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항기 조종사들의 비행세계…“하늘과 지상은 문자로 교감한다”
수백명의 생명·안전 위해 한 순간의 긴장 놓치지 않는 조종사와 승무원들
글로벌 창공 누비는 대한항공…일일운항편수 국제선 275편·국내선 150편 등 총 450여편, 지금 이 순간에도 평균 85여 기 하늘에 떠 있어
필자는 최근 캐나다 토론토행(行) 대한항공 여객기에 탑승, 관숙비행(慣熟飛行)을 하며 조종실에 직접 들어가 운항 전반을 체험할 기회를 가졌다. 관숙비행이란 항공기의 성능과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비행하는 것을 말한다.
관숙비행
비행 당일 아침 8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운항브리핑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렀다. 운항브리핑은 운항 승무원 자신이 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비행계획서와 날씨 등 비행에 필요한 필수 정보를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확인하는 절차다. 필요할 경우에는 운항관리사에게 설명을 요청하기도 한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해 좌석을 배정받고 지하 1층에 있는 브리핑실에 들어갔다. 운항승무원과 서로 명함을 교환하면서 인사를 나눴는데 지휘기장(PIC, Pilot in command, 운항과 안전에 있어서 최종 권한과 책임을 가진 조종사)은 학교 후배이고 부기장은 제자였다. 다행히 아는 조종사들이어서 서먹하지는 않았다.
운항브리핑을 통해 인천공항에서부터 목적지 공항까지의 항공기의 편명, 기종, 출발 및 도착 공항, 항로, 승객 숫자, 총 무게 등의 운항정보, 대체공항, 항로 등의 운항 제한사항을 확인하기 위한 항공정보, 탑재연료의 계산 자료와 기상정보 등을 확인했다.
필자가 탑승할 여객기는 보잉 787-9으로 승객수, 항속거리, 운용가능 여객기, 심지어는 연료소모성능(APM) 등까지 고려해 배정된 여객기다.
브리핑 후 출발 여객기가 있는 제2터미널 256 게이트에 도착했다. 승무원들이 먼저 들어가고 필자는 게이트 근무자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승객들이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갔다. 객실승무원에게 조종실 출입 인가 서류(Cockpit Auth., Cockpit Authorization, 조종실을 출입할 수 있는 문서)를 보여주고 기장의 허락 하에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조종실에 들어갔다. 2001년 9·11 테러 이전에는 기장의 허락 하에 조종실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항공보안 규정이 엄격해져 민간인이 조종실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긴장감 도는 조종실
조종사는 여객기 밖으로 나가 직접 항공기 외부점검을 수행해야 하는데 필자도 같이 외부 점검을 하고 싶었지만 규정상 계류장 출입이 안 된다고 해서 하지 못했다. 조종사는 조종석 내의 스위치와 레버 등이 정위치에 있는지를 점검하고 비행관리컴퓨터(Flight Management Computer)에 비행자료들을 입력하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또 기장은 해당 항공기의 정비 이력부에서 고장여부를 점검하고 정비이력부에 서명한다음 정비부로부터 항공기를 인수했다.
이륙 예정시간 40분전인 8시 55분부터 승객이 탑승하기 시작했다. 해당 여객기는 프레스티지석 24석 중 20석, 이코노미석 245석 중 244석 등 총 264명의 승객이 탑승해 거의 만석이었다.
오전 9시 34분에 무게와 균형 목록(Weight and Balance Manifest) 또는 로드 시트(Load Sheet)가 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 Aircraft Communications Addressing and Reporting System)이라는 디지털 데이터링크 시스템으로 도착했으며 자동으로 프린트되었다. 이것은 조종사가 안전운항을 도모하고 경제운항을 하기 위해 여객기의 중량 및 중심위치(Center of Gravity)가 제작사에서 정한 운용한계를 넘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한 자료다.
인천서 토론토까지 가는 기름값은 약 8800만원
최대이륙중량(Maximum Takeoff Weight)은 항공기가 이륙할 때 설계 또는 운영상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지상에 정지했을 때 최대 적재 가능한 중량을 말한다. 보잉 787-9의 최대이륙중량은 254톤이었다. 최대허용이륙중량은 활주로의 길이와 고도, 장애물 제한, 최대무연료중량, 최대허용착륙중량 등에 의해 제한돼 최대이륙중량인 254톤과 다를 수 있다.
대한항공은 탑재관리팀에서 운영하는 무게와 균형 시스템으로 ‘WinLOADs’를 사용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좌석 및 화물칸의 무게정보와 연료량, 승무원들의 정보 등 모든 무게 정보가 입력돼 시각적으로 무게중심을 표현하고 로드시트 작성을 위한 무게와 균형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승객표준 중량은 국내선과 국제선이 다르고 하계(夏季, 3월 마지막 일요일~10월 마지막 토요일)와 동계(冬季) 등 계절별로 다르다. 국제선 동계 미주지역은 성인인 경우 휴대품 포함해 81kg(미주지역 이외 78kg)이며, 하계에는 75kg을 적용한다. 휴대하지 않는 수하물인 경우 체크인 카운터에서 티켓팅할 때 잰 중량데이터를 직접 사용해 탑재관리를 하지만 일부 항공사는 5년에 1번씩 직접 측정한 평균값으로 탑재관리하기도 한다.
