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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내비게이터] 세계의 성지
2025.09.29 링크주소 복사 버튼 이미지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톡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X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드인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인쇄하기 버튼 이미지
트렌드 내비게이터 세계의 성지 수정본

올해 초에 있었던 새로운 교황의 탄생은 ‘종교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였습니다.

기원전 3만 년 전, 구석기 동굴 벽화 속 사냥의 신, 메소포타미아 신전의 제단, 이집트 피라미드에 새겨진 태양신의 상징들- 이 모두는 인간이 보이지 않는 질서와 존재를 이해하고자 했던 집단적 상상력의 발현이었습니다. 종교는 인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고, 죽음 이후를 탐구하며, 선과 악의 기준을 성찰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습니다. 나아가 개인과 공동체의 정체성은 물론, 문화와 예술, 윤리와 사회 제도까지 많은 영향을 미쳐 왔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에는 약 4,300개 이상의 종교와 신앙 체계가 존재합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삶과 죽음, 선과 악, 구원과 초월에 대해 이야기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종교들은 문명을 만들고, 역사를 움직였으며, 지금도 여전히 우리 존재의 방향성을 질문하게 만듭니다.

고요한 대성당의 아치 아래에서, 수도원의 기도방에서, 불탑 아래 스민 향 냄새 속에서 우리는 때로 ‘초월적 존재’보다 자기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됩니다. 성지를 걷는다는 것은 내 안의 침묵을 듣는 일이며, 인간의 가장 깊은 본질을 마주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세계 곳곳의 종교 성지를 찾는 여정은 신앙의 다양성 속에서 인류가 공통으로 추구해 온 경의와 위로, 평화와 이해의 마음을 발견하게 되며, 서로 다른 신을 향한 여정은 결국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길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싱가포르의 불아사 용화원, 그리고 포르투갈 파로 대성당까지. 세계의 성지를 돌아보는 여정을 소개합니다. 이 여정을 통해 믿음의 다양성과 그 안에 담긴 보편적 가치, 그리고 ‘인간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오래된 물음에 잠시 귀 기울여보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신앙과 예술이 만나는 곳
_ 성 베드로 대성당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피어오른 흰 연기와 함께 교황 레오 14세가 첫 공식 등장을 한 순간은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들에게 새로운 영적 지도자의 탄생을 알리는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이 중대한 발표가 이루어진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Saint Peter’s Basilica)은 매년 천만 명이 넘는 순례자와 관광객들이 찾는 세계적 성지이자, 르네상스와 바로크 예술의 완벽한 조화를 보여주는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입니다.

로마 성베드로성당

바티칸 시국 중심부에 우뚝 솟은 대성당은 예수 그리스도의 수제자이자 초대 교황인 성 베드로가 순교한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원후 64년경, 로마 황제 네로의 박해 아래 십자가에 거꾸로 못 박혀 순교한 성 베드로의 무덤 위에 초대 성당이 세워졌습니다. 이후 4세기에는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첫 번째 대성당을 건립했으며, 16세기 초부터 현재의 모습으로 대대적인 재건이 시작됐습니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브라만테(Donato Bramante)의 초기 설계를 시작으로, 라파엘로(Raphael), 안토니오 다상갈로,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 카를로 마데르노, 그리고 잔 로렌초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까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거장들이 차례로 참여하면서 완성의 면모를 갖춰갔습니다. 그중에서도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대형 돔(Dome)은 로마 어디에서든 눈에 띄는 상징적인 건축물로, 지금도 이 도시의 영적·건축적 중심으로 우뚝 서 있습니다.

로마 성베드로성당 내부. 청동 발다키노 모습

대성당 내부는 전체가 예술 작품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미켈란젤로의 대표작 피에타(Pietà)가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의 시신을 안고 있는 조각은 고요한 정적 속에 슬픔과 사랑, 신성함이 응축된 작품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깊게 울립니다. 내부 중앙에는 베르니니가 설계한 거대한 청동 발다키노가 우아하게 펼쳐져 있으며, 그 아래에는 성 베드로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로마 성베드로성당에서 내려다본 모습

관람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가능하며, 입장은 무료입니다. 단, 돔 전망대, 지하유적(네크로폴리스), 일부 특별 구역은 유료로 운영됩니다. 방문 시 복장은 반드시 단정해야 하며, 민소매나 짧은 반바지, 과도하게 노출된 옷차림은 입장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는 매일 미사가 열립니다. 평일에는 오전 8시, 9시, 10시, 11시, 12시에 일반 신자를 위한 미사가 있으며, 일요일 및 주요 교회 축일에는 오전 9시, 10시 30분, 오후 5시 30분 등 여러 차례 미사가 거행됩니다. 대부분의 미사는 누구나 참석할 수 있지만,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나 부활절, 성탄절 같은 특별 미사는 사전 예약이 필요합니다.

