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가칼럼

[트렌드 내비게이터] 2천 년 역사를 품은 모든 도시의 여왕, 이스탄불
2025.01.21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렌드 내비게이터 이스탄불, 2천 년의 역사를 품은 모든 도시의 여왕

최근 런던과 파리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로 떠오른 곳을 알고 계신가요? 바로 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가 발표한 ‘2023년 해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한 도시’ 1위에 오른 이스탄불입니다. 2024년 조사 결과에서도 2위에 오르며 뜨거운 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스탄불은 흑해(Black Sea)에서 마르마라해(Sea of Marmara)로 향하는 보스포루스 해협(Bosphorus Strait)을 사이에 두고 서쪽은 유럽, 동쪽에는 아시아를 두고 있습니다. 동양과 서양 두 세계의 연결고리이자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죠.

중세 유럽인들은 ‘도시’라고 하면 자동적으로 이스탄불을 떠올릴 만큼 이 곳을 ‘모든 도시의 여왕’이라 불렀습니다. 이스탄불은 중세 그리스어로 ‘도시로’란 뜻을 가지고 있는데, 시대와 언어에 따라 비잔티움(Byzantium), 콘스탄티노폴리스(Constantinopolis), 스탐불(Stamboul)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기원 전 600년 대에 그리스인들이 비잔티움이라는 식민지를 건설했고, 약 천 년 뒤인 기원 후 4세기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 1세가 쇠락해가던 로마에서 콘스탄티노폴리스로 수도를 옮겨 세계 최대 도시로 오랜 번영을 누렸습니다. 그로부터 천 년 뒤인 1453년에 아나톨리아에서 발흥한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폴리스를 함락시키며 이스탄불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400년 넘게 이스탄불은 오스만 제국의 수도였습니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사이에 둔 유라시아 튀르키예

이스탄불은 역사적으로 중요하지 않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그 역사가 쌓은 유적도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고대 오리엔트 문명을 비롯해 비잔틴 문화, 중세 그리스, 로마 그리고 이슬람 문화가 주를 이루었던 오스만 제국을 거쳐 근대와 현대까지 이어지는 2천 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유적들을 도시 곳곳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도시 전체가 198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될만큼 큰 의미를 지닌 곳입니다.

유럽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이스탄불의 매력을 4가지 테마에 따라 소개합니다.

최근 이스탄불은 새로운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익숙한 서유럽과는 또 다른 매력의 이국적인 자연풍광과 고대, 중세 로마 그리고 오스만 제국까지 이어지는 문화유산은 물론이고 미슐랭 레스토랑과 모던한 카페, 부티크 샵, 갤러리들이 생겨나고 있답니다. 유럽의 부호들부터 배낭여행객들까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도시로 변신하고 있는 이스탄불을 지금 만나보세요!

지적 호기심을 깨우는
역사와 예술이 만나는 도시

이스탄불은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절대 놓칠 수 없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보스포루스 해협은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나누는 경계의 해협으로 양쪽에 비잔틴 시대와 오스만 투르크 시대의 궁, 모스크, 귀족들의 별장 등 유적이 늘어서 있어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특히 아야 소피아(Hagia Sophia), 블루 모스크(Blue Mosque) 그리고 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ce Palace)과 같은 역사적인 건축물들은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보스포루스 해협이 내다보이는 이스탄불 전경
보스포루스 해협을 배경으로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가 마주보고 있는 전경

성소피아 성당이라 알려진 아야 소피아는 비잔틴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세계 최고(最古)의 교회 건축물 가운데 하나입니다. 본래 교회 성당이었다가 오스만 제국대 모스크로 변화되었습니다. 내부의 돔과 모자이크, 코란의 금문자는 예술적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엿볼 수 있게 합니다.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사원,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Sultan Ahmed Mosque) 일명 블루 모스크는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사원입니다. 17세기에 지어졌으며, 내부를 장식한 수많은 푸른 타일 덕분에 ‘블루 모스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습니다. 술탄의 권력을 상징하는 첨탑 6개가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을 모티브로 한 돌마바흐체 궁전은 ‘가득 찬 정원’이라는 뜻. 이 궁전에 들어서면 다양한 꽃으로 가꿔진 정원이 나옵니다. 오스만 제국의 화려함을 상징하며, 유럽식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이 결합된 건축 양식으로 유명합니다.

