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하고 도착하는 항공기 편명이 실시간으로 깜박이는 커다란 전광판. 전세계 어느 공항에서나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공항에서 승객들은 편명으로 자신들이 탑승하려는 항공기를 인지하게 되며, 항공사는 예약, 항공기 편성, 스케줄 등 모든 것을 편명을 사용해 분류하게 된다.
◆ 대한항공 편명 규칙
항공사들은 3~4자리 알파벳 숫자를 편명으로 사용한다. 대한항공의 KE703은 인천→나리타 항공편이며, KE1101은 김포→부산 항공편이다. 하지만 세자리 숫자에는 앞에 ‘0’이 생략되어 있는 상태다. KE703은 KE0703, KE001은 KE0001이다. 각각 천 단위의 ‘0’은 생략된 것이다.
대한항공은 사업별, 지역별로 편명을 구별하고 있다. 2019년 9월 기준으로 여객기를 보자면 001~099는 미주, 100~149는 대양주 및 괌, 460~499 및 600~699는 동남아, 홍콩, 대만, 700~799는 일본, 150~199, 800~899는 중국(몽골 포함), 900~999는 유럽(중동 포함)편이다. 1001~1999는 국내선이다. 대한항공은 김포, 인천공항 출발편은 홀수를, 돌아오는 편은 짝수를 부여하고 있다.
일반 승객들은 잘 접할 수 없지만, 화물기는 200번대(미주), 300번대(동남아, 중국), 500번대(유럽, 대양주, 일본)가 사용된다.
2001~2900번대는 편명 부족을 위한 예비번호, 2901~2999번대는 페리(공수비행; 유상 승객·화물을 탑재하지 않고 실시하는 비행), 3000번대 및 5000~7000번대는 코드쉐어, 8000번대는 엑스트라, 9000번대는 전세기 등에 부여된다.
가끔 편명 끝에는 알파벳이 붙기도 한다. 태풍과 같은 기상 등의 영향으로 날짜를 바꿔 운항했을 경우 편명 끝에 Delay 의미의 D를 붙여 그날 정시 운항하는 항공편과 구분하기도 하고, 신형 항공기를 도입할 때에도 Delivery 페리 의미로 D를 붙여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F는 정비 입고를 위한 페리 운항편에, M은 정비(Maintenance) 후 테스트 목적의 페리 운항 편에 각각 쓰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현지시간 기준 당일 편명이 중복될 경우는 여객편의 경우 ‘8’을 앞에 붙이기도 한다.
◆ 항공사들의 편명 부여하기
예전에는 항공 편명 부여를 위해 일정한 법칙이 존재했다. 동쪽 및 북쪽으로 향하는 항공기에는 짝수 번호를, 서쪽 및 남쪽으로 향하는 항공편에는 홀수 번호를 부여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많은 항공사들이 편명 부여시 이 규칙에서 벗어나면서 현재는 공통된 규칙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비슷한 공통점은 있다. 고객에게 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항공사들은 편명을 만들 때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따라서 모든 항공사들이 발음이나 이미지가 좋지 않은 숫자로 된 편명은 제외하고 있다.
이외에도 같은 노선이나 시간대, 동일 관제권역 내에서 콜사인(Call Sign) 혼동 방지를 위해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유사한 편명도 피하고 있다.
편명 1이 항공사의 대표급 노선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델타항공 001편은 뉴욕→런던, 아메리칸항공의 001편은 뉴욕→LA 노선이다. 영국항공 001편은 런던(런던시티공항)→아일랜드 새년→뉴욕 구간을 운항하는 프리미엄 비즈니스 클래스 전용 항공편이다. 에어뉴질랜드 001편은 런던(히드로)→LA→오클랜드를, 싱가포르항공의 001편은 샌프란시스코→홍콩→싱가포르를 각 운항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001편은 대한항공의 최초 미주 정기 여객 노선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편명이다. 지난 1972년 4월 19일 대한항공은 서울(김포)→도쿄→호놀룰루→로스앤젤레스를 ‘002’편명으로 운항을 시작했다. 복편은 001편이었다. 대한항공 001편은 90년 초반부터 2013년 중반까지 서울→도쿄→LA를 운항하였으며, 현재는 인천→도쿄→하와이를 운항한다.
항공사들은 특별한 기념을 위해 편명을 변경하기도 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 2011년 6월 17일 A380 항공기가 첫 투입된 인천→도쿄 편명을 KE380편으로 운항하기도 했다.
또한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8월에는 그리스 올림피아 헤라신전에서 채취한 성화를 그리스 현지에서 제주도로 수송하는 대한항공 특별기 편명을 올림픽 의미를 담아 KE1988로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