로드시트에는 승객 숫자, 객실승무원 10명 등 탑승자 숫자와 연료무게 17만2201 파운드, 이륙중량 53만9706파운드(244.8톤) 등이 기록돼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토론토 가는데 소모되는 연료량으로 그 비용을 현 시세와 환율로 환산해보니 약 8800만원 정도였다. 연료비만 어림잡아 이코노미석 84명에 해당되는 비용이니 항공사가 비수기 때는 경영이 아주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항승무원 편조는 싱가포르와 같이 비행시간 8시간 이내인 경우 2명, 암스테르담 또는 로스앤젤레스와 같이 12시간 30분 이내인 경우 3명, 댈러스와 같이 12시간 30분이 넘는 경우에는 4명으로 구성된다. 이번 토론토행 비행에서와 같이 약 13시간 10분을 비행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조종사 4명이 탑승했다. 운항승무원 근무패턴은 항공사마다 또 기종마다 다르지만 단순히 전후반으로 비행시간을 2등분해 비행하기도 한다.
이번 비행에서 기장(機長)은 운항중 항공기 조종을 담당하는 PF(Pilot Flying)이고 부기장은 운항 중 비행상태를 모니터해 PF에게 조언하고 항공교통관제통신(ATC Communication)을 담당하는 PM(Pilot Monitoring)이었다. 비행매뉴얼대로 PF가 부기장에게 엔진시동절차, 유도로 이동 절차와 주파수 변경, 계기출항절차 등 이륙 브리핑을 했다. 기장은 비행 전 체크리스트의 절차대로 일일이 점검한 후 탑승객 숫자가 로드시트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한 다음 여객기 출입문을 닫았다.
항공기 이동 및 이륙
여객기의 예정 출발시간은 오전 9시 35분이고 예정 도착시간은 현지시간으로 같은 날 오전 9시 45분으로 13시간 10분 소요된다. 탑승한 여객기는 제2터미널 256게이트에서 여객터미널을 향하고 있고 후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지상의 차량(Towing Car)에 의해 뒷방향으로 이동했다. 이를 항공용어로 푸쉬백(Push back)이라 한다. 그러나 터보프롭 엔진을 장착한 C-130 수송기나 일부 비즈니스제트기는 지상(地上)에서 역추력으로 후진이 가능하다.
조종사는 출발 준비상태를 확인하고 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을 통해 비행허가(Flight clearance)를 받고 항공기를 움직일 준비가 되자 주기장 관제사(Ramp controller)에게 출발허가(Push-back)와 엔진시동(Start up)을 동시에 요청해 허가를 얻었다.
KE073편 여객기는 9시 44분에 지상의 견인 차량(Towing car)에 의해 뒤쪽으로 이동(Pushback)하기 시작했다. 시동을 걸고 주기장 지역을 빠져나와 유도로(Taxiway)로 접어들면서 지상 관제사(Ground controller)에게 교신이 넘겨졌다. 기장은 관제사의 지시에 따라 러더(Rudder)와 틸러(Tiller)를 이용해 그린라이트를 따라 활주로를 향해 택싱(Taxiing)했다. 여기서 택싱은 유도로에서 활주로로 항공기를 몰고 가는 것을 말한다.
이륙 활주로에 가까워지자 이·착륙을 담당하는 관제사(Tower Controller)에게 관제통신용 주파수가 이양됐으며, 이륙 전 최종 점검을 마치고 이륙허가를 요청했다.
이어 여객기 객실승무원에게 이륙신호를 주고 객실로부터 이륙준비완료 보고를 받은 다음 이륙을 위해 활주하기 시작했다.
보잉 787 항공기의 경우 이륙할 때 고양력장치인 플랩(Flap)은 대략 5°~20°정도를 사용하며 착륙할 때는 20°~30°정도 사용한다고 한다. 초기에 약 70% 정도의 스로틀을 개방해 모든 엔진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다음 토가(TOGA, Take off Go-Around) 스위치를 누르면 이미 계산된 이륙 추력으로 자동 조절돼 비행기가 활주로 위를 달리게 된다.
순식간에 증가하는 엔진 굉음과 진동이 흥분과 긴장을 유도했다. 이륙할 때 조종간 당김(Rotation) 조작을 해야 하는 속도인 VR을 PM 조종사가 PF 조종사에게 육성으로 알려준다. 관제사의 이륙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10시 5분에 기장은 인천공항 활주로 34 방향으로 이륙했다. 항공기의 속도는 단위시간당 비행한 국제해상마일(NM)로 정의된 노트(kt)를 사용한다. 국제해상마일의 1NM은 1852m(약 6,000피트)로 정의된다.
이륙 단계는 지상 활주(Ground run), 회전(rotation), 전환(Transition), 상승(Climb) 단계로 구성된다. 회전 단계는 지상 활주할 때 조종사가 이륙전환속도 VR에서 조종간을 당겨 기수 올림(Nose-up) 상태로 양력을 증가시켜 부양하는 과정을 말한다. 회전 단계에서 조종사가 적절한 피치각(Pitch angle)을 준 경우 항공기는 부양 속도를 유지하며 상승한다. 이륙 후에는 일정고도가 되기 전에 이륙 후 체크리스트를 절차대로 수행했다.
상승 및 순항 중 비행 감시, 2.5도 들린 상태에서 비행
이륙 후 상승은 지시받은 항로인 표준계기출발방식(SID, Standard Instrument Departure, 이륙에서 항로까지 연결하는 표준화된 출발절차)에 따라 고도와 속도제한을 지키며 본(本) 비행궤도에 진입하게 한다.