대성당 관람 후에는 바티칸 박물관(Musei Vaticani)을 추천합니다. 교황청이 수세기 동안 수집한 회화, 조각, 벽화, 고문서 등을 소장한 이곳은 세계 최대 규모의 예술 컬렉션을 자랑합니다. 특히 시스티나 성당(Sistine Chapel)의 천당과 제단 벽에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은 바티칸 박물관의 백미죠. 성 베드로 대성당에 버금가는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영혼
_ 노트르담 드 파리 대성당

프랑스 파리 센강의 중심, 시테섬(Île de la Cité). 이곳에 자리한 노트르담 드 파리 대성당(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은 약 850년 동안 파리의 역사와 신앙을 상징해왔습니다. ‘노트르담’은 ‘파리의 우리 귀부인’ 즉, 성모 마리아를 가리킵니다. 이 성당은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가톨릭의 신성한 공간이자, 프랑스 역사와 문화, 예술과 신앙의 중심이 되어왔습니다.

파리 노트르담 성당

노트르담 대성당의 건축은 1163년, 당시 파리 주교였던 모리스 드 쉴리(Maurice de Sully)의 주도 아래 루이 7세의 후원으로 시작되었으며, 완공까지는 무려 200여 년이 걸렸습니다. 고딕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성당은 첨탑, 아치형 천장, 스테인드글라스, 그리고 플라잉 버트레스(flying buttress, 부벽) 등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설계로 지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서쪽 정면의 세 개 문에 새겨진 정교한 문설주 조각, 장미 창(Rose window), 가고일(Gargoyle) 석상은 중세의 상상력과 조각 예술이 결합된 걸작이죠. 오늘날까지 수많은 이들의 탄성을 자아냅니다. 내부는 높은 천장과 깊은 구조로 이루어져 고요한 어둠과 색색의 빛이 공존하는 기도의 공간이자 정제된 침묵이 흐르는 성스러운 장소로 기능해 왔습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가톨릭의 상징이자 파리 대교구의 주교좌 성당으로, 성모 마리아에 바쳐진 신앙의 중심지입니다. 이곳에서는 수세기 동안 예배, 세례, 결혼, 장례 등 가톨릭 의례의 중심이 되는 전례가 진행되어 왔으며, 성당 곳곳에는 성모 신심과 관련된 예술과 상징이 가득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프랑스 민족사의 결정적 순간들이 펼쳐진 장소이기도 합니다. 1431년 성녀 잔 다르크가 이곳에서 명예 회복을 받았고, 1804년에는 나폴레옹이 교황 앞에서 황제로 대관식을 치렀으며, 두 차례의 세계대전 동안에는 시민들의 정신적 안식처가 되어 주었습니다. 이러한 역사는 노트르담 대성당이 단순한 건축물이나 종교 시설을 넘어 용서와 회개, 희망과 치유의 공간임을 말해줍니다.

파리 노트르담 성당

그러나 2019년 4월 15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화재로 인해 보수 공사 중이던 첨탑과 목조 지붕 전체가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성당 내부의 주요 구조물과 스테인드글라스, 종, 성물 등은 대부분 보존되었으며, 이후 대대적인 복원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붕괴된 첨탑은 19세기 건축가 비올레 르 뒤크(Viollet-le-Duc)가 설계한 형태 그대로 재현되었고, 사용된 목재는 프랑스 전역에서 수집한 수백 년 된 참나무로 제작되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모인 기부금과 장인들의 헌신, 그리고 프랑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약 5년 8개월 만인 2024년 12월 8일, 노트르담 대성당은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현재 대성당은 일부 구역에 한해 미사를 점진적으로 재개하고 있으며, 사전 예약을 통해 미사에 참석하거나 복원된 내부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파리 시민들과 전 세계의 순례자들에게 여전히 신의 존재를 묵상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공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도심 속의 불교 성지
_ 불아사 용화원

싱가포르 불아사 용화원

싱가포르 차이나타운의 전통 시장 골목, 붉은 등과 상점 간판 사이로 붉은 목재와 황금빛 처마, 다층 지붕이 조화를 이루는 중후한 건축물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언뜻 수백 년 전 지어진 고대 중국 사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2007년에 완공된 불아사 용화원(Buddha Tooth Relic Temple and Museum, 佛牙寺 龍華院)입니다.

