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뉴스룸은 글로벌 항공업계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하기 위해 대한항공의 항공 전문가들을 심층 인터뷰한다. 글로벌 네트워크로 도약하는 대한항공의 행보와 향후 변화상을 공개하고, 사람·물자·문화를 전 세계에 연결하는 항공업의 이면에는 어떠한 노하우가 숨어 있는지 소개한다.
이번 인터뷰는 항공기가 하늘을 날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 ‘연료’를 조명한다. 항공기 연료 관리는 국제 유가 및 환율 변동, 항공기 탄소 배출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주고받는다. 특히 유가 등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항공업계 특성 상 항공기 연료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 환경 경영의 화두로 떠오른 탄소 배출 저감도 연료 관리 성과를 기반으로 한다. 실제로 항공사에서 항공기 연료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뉴스룸은 대한항공 운항기술부 연료관리팀 권보름 과장, 이영균 과장을 만나 항공기 연료 관리에 숨겨진 노력과 생생한 사례를 들어봤다.

Q. 연료관리팀이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달라.
권보름 과장 : 대한항공 연료관리팀은 정밀한 데이터 분석에 현장의 목소리를 더해 연료 효율을 최적화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항공기가 연료를 얼마나 썼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다. 항공기가 운항하며 남긴 방대한 데이터를 자세히 분석해 어떤 요소 때문에 불필요하게 연료 탑재량이 증가했는지, 어떤 요인으로 인해 운항 중 연료 소모량이 늘었는지 살펴본다.
이영균 과장 : 숫자가 보여주는 결과만으로는 현장의 복잡한 상황을 모두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데이터 뒤에 숨겨진 현실을 파악하는 데에도 주력한다. 각 부문 실무자들과 함께 비효율을 찾아내고, 유기적인 협력으로 실질적인 개선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연료관리팀의 핵심 업무다.
Q. 연료 관리가 항공사에서 왜 중요한가?
권보름 과장 : 연료비는 항공사 전체 운영 비용의 30% 가량을 차지한다. 정교한 연료 관리는 항공기 안전을 보장하고 운항 효율을 높여 항공사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하다. 기업이 갖는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도 연료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국내외 정유사에서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SAF)로 대표되는 친환경 연료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항공사가 사용하는 연료 중에는 여전히 화석 연료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꼼꼼한 연료 관리는 탄소 배출량을 저감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는 뜻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항공사의 연료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Q. 항공기는 연료를 많이 쓰는 대표적인 운송 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와 비교하면 어떤가?
이영균 과장 : 항공기 한 대와 자동차 한 대를 단순 비교하면 항공기가 압도적으로 많은 연료를 소모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전체 탑승객 수를 적용해보면 1인당 이동 효율은 항공기가 더 좋다는 결론이 나온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100km를 이동하는 데 대략 8리터의 휘발유를 소모하지만, 승객이 꽉찬 대형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 1명을 100km 이동시키는 데 소모되는 연료는 약 3리터 수준이다. 워낙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실어나르니 사람 1명당 소모되는 연료 효율은 오히려 항공기가 더 좋을 수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자동차보다 빠른 속도로 엄청난 거리를 이동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항공기의 수송 효율성은 훨씬 더 극대화된다.
권보름 과장 : 물론 그렇더라도 항공기 운항 규모 자체가 워낙 방대하고 전체 연료 사용량이 막대하기 때문에, 연료 효율을 극대화하고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Q. 자동차의 경우 연비가 잘 나오는 이른바 ‘경제 속도’가 있는데, 항공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인가?
이영균 과장 : 물론이다. 항공기 운항에도 ‘경제 속도’가 있다. 다만 항공기는 이 속도에만 맞춘다고 해서 무조건 경제적인 것은 아니다. 비행 시간이 늘어나면 그만큼 인건비와 정비비 같은 ‘시간당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공사에서는 비용 지수(Cost Index)라는 개념을 활용한다. 연료비와 시간당 비용을 더한 값이 가장 적어지는 경제적인 속도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대한항공 연료관리팀은 주기적으로 비용 지수를 업데이트하고 시스템에 반영해 운항승무원과 운항관리사가 매 비행마다 최적의 효율로 계획을 수립하고 비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공한다.

Q. 구체적으로 항공기 연료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권보름 과장 : 대한항공은 단순히 수치상의 목표를 관리하는 것을 넘어 현장에서 실행할 수 있는 효율 제고 방안을 찾는 데 집중한다. 예를 들어 운항 준비 단계에서는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교체 공항 중 가장 가까운 곳을 우선 선택하는 ‘근거리 최적 교체 공항 선정’으로 불필요한 연료 탑재를 줄인다. ‘기내 식수 적정 탑재’를 통해 노선별 실제 식수 사용량을 분석해 비행 시간과 예약율에 따라 적정한 양을 탑재하는 등 정밀한 중량 관리를 수행한다. 지상에서는 ‘보조동력장치(APU) 가동 최소화’로 이륙 전과 착륙 후 연료 소모와 탄소 배출을 줄여나가고 있다. 이 같은 개별 과제들의 이행 현황은 연료관리시스템을 통해 분석되며, 분석 결과는 각 부서 실무자와 운항승무원들에게 피드백 된다. 자발적인 동참을 이끌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다.
Q. 대한항공이 항공기 연료 관리 부문에서 특히 주력하는 점은 무엇인가?
이영균 과장 : 대한항공 연료관리팀이 내세우는 모토는 ‘안전 운항과 함께 하는 고효율 연료 관리’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효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제일 먼저 유관 부서와 확인하는 것은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 살펴 보는 일이다. 안전을 저해하지 않는 이행 조건을 명확하게 정립하고, 이를 수행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를 회사 내부에 전파한다. 경쟁을 부추기기 보다는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 문화 확산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연료 관리는 모든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유기적인 협력에 기반해 안전과 효율의 균형점을 계속 찾아가는 활동이다.