인천공항의 경우 소음 민감 지역이 가까운 33, 34 방향 활주로에서 NADP(소음 저감 이륙 절차, Noise Abatement Departure Procedure) 1을 적용해 소음을 줄인다. 그러나 소음 민감 지역이 먼 15, 16 활주로 방향에서 NADP 2를 적용해 빠르게 상승한다. 이러한 상승을 통해 주변에 주거하는 지역민들의 소음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음저감이륙절차(NADP)에 규정된 고도에서 이륙 추력에서 상승추력으로 변경해 소음을 감소시켜야 한다.
따라서 조종사는 이륙 전 항공기의 비행관리컴퓨터(FMC, Flight Management Computer)에 미리 세팅해야 한다. 안전상문제가 없는 경우 모든 이륙항공기는 동일한 방식으로 규정에 따라 소음 감소를 위해 노력한다. 일반적으로 이륙 후 상승할 때 연료 절감을 위해 최적연료소비상승(Fuel Optimum)으로 올라간다.
비행기가 이륙 후 사전에 허가 받은 3만3000피트에 도달하면 순항비행을 위한 수평비행자세로 자세를 바꾸게 된다. 순항고도에 도달하자 좌우측 계기의 고도계 사이에 오차가 어느 정도 있는지 확인하고 연료, 유압, 여압 등 각종 시스템을 확인했다.
여객기는 마하 0.84의 속도로 예정항로인 북태평양항로를 통해 목적지 토론토 공항을 향해 순항하기 시작했다. 보잉 787 여객기는 순항 비행할 때 받음각(Angle of attack, 항공기의 중심선과 진행방향이 이루는 각)이 0도가 아니고 약 2.5도 들린 상태에서 비행을 하므로 무게중심을 약간 뒤쪽에 둘 수 있도록 연료를 소비한다. 이렇게 무게중심이 뒤쪽으로 이동하는 경우 연료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조종사는 순항비행 중에 연료효율의 관점에서 고도와 속도를 선택하며 비행했다.
北태평양항로, 패콧항로, 북극항로
북태평양 항로는 일본과 알래스카 알류산 열도를 따라 북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항로다. 그 아래에는 아시아와 미국, 캐나다 사이의 태평양을 횡단하는 패콧항로(PACOTS, Pacific Organized Track System)가 있다. 패콧항로는 거리는 늘어나지만 제트기류의 활동에 따라 최적 항로로 설정되기도 한다. 항공사의 디스패처(dispatcher, 운항관리사)는 기상상황에 따라 비행시간과 연료소모를 고려한 가장 효율적인 항로와 고도를 선정한다.
이번 인천공항에서 토론토 공항을 향하는 동쪽방향의 KE073은 북태평양항로를 이용하지만, 토론토에서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는 서쪽방향의 KE074편은 북극항로를 이용한다. 항공사들은 북반구를 기준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편서풍인 제트기류(Jet stream)를 여객기 운항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제트기류는 일반적으로 적도에서의 따뜻한 공기와 극지방의 차가운 공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자주 발생하게 되는 고고도의 강한 편서풍이다. 제트기류를 잘 활용하면 시간과 연료를 크게 줄일 수 있으므로 서쪽방향으로 비행할 때 비행계획에 필수적으로 고려되는 요소다.
이륙 후 36분이 지난 10시 41분에 기장은 현재 확인된 기상상황과 컴퓨터상에 나타난 비행 정보를 간단히 메모한 후 기내 안내 방송을 했다. 그리고 기장은 객실 사무장에게 전화를 해 방송이 잘나갔는지 확인했다. 조종사는 비행계획서에 따라 고도를 선택해 비행하지만 기상 조건이나 관제사의 지시에 따라 다른 순항고도로 비행하기도 한다. 한국시간 오전 11시경 고도 3만3000피트에서 비행하다가 난기류로 인해 흔들리기 시작하니 기장은 3만5000피트로 변경했다. 그리고 11시 4분에 일본관제구역에 들어오면서 도쿄 콘트롤센터와 교신했다.
지상과의 교신수단인 VHF통신, HF통신, 데이터 링크 통신
여객기가 북태평양으로 순항하면서 조종사는 관제구역을 통과하거나 관제기관으로부터의 지시에 응답할 때마다 “Accept”라 말하며 스위치를 눌렀다. 지상기반 무선국이 더 이상 없는 대양으로 나가면 VHF통신이 안돼 HF통신을 사용한다. 그런데 HF통신은 잡음이 심하거나 기상으로 인해 대화할 수 없는 상태가 빈번히 발생한다. 이 경우에는 관제사·조종사간 데이터 링크 통신시설(CPDLC, Controller Pilot Data Link Communications)을 통해 문자로 통신을 한다. 이와 같이 최신 항공기들은 대양을 건너는 비행의 경우 HF를 통해 통신하지 않고 CPDLC를 통해 데이터 링크 통신으로 대신하여 통신오류와 어려움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
조종사는 해당 비행기가 출발해 목적지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비행계획에 따라 안전운항을 하고 있는지 비행 감시(Flight watch)를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순항비행 중에 통과하는 각 관제구역의 관제사의 통신에 집중하면서 엔진 및 각종 장비의 정상작동 여부를 점검하여야 한다.
또 항로상의 경유지점(Waypoint)의 위도와 경도 좌표, 각 비행지점별 통과 시간, 비행고도 및 방향, 연료 소모량, 풍향 및 풍속 등을 항법 기초자료로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조종사는 문자통신으로 지상에 관제센터나 회사 종합통제실에 엔진을 비롯한 각종장비의 작동상태, 각 위치 및 고도, 연료 소모량, 기상상태 등을 보고하고 항공기 컴퓨터의 수치와 본인의 비행계획 간의 차이를 확인하여야 한다.
