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가칼럼

외국에서 한 달 살기_ 홍콩
2019.04.30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날마다 새로운 재미가 있는 곳, 홍콩

화려한 야경 사진 한 장으로 각인돼 있던 홍콩에 처음 여행을 왔을 때, 사실 그리 좋은 추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일에서 길게는 한두 달씩 홍콩에 드나들게 되었다. 새침한 친구처럼 조금씩 아껴가며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홍콩과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홍콩 완차이 전경
완차이 전경. 이 지역은 요금이 저렴한 트램으로 둘러보면 좋다. ⓒShutterstock_Perfect Lazybones

홍콩에서 한 달 살기, 시작은 관광객처럼 홍콩 스캔하기

홍콩에서 한 달 살기를 계획 중이라면 첫 일주일은 관광객처럼 머릿속에 그려온 홍콩 모습 그대로를 경험해보길 권한다.
홍콩에 처음 오는 여행자들이 그러하듯 북적이는 스타 애비뉴(현재 공사중으로 올 상반기 재개장 예정)를 걸으며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즐기기도 하고 깜찍한 피크 트램을 타고 빅토리아 피크에 올라 홍콩의 야경을 즐겨보는 것도 필수다.
10여 년 전 내가 그랬듯 몽콕 야시장에서 소소한 쇼핑을 즐기고 훅, 하고 들어오는 열기와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노천 식당에서 해산물로 저녁 식사를 즐겨도 좋다(소지품은 각별히 주의하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쇼핑몰이라는 하버 시티에서 쇼핑 미아도 되어보고 사사, 봉주르에서 화장품 쇼핑을 즐기고 귀갓길엔 웰컴 슈퍼에 들러 간식거리를 사서 맥주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홍콩의 교통수단, 페리
페리는 홍콩 사람들에게 중요한 교통수단 중 하나다. ⓒShutterstock_Lee Yiu Tung

홍콩 여행의 구심점은 크게 센트럴과 침사추이를 꼽을 수 있는데 주룽반도 쪽의 침사추이는 남북으로 야우마데이, 몽콕, 홍함 등과 연결돼 어찌 보면 홍콩 현지의 면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지역이라 하겠다. 그런가 하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모습도 느낄 수 있어 과거와 현재가 묘하게 조화를 이룬 독특한 매력을 지닌 곳이다.
특히 스타 페리 선착장에서 연결된 스타 애비뉴, 홍콩 역사와 함께 숨 쉬어온 클래식 호텔 페닌슐라, 지금은 새롭게 단장해 조금은 서운한 청킹 맨션, ‘명품 거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고 영화 <첨밀밀>에서 여명과 장만옥이 다정하게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캔톤 로드 등 볼거리 많은 침사추이는 영원한 일 순위 여행지로 꼽힌다.

영화 첨밀밀의 배경이었던 캔톤 로드
영화 첨밀밀의 배경이었던 캔톤 로드. ⓒShutterstock_TungCheung

야우마데이와 몽콕, 프린스 에드워드 역 주변은 좀 더 서민적인 분위기로 밤이면 북적이는 다양한 콘셉트의 야시장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구역에 따라 새 시장, 금붕어 시장, 레이디스 마켓 등 각자 다른 개성의 시장을 만날 수 있는데, 특히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은 레이디스 마켓. 패션 소품을 비롯한 각종 기념품을 다양하게 쇼핑할 수 있다. 이들 야시장에서 흥정은 필수. 적당한 융통성을 가지고 재미 삼아 한다는 생각으로 흥정을 해가며 쇼핑을 즐겨보자.

센트럴 페리스 휠의 야경
센트럴 페리스 휠의 모습. 홍콩의 낮과 밤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Shutterstock_estherpoon

센트럴은 그야말로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며 고급 호텔과 쇼핑 상점이 밀집된 곳이다.
센트럴은 동서로 애드미럴티, 완차이, 코즈웨이 베이과 연계해 돌아보기 좋은데 특히 이 지역은 트램으로 돌아보면 아주 편리하다. 트램은 요금도 싸고 정류장 간의 간격이 정말 짧기 때문에 창밖으로 목적지를 확인한 뒤 내리는게 좋은데 혹시 잘못 내려도 걸어서 거슬러 올라가면 그만이다.

홍콩 대표 음식 딤섬
홍콩을 대표하는 음식인 딤섬.

야경보다 화려한 홍콩의 식도락 즐기기

홍콩에 살며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은 식도락이다. 수많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부터 오랜 시간 한자리를 지켜오며 서민들에게 사랑받는 노포까지, 그야말로 미식의 도시라 할 수 있다.
홍콩에서 한 달을 보내며 가장 많이 먹었던 음식은 바로 딤섬이다. 딤섬은 원래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의미로 가볍게 요기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음식을 일컫는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만두 종류도 물론 포함되고 간단한 면류, 죽, 밥 등 다양한 메뉴가 딤섬에 포함된다. 원래 딤섬은 아침부터 점심까지만 제공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높은 인기 덕에 이제는 하루 종일 딤섬만을 취급하는 딤섬 전문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패가 없는 시그너처 딤섬 메뉴는 하가우, 시우마이. 보통은 메뉴판에서 원하는 메뉴에 체크하고 주문표를 넣으면 음식을 가져다주는 시스템이다.