2004년 오픈한 튀르키예 최초의 현대 미술 박물관인 이스탄불 현대 미술관
이스탄불 현대 미술관

2004년 오픈한 튀르키예 최초의 현대 미술 박물관인 ‘이스탄불 현대 미술관(Istanbul Modern)’과 ‘페라 박물관(Pera Museum)’에서는 튀르키예의 현대 예술과 고대 예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배경으로 설계된 이스탄불 현대 미술관은 튀르키예의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다양한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으며, ‘페라 박물관’은 오스만 제국 시대의 예술품부터 현대 작품까지 폭넓은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어 예술사적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또한 1987년부터 2년마다 현대 예술 흐름을 소개하는 ‘이스탄불 비엔날레(Istanbul Biennial)’가 열립니다. 비엔날레 기간에 이스탄불을 방문하면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회화, 조각,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작품들을 직접 만날 수 있습니다. 이스탄불 현대 미술관과 페라 박물관 외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장소나 건축물을 전시 장소로 활용하여 여행객들에게 이스탄불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2024년 9월 14일에 제18회 이스탄불 비엔날레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내부 이슈로 2025년으로 연기된 상황입니다.

쇼핑족 취향저격하는
쇼핑의 신세계

이스탄불은 저렴한 거리 아이템부터 고급 럭셔리 브랜드까지 다양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쇼핑의 도시입니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쇼핑 스타일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그랜드 바자르
그랜드 바자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인 ‘그랜드 바자르(Grand Bazaar)’는 구시가지를 대표하는 전통 시장입니다. 다양한 수공예품과 직물, 향신료 등을 판매하는 4,000여 개의 상점이 시장을 이루고 있으며, 낮은 가격대의 기념품부터 고급 수공예품까지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또 다른 전통 시장인 ‘스파이스 바자르(Spice Bazaar)’는 이집트 향신료를 취급하는 상점들이 많아 이집션 바자르(Egyptian Bazaar)라고도 불립니다. 약 85개의 점포들이 모여 향신료, 차 그리고 건과일 등을 주로 판매하고 있고, 희귀한 향수 원액과 로쿰, 장미 오일 등을 취급하는 점포도 있습니다.

이스탄불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이스티클랄 거리를 오가는 트램
이스티클랄 거리 모습

반면 신시가지는 현대적인 쇼핑몰과 럭셔리 부티크 샵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니샨타쉬(Nisantasi)는 해외 럭셔리 브랜드 매장들과 고급 기념품 샵들이 밀집한 한국의 청담동 같은 쇼핑 지역입니다. 신시가지에서 가격대가 높지 않은 지역을 찾는다면 타흐타칼레(Tahtakale)로 가면 되고, 코엑스 같은 쇼핑몰로 트렌디한 패션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포럼 이스탄불(Forum Istanbul)이나 로컬 디자이너들의 부티크가 모여 있는 이스티클랄 거리(Istiklal Street) 등도 인기가 많습니다. 이스티클랄 거리는 주말에만 3백 만명이 방문할 만큼 사람들로 북적여 이스탄불의 명동이라 불립니다.

전통 음식부터 미슐랭까지
맛잘알의 도시 이스탄불

튀르키예에는 중앙아시아, 중동, 지중해의 식재료와 요리법이 혼합된 독창적인 음식들이 정말 많습니다. 몇 년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찾아다니며 거리 음식을 먹고 설명하는 인기 프로그램의 이스탄불편이 큰 화제를 모았던 적이 있습니다. 케밥 정도만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카이막, 바클라바, 시미트, 미디예 돌마 등 다양한 음식을 소개하며 이스탄불을 미식의 도시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구시가지인 그랜드 바자르나 갈라타 브릿지(Galata Bridge) 인근에서는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고, 카디쾨이(Kadıköy)의 ‘오토매틱(AutoMathic)’과 같은 레스토랑에서는 튀르키예의 거리 음식을 새롭게 재현한 메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반면 모던한 레스토랑과 전통 로컬 식당이 공존하는 신시가지에서는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요리로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이 많습니다.

고소하고 새콤한 맛이 특징인 이스켄데르 케밥
이스켄데르 케밥

가장 대표적인 케밥은 양고기, 소고기, 닭고기를 숯불에 구워 만드는 요리입니다. 고기의 풍미가 진하게 배어 있으며 육즙이 가득한 것이 특징이죠. 고소하고 새콤한 맛이 매력인 이스켄데르 케밥(Iskender Kebab)은 19세기 중반 튀르키예 부르사(Bursa) 지역의 요리사 이스켄데르 에펜디(Iskender Efendi)가 개발했습니다. 얇게 저민 고기와 함께 토마토 소스, 녹인 버터, 요구르트를 곁들여 빵 위에 소스를 부어 먹는 방법입니다.

튀르키예 대표 스트리트 푸드 중 하나인 미디예 돌마
튀르키예 대표 거리 음식 중 하나인 미디예 돌마

미디예 돌마(Midye Dolma)는 해안 지역 요리입니다. 17세기부터 존재한 것으로 추정되며, 홍합 안에 양념 밥을 채워 먹는 음식입니다. 홍합 특유의 짭짤함과 밥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거리 음식의 대표 주자로 꼽힙니다.