꿈의 여객기 드림라이너 ‘보잉 787’
필자가 탑승한 보잉 787은 2009년 12월 첫 비행을 한 광폭동체 여객기로 드림라이너(Dreamliner)라 부른다. 기체 대부분을 탄소복합소재를 사용해 무게는 감소시키고 내구성을 높였으며, 연료소모율은 타 기종 대비 20% 정도 향상시켰다. 조종실은 5400피트, 객실은 6000피트에 고도를 맞추어 다른 기종 여객기의 객실고도 8000피트에 비해 여압이 높아 쾌적하다. 보잉 787-9의 도입가격은 옵션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500억 원 정도다.
보잉 787는 2011년 9월 전일본공수(ANA)에 첫 인도된 꿈의 여객기(드림라이너)로 연료 효율을 높이고 더 긴 항속거리로 인해 항공 여행에 혁명을 일으킨 여객기다. 2013년 1월 전일본공수(ANA)의 보잉 787-8 여객기가 미국 보스턴 공항에 계류 중 보조전력을 공급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 과열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잉은 새로운 배터리 시스템을 설계해 그 문제를 해결했다.
대한항공은 2017년 2월 첫 번째 보잉 787-9 여객기 1대를 인도받은 것을 시작으로 2019년 3월 중순에 초기 주문 분 10대를 모두 도입했다. 이번에 탑승한 보잉 787-9은 등록기호 HL8345로, 최신 기종으로는 대한항공에서 10번째 도입된 여객기다.
대한항공은 2019년 6월 파리 에어쇼에서 보잉 787-9을 추가로 10대를 도입하고, 보잉 787-10을 20대(10대는 리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드림라이너 시리즈의 최신 모델인 보잉 787-10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노스 찰스턴(North Charleston) 공장에서 제작된다. 787-10은 기존 787과 마찬가지로 가볍고 견고한 탄소복합소재로 제작됐으며, 여압과 습도를 향상시켜 편안한 객실을 제공한다.
그동안 보잉사는 보잉 787을 단기간에 최대로 많이 주문을 받았으며, 2011년부터 인도하기 시작해 2019년 현재 871대를 판매했다. 보잉사는 보잉 787 주문량이 밀려있어 2019년부터는 한 달에 12대 생산하던 것을 14대로 늘렸다.
보잉 787-9 여객기(항속거리 1만3950km)는 초기 버전에서 동체 길이가 6m 늘어났으며, 보잉 787-10(항속거리 1만1750km)은 추가로 5m 늘어났다. 따라서 보잉 787-10의 전체길이는 68미터이므로 승객과 화물을 15%정도 추가로 더 수송할 수 있다. 하지만 동체길이가 길어 이착륙할 때 부적절한 조작으로 인한 테일 스트라이크(Tail strike)가 발생할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세미-레버드 착륙장치(Semi-levered Main Landing Gear)를 설치해 테일스트라이크 문제를 해결했다.
세미-레버드 착륙장치는 4~6개의 주착륙장치의 바퀴의 앞바퀴가 약간 올라가 있고 뒷바퀴가 약간 내려가 있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주착륙장치가 역까치발 형태로 더 높아졌으므로 더 높은 피치각이나 더 긴 꼬리부분 여유(Tail clearance)를 확보할 수 있다.
EDTO, 한때 지그재그로 하늘 날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2012년부터 회항시간연장운항(EDTO, Extended Diversion Time Operations)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 전에는 미국 연방항공청의 쌍발항공기연장운항(ETOPS, Extended-range Twin-engine aircraft OPerationS or Extended-range Twin-engine Operational Performance Standards)을 썼다.
EDTO는 항공기가 엔진이 꺼져 위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순항속도로 가까운 공항까지 갈 수 있는 운항 허용시간을 규정한 것이다. 보잉 787-9인 경우 보잉사에서는 EDTO를 330분 허가를 받았으며, 한국에서는 국토교통부로부터 207분과 180분을 받았다고 한다. 필자가 탑승한 보잉 787-9 여객기는 EDTO 180분을 적용하므로 북태평양항로의 항공차트에 180분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의 원과 그 원안에는 비상공항이 표시되어 있었다.
만약 항공기가 EDTO 인증기준이 120분인 경우 태평양을 횡단할 때 육지와의 거리를 고려하여 목적지까지 무조건 직선구간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지그재그로 비행하기도 한다. 물론 항로의 기준은 항공기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단일 엔진으로 비행할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좀 더 먼 대양까지 항로로 활용할 수 있으므로 직선구간이 늘어나 효율적인 비행이 가능해졌다.
보잉 787 조종석 계기판
보잉 787의 조종실은 4개의 창문이 있으며, 열리지 않는 창문이므로 조종사가 탈출할 수 있는 비상구는 천정에 있다. 조종사는 보잉 777 창문과 비슷하게 앞 방향을 볼 수 있으며 조종석에서도 날개 끝을 볼 수 있다. 조종석은 기종 전환할 때의 교육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해 전체적으로 보잉 777과 유사하게 제작됐다.
