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에도 불어온 뉴트로 바람
최근 한국에는 과거를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 층 사이에서 지난 시절의 매력을 찾아 새롭게 발전시키는 뉴트로(New-tro) 열풍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이런 뉴트로 열풍을 찾아 볼 수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베트남 젊은 층만이 아닌 베트남의 과거가 미지의 세계인 외국인에게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1986년 경제 개방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준 경제 수도 호찌민은 이런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도시다.
뉴트로 바람을 타고 성장한 카페들
과거 베트남 게릴라 군사 조직이었던 베트콩을 콘셉트로 한 ‘콩 카페(Cộng Cà Phê)뉴트로 바람을 타고 성장한 대표적인 카페다. 군복 같은 직원들의 유니폼, 드럼통 테이블, 군인 모자로 만든 조명처럼 베트콩을 연상시키는 요소들에 더해 1980년대 베트남에서 유행한 촌스러운 꽃무늬 방석, 베트남의 옛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 프로파간다 포스터 등을 소품으로 이용해 꾸민 카페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특히 현대적으로 발전한 호찌민을 보면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을 가끔씩 잊게 되는데, 콩 카페를 통해 베트남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느껴볼 수 있다.
하지만 콩 카페가 인기 높은 건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춰 SNS에 올리기에 예쁘고, ‘좋아요’ 받기 수월한 포토제닉한 음료도 다양하다. 특히 콩 카페를 상징하는 메뉴인 코코넛 커피는 연유 커피(카페 쓰어다)와 함께 베트남을 대표하는 커피로 자리 잡았다. 또한 ‘핑크 성당’으로 더 잘 알려진 떤딘(Tân Định) 성당 같은 도시의 랜드마크이자 SNS 핫 플레이스 근처에 위치해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1군의 호찌민 광장을 걷다 보면 한 번쯤 들어가고 싶도록 눈길을 사로잡는 아파트먼트 카페도 뉴트로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특히 건물 외관과 복도 등은 곧 무너질 것 같은 허름한 모습이지만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콘셉트의 트렌디한 내부 공간이 눈에 띈다.
카페가 대부분이지만 중간중간 편집숍 같은 매장도 있어 젊은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밤에는 아파트 베란다에 놓인 카페 간판과 조명 장식이 화려하게 빛난다.
유명인들이 선택한 그곳
일명 ‘브란젤리나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발음하기도 힘든 ‘꺽 각 꾸안(Cục Gạch Quán)’은 이혼 전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부부가 호찌민을 방문했을 때 통째로 전세 낸 레스토랑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우리가 흔히 아는 쌀국수나 스프링롤과 같은 대중적인 베트남 음식이 아닌,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이 나오는 베트남 사람들의 가정식을 맛볼 수 있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레스토랑이라 내부 공간 배치가 매우 특이하다. 경사가 가파른 계단을 올라 머리를 숙이고 작은 문을 통과할 때면 어릴 적 시골 할머니 집의 다락방 꼭대기에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특히 레스토랑 2층은 옛날 가정집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는 소품이 곳곳에 놓여 있으며 각 테이블 위에는 이 빠진 그릇이 놓여 있어 이를 실제로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하는 것이 이곳의 콘셉트이다.
또한 이곳은 친환경 서비스를 실천하는데, 한 예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줄기에 공간이 있는 공심채를 잘라 사용하거나 바나나잎을 돌돌 말아 병뚜껑으로 사용한다.
친숙함과 새로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
동코이 거리를 걷다 보면 호찌민에서는 보기 어려운 나무가 무성한 외관의 호텔을 발견할 수 있다. ‘호텔 인 더 가든’ 콘셉트로 자연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더 미스트 동코이’ 호텔이다.
매우 현대적인 외관과는 다르게 객실은 레트로 감성이 넘치는 인테리어로 꾸며 고풍스러운 가구와 소품이 가득하다. 특히 복도에는 베트남의 근현대 문화와 전통을 느낄 수 있는 멋스러운 공예품과 그림이 전시돼 있다.
낡은 느낌이 나는 가구와 소품을 많이 사용한 탓에 새 호텔임에도 혹시 오래돼 보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도 있지만 화이트를 기본으로 해 파스텔 톤 벽에 포인트를 주고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리넨과 패브릭을 사용해 전체적인 느낌은 깔끔하고 정갈하다.
특히 호텔 옥상엔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루프톱 인피니티 수영장을 갖추고 있어 호찌민 도심 속에서 사이공강을 바라보며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글·사진_ 최경주
글 쓰는 호텔리어. 해외에서 일하며 여행하는 삶의 기록을 다양한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특히 호텔 여행을 주제로 글 쓰는 것을 가장 즐긴다.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 ~ 호찌민 _ 일 3회 매일 직항 운항
※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