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TIP

하늘을 나는 트램
2020.01.28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잘 타는 법] 독일 _ 슈베베반

독일 부퍼탈의 명물
하늘을 나는 트램, 슈베베반

공중에 매달려 달리는 열차 슈베베반. 현재 부퍼탈을 누비고 있는 하늘색 신형 슈베베반은 2016년 첫 선을 보였다.
공중에 매달려 달리는 열차 슈베베반. 현재 부퍼탈을 누비고 있는 하늘색 신형 슈베베반은 2016년 첫 선을 보였다.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주를 유유히 흘러가는 라인강(Rhein)의 지류인 부퍼강(Wupper) 연안에는 아름다운 도시 부퍼탈(Wuppertal)이 자리한다. 중세시대부터 섬유 산업의 중심지로 유명한 이 도시에는 섬유 못지않은 명물이 있으니 바로 독특한 형식의 모노레일, 슈베베반(Schwebebahn)이다.

포빈켈역 플랫폼으로 이제 막 들어선 GTW72 모델의 슈베베반. 알록달록한 색의 해당 모델은 수십년 간의 수고를 뒤로 하고 작년에 은퇴했다. 구형 슈베베반이 은퇴할 때 주민들은 역이나 SNS에서 귀여운 작별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포빙켈역 플랫폼으로 이제 막 들어선 GTW72 모델의 슈베베반. 알록달록한 색의 해당 모델은 수십년 간의 수고를 뒤로 하고 작년에 은퇴했다. 구형 슈베베반이 은퇴할 때 주민들은 역이나 SNS에서 귀여운 작별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대중교통이 바꾼 도시의 풍경

19세기 말 산업혁명으로 도시가 비대해지자 작은 도시에도 교통난이 발생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부퍼강 때문에 지상에 선로를 설치할 공간도 부족한 상황. 부퍼탈 시 당국은 땅 대신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강 위를 달리는 열차를 계획했고, 부퍼강을 따라 공중에 매달려 달리는 열차 슈베베반을 건설했다. 1898년에 공사를 시작해 1901년에 개시한 슈베베반 노선으로 인근 소도시가 하나의 문화권이 됐고 1920년대 후반 부퍼탈이라는 하나의 도시로 통합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슈베베반을 타고 구석구석을 누비다 보면 고전미 넘치는 공연장 등 제법 멋진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
슈베베반을 타고 구석구석 누비다 보면 고전미 넘치는 공연장 등 제법 멋진 장소를 발견할 수 있다.

이동 수단이자 여행의 목적

슈베베반은 부퍼탈의 오버바르멘(Oberbarmen)에서 포빙켈(Vohwinkel)까지 약 13㎞를 연결하는 현수식(매달아서 이동하게 하는 방식) 모노레일이다. 20개의 역이 있고 전 구간을 이동하는 데 30분 정도 걸린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 많은 인원을 더 빠르게 실어 나르는 다양한 교통수단이 등장했지만 슈베베반은 현수식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루에 수만 명의 시민을 나르는 교통수단인 한편, 놀이기구처럼 탑승해 도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타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한다.

100여 년 넘게 우뚝 서있는 엘버펠트 시청사
100여 년 넘게 우뚝 서있는 엘버펠트 시청사

부퍼탈에는 통합되기 전 도시의 시청사가 따로 존재한다. 중앙역(Hauptbahnhof) 주변 구도심에는 엘버펠트 시청사(Elberfelder Rathaus)가 웅장하게 서 있다. 100년이 훌쩍 넘은 건물로 고딕양식의 외관이 아름다우며, 건물 앞의 분수대가 오가는 행인의 시선을 붙든다.

바르멘 시청사. 난간에 선 8개의 조각은 복지, 총무, 토목, 정의의 관리, 건강 관리, 건물 건설, 재원, 교육 등 8개의 도시 정치와 행정 중심 과제를 상징한다.
바르멘 시청사. 난간에 선 8개의 조각은 복지, 총무, 토목, 정의의 관리, 건강 관리, 건물 건설, 재원, 교육 등 8개의 도시 정치와 행정 중심 과제를 상징한다.

지금의 부퍼탈 시청 건물은 옛 바르멘(Barmen)시의 행정을 책임진 바르멘 시청사(Barmen Rathaus)와 붙어 있다. 바르멘 시청사는 당초 100m가 넘는 고청 건물로 설계됐으나 자금 부족으로 규모가 축소됐다. 1921년 완공 후 전쟁을 거치며 상당부분 파괴된 건물은 1959년에 재건되어 의회와 행정부의 자리가 되었다.

오버바르멘역 인근 바이엔부르크(Beyenburg)의 한적한 겨울 전경
오버바르멘역 인근 바이엔부르크(Beyenburg)의 한적한 겨울 전경

티켓 구입 후 반드시 펀칭할 것

역사 내 티켓 판매기에서 티켓을 구입한 후 반드시 펀칭 머신에 티켓을 넣어 펀칭해야 한다. 티켓을 구입했어도 펀칭을 하지 않으면 무임승차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티켓 1회권은 성인 2.9유로, 어린이 1.7유로다.

부퍼탈 구석구석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부퍼탈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정액권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24시간 티켓은 7.1유로, 48시간 티켓은 13.5유로다. ‘WSW move’ 앱을 이용하면 부퍼탈의 대중교통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슈베베반을 비롯한 다양한 교통 티켓과 관광지 입장권을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슈베베반처럼 강 위에 떠 있는 올릭스뮐레(Ohligsmühle)역.
슈베베반처럼 강 위에 떠 있는 올릭스뮐레(Ohligsmühle)역.

황제의 열차 카이저바겐

카이저바겐(Kaiserwagen)은 슈베베반 개통식 날 카이저 빌헬름 2세(Kaiser Wilhelm Ⅱ)가 부퍼탈을 방문했을 때 탔던 열차로 ‘황제의 열차’란 의미다. 관광 상품으로 운영하며 기관사와 승무원이 예스러운 복장을 입고 동승해 투어를 진행한다.
다만 아쉽게도 지금은 리뉴얼 중으로 2020년 여름에 운행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홈페이지(kaiserwagenticket.de)에서 운행 일정을 체크해볼 것.

관광 열차로 승객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이저바겐. 현재는 정비 중이다. 사진처럼 도시가 짙은 초록으로 물들 때쯤 돌아올 예정이라는데 그땐 어떤 모습일지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
관광 열차로 승객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이저바겐. 현재는 정비 중이다. 사진처럼 도시가 짙은 초록으로 물들 때쯤 돌아올 예정이라는데 그땐 어떤 모습일지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