그러나 조종석 디스플레이 스크린은 서로 다르게 제작됐다. 보잉 787의 경우 12×9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스크린 5개가 설치됐다. 이는 조종사에게 화면을 나눠 분리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참고로 보잉 여객기는 콘트롤 휠을 사용하지만, 에어버스 여객기는 사이드 스틱을 사용한다. 또 보잉사의 스위치는 ‘off’ 기능을 적용하려면 위로 올려야하지만 에어버스사의 스위치는 아래로 내려야 한다. 이처럼 보잉사와 에어버스사의 시스템이나 스위치가 서로 다르게 설계돼 있다.
조종석 좌측의 기장석에서 정면 좌측에 주 비행표시계기(PFD, Primary Flight Display)가 있다. 이것은 속도와 방향, 고도계, 자세계, 수직속도계가 표시되는 가장 중요한 비행계기다.
계기 왼쪽은 속도정보를 표시하는 창이고 오른 쪽은 고도를 표시하는 창이며, 가운데는 자세를 나타내는 창이다. 상단에 표시된 속도와 고도는 목표속도, 목표고도를 나타내고, 중간에 변하는 속도와 고도는 현재속도와 현재고도를 나타낸다.
가운데의 자세계는 상승 또는 하강, 좌선회 또는 우선회 등을 나타낸다. 맨 아래에는 비행방향을 방위(Heading)로 표시해주는 창이다.
보잉 787은 기존 777의 PFD에 비해 좀 더 향상시켰으며, PFD 왼쪽 위에는 비행정보를 나타내고 왼쪽 아래에는 데이터링크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PFD 오른쪽 위쪽에 좀 더 넓은 수평선이 있고, 그 아래에는 작은 항공차트가 있다.
기장석 우측에 대형 다기능 디스플레이(MFD, Multifunction Display)가 있으며 이는 조종사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각 비행 단계의 요구에 맞게 디스플레이 레이아웃을 조정할 수 있다. 이러한 MFD는 독립적인 형식으로 분할되거나 단일 대형 지도를 제공할 수 있다.
KE073편의 이착륙을 담당한 기장은 지휘기장(PIC)이었다. 그는 조종석 기장석인 왼쪽 좌석에 앉았으며 비행에도 PF(Pilot Flying)이어서 MFD화면은 항법표시계기(ND, Navigation Display)와 엔진정보 및 조종사 경고시스템(EICAS, Engine Indicating and Crew Alerting System)으로 분할시켜 놓았다.
반면에 PM(Pilot Monitering)인 부기장의 MFD는 분할되어 있지 않고 ND 화면만을 나타내고 있다. 기장의 MFD 화면의 오른쪽은 EICAS로 주로 엔진과 관련된 정보를 표시하거나 조종사에게 경보를 표시하는 통합계기다. 이는 조종사에게 분당 회전수, 엔진 내부 온도, 연료 흐름양, 연료량 등 엔진 상태뿐만 아니라 유압, 공기압, 방빙 등의 다른 시스템의 정상작동여부와 경고메시지를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EICAS 왼쪽 위쪽에는 기본엔진 계기(Primary Engine Display)를 나타내고, 왼쪽 아래에는 2차 엔진계기(Secondary Engine Display)를 나타낸다. 오른쪽 위에는 EICAS 메모와 메시지를 보여주며 그 아래에는 랜딩기어 상태와 안정판과 러더 트림 상태, 연료정보와 총중량 등을 나타낸다.
오른쪽 좌석인 부기장의 MFD는 항법과 관련된 정보를 표시하는 통합계기인 ND 화면을 나타내고 있다. 항법계기는 항로, 기수방향, 항적(Track), 기상레이다의 정보, 풍향 및 풍속, 공중충돌방지장치(TCAS)의 정보 등이 표시된다. 보잉 787의 항법표시계기는 항법거리도 증가하고 공항지도도 제공해주며, 아래쪽에는 수직상황화면(Vertical Situation Display)을 보여준다.
한편 비행관리시스템(FMS)은 조종사의 비행업무를 도와주는 항공전자시스템으로 스로틀 바로 앞에 있다. 이러한 보잉 787의 대형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기능을 통합해 생산 및 예비비용을 절감했다.
하늘에서 벌어지는 ‘시간·에너지 전략’, 경제 순항방식 비행
어느덧 여객기는 태평양 상공을 진입하면서 3만3000피트 고도에서 마하수 0.84로 순항비행하고 있었다. 여객기가 항로를 비행할 때 기종마다 순항마하수가 어느 정도 차이가 나지만 대형기종의 경우 대략 마하 0.85정도로 비행한다.
대부분 여객기는 경제 순항방식(EC, Economic Cruise)으로 비행하는데 이것은 연료소모와 운항시간의 효율을 극대화한 속도를 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순항속도는 연료 가격을 고려한 원가지수(Cost Index)를 회사가 정해 주면 비행관리시스템(FMS)의 컴퓨터(FMC)에 입력하여 데이터가 시시각각 자동으로 조절된다. 연료가격이 저렴하면 연료를 좀 더 사용해 빠른 속도로 비행하고, 비싸면 속도를 좀 줄여 연비 모드로 비행한다고 한다.
순항고도는 여객기의 중량과 성능, 기상 등에 따라 결정된다. 장거리 비행에서는 비행하면서 연료소모로 인해 중량이 점점 가벼워진다. 이에 따라 단계상승(Step climb)을 통해 연료를 절감한다. 고도가 높으면 밀도가 낮아 엔진효율 떨어지는 것에 비해 저항이 크게 감소하기 때문에 경제적이다. 연료 소비로 인해 비행기 중량이 가벼워지면 컴퓨터가 이를 조종사에게 알려준다. 본 여객기도 가벼워지자 조종사는 관제사에게 연락, 허가를 득한 후 2000피트 상승해 37000피트까지 상승했다.