Q. 여러 부서가 실시간으로 소통해야 가능한 일인데, 이를 위해 대한항공에는 어떠한 시스템이 구축돼 있나?
권보름 과장 : 데이터를 현장과 연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전사적인 의사결정 기구인 ‘연료관리위원회’를 운영한다. 연료 관리 정책과 추진 방향을 결정하고, 주요 개선 과제들을 승인하고, 부문 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이견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연료관리위원회 산하에는 연료관리팀과 운항, 정비, 통제, 운송, 기내서비스 등 각 부문 담당자들로 구성된 실무협의체를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위원회에서 결정된 내용을 현장에 구체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협의한다. 또한 연료관리 과제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이슈를 점검하고, 각 팀의 실무 지식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연료관리 과제들을 발굴한다. 이 과제들을 실제 현장에 적용하고 가시적인 연료 효율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촘촘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Q. 연료 관리가 어려웠던 상황에서 연료 절감을 위한 대한항공 각 부문의 노력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면?
이영균 과장 : 한 가지 예로 ‘운항승무원에 의한 보조동력장치 종료(APU Off) 절차’를 꼽을 수 있다. 이 과제는 비행을 마친 운항승무원이 항공기에서 내리기 전, 지상에서 공급되는 외부 전원 연결 상태를 확인한 후 항공기 APU를 종료시켜 APU 가동 연료를 줄이고자 하는 절차다. 여기에는 항공기에 필요한 전력 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운항승무원과 정비사, 그리고 지상조업사 사이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 지상조업사는 제때 외부 전원을 연결시켜야 하고, 운항승무원은 내리기 전에 잊지 않고 APU를 꺼야 하고, 정비사는 전원 공급 문제로 조업 및 기내 환경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여러 부문의 협력과 노력이 어우러져 결과를 만들어낸 좋은 사례다.
Q. 항공사 연료관리 부문에서 일하면서 생긴 습관이나 직업병(?) 같은 게 있다면 공유해달라.
이영균 과장 : 직업병이라기보다는 가벼운 버릇 하나로, 개인적인 여행이나 출장으로 탑승하는 비행편의 연료 관련 업무를 자세히 보게 되는 것 같다. 공항에서 항공기 탑승을 기다리며 연료관리 과제가 실제 잘 진행되고 있는지 관찰하고, 운항 중에는 추가로 절감할 수 있는 요소가 더 있는지 살펴보기도 한다.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제가 탑승했던 비행편의 연료 사용량과 절감량을 찾아보면서 의도치 않은(?) 셀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웃음)

Q. 항공기 연료 관리에 인공지능(AI)를 활용하기도 하나? 활용한다면, 어떤 곳에 어떻게 활용하는지 설명해달라.
권보름 과장 : 항공기 연료 관리 분야에도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최근 대한항공은 예약 승객의 특성에 따른 여객기 위탁수하물 중량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현업에 적용했다. 자동차에 무거운 짐을 가득 실었을 때 연료가 더 많이 쓰이는 것처럼, 항공기도 탑재되는 중량이 무거울수록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무조건 연료를 적게 실어도 문제이고, 그렇다고 연료를 너무 많이 실어도 불필요하게 항공기 중량을 증가시켜 연료 소모량이 늘어나게 된다. 사전에 위탁수하물 중량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안전과 효율의 균형점을 맞추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영균 과장 : 기존에는 특정 기간과 노선별 승객 1명당 평균 위탁수하물 중량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예측해 왔는데, 이 방식은 승객 개인이나 노선 특성을 세밀하게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승객의 국적, 환승 여부, 여정 특성 등 다양한 데이터를 융합해 위탁수하물의 무게를 정밀하게 예측하고 이를 비행 계획에 반영해줄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원래 이 정도까지 정확할까 의구심이 없지 않았는데 (웃음) 편차가 예상보다 훨씬 많이 줄어서 매우 놀랐다.
Q. 타사와 차별화된 대한항공만의 연료 관리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린다.
권보름 과장 : 대한항공만의 노하우는 오랜 시간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전사적인 실행력으로 연결하는 힘에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시스템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수십년 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노선과 기종에 맞는 최적의 해답을 찾아내고 있다. 또한 운항, 정비, 통제, 운송 등 각 부서 전문가들이 ‘연료 관리’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협업 문화야말로 대한항공이 가진 경쟁력이다.
이영균 과장 : 고객 여러분이 출발지를 떠나 여행을 시작하고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모든 순간, 대한항공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양한 연료관리 과제를 수행하며 한 방울의 연료라도 더 가치 있게 사용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항공이 만들어가는 안전하고 환경 친화적인 여정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져 주시고 기쁜 마음으로 비행을 함께해 주신다면, 고객 여러분께서는 이미 간접적으로나마 연료 절감과 환경 보호에 동참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다.

이처럼 연료 관리는 항공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안전한 운항 체계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역할을 한다. 대한항공은 앞으로도 ‘절대 안전’이라는 대원칙 아래 항공기 연료 관리를 수행하고 지속가능한 비행을 위해 최선을 다 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