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슬리핑 기차(Sleeping Train)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반 기차와 달리 객실 내에 침대, 침구류, 개인 화장실 등을 갖추고 있어 ‘움직이는 호텔’로 불리기도 합니다.
슬리핑 기차는 19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추리 소설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 제목으로도 유명한 오리엔트 익스프레스(Orient Express)가 1883년 유럽에서 첫 운행을 시작하며 당시 귀족들과 상류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미국에서는 풀먼(Pullman)이라는 기차가 1860년대에 처음 등장했는데, 그때 당시 기준으로 파격적인 침대와 고급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해 이후 기차 여행에 대한 고정관념이 혁신적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슬리핑 기차 여행은 빠른 이동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선택이 아니지만, 느리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창 밖의 풍경을 감상하며 여행 자체를 즐기고자 한다면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복고풍의 객실 인테리어와 클래식한 서비스, 무엇보다 눈 앞에 끊임없이 펼쳐지는 풍경으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으니까요. 한 글로벌 여행 조사 결과에 따르면 럭셔리 열차 여행 수요가 지난해에 비해 27%나 증가했으며, 특히 이색 여행 경험을 원하는 30~40대 MZ세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유럽과 미국, 오세아니아를 대표하면서 알프스 빙하를 넘고, 호주 사막을 건너며, 태평양 해안선을 달리는 세계의 럭셔리 슬리핑 기차들을 소개합니다!
클래식한 럭셔리 기차 여행의 대명사,
베니스 심플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1920년대의 클래식한 분위기 속에서 유럽의 역사적인 도시들을 연결하는 럭셔리 열차의 대명사, 베니스 심플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Venice Simplon-Orient-Express)는 전 세계 여행자들의 로망이라 할 수 있습니다. 1883년 벨기에의 기업가 조르주 나겔마커스가 처음 운행을 시작했으며, 19세기 유럽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열차였습니다. 유럽 왕실의 귀족, 외교관, 예술가들이 즐겨탔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왕들의 열차’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합니다.

1920년대에는 아가사 크리스티가 이 열차에서 영감을 받아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집필했으며, 1930년대에는 스파이들의 은밀한 정보 교환 장소로도 활용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운행이 중단되었다가 1982년 미국의 사업가 제임스 셔우드가 유럽 전역에서 오리지널 객차들을 사들여 현재의 모습으로 부활시켰습니다.

베니스 심플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런던을 출발해 파리와 부다페스트, 이스탄불 등을 거쳐 베니스까지 달립니다. 아르데코 스타일의 객실과 고급 레스토랑 수준의 식사가 제공되며 샴페인 바도 있습니다. 가장 럭셔리한 객실인 그랜드 스위트(Grand Suite)는 개인 화장실과 샤워실은 물론 거실 공간까지 갖추고 있으며, 각 스위트는 파리, 베니스, 이스탄불 등 도시 이름을 따서 테마별로 디자인되어 있다고 합니다.
웹사이트: https://www.belmond.com/trains/europe/venice-simplon-orient-express/
호주의 심장을 관통하는
간
호주 대륙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간(The Ghan)은 호주를 대표하는 관광 상품입니다. 1929년 첫 운행을 시작한 이 열차의 원래 이름은 ‘아프간 익스프레스(The Afghan Express)’였습니다. 19세기 후반, 호주 내륙 개척 시대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낙타들은 극한의 사막 기후에서도 호주 대륙을 누비며 물자를 운반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는데, 여기서 이름이 유래된 거죠. 이후 이름을 줄여서 지금의 이름 ‘간’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애들레이드에서 앨리스 스프링스까지만 운행했으나, 2004년 다윈까지 노선이 연장되어 호주 대륙을 완전히 관통하는 열차가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홍수나 폭염으로 인한 선로 파손으로 정시 운행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최첨단 기술로 거의 완벽하게 정시에 출발하는 기차로 유명합니다. 또한 기차 여행 중 주요 구간에서 정차 후, 울룰루 등반이나 열기구 체험, 협곡 크루즈 등의 액티비티에 참여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간에서 제공되는 모든 음식들은 호주 현지 재료들로 만들어지는데 캥거루 스테이크, 악어 소시지, 호주 와인과 수제 맥주 등 진짜 호주의 맛을 체험할 수 있답니다. 최근에는 중국과 부유층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홍보와 마케팅을 펼쳐 아시아 승객 비율이 35%까지 증가했다고 하네요(2023년 기준).
웹사이트: https://www.journeybeyondrail.com.au/journeys/the-ghan/
뉴질랜드 남섬의 절경을 가로지르는
트랜즈알파인