홍콩 사람들의 대표 아침식사인 밀크티
홍콩 사람들의 대표 아침 식사 메뉴인 밀크티. ⓒShutterstock_Stripped Pixel

난다 긴다 하는 스타 셰프들의 화려한 미식 코스를 즐길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만찬도 좋지만 홍콩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차찬텡’ 문화나 ‘다이파이동’ 문화는 홍콩 사람들의 일상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차찬텡은 말 그대로 간단한 차와 음식을 파는 곳으로 다이파이동과 함께 주로 현지인들의 아침 식사 장소로 인기가 많은 곳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대표적인 인기 메뉴로는 밀크티와 파인애플 번이 있다.

이 외에도 간단한 누들이나 토스트를 주로 취급한다. 워낙 붐비고 바쁜 곳인 데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니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어리둥절하기 일쑤. 합석을 했다면 센스를 발휘해 도움을 받아보자.
다이파이동은 노천식 포장마차 형태의 식당으로 원래 다이파이동이란 말은 노천에서 음식을 파는 식당에 내주던 영업허가증을 일컫는다고 한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점차 더 이상의 허가가 중단돼 이제는 몇 개 남지 않았다고. 그럼에도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메뉴로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곳이 있으니, 실크 망사로 미세하게 작업해 낸다는 밀크티로 유명한 ‘란퐁유엔’과 새콤한 토마토 누들로 유명한 ‘싱흥유엔’은 미쉐린 레스토랑 못지않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리펄스 베이로 가는 2층 버스
리펄스 베이로 가는 버스에서는 2층의 맨 앞자리에 앉는 것을 추천한다. 시내 구간을 벗어나면 버스 오른편으로 시원스러운 바다 풍경을 한눈에 즐길 수 있다.

홍콩에서 즐기는 또 다른 여행

여행 중에 즐기는 여행이라니 멋지지 않은가? 홍콩 초심자 단계를 클리어했다면 하루나 이틀쯤 시간을 내어 외유를 떠나보자.
가장 가깝게는 리펄스 베이나 스탠리 베이에만 가도 시원스러운 바다 풍경과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에 마치 여행 중 또 다른 휴가를 온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좀 더 본격적인 색다른 여행을 즐기고자 한다면 센트럴 선착장으로 발길을 옮기자. 마치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처럼 해안을 따라 목적지별로 다양한 페리 선착장이 늘어서 있다. 그중에 내키는 목적지를 골라 페리에 탑승하면 그만이다.
페리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해 발을 내딛는 순간 세련되고 차가운 홍콩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소박하고 정겨운 모습의 홍콩이 기다리고 있다.

홍콩의 도심과는 다른 매력, 란타우 섬
란타우섬은 홍콩의 도심과는 다른 정겨운 매력을 간직하고 있다. ⓒShutterstock_Ingus Kruklitis

유명세로 인해 소박한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란타우섬은 페리를 타도 좋지만 지금은 지하철인 MTR로 손쉽게 이동이 가능하다. 란타우섬에는 2005년 수천만 달러를 투입해 옹핑 고성에 조성된 테마 빌리지인 옹핑 빌리지를 비롯해 옹핑 케이블카, 268개의 악명 높은 계단 끝에서 만날 수 있는 포린 사원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청차우는 현지인들도 외유 장소로 자주 찾는 섬인데 선착장을 따라 즐비한 식당과 상점, 카페는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대지만 센트럴, 침사추이의 북적임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섬 안에서는 무동력 교통수단만 통행할 수 있으며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해야 하는데, 천천히 걸으며 골목골목 숨어 있는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선착장 반대편에 있는 소박한 해변에서 잠시 감상에 젖어보는 것도 좋다.

다 똑같은 상품이 늘어선 대형 쇼핑몰, 언제나 사람이 북적이고 차량들로 복잡한 홍콩에 살짝 지쳐갈 때쯤엔 나만의 히든 플레이스를 탐험해보자.
사실 홍콩의 MTR 노선도를 보면 여행객이 몰리는 역은 정해져 있다. 센트럴과 침사추이를 비롯한 그 주변 몇 정거장에 불과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긴 하지만 조금은 생소한 MTR 역에 무작정 내려 역 주변을 탐색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핫하게 뜨고 있는 곳이 타이항. 틴하우 역 A1 출구에서 이동하기 편리하다. 빈티지한 부티크 호텔부터 편집숍, 귀여운 카페 등이 골목골목 숨어 있어 보물찾기라도 하듯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홍콩 한 달 살기! 체크리스트]

