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케밥만 드세요? – 대한항공 뉴스룸

여행전문가칼럼

터키에서 케밥만 드세요?

2020.01.10

[영혼의 식탁] 터키_ 카이막

터키에서 케밥만 드세요?
이제, 카이막

여행은 아는 만큼 즐겁고, 아는 만큼 맛있다고 한다. 특히 여행의 백미인(적어도 필자한테는) 음식은 더 그러하다. 가깝고도 먼 나라, 정서와 문화가 비슷한 듯 다른 나라 터키는 여행 마니아들 사이에서 추천 여행지로 빠지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 터키를 떠올렸을 때 바로 생각나는 음식은 ‘케밥(Kebab)’과 ‘터키 아이스크림’이 전부. 심지어 국내에서도 터키 음식점 하면 죄다 케밥을 판다. 간혹 터키 빵 전문점이 하나둘 추가되는 정도다.

필자 역시 푸드 매거진을 만드는 일을 했음에도 터키 음식으로 케밥 외에 아는 게 없었다. 그러다 새로운 터키 음식, 터키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귀한 음식. ‘카이막(Kaymak)’을 만났다.

카이막과 꿀은 한 세트로 이 둘을 빵에 듬뿍 바르면 간단하면서도 에너지 넘치는 아침 식사가 된다.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샐러드와 올리브, 홍차를 추가해 터키식 아침 한상을 완성한다.

보기에 단순해서 더 궁금한 맛

카이막은 터키 사람들의 흔한 아침 메뉴다. 치즈처럼 보이는 새하얀 덩어리에 꿀이 얹힌 모습이다. 이걸 바게트 같은 빵에 발라 먹는다. 그 새하얀 덩어리가 바로 카이막이다. 하얀 버터처럼 너무 심플해서 서운하기까지 한 비주얼인데 과연 그 맛은 어떨까?

몇 달 전 모 여행 프로그램에서 카이막이 소개된 적이 있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여행자는 카이막을 두고 ‘최상급 버터에 고소하게 잘 만든 생크림 두 개를 더해서 곱하기 2를 하고 무지하게 맛있는 꿀을 더한 맛’이라고 표현했다. 여러 가지 묘사를 하나로 집약한 말은 ‘천상의 맛’이었다.

냄새도 질감도 전달되지 않는 TV 너머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그 맛을 보기 위해 터키 여행을 가야겠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한국에 가져오고 싶은데, 가져갈 수 없어 더 아쉬운 맛’이라는 평가는 카이막의 맛에 대한 궁금증에 희소가치까지 얹어주었다.

카이막은 잘 만드는 것 못지않게, 돌돌 마는 것도 중요하다. 예쁘게 말린 카이막이 더 부드러워 보이는 게 기분 탓만은 아닐 테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의 특권

카이막은 터키의 물소 젖으로 만드는 게 특징이다. 갓 짠 신선한 물소 젖을 2시간 정도 저온에서 끓인다. 고온에 조리하면 독특한 맛을 내는 균이 다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불 조절이 관건. 가열한 원유 위로 두꺼운 지방층이 생기면 잘 건져 식힌 다음 직사각형으로 자르고 롤케이크처럼 동그랗게 만다. 하얀 카이막을 마는 모습이 꽤나 유혹적(?)이어서, 터키 식당 중에는 창 앞, 행인들이 볼 수 있는 곳에서 카이막을 우아하게 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국에서 카이막을 맛보기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원료에 있다. 우리나라에는 물소가 거의 없는 데다 물소 젖에서 얻을 수 있는 지방분의 양도 적다 보니 더더욱 그러하겠다. 카이막이 귀한 이유 두 번째는 꿀에 있다. 터키는 꿀이 맛있기로 유명한 나라다. 터키를 다녀온 여행자들의 기념품 리스트에서는 꿀이 빠지지 않는다.

터키는 유명한 꿀 산지로, 여행자들이 많이 사 가는 터키 기념품 리스트에는 꿀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유제품과 꿀, 어찌 보면 단순한 조합의 맛이 바로 그 ‘천상의 맛’을 만들어낸 셈이다. 이 때문에 카이막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의 짝사랑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마찬가지로 애달아하던 필자는 검색 능력을 십분 발휘, 카이막을 맛볼 수 있는 곳을 찾아냈다.
열 일 제치고 방문했는데, 역시나 현지에서 먹는 오리지널을 따라갈 수는 없나 보다. 업체 측에서는 터키 카이막의 원료인 물소 젖과 가장 비슷한 맛의 우유를 찾아내 카이막을 만든다고 했다. 부드럽고, 진하고, 고소한 맛에 꿀의 달콤함이 더해져 맛없을 수 없는 맛이긴 하나, 오리지널을 먹어보지 못했기에 비교할 수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

카이막과 잘 어울리는 터키의 국민 빵 에크멕(Ekmek)과 시미트(Simit).

터키 거리를 걷다 보면 시미트를 이고 다니며 파는 상인들을 만날 수 있다.

카이막으로 현지인 놀이

새해 들어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색다른 터키 여행은 어떨까? 이른바 ‘터키 미식 여행’이다. 현지인처럼 동네 카페에서 아침 일찍 테라스에 앉아 책을 보며 진한 터키식 커피와 함께 국내에서는 맛볼 수 없는 진짜 카이막을 먹는 여유로운 분위기를 상상해본다. 어떤 음식이 붐을 타고 나면 국내에 유행처럼 우후죽순 그 음식을 파는 곳이 생겨나기 마련인데, 카이막은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니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물론, 카이막 하나만 보고 터키 미식 여행을 추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카이막이 화제가 되면서 국내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진짜’ 현지 음식에 대한 탐구 정신과 호기심이 는 것도 사실이다. 바로 한국에 들어올 수 없는 진짜 그 나라의 음식을 찾는 재미 말이다. 오늘의 카이막이 여행에 다양하고 즐거운 변화를 만들어주는 계기가 된다니, 이 또한 재미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