역사는 짧지만 불교의 신성함과 동아시아 건축 미학, 그리고 싱가포르 다문화 사회의 정체성을 절묘하게 담아낸 현대 도시 속 영적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 사찰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부처의 치아 사리(Buddha Tooth Relic)’가 봉안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신성한 유물은 스리랑카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지며, 이후 싱가포르 불교계에 의해 받아들여져 4층 대웅보전 중심의 사리탑 안에 봉안되어 있습니다. 이 공간은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으며 불자만이 입장할 수 있는 조용하고 경건한 구역으로, 매일 아침 예불과 공양 의식이 엄숙히 이어집니다.

싱가포르 불아사 용화원

불아사 용화원은 시 파 자오(Shi Fa Zhao) 법사에 의해 건립되었습니다. 그는 1997년 싱가포르 관광청(STB)의 제안을 받아 사찰 건립을 구상했고, 수백 개의 스케치와 설계를 거쳐 중국 당(唐)나라 시대의 전통 사찰 양식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형태를 완성했습니다. 2005년에 착공하여 2007년 공개되었으며, 설계에는 싱가포르 건축가 탄 옌산(Tan Yen San),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조경 설계 전문 회사, 랜드스케이프 아키텍처 코퍼레이션 오브 차이나(Landscape Architecture Corporation of China), 그리고 현지 장인 및 불교 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시 파 자오 법사는 설계에서 시공까지 전 과정을 직접 감독하며 사찰이 예배 공간을 넘어 불교 문화·예술·교육이 공존하는 공간이 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싱가포르 불아사 용화원

불아사 용화원의 외관은 붉은 기둥과 곡선형 처마, 황금빛 불상, 다층 지붕 등 당나라 고전 양식을 반영하고 있으며, 내부는 만다라 형식의 공간 구성으로 불교 세계관을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불교의 모든 요소를 경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내부에는 불교 문화 박물관, 불교 의식 유물 전시관, 명상실, 도서관, 채식 식당, 자선 강연장 등이 마련되어 있어 신앙뿐 아니라 교육과 치유, 나눔과 배움의 공간으로도 기능하고 있습니다.

불아사 용화원은 매년 약 360만 명 이상이 찾는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종교 관광지이자 성지입니다. 불자뿐 아니라 명상과 마음의 안식을 원하는 이들, 동양 건축에 관심 있는 관광객, 불교 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까지 다양한 방문객에게 열려 있는 공간입니다. 매일 오전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반에 무료로 공개되고 있습니다. 내부를 둘러볼 수 있지만 사리탑이 있는 4층과 일부 예불 공간은 불자에게만 개방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과 저녁에 예불이 진행되며, 초하루·보름·베삭데이(Vesak Day, 부처님 오신 날) 등의 불교 절기에는 대규모 예불과 연등 행사, 자선 이벤트가 함께 열리기도 합니다.

바다와 시간, 인류의 기록을 품은
_ 파로 대성당

포르투갈 남부 알가르브(Algareve) 지방의 주도, 파로(Faro)는 따사로운 지중해 햇살 아래 고요하게 자리한 고대 항구 도시입니다. 중세 시대부터 해양 무역과 문화 교류의 중심지였던 이곳에는 오랜 세월의 숨결을 간직한 성지, 파로 대성당(Catedral de Faro)이 우뚝 서 있습니다. 매년 수만 명의 관광객과 순례자들이 찾는 살아 있는 신앙의 공간이자, 세속과 성스러움이 조우하는 포르투갈 남부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포르투갈 파로 대성당

구시가지에 자리한 파로 대성당은 1251년 포르투갈 국왕 아폰수 3세(Afonso Ⅲ)의 명령에 따라 세워졌습니다. 당시는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도시를 탈환한 직후였고, 이전의 모스크를 헐고 그 자리에 지었습니다. 이는 포르투갈 남부가 기독교로 재편되는 상징적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여러 세기에 걸쳐 지진, 화재, 전쟁을 겪으며 수차례 복원과 확장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아는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그리고 후기 고전주의까지 다양한 양식이 공존하는 독특한 건축물 파로 대성당이 되었습니다.