이 밖에 오스만 제국 시대부터 귀족들이 아침 식사로 즐겨 먹었다는 물소 젖으로 만든 카이막(Kaymak), 얇은 페이스트리 층 사이에 다진 견과류와 꿀 시럽이 들어가 있어 달콤하고 바삭한 식감이 일품인 튀르키예 전통 디저트 바클라바(Baklava), 외부는 바삭하고 내부는 쫄깃한 참깨가 뿌려진 도넛 모양 빵으로 이스탄불의 많은 빵집과 노점에서 만나볼 수 있는 시미트(Simit) 등. 오랜 역사와 문화만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전통 음식이 있습니다.

이스탄불에는 미슐랭 레스토랑도 많습니다. 전통을 지키면서도 과감한 도전을 통해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지요. 전통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니코기아(Niko Gia)는 신선한 해물과 아나톨리아 허브를 활용한 요리들로 큰 인기를 끌고 있고, 네오로칼(Neolokal)은 지속 가능한 요리를 지향하며, 현지 농산물과 재료를 사용한 메뉴들로 미식가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는 레스토랑입니다. 오스만 제국의 고급 요리를 세련되고 현대적으로 재현한 메뉴들을 선보이는 터크 파티투탁(Turk Fatih Tutak)과 분자요리 기법의 모던한 튀르키예 요리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미크라(Mikra)도 유명합니다.

힐링을 위한 행복 충전
튀르키예 하맘

한국에 목욕탕이 있다면, 튀르키예에는 과거 왕족과 귀족들이 즐기던 ‘하맘(Hamam)’이 있습니다. 하맘은 비잔틴 시대부터 시작되어 오스만 제국을 걸쳐 내려온 전통이자, 튀르키예 사람들에게는 삶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유럽의 사우나가 고온의 건조한 환경에서 땀을 배출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하맘은 대리석으로 된 뜨거운 바닥 위에서 몸을 데운 후 거품 마사지를 통해 몸의 긴장을 풀며 습식으로 목욕을 하는 방식입니다. 하맘에서는 페슈타말(peştemal)이라는 얇고 긴 타월을 몸에 두르고 입장하기 때문에 몸을 가릴 수 있습니다.

과거 왕족과 귀족들이 즐기던 튀르키예 목욕탕 하맘
과거 왕족과 귀족들이 즐기던 튀르키예 목욕탕 하맘

쳄베를리타쉬 하맘(Çemberlitaş Hamamı)은 이스탄불의 구시가지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랜드 바자르와 가까워 관광객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1584년 오스만 제국의 유명 건축가 미마르 시난(Mimar Sinan)이 설계한 곳으로 전통적인 오스만 건축 양식을 잘 보여주는 대형 돔과 대리석이 돋보입니다. 규모도 큰 편이고 남녀 구역이 별도로 구분되어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스파 서비스와 마사지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7 술탄 아흐메트 하맘

왕족들이 즐기던 고급스러운 목욕 문화는 아야 소피아 휘렘 술탄 하맘(Hürrem Sultan Hamamı)에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이스탄불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블루 모스크와 아야 소피아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오스만 제국의 황후였던 휘렘 술탄(Hürrem Sultan)을 위해 지어진 하맘으로 화려한 내부 장식과 섬세한 타일들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킬리크 알리 파샤 하맘(Kılıç Ali Paşa Hamamı)은 카라쾨이(Karaköy)와 갈라타 타워에서 멀지 않은 톱하네(Tophane)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16세기 오스만 제국의 해군 제독이었던 킬리크 알리 파샤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으며, 원래는 해군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킬리크 파샤 하맘 역시 미마르 시난이 설계했습니다. 복원 과정을 거쳐 역사적인 아름다움은 그대로 유지하되 편리한 현대적 시설을 갖춘 공간으로 탈바꿈했답니다.

포 시즌스 보스포루스 스파(The Spa at Four Seasons Bosphorus)는 보스포루스 해협이 내려다보이는 포 시즌스 호텔 보스포루스(Four Seasons Hotel Bosphorus) 내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최고급 호텔 체인의 하맘이다 보니 럭셔리한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이 선호하고, 아름다운 보스포루스 해협의 전망을 바라보며 목욕과 다양한 웰니스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 특별한 곳입니다.

오르타쾨이 모스크와 보스포루스 해협
뷔윅 메지디예(오르타쾨이) 모스크와 보스포루스 해협

이스탄불은 수많은 층을 겹쳐 쌓아 올린 케이크처럼 오랜 역사와 문화 유산들이 촘촘히 존재하는 도시입니다. 고대와 중세 그리고 현대가 공존하고,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도 공존하기에 그 만큼 흥미로운 볼거리들이 넘쳐나는 곳이죠. 전 세계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 여행지로 급부상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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