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지식

항공사에게 특별한 그날, 10월과 3월의 마지막 일요일
2019.10.23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10월 26일 인천→하와이 스케줄
10월 26일 인천→하와이 대한항공 운항 스케줄
10월 27일 인천→하와이 스케줄
10월 27일 인천→하와이 대한항공 운항 스케줄

10월 26일(토)과 10월 27일(일) 인천→하와이 노선을 운항하는 대한항공 KE053편의 운항 스케줄이다.

KE053편명으로 동일한 노선에, 같은 기종의 항공기가 운항됨에도 불구하고 단 하루만에 스케줄의 큰 변화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출발과 도착 시간이 전체적으로 앞당겨진 것 뿐 아니라 8시간 35분 걸리던 비행 시간도 7시간 55분으로 40분 줄어들었다.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이에 대한 해답은 달력에서 찾을 수 있다. 정기편을 운영하는 항공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기준에 따라 항공기 스케줄을 매년 2회씩 동계·하계로 번갈아가며 운영하고 있다. 10월 마지막 일요일과 3월 마지막 일요일을 각각 동계, 하계기간 시작일로 정하고 항공편 스케줄을 달리 운영하는 것이다.

10월 27일(일요일)은 2019년 동계 기간이 시작되는 날이다. 따라서 하계 기간이었던 10월 26일과 비교하면 전 노선에서 크고 작은 스케줄 변경이 이뤄지게 된다. 같은 노선을 자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는 다소 혼란을 줄 수 있음에도 불구, 모든 항공사들이 동계·하계로 나눠 스케줄을 운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 1: 계절의 변화에 따라 비행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항공기 비행시간은 제트기류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제트기류는 대류권 상부나 성층권의 서쪽으로부터 동쪽으로 강하게 흐르는 기류다.

제트기류는 북반구의 경우 북쪽으로 차가운 북극 공기와 남쪽으로 따뜻한 열대 공기 사이의 경계에서 나타나는데, 온도 차로 발생하는 공기 밀도의 차이가 큰 겨울철에 기류가 강한 특성을 보인다. 겨울철 제트기류의 평균 풍속은 시속 130㎞, 여름철에는 시속 65㎞ 정도다.

이러한 제트기류의 변화는 비행시간의 변화로 나타난다. 인천→하와이 노선처럼 제트기류가 흐르는 방향인 서쪽→동쪽으로 운항하는 비행편의 비행시간은 짧아지며, 반대인 동쪽→서쪽 운항편의 비행시간은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 노선은 가능한 제트기류를 피해서 운항을 계획하게 된다.

10월 26일 인천→파리 스케줄
10월 26일 인천→파리 대한항공 운항 스케줄
 10월 27일 인천→파리 스케줄
10월 27일 인천→파리 대한항공 운항 스케줄

가령 대한항공의 인천→파리 운항시간은 하계 기간인 10월 26일까지는 13시 20분 출발해 비행시간 12시간 10분이 소요되어 현지 18시 30분 도착하는 스케줄로 운영되다가 27일부터는 14시 정각에 출발해, 현지에는 18시 30분 도착하는 스케줄로 변경된다. 비행시간은 하계보다 20분 늘어난 12시간 30분 걸리는 스케줄이다. (*10월 27일부 프랑스 서머타임 해지로 1시간 늦춰짐)

비행시간을 정하는 기준은 항공사마다 상이하지만, 대한항공의 경우 해당 노선·기종의 동일기간 3년간 운항실적을 바탕으로 통계적 기준에 따라 산정하여 적용하고 있다. 제트기류의 변화가 심한 노선의 경우 동일한 시즌 내에서도 2~3차례 비행시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앞서 예를 든 하와이 노선의 경우, 19년 동계기간 중 인천→하와이는 7시간 55분 단일 비행시간을 적용하지만 하와이→인천은 11월말까지는 10시간 25분, 12월 1일부터 내년 3월 28일까지는 11시간을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제트기류의 위치 및 세기가 계절에 따라 달라짐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행시간의 차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도착 정시성을 유지하기 위해 스케줄을 동계와 하계 기간으로 나눠 운영하게 되는 것이다.

이유 2: 계절 변화에 따라 수요 패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항공산업은 계절에 따른 수요 변화에 민감한 업종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하계 기간에는 낮이 길어져 여행에 적합한 유럽 지역에, 동계 기간에는 따뜻한 곳인 동남아 및 대양주 지역에 수요가 몰리며, 항공사들도 이런 수요에 맞춰 증편 또는 감편을 하게 된다.

증편은 대형항공기를 투입하거나 운항 횟수를 늘리는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대한항공 A330 항공기
대한항공 A330 항공기

대한항공의 경우 대양주의 대표 노선인 시드니 노선(KE121/ KE122)에 하계기간인 10월 26일까지는 A330 항공기를 투입하다가 동계기간이 시작되는 27일부터는 더 큰 항공기인 A380을 시드니 노선에 투입한다. 대신 A380으로 Daily 2편 운항하던 뉴욕 야간편(KE085/ KE086)편은 B747-8i로 대체된다. 같은 대양주 노선인 인천~오클랜드 노선의 경우는 하계 기간에는 B787 항공기를 투입했지만, 동계기간에는 이보다 좌석 규모가 더 큰 B747-8i 항공기를 투입한다.

대한항공은 동계기간 대양주 노선인 인천~오클랜드와 인천~브리즈번은 각각 주 2회, 주 3회 더 운항해 각각 주 7회씩 운항하게 되며, 동남아인 인천~마닐라의 경우는 주 4회 증편(총 주 18회) 운항하게 된다. 또한 인천-클락, 달랏, 항저우, 장자제, 난징 등 노선을 신규 취항한다. 반면 대표적인 여름 휴가철 인기 노선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이르쿠츠크는 동계 기간에는 운휴하게 된다.

이처럼 항공사들은 계절 변화에 따른 수요 패턴을 일반적으로 동계, 하계 스케줄에 맞춰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 3: 많은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서머타임에 맞추기 위해서다.

대부분 유럽 국가들이 3월 마지막주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주 토요일까지 서머타임(DST, Daylight Saving Time)을 실시한다.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봄에 표준시를 1시간 앞당겼다가 짧아지기 시작하는 가을에 1시간 다시 뒤로 늦추는 DST는 낮 시간을 더 사용할 수 있는 효과가 발생한다.

항공편 스케줄을 하계, 동계로 구분하지 않으면 DST 시행 국가로 운항하는 항공편 스케줄에 혼선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동계, 하계 시작 기간을 DST가 바뀌는 날짜에 맞춤으로써 DST 변화로 인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스케줄의 혼선을 줄이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