기종에 따른 허용속도 범위 내에서 속도와 고도 변경도 조종사 맘대로 조정하기 힘들 때도 있다고 한다. 여객기들이 항로상에 많이 밀려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고도를 올릴 수 없으므로 연료관리를 위해 고도 확보 전략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앞서가는 여객기가 속도를 줄였다면 아마도 난기류가 심하거나 정풍이 부는 상황일 수 있다.
기장에게 같이 탑승한 조종사가 아프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다. 기장에 따르면, 장거리 비행은 조종사가 2명이 한 팀을 이뤄 두 팀(총 4명)이 탑승하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 환자 승객과 같은 절차로 대응한다. 이 경우 승객 환자와 마찬가지로 환자 상태에 따라 기내방송을 실시해 의료진 승객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응급환자인 경우 매뉴얼대로 회항하거나 비상착륙한다.
목적지까지의 비행시간이 8시간 이내의 노선에서는 조종사 2명만 탑승하는데 비상상황에 대비해 부기장이 ‘비상착륙’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비상착륙은 기장이 직접 하도록 돼 있는데 부기장이 응급환자인 경우 기장이 직접 비상착륙하므로 이 경우에는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기장이 응급환자인 경우에는 부기장이 비상착륙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부기장이 평소 인천 영종도 운북에 있는 시뮬레이터로 비상착륙 훈련을 받는다.
보잉 787은 전기로 날아가는 비행기?
보잉 787-9는 수 백 만개의 부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조종사는 주요 시스템이 고장 난 경우에 착륙이 가능한지 또는 비상착륙을 할 것인지 정상 작동여부를 확인하고 판단해야 한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항공기의 엔진을 제외하고 주요시스템을 전력(Electrical Power), 연료(Fuel), 에어컨(Air Conditioning), 화재방지(Fire Protection), 유압(Hydraulic Power), 공압(Pneumatic) 시스템 등 27개로 분류했다.
기장은 필자에게 주요구성품별로 정상작동여부를 확인하면서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국내선 같으면 비행시간이 짧아 설명을 듣지 못했을 텐데 장거리 국제선이라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여객기의 전력시스템은 객실의 갤리(Galley) 내 주방기구와 조명, 조종실 내의 각종 모터, 항법 및 통신기기, 방·제빙장치의 열 공급 등을 위해 필수적이며 안전운항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보잉 787은 전기비행기라고 할 정도로 보잉 777기종의 2배 이상인 250KVA의 고용량의 전력을 필요로 한다. 또 최신 4채널 가변주파수 시스템인 VFSG(Variable Frequency Starter Generator)라는 교류발전기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교류발전기는 가볍고 단순하며 손실을 줄인 최신 기기로 주 엔진마다 장착되어 있다. 대형기는 교류시스템을 주전원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각종 장치의 제어나 계기에는 직류 전원을 필요로 한다.
비상용 예비 전원 시스템은 2개의 엔진이 장착된 보잉 787, A320 등에 설치돼 있다. 엔진이 정지된 경우 또는 엔진 또는 보조동력장치(APU)의 교류발전기의 고장으로 인해 모든 전력을 잃게 된 경우에 사용된다.
예비 전원 시스템인 램에어 터빈(RAT, Ram Air Turbine)은 발전기나 고압유 펌프에 연결되는 작은 풍력 터빈을 말한다. 이것은 동체에 내장돼 있는 램에어 터빈의 프로펠러를 동체 외부로 노출시켜 항공기의 속도에 의한 램에어로 프로펠러를 회전시켜 전력을 생산하게 하는 장비다. 또 모든 전력을 잃게 된 후에도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필수 항행 장비를 작동시킬 수 있는 수준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장치다.
연료시스템, 대형 항공기의 경우 중량의 40%가 연료 무게
연료시스템은 항공기의 엔진을 작동시키기 위해 연료를 탑재하고, 각 엔진에 공급하여 연소할 때까지 과정과 연관된 시스템을 말한다. 연료시스템을 구성하는 장치는 연료저장탱크, 연료 공급 파이프 및 연료펌프, 연료와 관련된 다양한 계기 등이 있다.
연료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항공기의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왜냐하면 연료는 폭발 위험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양의 연료를 탑재하기 때문에 화재로 연결될 수도 있고 연료기관의 누유가 있을 경우 목적지까지 비행할 수 없게 되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특히 대양을 건너는 동안에 연료부족현상은 불시착 등 치명적인 사고로 연결 될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연료 상황에 대해 반드시 모니터링해야 한다.
연료계기 시스템(Fuel Indication System)은 항공기에 탑재한 연료의 중량을 표시하는 시스템이다. 연료의 중량은 비행기의 기종이나 노선에 따라 다르지만 소형기인 경우 항공기 중량의 10% 정도고, 대형 수송기인 경우에는 대략 40% 정도다. 연료는 온도에 따라 부피의 변화가 심하므로 동일한 양의 연료를 탑재해도 연료 중량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객실 온도는 18~29℃ 사이, 기압은 10.92 psi
에어컨시스템(Air Conditioning System)은 여압장치, 냉·난방장치, 공기순환장치 등을 비롯하여 이를 종합적으로 제어하는 장치들을 포함한다. 미국 연방항공국(FAA)은 형식증명의 조건으로 고고도 항공기의 객실 내의 압력을 고도 8000피트에 해당되는 기압인 10.92 psi로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여객기는 일반적으로 객실에서 사용하는 공기는 엔진의 압축공기를 사용하는데 이런 방법은 고온의 압축공기를 사용가능한 온도로 식혀줘야 하므로 엔진출력의 손실을 동반하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보잉 787은 엔진 출력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기내여압용 압축공기를 엔진의 압축공기로 사용하지 않고 따로 만든다. 전기모터를 이용해 외부 공기를 직접 압축시켜 필요한 압력과 온도의 공기를 기내에 공급한다. 보잉 777은 전체구조물의 20%를 탄소복합재료를 사용하지만 보잉 787은 50% 이상을 탄소복합재료를 사용해 무게를 줄이고 연료효율을 향상시켰다.
