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는 빠른 것에 매혹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엔진의 굉음이 공기를 찢고, 타이어가 아스팔트 위에서 소리를 지르며, 탄소섬유로 만들어진 자동차들이 시속 300㎞를 넘나드는 속도로 질주하는 포뮬러 원(Formula 1 또는 F1)은 선망의 대상입니다.
포뮬러 원이 수백만 명을 경기장으로, TV 앞으로 끌어들이는 비결은 뭘까요? 위험과 드라마가 뒤섞인 중독적인 매력에 있습니다. 페라리, 메르세데스, 레드불 같은 팀들은 수십억 원을 쏟아부어 만든 자동차들로 물리 법칙의 경계를 넘나들고, 드라이버는 찰나의 판단으로 승부를 가르며, 트랙 밖에서는 전략 싸움이 펼쳐지죠. 그리고 샴페인에 젖은 포디엄, 환호하는 관중들로 화려함이 더해집니다.
70년이 넘는 시간동안 포뮬러 원은 한 편의 드라마처럼 선수들과 팀들 사이의 라이벌 관계, 기술 경쟁들이 얽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끊임없는 도전,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관객들에게 감동과 스릴을 주며 전 세계를 사로잡아왔습니다.
포뮬러 원의 시작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유럽은 새로운 시작을 갈망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자동차 경주였습니다. 그래서 국제자동차연맹(FIA)이 첫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십을 출범시켰죠.
당시 차량들은 각국의 국기를 연상시키는 색으로 칠하고, 공정한 경쟁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차량 설계, 엔진 크기, 기술 사양 등과 관련해 모든 참가 차량과 드라이버가 따라야 하는 ‘포뮬러’라는 규칙들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포뮬러 원’이라는 이름의 기원입니다.
이후 이 규정에 따라 열리는 경주들을 “포뮬러 원”이라 부르며 국제 레이싱의 최고 수준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정식 명칭은 FIA 포뮬러 원 월드 챔피언십(FIA Formula One World Championship) 입니다. 약칭으로 Formula 1 또는 F1으로 부릅니다.

현재 세계 각국은 포뮬러 원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혈안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포뮬러 원이 열리면 전 세계 수억 명이 TV를 켜고, 수십만 명이 현장으로 몰려들기 때문에 호텔은 만실이 되고, 식당은 북새통을 이룹니다.
하지만 돈이 전부는 아닙니다. 나라마다 대회를 유치하려는 이유는 다르지만, 영국은 실버스톤을 통해 모터 스포츠의 종주국임을, 스페인은 바르셀로나 대회로 세련된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포뮬러 원은 단순한 자동차 레이스가 아니라 각 나라마다 자신을 드러내는 기회의 장이 됩니다.
올해는 포뮬러 원의 인기가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화려한 레이스 현장과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낸 영화 ‘포뮬러 원(F1)’이 6월 말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우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아 2023년부터 실제 F1 그랑프리 현장에서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영국 실버스톤, 헝가리, 아부다비 등 세계가 영화 속 배경이 되었다고 하니 보는 즐거움이 꽤나 많을 것 같습니다.
75주년을 맞이한 2025년 포뮬러 원 시즌은 3월 호주 멜버른에서 시작해 12월 아부다비에서 끝이 납니다. 최초의 월드 챔피언이 탄생한 영국 실버스톤 서킷부터 야간 레이스로 유명한 싱가포르와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까지 주요 무대를 소개해드립니다. 자, 안전벨트 매셨죠?
영국 그랑프리_ 실버스톤 서킷
British Grand Prix at Silverstone
실버스톤은 포뮬러 원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영국 사람들은 이곳을 모터 스포츠의 심장이라 부르죠. 실버스톤이 특별한 이유는 오래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1950년, 포뮬러 원의 첫 걸음이 시작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영국은 뿌리 깊은 모터 스포츠의 나라입니다. 실버스톤 근처엔 레드불(Red Bull), 메르세데스(Mercedes), 맥라렌(McLaren) 같은 유명한 포뮬러 원 팀들의 공장이 자리 잡고 있고, 포뮬러 원 팀 10개 중 7개가 영국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코스도 특별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쓰이던 비행장을 개조한 5.891㎞ 서킷으로 18개의 코너와 빠른 직선, 날카로운 턴이 얽혀 있습니다. 관중들도 다릅니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서킷을 떠나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2023년엔 48만명이 주말내내 실버스톤을 채우기도 했죠.

올해는 영국이 자랑하는 루이스 해밀턴이 페라리 유니폼을 입고 달릴 예정이라, 더 많은 관중들이 찾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2025년 일정은 7월 6일. 여름의 절정에서 실버스톤은 또 한 번 역사를 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호주 그랑프리_ 멜버른 앨버트 파크 서킷
Australian Grand Prix at Albert Park

3월 16일 열린 호주 그랑프리는 약 30만 명이 넘는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2025년 시즌의 첫발을 내딛는 대회였습니다.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멜버른이 시즌 개막전을 주최했는데, 지난 4년간은 바레인(Bahrain)이 그 역할을 대신해왔습니다.

