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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팩트] 중동항공사의 공세 … 어떻게 봐야 할까요?
2019.07.16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오는 8월 7~8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항공협정 회담을 앞두고 국내 항공업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중동항공사들은 그동안 비 정상적인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고 세계 항공시장을 무섭게 잠식해 왔는데요. 무엇이 문제인지 대한항공 뉴스룸에서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중동항공사들은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레이트(UAE)와 카타르는 지난 10년간 자국의 국영항공사들인 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항공, 카타르항공 등에 총 520억불(약 58조원)의 보조금과 비정상적인 혜택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이들 항공사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8년 기준으로 에미레이트 항공은 국제여객 및 화물 수송 모두 세계 1위이며, 카타르항공은 국제여객 4위, 국제화물 2위입니다. 에티하드항공도 국제여객 14위, 국제화물 25위입니다.


이미 중동항공사들은 유럽, 호주, 미국 항공시장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중동항공사들은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원가보다 더 싼 가격을 토대로 공급을 대거 늘려 타국의 항공시장에 공세를 가하고 있습니다.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던 유럽, 호주, 미국의 항공사들도 이와 같은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운항중단 및 감편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루프트한자의 경우 최근 동남아시아, 아프리카행 노선 20개 노선을 운항중단했고, 에어프랑스는 중동 노선에서 모두 철수하고 하노이, 프놈펜, 첸나이 노선도 운항을 중단했습니다. 호주의 콴타스항공은 중동항공사의 공세 때문에 런던을 제외한 모든 유럽 노선의 운항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미국도 유나이티드항공이 워싱턴-두바이 노선을, 델타항공이 애틀란타-두바이 노선을 없앴습니다. 미국-인도간 직항편도 뉴욕-델리·뭄바이 두 개 노선을 제외하고 모두 운항을 멈췄습니다.

중동항공사 저가공세 피해사례_2019년 6월 21일자 중앙일보 기사 중
중동항공사 저가공세 피해사례_2019년 6월 21일자 중앙일보 기사 중

이 때문에 지난 7월 12일(현지 시각) 미국 아메리칸항공·델타항공·유나이티드항공 최고경영자(CEO)들은 USA투데이에 공동 기고문을 내고, “지난 10년간 UAE와 카타르의 항공사가 정부로부터 500억달러가 넘는 보조금을 받아 공정치 못한 경쟁을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120만여명의 일자리가 위기에 처했다”고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2019년 7월 2일자 USA Today 기고문
2019년 7월 2일자 USA Today 기고문 [클릭]


중동 항공사들이 이제 대한민국 하늘길을 노리고 있습니다.

무차별적으로 타국 항공산업을 잠식해나가고 있는 중동 항공사들은 이제 대한민국 하늘길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오는 8월 7~8일 양일간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항공회담에서 인천~두바이 노선, 인천~아부다비 노선을 각각 주 7회씩 더 늘려 달라고 요구할 전망입니다.

이미 대한민국~아랍에미레이트 노선에서 국적사는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사들과 제대로 된 경쟁을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인천-두바이 노선에 489석 규모의 A380 항공기를 주 7회, 에티하드항공도 인천-아부다비 노선에 7월 1일부터 494석의 A380 항공기를 주7회 띄우고 있습니다. 국적 항공사는 대한항공만이 인천-두바이 노선에만 218석의 A330 항공기를 주 7회 운항할 뿐입니다. (운항편수는 2배, 공급 좌석수는 5배 차이)

게다가 한국에서 출발하는 중동 항공사의 탑승객 10명 중 7~8명은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환승객들이며, 실제 2~3명만이 중동 지역을 방문하는 직항 승객들입니다. 이와 같은 중동 항공사의 전략은 국적 항공사들의 직항 수요를 빼앗아 국내 항공시장을 잠식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사 여객수송 현황_2019년 6월 21일자 중앙일보 기사 중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사 여객수송 현황_2019년 6월 21일자 중앙일보 기사 중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붕괴되고,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비정상적인 보조금 등으로 장착한 중동 항공사들이 가격과 공급을 토대로 국내 항공시장을 잠식하게 되면, 국적 항공사들은 울며겨자먹기로 기존 운항 노선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언뜻보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중동 항공사들의 전략 때문에 저가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어 유리한 듯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항공사들의 경쟁력 약화로 운항이 대거 중단될 경우, 중동 항공사가 원하는 대로 가격을 올리고 노선을 재편 할 가능성이 큽니다. 즉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고, 인상된 항공권을 어쩔 수 없이 구매해야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해외에서도 이 같은 중동 항공사의 무차별 공세 때문에 벌어지는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아랍에미레이트 항공사들의 불공정 경쟁 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몇몇 국가에서는 항공협정 개정, 공급증대 보류 등 실질적으로 이들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공정한 경쟁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중동 항공사들만을 위한 공급 증대가 이뤄진다면, 대한민국의 항공산업은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세계 각국이 중동 항공사의 전략에 대한 대응이 늦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합니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치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