특히 동체와 날개 구조물을 복합재료를 사용하여 기체의 강도가 더 단단하고 부식의 염려가 없으므로 객실고도는 6000피트에 맞춰 객실여압을 더 높이고 순항 중 습도를 약 14%정도로 높여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다. 또한 항공기 내부 온도를 전체적으로 조절하지 않고 각 구역(zone)으로 나누어 조절하고 있다. 조종석에는 각 구역별로 온도를 자동이나 수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스위치가 있으며, 보통 여객기 객실의 온도는 약 18~29℃까지 조정된다.
직항의 편리함과 조종사 근무시간
기장이 순항 중 비행감시에 대해 설명하는 사이 여객기는 어느덧 샌프란시스코 관제구역으로 들어왔다. 조종사들은 대체공항인 삿포로 공항을 지나면서 EDTO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고 엔진과 각종 계기들의 정상작동여부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항공사들은 광대한 태평양을 횡단하기 위해 여객기의 항속거리를 증가시켰으며, 그 결과 중간 급유를 위해 알래스카 또는 하와이를 경유하지 않고 태평양을 직항으로 건너게 됐다.
1919년 세계의 최초 항공사인 KLM이 암스테르담과 런던을 DH 16으로 운항을 시작한 이래 최초의 태평양 직항은 1962년에 미국 팬암사(社)가 샌프란시스코와 도쿄 간 보잉 707-320B 제트 여객기로 운항한 것이다. 이제 중간경유지 없이 거의 직선 항로를 따라 태평양을 횡단하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아직도 아시아에서 남미까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직항 항공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운항승무원(조종사)들은 피로관리를 위하여 항공안전법에 의하면, 한 달에 120시간을 초과하여 비행할 수 없다. 또 3개월간 350시간 이상 초과해 비행할 수 없다. 1년 동안에는 항공안전법상 1200시간 이상 승무시간(Flight time)을 초과할 수 없고, 비행운영규범상에는 편조인원과 관계없이 100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최고 서비스를 위한 대한항공의 AirCrew System, 객실승무원數는 운항승무원의 2.4배, 조종사는 2700명
여기서 승무시간은 항공기가 게이트 출발부터 목적 공항 착륙 후 게이트 도착시간까지를 말한다. 근무시간(Duty time)은 브리핑실 또는 이에 대체되는 장소에 도착부터 착륙 후 게이트 도착 30분 후까지를 지칭한다.
대한항공은 1998년 새로 ‘AirCrew System’을 도입하고 2010년 업그레이드해 운항 및 객실 승무원의 스케줄을 관리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운항승무원은 대략 2700명 정도이며, 객실승무원은 운항승무원에 비해 약 2.4배 많다고 한다.
객실승무원은 여승무원이 84%, 남승무원이 11%, 9개국 현지승무원 5%로 약 460팀으로 분류돼 운영된다. AirCrew System은 월별로 스케줄 패턴을 작성하고, 작성된 스케줄을 승무원에게 할당하며, 스케줄을 매일 관리 조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종사들은 한 달에 장거리 3번, 후쿠오카, 타이베이 등과 같은 단거리 2~3번 비행을 하거나 장거리 2번, 중단거리 2~3번 정도 비행한다고 한다.
항공사에서는 대형 여객기 1대당 기장 및 부기장 포함하여 대략 20여명 정도의 조종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에 보잉 787-9 여객기가 10대 있으니 대략 200명 정도의 조종사가 필요로 하며 그 정도 조종사를 보유하고 있다. 조종사들은 피로관리를 위해 승무시간으로 1년 동안 1000시간 이상 비행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인원이 필요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2019년 6월 도입한 보잉 787-9 여객기 10대와 보잉 787-10 여객기 20대를 도입해 총 40대를 운영한다. 보잉 787 기종의 조종사만 800여명이 필요한 셈이다.
대한항공은 2019년 8월 말 현재 A380, B747, B777, B787, B737, A330, A220 등 여객기 146대와 화물기 23대 등 총169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일일운항편수는 국제선 275편, 국내선 150편을 포함해 450편이며 평균 85여 편이 하늘에 떠 있다.
세계최대의 항공사인 델타항공은 항공기 1377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일평균 운항편수는 6128편에 달한다. 대한항공의 조종사는 대략 2700명이며, 군(軍)에서 비행 경험을 쌓은 군경력 조종사와 민간교육기관을 통해 비행 경력을 마친 민간경력 조종사 및 외국인 경력조종사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공군사관학교 및 한국항공대학교 출신이 제일 많다고 한다.