2025 F1 호주 그랑프리는 멜버른의 앨버트 파크 서킷에서 열렸습니다. 멜버른 시내에서 가까운 앨버트 파크는 공공 공원과 호수로 시민들의 휴식처였는데, 1996년 포뮬러 원 서킷으로 변신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호수와 나무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총 길이 5.278㎞, 14개의 코너로 구성된 반시계 방향 서킷입니다. 호수를 둘러싼 평평한 지형에 직선과 까다로운 중저속 코너가 섞여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속도가 붙는 직선 코스와 제동 구간이 반복되어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것으로 이름이 높습니다. 스트리트 서킷 스타일이지만, 평소에는 공공 도로로 개방되며 레이스 기간에만 안전 장벽과 관중석이 설치됩니다.
모나코 그랑프리_ 몬테카를로 서킷
(Monaco Grand Prix at Monte Carlo)

모나코 그랑프리는 포뮬러 원의 보석같은 대회입니다. 1929년, 포뮬러 원이라는 이름도 없던 시절에 자동차 경주가 이 곳에서 시작됐습니다. 역사적으로는 부와 화려함의 상징이고, 무엇보다 좁은 코너, 급격한 경사 등 높은 난이도 때문에 이 대회에서의 우승은 승리를 넘어서 전설이 됩니다.

3.337㎞, F1에서 가장 짧은 코스이고 좁은 도로 덕에 추월은 꿈도 꾸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바다를 끼고 몬테카를로의 좁은 시가지 도로를 질주하는 차들이 벽을 스치듯 달리는 모습은 숨을 멈추게 합니다.
올해는 5월 25일 열릴 예정입니다. 봄바람이 지중해를 스칠 때가 모나코를 주목할 시간이죠. 75주년을 맞아 더 빛나지 않을까요.
스페인 그랑프리_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서킷
(Spanish Grand Prix at Barcelona-Catalunya)
바르셀로나에서는 스페인의 열정을 담아 1991년부터 대회가 열렸습니다. 초기에는 몬주익(Montjuïc)에서 레이스가 펼쳐졌지만, 안전 문제로 인해 지금의 카탈루냐 서킷(Circuit de Barcelona-Catalunya)으로 옮겨졌습니다. 4.657㎞의 코스는 긴 직선과 까다로운 코너가 얽혀 있어 잠깐의 실수도 용납해서는 안되는 대회입니다.

2026년부터 스페인 그랑프리는 바르셀로나가 아닌 마드리드에서 개최됩니다. 2026년부터 10년간 마드리드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하니, 카탈루냐 서킷의 경기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만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 1일, 뜨겁게 내리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태양 아래서 질주가 펼쳐집니다.
싱가포르 그랑프리_ 마리나 베이 스트리트 서킷
(Singapore Grand Prix at Marina Bay)

싱가포르는 밤에 빛납니다. 2008년 9월, 포뮬러 원 최초의 야간 레이스로 데뷔한 마리나 베이(Marina Bay) 서킷은 화려한 싱가포르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펼쳐집니다.
포뮬러원에서 야간 경기를 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는 모두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빠른 속도가 중요한 경기를 밤에 치르는 데에는 어려운 조건이 많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든 조건을 해결하며 지금의 명물 그랑프리가 되었습니다.

5.063㎞ 길이, 빽빽한 23개의 코너, 그리고 싱가포르의 무더위와 습기가 드라이버들을 지치게 하지만, 그만큼 드라마가 넘쳐나는 대회입니다. 2025년엔 또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까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예측을 비웃는 싱가포르 그랑프리는 올해 9월 21일에 열립니다!
라스베이거스 그랑프리_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서킷
(Las Vegas Grand Prix)
라스베이거스는 포뮬러 원의 새로운 야심이 담긴 대회입니다. 1980년대 잠깐 열렸던 시저스 팰리스(Caesars Palace) 그랑프리 이후 중단되었다가, 거의 40년 만인 2023년 11월에 부활했습니다. 마이애미(Miami)와 오스틴(Austin)에 이어 미국에서 열리는 세번째 레이스입니다.

라스베이거스는 다른 서킷과 좀 다릅니다. 6.201㎞ 코스에 17개의 코너가 얽혀 있고, 1.9㎞의 직선은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을 따라 쭉 뻗어 있습니다. 시속 342㎞까지 치솟는 이 직선구간은 반짝이는 벨라지오(Bellagio), 베네시안(Venetian), 시저스 팰리스(Caesars Palace) 호텔들을 스쳐 지나갑니다.
또한 세계의 엔터테인먼트 수도답게 대회 기간동안 세계적인 가수들의 콘서트와 갈라쇼 디너들이 열리며 화려함을 자랑합니다.
올해는 11월 22일, 늦가을의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립니다. 현지 시간 밤 10시, 불이 꺼지고 차들이 튀어나갈 예정입니다.
포뮬러 원은 이렇게 각국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실버스톤의 전통, 멜버른의 여유, 몬테카를로의 우아함, 바르셀로나의 열정, 싱가포르와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함.
하지만 드라이버들의 열정과 관객들의 환희는 다르지 않습니다. 2025년, 포뮬러 원 서킷에서 어떤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생겨날지 기대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