트랜즈알파인(TranzAlpine)은 뉴질랜드 남섬을 횡단하며 서던 알프스(Southern Alps)를 가로지르는 동서 횡단 열차입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출발하여 캔터베리 평원을 지나 아서스 패스(Arther’s Pass)를 통과하고, 웨스트코스트의 그레이마우스(Greymouth)에 도착할 때까지 뉴질랜드 남섬의 산맥, 강, 계곡, 숲이 어우러진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답니다.

트랜즈알파인은 1987년에 관광 열차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반지의 제왕’, ‘호빗’ 등 유명 영화 시리즈의 촬영지를 지나가는 노선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도 여행 중 하나로 꼽히고 있습니다. 모든 객실에 대형 창문이 있어 좌석에서도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으며, 특히 창문 없는 오픈에어 전망칸이 있어 바람과 자연의 소리를 직접 느끼며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기차이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입니다.
웹사이트: https://www.greatjourneysnz.com/
움직이는 예술 작품
세븐 스타즈 인 규슈
나가사키, 구마모토, 미야자키, 오이타, 벳푸, 유후인 등 규슈 전역을 순환하는 일본 최초의 크루즈 트레인인 세븐 스타즈는 2013년 10월에 운행을 시작했습니다. 빠르게 달리는 일본의 고속철도 신칸센과는 정반대로 느리게 여행하며 즐기는 것을 목표로 탄생한 일본 최초의 럭셔리 기차입니다. 인기가 워낙 많아서 예약이 어렵기로 유명하죠.



‘세븐 스타즈’라는 이름은 규슈의 7개 현, 7개 객차, 그리고 규슈가 자랑하는 7가지 매력(자연, 온천, 역사와 문화, 음식, 친절한 환대, 장인 정신, 슬로우 여행)을 상징합니다. 일본의 장인정신을 대변하는 열차의 디자인은 JR큐슈의 디자이너 에이지 미토오미가 7년에 걸쳐 완성했으며, 객실 내부는 일본의 전통 장인들이 참여하여 규슈 현지의 목재와 도자기, 유리 공예품으로 꾸몄습니다. 특히 식당 객차의 샹들리에는 사가현의 유명한 유리공예가 노리타케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경유지마다 전통 공예 체험, 사찰 방문, 온천 체험이 포함된 오프 트레인 투어가 제공되며, 기차 안에서는 라이브 피아노 연주와 전통 악기 연주, 차 시음회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됩니다.
웹사이트: https://www.cruisetrain-sevenstars.jp/
알프스를 가로지르는 세계에서 가장 느린 기차
글레이셔 익스프레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체르마트(Zermatt)에서 생모리츠(St. Moriz)까지 연결하는 글레이셔 익스프레스(Glacier Express). 빙하특급열차라고도 부릅니다. 291개의 다리와 91개의 터널을 거쳐 빙하, 계곡, 강, 숲, 고산 마을 등을 가로지르며 알프스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열차입니다.


