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지금 여기는] 튤립 알뿌리같은 희망을 전합니다_암스테르담
2021.04.28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Si vales bene est, ego valeo.
당신이 잘 계신다면 잘되었네요, 나는 잘 지냅니다.


“그대가 잘 있으면 나는 잘 있습니다” 라는 로마인의 편지 인사말을 통해 생각해봅니다.

타인의 안부가 먼저 중요한, 그래서 ‘그대가 평안해야 나도 안녕하다’
그들의 인사가 문득 마음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한동일 교수의 『라틴어 수업』, 흐름출판 제공

보고싶은 고객님들께 대한항공 해외 지점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보고싶은 대한항공 고객님들,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신지요? 봄향기 가득한 네덜란드에서 편지를 씁니다.

튤립꽃밭이 빨간색, 흰색 등 여러가지 색깔로 채워져 있다.
튤립꽃밭이 보라색, 노란색 등 여러가지 색깔로 채워져 있다.

봄의 온기가 밀물처럼 차오르면, 겨우내 땅 속에서 숨죽이고 있던 튤립 알뿌리들이

강물에 등불을 띄우듯 앞다투어 색색의 꽃봉오리를 밀어 올립니다.

튤립의 고고한 자태만 봐서는 처음부터 유럽 어느 귀족이

정원의 가장 비밀스러운 곳에 숨겨두고 키웠을 것만 같지만

놀랍게도 이 꽃의 고향은 중앙아시아의 척박한 고원입니다.

메마르고 거친 환경에서도 알뿌리 속에 차곡차곡 양분을 저장하며 때를 기다리다

끝내 세상 가장 화려한 모습을 뽐내는 꽃, 튤립.

어쩌면 네덜란드 사람 모두를 빠져들게 한 튤립의 매력은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간척지 모래밭에서도 봄이면 어김없이 꽃대를 내밀며 건네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암스테르담 거리에 피어 있는 튤립

암스테르담 운하를 배경으로 꽃장식된 자전거가 세워져 있다.

불과 몇 세기 전만 해도 바다였던 곳에 둑을 쌓고 물을 퍼내고 흙을 돋워 일군 도시,

암스테르담은 존재 자체가 경이로운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코로나19와의 생각보다 길어진 싸움에서 지칠 법도 하지만

거리는 조용할지언정 스산하거나 불안하지 않고, 도처에 깃든 봄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아무리 불가능해보이는 일이라도 힘을 합치면 이겨낼 수 있음을 이 도시 스스로 증명하고 있으니까요.

로테르담에 있는 옛 건물

암스테르담의 남서쪽에 있는 이웃 도시 로테르담(Rotterdam)은 한술 더 떠서

애써 가꾼 도시가 2차대전 와중에 독일군의 공습으로 폐허가 되는 아픔을 겪었지요.

노란색 사각형의 큐브하우스와 그 뒤로 연필을 세워둔 모습의 펜슬하우스

그렇지만 지금 그곳에는 주사위를 닮은 아기자기한 큐브하우스와 연필을 닮은 펜슬하우스가 서 있고

롤케이크를 닮은 마르크트할

누군가 ‘재래시장’이라고 알려주기 전에는 그 용도를 상상하기 어려운,

큼지막한 롤케이크를 닮은 마르크트할(Markthal)이 로테르담을 찾아오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시장건물의 천장에 그려져 있는 과일과 곡식 그림

자연과의 혹독한 싸움과 전쟁의 시련을 겪으면서도 각박하고 고달픈 삶을 원망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시장건물의 천장에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과일과 곡식을 그려놓은 위트를 보면서

아픔을 웃음으로 털어내고, 늘 작은 희망을 품고 사는 네덜란드인들의 지혜를 배웁니다.

물 위로 지어진 집들

지금은 신종 코로나 유행으로 잠시 하늘길이 멈춰 있지만

곧 모두가 건강을 되찾고 다시 여행이 자유로워지면

해수면보다 땅의 높이는 낮지만 세상 어느 나라보다도 당당하고 활기찬 곳, 네덜란드를 찾아주세요.

풍차와 그 옆으로 보이는 집들
물 위에 늘어선 풍차들

커다란 노란색 전통 나막신과 그 뒤로 보이는 풍차들

세찬 바람 앞에서도 웅크리지 않고 쉼없이 날개를 돌리며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잔세 스칸스(Zaanse Schans)의 풍차들처럼,

질척이는 진흙땅에도 빠지지 않고 힘차게 발을 밀어 올리는 전통 나막신 클롬펜(Klompen)처럼

때로 버거운 삶의 무게에도 쓰러지지 않는 꿋꿋한 용기 한 조각을

네덜란드를 찾아 주신 여러분께 나눠드리겠습니다.

이 콘텐츠는 대한항공 북유럽지점의 도움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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