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문가칼럼

[예술 그리고 도시] 에든버러
2019.08.07 페이스북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트위터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링크 공유하기 버튼 이미지

8월이면 세계 최대의 축제 도시_ 에든버러

메뉴 하나하나 공들여 내놓은 좋은 뷔페에 가면, 배가 점점 차오르는 게 야속하다. 열심히 먹고 또 먹어도 맛보고 싶은 음식이 아직 남아 있으니까. 축제계의 고급 뷔페, 8월의 에든버러(Edinburgh)를 찾은 이들의 마음도 이와 비슷할 테다.

에든버러성이 보이는 프린세스 스트리트 가든에서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시민들
에든버러성이 보이는 프린세스 스트리트 가든에서 평화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시민들

수십 년간 공들여 쌓은 종합 예술 축제, 에든버러 페스티벌

8월의 에든버러는 흥겨운 한편, 어떤 결연한 의지도 느껴진다. ‘에든버러 페스티벌’이라는 큰 이름 아래 10여 개의 축제를 3주 동안 열어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취향에 상관없이 모두 사로 잡겠다는 목표 말이다.

이 기간에 열리는 축제는 클래식, 오페라, 연극, 발레, 미술, 책, 군악대와 재즈에 코미디까지 분야가 다양할뿐더러 골목골목에서 공연을 펼치는 거리의 예술가들은 형식과 내용의 틀을 벗어나 몹시 자유롭다.
초청받은 공연 팀은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팀답게 수준 높은 공연을 펼치고, 초청장을 받는 대신 신청서를 내고 참가한 공연 팀들도 세계적인 축제에 걸맞게 즐겁고 패기 넘치는 공연을 선사한다. 그러니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에든버러에서만큼은 통하지 않는다.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의 주요 무대인 구시가지 중심, 로열 마일(Royal Mile)의 인파.
에든버러 페스티벌 기간에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도시 곳곳을 가득 메운다.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의 주요 무대인 구시가지 중심, 로열 마일(Royal Mile)의 인파.

에든버러 축제의 중심인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은 8월 2일 타인캐슬 파크 경기장(Tynecastle Park stadium)에서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연주와 함께 시작된다. 올해에는 <스타워즈>와 <해리포터>를 비롯한 할리우드 황금시대의 영화음악을 연주하겠노라 예고했다.

에든버러성 앞에서 펼쳐지는 '로열 에든버러 밀리터리 타투'의 피날레
에든버러성 앞에서 펼쳐지는 ‘로열 에든버러 밀리터리 타투’의 피날레

1947년 축제가 처음 열렸을 때도 오케스트라와 함께였다. 당시에는 클래식 공연이 주목받았는데, 이듬해에 희극 <3대 계급의 풍자>라는 공연이 잭팟을 터뜨렸고 그 다음 해에는 영국군 군악대가 축제에 동참하며 규모가 더욱 커졌다. 군악대의 합류는 현재까지 ‘로열 에든버러 밀리터리 타투(The Royal Edinburgh Military Tattoo)’라는 축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 축제에는 40여 개국의 연주자들이 참가하며, 해 질 무렵부터 에든버러성 앞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방송된다.

(왼쪽부터) 올해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의 시작을 여는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이자 상임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과 페스티벌 공연작 중 하나인 <더 시크릿 리버(The Secret River)>.
(왼쪽부터) 올해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의 시작을 여는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이자 상임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과 페스티벌 공연작 중 하나인 <더 시크릿 리버(The Secret River)>.

비슷한 기간 동안 소규모 공연장과 거리에서는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가 열린다. ‘프린지(fringe)’는 ‘주변’이나 ‘언저리’라는 뜻으로, 1947년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초청받지 못한 8개 극단이 작은 극장에서 공연한 것이 시작이다.

거리 곳곳에서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참가자들의 다양한 공연이 수시로 펼쳐진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해가 지날수록 큰 호응을 얻어 1958년 페스티벌 프린지 협회가 설립됐다. 1인 연주자부터 극단까지 신청만 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지만 진행은 체계적이다. 골목길 버스킹 공연까지 주최 측에서 살뜰하게 관리하고 안내한다. 덕분에 관람객들은 원하는 공연을 찾기가 수월하다.

인간과 자연의 선물이 가득한 도시

‘마음껏 취향대로 골라보렴!’ 외지인에 대한 이 너그러운 마음은 비단 축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도시 전체가 그렇다.

칼튼 힐(Calton Hill)에서 바라본 에든버러 전경과 계몽주의 철학자 듀갈드 스튜어트 기념비
칼튼 힐(Calton Hill)에서 바라본 에든버러 전경과 계몽주의 철학자 듀갈드 스튜어트 기념비

중세 시대 노섬브리아 왕국의 중심지였던 때부터 현재까지 스코틀랜드의 중심 도시인 에든버러는 우리나라의 천년 고도 경주처럼, 스코틀랜드의 천년 역사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투박한 듯 웅장한 멋이 있는 구시가지와 18세기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꾸며진 신시가지는 상반된 매력이 그 가치를 더해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아테네’라는 별명이 붙었을 만큼 내로라하는 지식인과 문화·예술인을 배출한 이 도시는 스코틀랜드 국립 미술관을 비롯한 크고 작은 미술관이 곳곳에 있어 예술 투어를 즐기기에도 좋다.
그뿐인가. 스코틀랜드는 위스키의 고향. 펍이나 바에 들어서면 수준 높은 위스키 맛을 볼 수 있다.

아름다운 건축물과 예술, 입안을 맴도는 향긋한 미각의 향연까지. 장인의 경지에 오른 인간들이 대대로 전하는 즐거움이 도심에 깃들어 있다면, 도시 외곽에는 대자연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스코틀랜드가 품은 대자연의 선물, 하일랜드
스코틀랜드가 품은 대자연의 선물, 하일랜드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고 태초의 자연 같기도 한 신비로운 고원, 하일랜드(The Highlands)다. 에든버러에서는 다양한 코스의 하일랜드 투어를 신청할 수 있으며 하루짜리 코스도 있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투어 버스에 타면 잠시 후, 오전의 피로를 싹 잊게 하는 풍경이 펼쳐진다. 목적지가 어디든 차창 밖의 온 세상이 아름답다. 이것이 바로 너른 자연, 하일랜드의 매력이다.

tip. 2019 에든버러 페스티벌

메인 행사 격인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은 8월 2일부터 26일까지 열리지만, 다른 축제 일정은 조금씩 다르다. 각 축제 일정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ㅇ 에든버러 페스티벌 홈페이지 www.edinburghfestivalcity.com
ㅇ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 홈페이지(한국어) www.eif.co.uk/korean

글_ 강미아
여행만큼 여행 책을 좋아하는 글쟁이. 여행 다녀온 모든 곳이 좋았지만 실은 언제든, 어디로 가든 이륙하는 비행기 안이 제일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대한항공 운항 정보

인천 ~ 런던 주 7회 매일 운항

※ 자세한 스케줄은 대한항공 홈페이지 참고(www.koreana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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