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랑말, 오리, 돼지 등의 특이한 동물이 기내에 탑승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미국 항공사에서는 이러한 동물들도 정서지원동물(ESA, Emotional Support Animal)이라는 명목 아래 승객과 함께 기내에 탑승할 수 있도록 해왔다.
2020년 12월 미 교통부는 기내에 탑승할 수 있는 정서지원동물을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해 일하도록 훈련된 개(Trained Dog)‘만으로 한정하는 정책을 확정 발표했다. 그 이외의 동물은 ESA가 아닌 반려동물로 분류하여 기내 탑승여부 및 운송 방식을 결정하도록 했다.
정서지원동물은 사람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동물이다.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같은 보조동물(Service Animal)과는 달리 특별한 교육이나 훈련이 필요하지 않으며, 종류에 크게 상관없이 ESA로 인정받을 수 있다.
미국은 그동안 정서지원동물의 기내 탑승이 가장 보편화 된 국가였다. 해당 동물이 ESA임을 입증하는 의사 소견서와 동물의 건강증명서만 있으면 대부분 무료로 동물을 데리고 기내에 탑승할 수 있었으며, Cage에 넣어둘 필요도 없었다. 미 교통부는 2003년 부터 정서지원동물의 기내 탑승을 허용해 왔으나, 다른 국가의 항공사들은 제한적인 입장을 취했다. KLM, 영국항공 등 유럽지역 항공사들은 미주 출도착편에 한해서만 ESA의 기내 탑승을 허용해 왔고, 에미레이츠의 경우 보조동물을 제외한 어떤 동물도 기내에 탑승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정서지원동물에 관대했던 미국의 정책은 불안장애,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각종 정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보다 편안하게 항공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요금을 내지 않기 위해 일반 반려동물을 정서지원동물로 등록하는 편법이 늘어났으며, 다른 승객에게 불편과 피해를 주는 사례도 많았다. 정서지원동물이라는 이유로 무리한 탑승을 요구해서 항공사 직원들이 곤란해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미 교통부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하면서 일부 승객들이 “대중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말했다. 또한 정서지원동물이 기내에 배변을 하거나 다른 승객을 무는 것과 같은 잘못된 행동을 하는 사례를 언급했다.
지난 2018년 1월, 한 승객이 공작새와 함께 공항에 나타났다. 미국 뉴어크에서 LA로 가는 유나이티드항공 비행편에 탑승하려던 승객은 공작새가 자신의 정서지원동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승객이 정해진 기한 내에 제반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 뿐만 아니라, 공작새의 무게와 크기를 감안하여 탑승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또한 승객에게 공작새의 기내 탑승이 불가한 이유를 사전에 세 번이나 설명했지만, 승객은 결국 공작새를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7월 아메리칸항공의 승무원이 정서지원동물로 기내에 탑승한 개에 물리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댈러스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향하던 기내에서 개에 물린 승무원은 다섯 바늘을 꿰매야 했다. 미 항공승무원협회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고는 전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정서지원동물 관련 규정 마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2017년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기내에서는 6세 여자아이가 먼저 탑승해 있던 ESA 개에게 이마를 물린 사고도 있었다. 개의 주인은 아이에게 개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말했으나, 아이의 가족들은 훈련되지 않은 동물을 좁은 기내에 두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일이라고 맞섰다.
이 밖에도 정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특이한 동물을 기내에 데리고 타는 경우가 많았다. 개미핥기, 칠면조, 캥거루, 조랑말, 오리, 펭귄에 이르기까지 특이함을 넘어 황당함을 자아내는 ESA 승객들이 속출하자 미 교통부도 규제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 밖에 없었다.
새로운 정책에 항공사들은 즉각 호응했다. 아메리칸항공을 비롯해 델타, 유나이티드, 사우스웨스트, 알래스카, 젯블루, 프론티어 등은 미 교통부의 새로운 ESA 정책을 적용하겠다고 앞다퉈 발표했다. 이와 같은 조치에 따라 그동안 정서지원동물로 항공여행을 했던 많은 동물들은 앞으로 화물칸을 이용하거나, 요금을 내고 기내에 탑승해 Cage 안에 머무르게 됐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Steve Goldberg 수석부사장은 “훈련되지 않은 동물을 기내에 운송하는 것에 대한 수많은 우려를 해결하기 위한 교통부의 최근 판결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항공은 그동안 미주 출도착편에서만 정서지원동물의 기내 탑승을 허용해 왔으며, 이번 미 교통부의 규정 개편에 따라 그 대상을 훈련된 개(Trained Dog)로 한정했다. 대한항공은 일반 반려동물의 경우 개, 고양이, 새만 기내 탑재 또는 수하물 위탁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나머지 모든 동물은 화물로 운송해야 한다. 기내에서 반려동물을 Cage 밖으로 꺼내는 것 또한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대한항공 사내홍보 담당직원 협조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