겉모습은 소박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화려한 아름다움이 펼쳐집니다. 고딕 양식의 아치, 중세풍의 채광창, 정교한 아줄레주(azulejos) 타일 장식, 황금빛 바로크 제단, 그리고 섬세하게 조각된 목재 파이프 오르간까지. 수세기에 걸쳐 이어져온 포르투갈의 예술성과 신앙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대성당의 종탑입니다.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이 탑은 파로의 붉은 지붕들과 푸른 해안선을 조망할 수 있는 포토 스팟이자, 순례자들이 마지막으로 고요히 묵상하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파로 대성당은 오늘날에도 지역 가톨릭 신자들의 중심 성당으로 기능하며, 성체 성사와 결혼식, 부활절 미사 등 다양한 전례가 거행됩니다.
대성당 옆에는 ‘뼈 성당(Capela dos Ossos)’이라 불리는 작은 예배당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는 죽음의 덧없음을 성찰하게 하는 공간입니다. 벽면이 실제 사람의 해골과 뼈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포르투갈 파로 대성당의 뼈 성당

관람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가능하며, 일요일에는 미사 참석자에게만 개방됩니다. 미사나 특별한 종교 행사가 있을 경우 관람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에는 공식 웹사이트에서 일정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여름철(6월~8월)에는 관광객이 많아 아침 일찍 방문하는 것이 비교적 여유로운 관람에 도움이 됩니다.

신에게 바치는 미완의 찬가
_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Basílica de la Sagrada Família)은 인류 건축사에 남을 위대한 예술 작품이라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이 성당의 건립은 1882년 예수, 마리아, 요셉으로 이루어진 ‘성가족(Holy Family)’에게 헌정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 가톨릭 단체가 모은 후원금으로 공사가 시작되었지만, 초기에 설계를 맡은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델 비야르는 1년 만에 사임하게 됩니다. 이후 1883년, 젊은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가 그 자리를 이어 받으며 전설적인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가우디는 전통적인 고딕 양식을 바탕으로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유기적인 곡선, 기하학적 구조, 상징성 가득한 조형 언어를 성당 전반에 녹여냈습니다. 그는 이 성당을 ‘하늘로 솟아오르는 기도’로 만들고자 했고, 생애 마지막 15년을 전적으로 이 작업에 헌신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말년에 수도승처럼 간소한 삶을 살며 성당 건축에 몰두했다고 합니다.

1926년 가우디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는데, 당시 성당은 25%만 완공된 상태였습니다. 그는 자신의 유언에 따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지하에 안치되었습니다. 이후 가우디가 남긴 도면, 석고 모형, 스케치 등을 바탕으로 수많은 건축가와 장인들이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가 꿈꿨던 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을 포함한 가우디의 7개 작품은 모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죠. 바르셀로나 전체가 그의 상상력과 신앙, 자연 철학이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전시장으로 느껴질 정도입니다.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내부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총 18개의 탑으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각각 예수, 성모 마리아, 네 명의 복음사가, 열두 사도를 상징하며, 가장 높은 예수 탑은 172.5m로 설계되어 완공된다면 유럽에서 가장 높은 성당 건물이 됩니다.

내부는 말 그대로 ‘빛의 성전’입니다. 거대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쏟아지는 햇살은 시간과 방향에 따라 다채로운 색으로 공간을 물들이며, 기도와 묵상을 위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가우디는 자연을 ‘신의 설계도’로 간주했기에, 내부 기둥은 나무처럼 뻗어 천장을 이루고, 전체 구조는 숲속을 걷는 듯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은 인간이 신을 향해 올리는 찬가이자, 신앙의 인내와 예술의 시간성을 상징합니다. 2010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곳을 ‘소성전(Minor Basilica)’으로 공식 선포하며, 미완성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로마 가톨릭의 성스러운 공간으로 승인하였습니다.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재단은 가우디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예수 탑은 2025년 말 완공될 예정이나, 보안상의 이유로 2027년까지는 접근이 제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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