1. 그야말로 만능 카드, 옥토퍼스

홍콩을 여행하기 위해 한 번이라도 계획을 세워보았다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옥토퍼스 카드.
기왕 한 달 살기를 계획 중이라면 여행자용이 아닌, 거주자들이 사용하는 일반용 옥토퍼스 카드를 이용해보자. 기본적으로 교통카드처럼 MTR, 버스, 트램, 일부 택시 등 모든 교통수단 결제 시에도 잔돈 준비 없이 편리하게 쓰이지만 슈퍼마켓, 편의점, 드러그스토어, 패스트푸드점을 포함한 일부 레스토랑에서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 공항이나 MTR 역내 매표소 등에서 150홍콩달러(보증금 50홍콩달러 포함)에 구매할 수 있으며 50홍콩달러 단위로 충전 가능하다.
MTR 역이나 세븐일레븐, 맥도널드, 스타벅스 등에서 손쉽게 충전할 수 있으며 환불은 공항 및 MTR 역 구입처에서 반납한 후 수수료 9홍콩달러(발행 90일 이후에는 수수료 면제)를 제외한 전액을 환불 받을 수 있다.

2. 홍콩은 쇼핑 천국?

수식어처럼 따라 붙었던 ‘쇼핑 천국’ 홍콩!
동남아는 무조건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쌀 거라 생각하고 홍콩 여행을 떠났다면 ‘후덜덜한’ 홍콩 물가에 충격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홍콩 물가는 만만하지 않다. 명품 브랜드의 쇼핑이라면 오히려 우리나라 면세점이 더 싸거나 백화점가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럼에도 홍콩이 쇼핑의 천국이라 불리는 건 유행에 민감하고 가장 빨리 신상품을 살 수 있다는 점! 그 중에서도 홍콩에서만 접할 수 있는 홍콩 로컬 브랜드에 관심을 가져보자. 개성 있는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대로 사랑받는 슈즈 브랜드 베닐라 스위트(Venilla Suite), 스타카토(Staccato), 젊은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비플러스에이비(b+ab), 이주에(izzue), 5cm 등은 주목해볼 만하다.

3. 홍콩 이주 노동자들의 일상 엿보기

센트럴에서 코즈웨이 베이로 이어지는 일대에서는 매주 일요일만 되면 독특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데 바로 이주 노동자의 행렬이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인근 동남아시아에서 이주해 홍콩에서 일하며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이 일요일만 되면 각자 음식을 싸 와서 삼삼오오 모여 육교며 공원, 거리 곳곳에 자리를 펴고 시간을 보낸다. 독특하기도 한 이 장면 또한 현재 홍콩의 단면을 엿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4. 홍콩에서만 맛볼 수 있는 현지 프랜차이즈 식당

프랜차이즈 식당은 홍콩 현지인에게는 맛집과 전혀 거리가 멀겠지만 여행객에게는 이색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홍콩의 차찬텡 메뉴를 맛볼 수 있는 삼총사, 카페 드 코랄, 맥심, 페어우드다. 이 세 곳은 길을 걷다 보면 만나지 않는 것이 더 힘들 정도로 수많은 점포를 가지고 있다. 시간대별로 메뉴가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아침에는 주로 토스트, 마카로니 등을, 점심과 저녁이 될수록 푸짐한 고기 요리 등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홍콩의 디저트 프랜차이즈. 인기 넘버원 허유산을 비롯해 허니문 디저트, 이 밀크 컴퍼니 등 달달한 홍콩을 느낄 수 있는 이 브랜드들은 어느 맛집보다 여행객 맛집 위시 리스트의 상위에 랭크되고 있다.

5. 쉽고도 어려운 마카오 입성!

홍콩에서 마카오까지는 페리를 이용해 1시간이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기에 홍콩을 방문하는 많은 여행자가 짧은 일정에도 마카오를 일정에 넣기도 한다. 워낙 가깝기도 하고 손쉽게 닿을 수 있는 곳이라 자주 착각하는데, 이 또한 국경을 넘는 일이라는 것! 여권을 지참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출입국 심사도 거쳐야 한다. 또한 마카오에서는 홍콩달러가 1:1로 그대로 통용돼 따로 환전할 필요는 없지만 경우에 따라 거스름돈은 마카오 돈으로 받을 수도 있다.

6. 숙소 예약은 가능하면 서두르자

여타의 동남아 지역은 대체로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해 숙소를 비롯한 물가가 시기에 따라 많게는 1.5~2배까지 차이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홍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무슨 행사가 그리도 많은지 연달아 이어지는 박람회와 전시회 등으로 비수기를 찾기가 힘들 지경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예약하기는 어렵고 가격은 올라, 평소라면 번듯한 호텔에 묵었을 돈으로 한 쪽짜리 침대가 전부인 게스트하우스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얻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
한 달 동안 머물 예정이라면 숙박 공유 시스템을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여기에 2~3일 정도는 그럴듯한 호텔을 잡아 완벽한 휴식을 맛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글·사진_ 한혜원
<셀프트래블 홍콩·마카오> <필리핀 100배 즐기기> <말레이시아 100배 즐기기> <셀프트래블 싱가포르> <셀프트래블 발리> <셀프트래블 도쿄> <프린세스 방콕>의 저자.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 ~ 홍콩 일 5회 매일 운항

※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www.koreanair.com)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