부러져 있습니다.

특정 기종은 윙렛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자동차를 주문할 때 후방 카메라 등을 옵션으로 고를 수 있는 것처럼 항공기를 주문할 때도 엔진 등 특정 부품을 항공사 운영 환경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답니다.

여기서 깜짝 퀴즈! 우리나라 대표 항공사 대한항공도 항공기 제작에 관여할까요?

정답은 O! 부산에 위치한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가 보잉 및 에어버스사의 최신 기종 윙렛·샤크렛을 만들어 항공기 제작사에 납품합니다. 항공기 운항 뿐만 아니라 생산에도 직접 참여한다니 놀랍죠?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에어버스 샤크렛 제작 현장 사진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에서 에어버스에 납품할 샤크렛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엔진 크기·모양·개수로 최신 항공기 알아보는 방법

엔진 모양으로 구기재와 신기재를 구분하는 방법도 알려드릴게요. 보통 엔진 팬(Fan) 직경이 클수록 연료 효율이 좋기 때문에 대부분 최신 기종이 큰 엔진을 달고 있습니다. 보잉777을 예로 들어볼게요. 보잉777-200 엔진의 팬 블레이드 직경은 112인치(2.8m)인 반면, 이보다 최신 기종인 보잉777-300ER 엔진의 팬 블레이드 직경은 123인치(3.1m)로 조금 더 큽니다.

항공기 엔진을 덮는 부분인 ‘카울’ 모양으로도 구기재와 신기재를 구분할 수 있어요.

엔진 카울 모양이 반듯한 사진
엔진 카울 모양이 톱니바퀴인 사진

아래 톱니바퀴처럼 돼 있는 엔진이 최신 기종입니다. 최신 기종일수록 더 발전된 소음 저감 기술을 적용합니다.

엔진 개수로도 항공기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보통 엔진이 2개 혹은 4개 달리는데요, 2개 달린 항공기는 ‘쌍발 엔진(Twin Engine)’ 이라고도 부릅니다.

과거에는 양 날개에 엔진이 각각 2개씩 달린 4발 엔진 항공기가 많이 운용됐는데 최근에는 연비가 좋은 2발 엔진 항공기를 더 많이 도입하는 추세예요.

현재 대한항공에서 하늘을 나는 항공기 중 엔진이 4개 장착된 항공기는 보잉747과 A380 두 기종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른 기종보다 동체가 크고 무거워서 엔진이 4개는 필요하답니다.)

'하늘의 여왕' B747 사진
37년간 세계 최대 여객기 타이틀을 보유했던 ‘하늘의 여왕’ 보잉747. 양 날개에 각각 엔진을 2개씩 장착하고 있습니다.

■번외 : 시력 2.0이신 분들을 위한 꿀팁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항공기 기종을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드렸는데요. 양쪽 시력 2.0의 ‘매의 눈’을 가진 분들께는 별도의 팁을 드립니다.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기종을 식별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두구두구두구두구…

동체 옆에 항공기 기종명이 써있는 사진

동체 옆에 써 있습니다!

(참 쉽죠?)


이제는 항공기를 보기만 해도 어떤 기종인지 잘 설명하실 수 있겠죠?

대한항공이 A321neo를 비롯한 보잉737-8, 보잉787 등 친환경 항공기도 앞장서서 도입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