보잉 787 여객기의 창문은 여객기 중에서 제일 크며, 그 면적은 기존 항공기에 비해 65%정도 크다. 한편 대한항공은 여객기를 대략 20년 정도 운영하며, 임차한 여객기인 경우는 반납하고 구매한 여객기인 경우에는 전체 또는 부분품을 팔거나 미국 애리조나 주 투손에 있는 저장 시설에 보관한다고 한다.
교대브리핑 및 착륙
어느덧 여객기는 미국 앵커리지 관제센터 지역에 진입해 토론토에 도달하기 2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그동안 프레스티지석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교대 조종사들이 교대시간이 되기도 전에 일찍 조종실로 들어왔으며 교대시간이 되자 교대브리핑을 하기 시작했다. 승무원 교대 체크리스트에 따라 기상, 착륙, 특이사항 등을 일일이 설명하며 인수인계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캐나다 현지시간으로 9시 06분에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착륙할 것인지 전반적인 착륙브리핑을 실시했다. 브리핑 후 조종사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 원하는 속도로 세팅하니 스로틀은 속도에 맞추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토론토 관제센터 영역으로 진입해 통신을 하는 것을 보니 착륙이 아주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캐나다 현지시간으로 9시 30분 그러니까 착륙하기 40분 전에 기장이 기내방송을 했다.
기장이 착륙하기 20분전인 대략 20,000피트 고도에서 사인을 주면 객실승무원은 승객들에게 착륙한다는 방송을 하고 등받이나 안전벨트 등을 확인하며 착륙준비를 한다. 10분전인 10,000피트정도의 고도에서 사인을 주면 객실 승무원은 곧 착륙한다는 방송을 하며 객실 승무원들조차도 의자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한다. 좌석 안전벨트 사인을 조절하는 계기는 조종석 오버헤드 패널(Overhead panel)에 있으며, 지상에서는 ON OFF 스위치로 작동하지만 공중에서는 AUTO 또는 ON OFF 스위치로 작동하며, AUTO인 경우 10,000피트 이하에서는 자동으로 ON된다.
목적지 공항에 착륙하기 위해서는 순항고도에서 단계적으로 고도를 강하하여야 한다. 이제 조종사는 항로관제사로부터 관제권한이 이관된 접근관제사의 지시에 따라 공항에 접근 한다. 또한 항공기 상태의 최종 점검과 함께 도착공항의 기상정보, 착륙예정활주로에 대한 정보 및 기타 제한사항 등을 자동 공항정보 방송 서비스(ATIS, Automatic Terminal Information System)를 통해 정보를 입수해야 한다.
여객기는 3만7000피트 순항고도에서 2만8000피트로 강하했다가 1만1000피트로 순차적으로 강하해 최종접근지점(FAF, Final Approach Fix)에 도달했다. 이때 접근관제사로부터 착륙을 담당한 관제사에게 관제권한이 이양된다. 공항관제사는 비행계획서에 예정된 활주로가 아니라 다른 05 활주로로 착륙하라고 했다.
기장은 목적지 공항에 다다르면 활주로에 안전하게 착륙하기 위해 계기접근절차에 따라 착륙을 시도한다. 착륙은 접근(Approach), 플래어(Flare, 비행기가 접근자세에서 착륙자세로 서서히 전환하는 곡선비행과정으로 성공적으로 착륙하기위한 마지막 착륙비행조작을 말함), 접지(Touchdown), 그리고 디로테이션(Derotation, 앞바퀴를 부드럽게 활주로에 접지시킴)을 포함한 지상 활주(Ground run)라는 절차를 수행한다.
기장은 토론토 공항 활주로에 착륙하기 위해 수평위치와 강하각도에 대한 정보가 동시에 제공되는 정밀접근절차(Precision Approach Procedure)로 접근했다. 기장은 조종석 전방표시장치(HUD, Head-up Display)에 있는 활공각 지시기를 통해 활공각 3°로 적절한 강하율과 속도를 유지하며 진입해 착륙했다.
착륙을 마친 여객기는 착륙한 활주로를 빠져나와 유도로(Taxiway)로 이동해 지정된 주기장에 현지시간 10시 20분에 도착했다. 조종사는 정해진 체크리스트에 따라 점검하고 비행일지에 필요한 사항을 기록하고 조종실을 빠져 나왔다.
토론토 피어슨 공항의 제3터미널을 빠져 나오니 승무원들을 수송할 버스가 대기 중이었다. 필자를 포함한 승무원 일행은 2박 3일 동안 체류할 토론토 시내 호텔로 향했다. 비행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한 멋진 13시간 36분이었다. (끝)
글쓴이 : 장조원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공군사관학교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항공우주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군사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부교수,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방문학자, 캐나다 라이어슨 대학교 방문교수 등을 지냈다. 한국항공운항학회 부회장, 한국가시화정보학회 편집이사, 한국항공우주산학위원회 공력해석 및 설계분과 위원장, 대한민국 공군발전협회 연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학회 학술상, 현대자동차그룹 우수 논문상, 한국항공대학교 최우수 교수상, 교원업적종합부문 최우수상, 한국가시화정보학회 우수논문상 등 다수(多數)의 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항공 우주 과학을 일반인도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쓴 『하늘에 도전하다』와 『비행의 시대』 등이 있다. 현재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 공군사관학교 명예교수로 있으며, 곤충이나 새와 같은 생체모방 비행체, 경계층 흐름 제어, 유동가시화 등을 비롯한 비정상 공기역학 분야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장조원 한국항공대학교 교수가 대한항공 뉴스룸에 보내온 글과 사진입니다.
외부 필진의 기고는 대한항공 뉴스룸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