1930년 6월 25일 처음 운행을 시작했을 때는 산악 지역의 교통 연결을 위해 여름에만 운영되었으나 지금은 사계절 내내 탈 수 있는 관광 열차로 자리잡았습니다. 해발 2,033m의 오버알프 고개(Overalp Pass)와 아찔한 절벽을 가로지르는 랜드바서 고가교(Landwasser Viaduct)는 스위스 철도 기술의 경이로움으로 불릴 만큼 전 세계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는 노선입니다. 모든 객실에는 대형 파노라마 창문이 설치되어 있어 알프스의 장엄한 풍경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으며, 고급 호텔처럼 편안한 분위기와 맞춤형 서비스를 선사합니다.
웹사이트: https://www.glacierexpress.ch/de
스코틀랜드 고지대를 탐험하는
로열 스코츠맨

로열 스코츠맨(Royal Scotsman)에서는 스코틀랜드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체험할 수 있습니다. 1985년에 첫 운행을 시작했으며, 오직 36명의 승객만 탑승할 수 있는 세계에서 가장 프라이빗한 럭셔리 슬리핑 기차입니다. 영국 왕실 멤버들도 종종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스코틀랜드 수도인 에든버러(Edinburgh)를 출발해 인버네스(Inverness), 스카이섬(Isle of Skye), 로흐 로몬드(Loch Lomond) 등 스코틀랜드 고지대의 유명 성들과 위스키 증류소들을 거치며 스코틀랜드를 느끼고, 체험하는 루트입니다.



1928년부터 1960년대까지 제작된 빈티지 차량들을 완벽하게 복원해 운영 중인데, 식당칸은 1928년 런던 미들랜드 스코틀랜드 철도에서 사용되던 것을 개조했다고 합니다. 기차 내부는 19세기 에드워드 시대의 귀족들이 즐기던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으며, 사냥과 위스키 테이스팅, 스코틀랜드 전통 음악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제공됩니다. 2017년에는 세계 최초로 이동식 스파 시설을 갖춘 객차를 도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웹사이트: https://www.belmond.com/trains/europe/scotland/belmond-royal-scotsman/
미국 서부 해안을 따라 달리는
암트랙 코스트 스타라이트

암트랙 코스트 스타라이트(Amtrak Coast Starlight)는 시애틀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미국 서부 해안선을 따라 운행하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 여행으로 꼽힙니다. 1971년 설립된 암트랙(Amtrak)이 기존의 다양한 철도 노선을 통합해 시애틀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이어지는 장거리 노선을 만들어 탄생한 것이 바로 코스트 스타라이트의 시작입니다.


기차 이름인 ‘스타라이트(Starligh)’는 태평양 해안의 밤하늘과 별빛을 의미합니다. 암트랙 코스트 스타라이트는 워싱턴주, 오리건주, 캘리포니아주를 가로지르며, 산타 바바라(Santa Barbara), 샌루이스 오비스포(San Luis Obispo), 포틀랜드(Portland) 등 주요 도시와 작은 해안 마을을 경유합니다. 특히 산타바바라와 샌루이스 오비스포 사이 구간에서는 바다와 매우 가깝게 달리기 때문에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태평양 석양의 절경이 압권입니다.
여행 중에는 미국 서부의 역사적인 도시, 국립공원, 와이너리 등을 방문할 수 있어서 미국 서부 여행의 진수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기차 내 레스토랑에서는 조식, 중식, 석식이 제공되고, 모든 메뉴는 미국 서부 지역의 특산물을 사용하며, 로컬 와인과 맥주도 제공됩니다.
웹사이트: https://www.amtrak.com/home.html
느리게 하는 여행도 꽤나 매력적입니다. 짧게는 몇시간, 길게는 몇밤씩 지내며 쉽게 볼 수 없는 자연의 풍경과 문화를 접하는 시간은 세상을 보는 시각을 변화시킵니다.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남을 여행의 기억을 꼭 만들어보세요.

![대한항공 뉴스룸의 콘텐츠 활용 시, 출처 [대한항공 뉴스룸] 표기 부탁 드립니다.](https://kr.img.news.koreanair.com/wp-content/uploads/2024/12/%EB%89%B4%EC%8A%A4%EB%A3%B8_-%EC%B6%9C%EC%B2%98.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